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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세금·환경 규제로 진보 견인
[COVER STORY] 바이든 시대의 미국- ② 프랑스 경제 전문가 인터뷰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오드 마르탱 economyinsight@hani.co.kr

오드 마르탱 Aude Marti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동안 미국 국기가 세찬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 추종주의(트럼피즘)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REUTERS

민주당원, 조율사, 협상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는 미국 국민을 다시 결속하고 사회정의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을까. 개표 3일째까지 엎치락뒤치락하던 미국 46대 대통령 선거가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당선으로 결론 났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정권을 순순히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새 대통령이 그리는 새로운 미국은 벌써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바이든 당선이 미국 국민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미국의 외교·기후 정책은 지금과 어떻게 달라질지 글로벌 자산운용사 켄드리엄의 앙톤 브랑데르 수석이코노미스트에게 물었다.

덜 진보적인 조율사
바이든은 어떤 사람인가.
바이든은 정치적 분쟁을 가라앉히고 국민을 단결하려 한다. 또 다른 목표는 미국이 수십 년 전부터 외면해온 문제를 진전시키는 것이다. 인종차별을 비롯해 보건의료, 기후 정책을 도널드 트럼프 정권 이전으로 돌려놓으려 한다.
4년간 비정형적인 대통령을 겪은 미국이 이제 다시 사회적 진보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 안에선 바이든이 진보성이 부족하고 자본주의에 덜 비판적이라고 꼬집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국에선 한쪽으로 치우치면서 국민을 통합할 수는 없다. 바이든은 조율사다. 내가 책 <자본주의와 사회적 진보>(가제)에서 강조했듯이 자본주의와 사회적 진보를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의 자본주의에 법·세금·환경 분야에 규제를 두어 사회적으로 진전하는 방향으로 자본주의를 끌고 가야 한다. 바이든의 정책 기조는 이런 사회민주주의 정책과 결이 같다.
바이든은 미국 중산층의 재건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중산층 재건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바이든은 중산층 재건을 위해 저소득층 구매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미국 저소득층 구매력은 지난 몇십 년간 극심한 글로벌 경쟁과 저임금으로 계속 바닥을 치고 있다. 바이든은 저소득층 구매력이 꾸준히 나아질 수 있게 연방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약 1만6천원)까지 인상할 계획이다. 7.25달러인 현 최저시급의 두 배가 넘는다. 노조를 강화할 계획도 있다. 수십 년 전부터 기업에서 노조 입지가 줄어들면서 노동자 교섭력이 약해졌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세우겠다고 공약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바이든 역시 인프라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바이든이 중산층을 재건하겠다고 했을 때 단순히 민간 기업이 노동자에게 주는 임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아니다. 국내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연방정부 역시 중산층 재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녹색’과 ‘디지털’ 분야 인프라를 중심으로 10년 동안 1조3천억달러(약 14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바이든은 트럼프처럼 도로나 공항을 짓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 등 사회 인프라도 다지려 한다.
바이든의 조세 공약이 궁금하다.
트럼프가 35%에서 21%까지 내린 법인세율을 다시 28%까지 올리려 한다. 바이든 공약대로라면 법인세율이 트럼프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옳은 방향이다. 생각해봐라, 공화당이 말한 대로 법인세를 내렸지만 투자 붐은 일어나지 않았다.
바이든은 가계 세금 정책도 4년 전부터 정부가 가던 방향과 반대로 이끌려 한다. 고소득자 세금 부담을 늘리는 것이다. 연소득 40만달러(약 4억4천만원) 미만 가구가 연방정부에 내는 세금은 변하지 않는다. 반대로 사회보장세 최고구간 누진율이 현 37%에서 39.5%로 오른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2020년 11월10일 당선자 집무실에서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적정부담보험법’(ACA)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REUTERS

오바마케어 강화
보건의료 정책은 어떤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코로나19 검사 역량을 늘릴 계획이다. (숙박, 요식업 등) 취약계층이 몰린 경제 분야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당장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이 점을 바이든도 잘 안다.
그래서 민주당이 의회에서 ‘케어스 액트’(코로나19 경기부양책) 예산 2조달러를 서둘러 편성해줘야 한다. 2020년 봄 도입된 1차 케어스 액트가 실업수당 지급에 크게 도움이 됐다. 덕분에 실업수당 대상에서 빠져 있던 특수고용노동자의 소득도 보전할 수 있었다. 서둘러야 한다. 12월31일이면 2020년 초 마련한 지원책이 전부 효력을 잃는다. 2020년 말에도 수백만 명이 여전히 실업 상태에 있을 것이다.
바이든은 오바마케어를 강화하려 한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지난 4년 동안 오바마케어를 폐기하려고 애썼지만 결국 실패했다. 그렇다고 바이든이 민주당의 ‘왼쪽 날개’가 바라는 대로 보편적 건강보험을 도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은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의 강력한 경쟁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의 공약이기도 했다.
미국이 ‘반지구온난화 경주’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은? 트럼프가 남긴 상처가 입을 떡 벌리고 있다.
바이든은 취임 뒤 곧바로 파리협정에 재가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기후 인식이 비슷한 인사로 행정부를 꾸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트럼프는 권력을 마구 휘두르며 환경 규정을 해쳤다. 바이든도 트럼프처럼 ‘직권남용’을 할 수 있다. 적어도 이번에는 원상 복구를 위한 것일 테다.
미국 밖으로 나가보자. 대외관계가 지금보다 부드러워질까.
그럴 것이라고 확신한다. 바이든은 트럼프 방식으로는 미국이 세계와 대화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나라와의 분쟁이 저절로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과는 항공, 자동차 교역에서 항상 마찰이 있었다. 오랜 갈등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트럼프가 갑자기 지적하고 나선 문제이기는 하지만, 바이든이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일도 있다. 중국산 통신장비에 대항할 전략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에선 유럽도 미국처럼 취약하다.
미국은 2020년 11월3일 대선과 함께 상·하원 선거도 치렀다. 공화당이 이번에도 상원에서 과반석을 가져갈 수 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의석수가 줄었지만, 다수당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상원 쪽은 더 팽팽하다. 현재까지 공화당이 50석, 민주당이 48석을 확보했다. 조지아주 2석을 어느 당이 가져갈지는 1월3일 결선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상원 의장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의결권을 더해 민주당이 상원에서도 의석수 절반을 넘긴다.
그 반대라면, 지금처럼 민주당과 공화당이 하원과 상원에서 각각 다수당 자리를 지킨다. 상원에서 바이든이 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바이든은 대통령령만으로 정책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예산을 쓰지도 못하고 추가 예산을 확보할 수도 없다.

무시 못할 트럼피즘
미국의 코로나19 참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이 크다. 그런데도 대선에서 그렇게 많은 표를 얻은 것을 보면 놀랍다. 트럼피즘(트럼프주의)이 오래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나.
미국에 트럼피즘 세력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다수는 산업 노동자였다가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다. 오랫동안 중산층 수준의 안정적인 삶을 누리다가 실업자가 된 고졸 백인이 많다. 이들은 바깥 세계에서 오는 물건과 사람을 위협으로 여겨 트럼프가 약속한 보호주의에 매료됐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번 대선에서 라틴계 유권자 일부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다는 점이다. 사회·경제적 이유는 아니었다. 라틴계 미국인은 트럼프가 자신들의 종교적 가치를 지켜줄 수 있다고 보았다. 종교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는 일, 분열에서 시민 평화를 지키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몇 주간의 정국을 어떻게 예상하나.
2021년 1월20일 바이든 취임까지 두 달 남았다. 그때까지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은 물론 코로나19 대응이다. 예산 문제도 시급하다. 2020년 12월11일까지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미국은 또 한 번 ‘셧다운’ 될 위기에 놓인다. 그렇게 되면 자원이 부족한 일부 정부 기관이 문을 닫아야 한다.
두 가지 해법이 있다. 두 정당이 케어스 액트 연장에 합의해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는 방안이 첫째다. 둘째는 2020년 예산과 비슷한 수준으로 몇 달 끌고 가는 것이다. 이것이 실현 가능성이 더 높은 방안이다. 2021년 초까지 바이든이 자신의 조율 능력과 협상가 기질을 얼마나 잘 발휘하냐에 그의 지도력이 결정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2월호(제407호)
Les États-Unis pourraient renouer avec le progrès social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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