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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 위기 빌미로 해고 ‘가속페달’
[SPECIAL REPORT] 프랑스 코로나 구조조정- ① 배경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상드린 풀롱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세계 각국에서 취약계층 삶이 팍팍해진 터에 위기를 틈타 대규모 기업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다른 나라에 견줘 노동자 보호 장치가 두터웠던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집권 뒤 진행돼온 구조조정 흐름이 가속화했다. 기업들이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고 ‘해고 대열’에 가세해 코로나 실업 공포가 더욱 커졌다. 프랑스 경제월간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그 배경과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_편집자

상드린 풀롱 Sandrine Foul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12월15일 코로나19가 다시 급속히 퍼져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가 텅 비어 있다. REUTERS

잠시 잊고 있었다. 모두의 무관심 속에 고용보호계획 체결 건수가 1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해고 파도가 잠잠해진 탓이 아니다. 기업은 고용보호계획 대신 ‘단체합의에 따른 근로계약해지’ 등 다른 형태로 인력을 줄이고 있다. 노동자가 법정에서 해고의 부당함을 말하기 어렵고, 사용자가 더 싼값에 노동자를 해고하는 장치다.
코로나19 위기가 길어지면서 두 번째 봉쇄령이 불가피해졌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 부설 기업경영대(IAE) 교수이자 구조조정 문제 전문가 플로랑 노엘은 “경영상 이유로 해고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전망이 이렇게 어두울 때는 노동자 대표와 단체협약을 맺지 못한 사용자가 고용보호계획을 노조와 합의 없이 ‘쉽게’ 쓸 수 있다. 사용자는 독자적으로 작성한 고용보호계획을 노조에 통보하고 노조 의견을 참고하면 된다.”

정리 해고 인플레이션
프랑스 지도는 다양한 회사로 수놓여 있다. 인지도는 제각각이지만 전부 나쁜 소식을 품고 있다. 브리지스톤, 르노, 에어버스, 사노피, 소덱소, 갭 등 대기업의 해고 소식이 신문 1면을 장식한다. 언론의 관심을 덜 받는 중소기업이라고 다르지 않다. 줄줄이 가지치기한다. 프랑스 동부 오트사부아 지역의 볼트 제조업체 프랑크에피냐르는 ‘금쪽같은’ 인력을 3분의 2나 줄이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중부 상트르발드루아르 지역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메카크롬은 프랑스 지부에 있는 950개 일자리 가운데 306개를 없앨 계획이다.
노동부의 실업자 통계치가 날뛴다. 2020년 3월1일~10월25일 종료된 근로계약은 6만2천 건이고, 이 가운데 567건이 고용보호계획에 따른 계약 만료로 해고됐다. 2019년 같은 기간에 견줘 3배나 많다. 여기에 경영상 이유에 따른 집단 해고 4100건을 더해야 한다.
프랑스 고용 추이를 조사하는 트랑데오의 창업자 다비드 쿠스케는 “2008~2009년 금융위기 때처럼 대기업이 대대적 구조조정에 나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분적 경제활동 지원이나 정부 융자 지원, 사회보장세 납부 기한 연장 같은 정책 덕택이다. 물론 코로나19 위기가 더 오래가면 일부 기업의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마이크로 기업, 초소형 기업이 주로 충격을 흡수했다. 사업계획을 미루거나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회사도 분명 있겠지만, 그런 경우는 통계를 내기가 어렵다.”
2020년 3월31일, 1차 봉쇄령이 떨어지고 15일 만에 실업자 50만 명이 쏟아졌다. 봉쇄령이 끝난 2분기에도 20만 명이 더 실직했다. 프랑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여섯 달 만에 일자리 70만 개를 잃은 것이다.

   
▲ 2020년 12월16일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장관이 의회에서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보급 방침에 관해 말하고 있다. 의회에선 기업 지원과 고용 대책을 논의했다. REUTERS

코로나19 기회주의
2020년 말까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는 일자리 수는 모두 100만 개다. 이 숫자를 생각하면 6만2천 건의 고용보호계획은 대수롭지 않은 걸까. 전혀 그렇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은 말할 것도 없다. 코로나19가 터지고 가장 먼저 제물이 된 이들 또한 비정규직이었다(비정규직은 영원히 고통받는다). 하지만 고용보호계획은 무기한 정규직(CDI), 즉 안정적 일자리를 목표로 삼는다. 여기에는 청년도 있지만, 재취업이 어려운 장년층도 포함됐다.
프랑스 고용센터에 따르면, 2020년 4월 직원을 찾는 일자리가 72%나 감소했다. 9월에는 2019년 같은 기간에 견줘 19% 떨어졌다. 프랑스 관리직협회가 조사한 2020년 1~9월 관리직 일자리 수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다. 일자리 품귀 현상만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 질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 노동부 통계자료를 보면, 2020년 2분기 취업자 수는 1분기보다 급감했다. 무기한 정규직에선 41.3%. 계약직에선 46.6% 줄었다.
현장직, 사무직 할 것 없이 구조조정 파도에 휩쓸려가는 노동자를 바라보니 중요한 물음이 떠오른다. 구조조정을 피하는 길은 없었을까. 구조조정이 지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항공산업이 집중된 프랑스 남부 툴루즈처럼 지역경제가 한 산업에만 의존한다면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항공업 위기가 루아시 공항에 어떤 폭탄을 던질지 모든 경제주체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루아시 공항이 있는 프랑스 중북부 일드프랑스 지역에서는 보안노동자, 청소노동자까지 합해 모두 40만 개의 일자리가 항공업에 매달려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발 경제위기는 지역보다 업종을 가린다. 경제연구소 제르피의 연구부장 올리비에 파세는 말했다. “숙박, 외식, 여가, 교통업과 이들 산업을 기반으로 한 사업에만 위기가 닥쳤다. 파급력이 하청업체까지 줄줄이 이어진 것을 보면, 경제의 전체 4분의 1이 피해받은 셈이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해고’ 추세다.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인가. 실제로 채찍질당하는 회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다. 기업 사회경제위원회 전문 컨설팅회사 생덱스의 올리비에 라비올레트 대표는 “위기에 편승하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지적한다. “구석에 재워둔 ‘구조조정 패’를 여기저기서 꺼내고 있다.”
코로나19는 가속페달일 뿐이다. 노조는 “회사가 생산기지 국외 이전 계획에 감염병을 이용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짜놓은 계획이라는 것이다. 거대한 소용돌이가 몰아치자 외국 대기업은 본사에서 가장 먼 생산기지부터 희생양으로 삼았다(프랑스 기업도 똑같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지엠)과 독일 다임러는 각각 벨포르와 모젤 지역에 있는 공장을 매각하기로 했다. 이것이 기회주의 행태가 아니면 무엇인가. 베네토 같은 세계적 요트 제조업체가 정부로부터 부분적 실업 지원에 융자 지원까지 받고 정리해고하겠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2019년 영업손실이 컸던 프랑스 유통업체 오샹은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2020년엔 괜찮았다. 코로나19발 위기에도 끄떡없었다. 그런데도 회사는 2020년 9월 자발적 퇴사자 1475명과 고용보호계획을 체결했다(근로계약을 해지했다). 노조는 그런 ‘사회적 파괴’를 피할 대안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프랑스 노동자 100만 명을 해고하겠다는 세계적 제약회사 사노피는 어떤가. 코로나 시국에 제약업은 농식품업, 인터넷상거래업과 더불어 영업이익이 가장 많이 늘어난 업종이다.

   
▲ 2020년 12월15일 코로나19로 수입이 끊기다시피 한 예술가와 엔터테인먼트업계 종사자들이 파리 오페라 바스티유 극장 앞에서 영화관과 공연장의 문을 닫지 말도록 정부에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단단히 무장한 기업
인력 감축을 빌미로 감염병을 이용하는 회사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정부가 기업에 쥐어준 도구가 현재처럼 다양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제일 먼저 등장한 고용보호계획과 자발적퇴사계획에 단체합의에 따른 근로계약해지 제도와 단체성과협약이 3년 전에 추가되더니, 최근에는 ‘장기간 부분적활동 협약’까지 생겼다. 도구가 많아졌으니 써먹지 않고는 못 배긴다.
2020년 9월 말, 장기간 부분적활동 협약이 모두 330건 체결됐다. 일자리 5만 개를 지켜주기만 하면, 사용자는 보유한 도구로 어떤 조합이든 만들 수 있었다. 장기간 부분적활동 협약으로 정부보조금을 받고 노조에 고용보호계획을 내밀어도 된다. 고용보호계획 말고 자발적퇴사계획이나 단체성과협약을 써도 된다. 이런 방식으로 2020년 6월 말까지 단체성과협약만 350건 넘게 체결됐다. 이 협약만 있으면 사용자는 마음대로 노동자에게 일을 더 시킬 수 있다. 임금을 올려주거나, 경제적 이유를 증명할 의무는 없다.
협약 이행을 거부하는 노동자는 쫓겨나도 아무런 말을 못한다. ‘경영상 이유에 따른 해고’는 인정받지 못한다. 원칙대로라면 사용자는 부분적 실업 명목으로 받은 정부보조금을 도로 뱉어내야 하지만, 정부는 가을에 예외사항을 만들었다. 노조가 보조금 대가로 기업에 사회·환경적 책임을 지울 것을 수차례 요구해도 소용없었다. 장기간 부분적활동 협약에 관한 행정명령에 따르면, 협약 체결 뒤 경제 사정이 더 나빠진 회사는 보조금 환급 의무에서 면제된다. 협약의 최대 유효기간 2년까지 정부가 무상으로 지원한다. 어차피 불황이므로 정부가 백지수표를 써주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라비올레트 대표는 “단체성과협약이나 단체합의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가 노사 협의를 바탕으로 체결되지만 사용자 재량권이 여전히 크다”라고 말했다. “단체성과협약이 발효되기 직전에 사용자가 노동자 대표에게 통보하는 사례도 있다. 원래 단체성과협약은 회사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단기간만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최근 체결된 협약 중에는 발효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들도 있다. 재검토 조항도 빠졌다. 코로나19와 아무 상관 없는 협약들이다. 노동자 대표에게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지만, 상황이 복잡한데다 노동자가 받는 압박이 너무 크다.”
그러므로 코로나19는 현재의 구조조정 파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일자리를 핑계로 사용자를 위해 또 다른 면책 제도를 만들었다. 보통 때 같으면 회사를 파산까지 몰고 간 경영자에게 회사를 살릴 기회는 허락되지 않는다. 가구업체 알리네아와 볼트 제조업체 프랑크에피냐르는 운이 좋았다.
기업 자문업체 세카피-알파의 구조조정 전문가 마티유 베르멜은 말했다. “면책 특권을 누리는 경영자는 지급불능 상태인 회사를 매각할 수 있다. 비용 부담이 큰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채무가 일부 탕감되고, 직원 급여는 정부 임금보증제로 대신 주면 된다. 대다수 회사는 이 제도와 상관없다. 하지만 이런 제도가 회사 결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 제도의 유효기간은 2020년 12월31일까지다. 하지만 고용 전문가들은 이 제도가 코로나19 위기가 끝난 다음에도 이어질까 우려한다.

   
▲ 2020년 12월14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창립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기업이 쓸 수 있는 ‘해고’ 수단을 꾸준히 늘려왔다. REUTERS

임금 삭감으로 번져
비용을 아낀 회사가 그만큼 일자리를 만들어낼까. 올리비에 파세는 말했다. “상황이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래도 10월 기업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조사에서 어느 정도 확실한 답변을 받았다. 업체 매입 등 적극적인 계획이 있거나, 사업 정상화에 집중하겠다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해고를 염두에 둔 회사는 거의 없었다.” 대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부분적 경제활동 지원과 정부의 융자 지원 덕에 재기할 수 있었다고 올리비에 파세는 강조했다.
회사마다 재정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인력 감축 계획이 있다고 밝힌 회사는 전체의 20~25%밖에 되지 않는다. 절반은 직원 수를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답했다. 이 말을 다시 해석하면, 커뮤니케이션·마케팅 등 일부 부서 예산을 줄이고 임금도 깎겠다는 말이다. 올리비에 파세에 따르면, 기업이 은행에 예치한 현금은 2020년 초여름 35%를 넘어섰다.
마티유 베르멜은 “기업이 2008년 위기 때처럼 정리해고하는 대신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려 한다”고 지적했다. “내부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고, 외부에 맡기던 일을 회사 안에서 해결하려고 한다. 협력업체는 원청업체에서 일이 늘어야 일이 생기는 만큼 여건이 좋지 않다. 기술 협력업체 상황은 그나마 조금 나은 편이다.” 다른 문제도 있다. 트랑데오 경영자 다비드 쿠스케는 소규모 사업자의 “소득 감소가 뚜렷하지 않아”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올리비에 파세는 “모든 것이 미시경제가 거시경제를 어떻게 물들일지에 달렸다”고 말한다. “예산 축소, 임금 삭감 등을 하는 기업이 많으면 경기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기업의 이런 정책이 나중에 어떤 연쇄효과를 일으킬지 모른다.” 모르니까 기업이 하겠다는 대로 놔두지만, 불안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2월호(제407호)
Le virus, accélérateur de restructurations
번역 최혜민 위원

다양한 구조조정 ‘무기’

고용보호계획(PSE): 노동자 50명 이상인 회사에서 사용자가 30일 안에 10명 이상 해고할 때 작성한다. 사용자는 노동자 대표에게 계획 내용을 알리고 노동자 의견을 물어야 한다. 노동자에게 가장 ‘안전한’ 해고 방식이다. (노동자 재배치·지원·훈련 의무가 있는) 사용자에게 가장 제약이 많이 따르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다.
자발적퇴사계획(PDV): 일방적 해고보다 유연하면서, 사회적으로 덜 유해하다. PSE와 함께 쓸 수 있다. PDV를 따르는 노동자는 퇴직 위로금을 더 받는다. PDV로 줄어든 인력을 회사가 곧바로 보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상 해고와 다르다.
단체합의에 따른 근로계약 해지(RCC):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명령으로 도입한 제도다. PDV와 비슷하지만, 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증명할 의무나 PSE를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다르다. RCC는 시행 전 노조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한다. 회사는 해고노동자에 대한 재배치·지원 의무가 없다.
단체성과협약(APC): 2017년 대통령 명령으로 도입됐다. 종전의 ‘경쟁력·일자리유지·근무지변경에 관한 단체협약’을 대신한다. 체결하려면 노조원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사용자는 경영 어려움을 증명하지 않고, 임금·근로시간·근무지를 바꿀 수 있다. 협약 이행을 거부하는 노동자는 해고된다.
장기간 부분적활동 협약(APLD): 보건 위기에 관해 2020년 6월17일 법률로 정한 제도다. 일하지 않는 시간에 대한 급여를 정부가 보전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사용자는 APLD와 PSE 또는 APC와 RCC를 묶어 노조와 논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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