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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부품업 노동자들 속수무책
[SPECIAL REPORT] 프랑스 코로나 구조조정- ③ 벼랑 끝 제조업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스테판 프라셰 economyinsight@hani.co.kr

스테판 프라셰 Stéphane Frachet <레제코> 기자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델핀 타야크 Delphine Tayac
마린 뮈니에 Marine Mugnier
프리랜서

   
▲ 항공기부품 제조업체 메카크롬이 2017년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공개한 항공기 엔진 AE440. 위키미디어 커먼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몇 개월 전이었다. 항공기 부품 제조업체 메카크롬(Mecachrome)은 벌써 위험신호를 감지했다. 에어버스가 A380 기종 생산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메카크롬은 프랑스 중부 앵드르에루아르 지역 앙부아즈 공장에서 항공기 동체에 필요한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곧이어 두 번째 충격이 왔다. 보잉737맥스 생산이 일시 중단됐다.
보잉737맥스의 엔진 립-1비는 사프랑이 만든다. 터빈 블레이드 등 엔진의 주요 부품 10여 가지를 메카크롬이 제조해 사프랑에 납품한다. 메카크롬의 크리스티앙 코르니유 대표는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 2020년 3월18일 사회적 파트너인 노동자들과 만나 이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때까지도 감염병 위기가 닥치리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회의는 애초 계획한 날보다 6개월 늦은 9월 말에 열렸다. 이 자리에서 코르니유 대표는 노조에 고용보호계획을 알렸다. 프랑스 지부에서 일하는 직원 950명 가운데 306명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코르니유 대표는 고용보호계획 추진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A320 기종 생산량을 월 40대로 다시 늘리는 등 에어버스에서 긍정적 신호가 나오기는 한다. 그래도 우리 회사는 2019년에 견줘 일이 40% 줄었다.” 메카크롬은 이미 캐나다, 모로코, 튀니지 공장을 합쳐 인력 40%를 줄인 상태였다.
현재 포르투갈과 프랑스 서부 낭트 인근 공장이 회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에서 상황이 가장 심각한 곳은 중부 셰르 지역 오비니쉬르네르 공장이다. 이곳은 항공기 엔진에 필요한 부품을 소규모로 제작한다. 공장 노동자 500명 가운데 160명이 실직할 위기에 놓였다. 세바스티앙 마르티노 노동총연맹(CGT) 셰르 지역 위원장은 “셰르 지역이 ‘노동자 재고 처리’의 희생자가 됐다”고 말했다.
또 사르트 지역 비브레이 공장이 곧 문을 닫으면 직원 80명이 한꺼번에 거리로 내몰린다. 프랑스기독교노동자연맹(CFTC)의 미겔 가르시아 노조대표는 “노동자가 직무변경을 거부하는 사례까지 생각하면 모두 400명이 해고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다른 해법은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기독교노동자연맹과 민주노동연맹은 새로운 경쟁력협약 체결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 2020년 7월 에어버스 노동자들이 회사 쪽 대규모 구조조정 방침에 항의해 툴루즈 부근 블라냐크 공장 주위를 돌며 시위하고 있다. REUTERS

두 자릿수 실업률
그러나 이보다 더한 문제가 남았다. 메카크롬이 첫 둥지를 튼 발드루아르 지역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앙부아즈시에 있던 본사가 툴루즈시로 이전한다. 코르네유 대표는 “항공업계의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중심과 더 가까워지기 위한 결정”이라고 했다. 항공기 부품 조립업체 수를 줄이는 방안으로 에어버스가 합병을 제안했다고도 했다.
코르네유는 메카크롬 대표직을 맡기 전 에어버스 간부였다. 메카크롬 연구개발 부서도 낭트시에 있는 쥘베른 기술 연구원으로 옮겨질 계획이다.
하지만 상황을 너무 부풀려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다니엘 라바론 앵드르에루아르 지역구 하원의원은 말한다. 라바론 의원은 앵드르에루아르가 지역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되는 데 앞장섰던 사람이다. 메카크롬은 이 사업 덕에 200만유로 규모의 미래공장 시범사업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메카크롬이 이 사업을 포기한 게 아니라 잠시 잠재워둔 것뿐이다. 메카크롬은 항공교통이 마비된 초유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지원사업은 라바론 의원이 어렵게 따낸 것이었다. 루아르강 고성 말고는 딱히 내세울 게 없는 앵드르에루아르 지역에 제조업 부흥을 일으키겠다는 일념으로 그는 정부 문을 두드렸다.
불행히도 이런 메카크롬의 소식은 ‘구조조정 대하드라마’의 한 회분 이야깃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상트르발드루아르 레지옹(최고 지자체 행정구역)까지 범위를 넓히면 항공기 제조업 협력업체는 무수히 늘어난다. 전체 노동자의 20%가 항공업에 종사한다. 프랑스 사회보장·가족수당징수조합(URSSAF)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2020년 2분기에만 실직자가 3천 명 넘게 생겼다. 그중 절반은 공장 노동자다.
프랑수아 보노 사회당 지역위원회 위원장은 내년 상트르발드루아르 지역 실업률이 12%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위기 전 실업률은 8%였다. 보노 위원장은 항공업에 대한 지자체 지원이 부족한 점을 아쉬워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항공업 직업훈련을 마친 청년 수천 명이 구직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지역산업 젖줄 항공업
“내가 일을 시작했을 때는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지금은 내 주변에 불안, 분노, 좌절밖에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 항공기부품 제조업체 라테코에르(Latécoère)의 한 노동자 이야기다. 에어버스(Airbus)와 거래량이 가장 많은 협력업체에서 일하지만 노동자들은 앞날이 깜깜하기만 하다.
회사가 프랑스에서 일자리 475개를 없애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라테코에르에는 프랑스 남부를 중심으로 모두 1504명이 일하고 있다. 항공 교통량이 급감한데다 유지·관리할 항공기 수가 줄면서 항공사를 비롯해 항공업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와 주변 지역 일자리 6만 개(전체 민간 일자리의 8%)도 위태로워졌다. 항공업이 이 지역 산업 생태계 곳곳에 물을 대는 중요한 산업이니만큼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툴루즈 상공업회의소는 항공업 일자리 1개가 위협받는 건 다른 산업 부문에서 일자리 2.5개가 위협받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유럽의 거대 기업 에어버스가 흔들리자 그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진다. 에어버스는 2020년 6월 말 프랑스에서 일자리 5천 개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그중 3600개가 툴루즈에서 사라진다. 그래도 에어버스 노동자는 단체협약 덕분에 빈손으로 내쫓기는 처지를 면했지만,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는 사정이 다르다.
“한때는 프랑크에피냐르(Frank & Pignard)에서 일한다고 하면 모두가 부러워했다. 연봉이 높은 것도 있지만, 프랑크 노동자라는 것 자체가 자랑이었다.” 프랑크에피냐르에서 17년 일했다는 프랑수아(52)는 회사가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프랑크’는 알프스산 아르브계곡 주민들이 회사를 부르는 ‘애칭’이다.

   
▲ 프랑스 볼트 제조업체 프랑크에피냐르를 인수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마이크오토모티브가 동영상 공유 플랫폼 비메오에 올린 제품 홍보 영상. 비메오 화면 갈무리

길 잃은 볼트 제조업
2000년대 초까지도 회사는 “볼트 제조 산업의 보물”이었다. 원재료 철봉을 가공해 만든 볼트, 너트, 나사 등을 자동차 제조업체에 공급한다. 사업이 잘될 때는 직원이 1200명이었다. 그런 회사가 2020년 7월 말까지 그르노블 법원에 수도 없이 출석하더니 237명을 해고했다. 구조조정 창살을 통과한 직원은 130명이 전부다.
티에즈 지역 지자체장 파브리스 지슬랭크는 “프랑크가 모든 직원을 가족처럼 여기는 경영으로 세계적 리더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슬랭크 지자체장도 프랑크에서 28년 일했다. “회사가 미국 자본에 넘어간 뒤로 금융회사처럼 운영됐다. 장기 전망이 전혀 없었다.”
1998년 프랑크에피냐르는 세계 최고 정밀가공업체 오토캠(Autocam)에 흡수됐다. 이 인수·합병은 프랑크의 세계적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오토캠은 전체 지분의 65%가 제너럴일렉트릭 계열사 오로라캐피털에 있었다. 투자 수익만 생각하는 회사였다.
인수·합병 결과가 얼마 지나지 않아 나타났다. 프랑수아는 “생산 현황 점검도, 제품 개발도 없었다”고 기억했다. “회사는 최소한으로 투자하면서 수익을 챙기는 데만 급급했다.” 생산부 부장이던 디디에는 말했다. “2000년대 초 생산설비 제조업체 앵덱스(Index)가 다축 CNC(컴퓨터 수치 제어) 조각기를 처음 선보였다. 기존 기계로 가공할 때보다 속도를 6배 올릴 수 있는 기계였다. 하지만 회사는 기계가 오래돼 생산단가가 비싸졌는데도 바꾸려 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계에 익숙지 않다는 게 이유였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 공장에서 쓰는 기계 25대는 구식이다. 이 기계로 다른 제조업체를 따라잡기 어렵다.”
영업이익 감소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2007년과 2008년 두 차례 구조조정을 거친 프랑크에피냐르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마이크오토모티브(Maike Automotive)에 인수됐다.
이후 회사는 뒤처진 속도를 따라잡으려 했다. 디디에는 말했다. “영업부는 생산단가나 기술적 실현 가능성, 시장 동향을 살펴보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공급 계약을 했다. 공급 기한을 맞추기 힘든 날이 많았다. 회사는 위약금을 물어주지 않으려 부품을 택시로 보내거나, 어떤 날은 헬리콥터까지 띄웠다.”
당연히 회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지출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마이크오토모티브그룹이 법원에 출석할 차례였다.

끊이지 않는 구조조정
2018년 초 지역 투자자 컨소시엄이 프랑크를 인수했다. 이 지역 유명 사업가 마크 오렐루가 컨소시엄 대표자였다. 그는 프랑크의 경쟁업체 알팡테크(Alpen’Tech) 대표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회사가 법원에 두 번이나 지급불능 신고를 하면서 거래처 신뢰가 무너진 상태였다”고 지자체장 지슬랭크는 말했다.
그 뒤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닥쳤다. 2020년 7월 말 프랑크는 또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회사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간 장본인이 다시 대표가 됐다. 5월 대통령령으로 마크 올렐루가 프랑크를 인수할 수 있었다. 이제 237명 몫의 월급은 주지 않아도 됐다. 아르브계곡 지역주민들도 프랑크 회생이 어려운 일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해고노동자 목소리를 직접 들으려 몇몇 사람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대부분이 차갑게 (그리고 부정적으로) 답하면서도 새어나오는 화까지 감추지는 못했다.
프랑크가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을까. 전망이 좋지 않다. 막심 토네리외 전국볼트제조노동조합 위원장은 “볼트 제조 산업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고 말했다. “생산 활동의 60%가 자동차산업을 위한 것이다.”
특히 디젤자동차 생산에 부품이 많이 쓰이는데, 디젤자동차는 생산량이 줄어드는 추세다.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자동차에 견줘 부품이 6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전 국민 이동 제한 기간에 업계 생산량이 90%나 떨어졌다. 자동차산업은 정부 지원 덕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다음으로 중요한 거래처인 항공업은….”
이제 오트사부아 지역에서 볼트 제조 산업은 끝난 걸까. 성급한 생각일 수 있다. 미셀 드베르나디 오트사부아 지역 고용청장은 말했다. “볼트 제조업체 대부분은 올해 위기 초반부터 잘 버텼다. 부분적실업지원 등 정부 도움으로 일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전국볼트제조노동조합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토네리외 위원장은 말했다. “앞으로는 철도, 수소, 전력 전자공학 산업에 치중해야 한다. 볼트제조 산업이 또다시 진화할 때가 왔다. 지금까지 잘해오던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2월호(제407호)
Le tour de France des plans sociaux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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