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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장애, 긴장,두통, 복통을 겪어요”
[FOCUS] 코로나 세대- ① 달라진 아이들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마르쿠스 베커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쿠스 베커 Markus Becker <슈피겔> 정치부 기자 외 20명

   
▲ 코로나19는 지구촌 아이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2020년 6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다. REUTERS

사회, 부모, 교사, 정치 등 어느 쪽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앞에서 역부족이었다. 그 결과 청소년과 어린이도 고통당하고 있다. 많은 어린이가 두려워하거나 지루해하거나 무기력해졌다. 그들은 어른들 방식이 틀렸다는 것을 느낀다.
독일 노이울름 근교 바이센호른 지역, 모두 10대인 사 남매가 엄마와 함께 거실 탁자에 앉아 있다. 남자아이 3명과 여자아이 1명이다. 벽난로에는 나무가 타고 있고 고양이 두 마리가 어슬렁거렸다. 남자아이 둘은 모자를 푹 눌러 썼고 여자아이는 치아교정기를 끼고 있었다. 아이들은 스마트폰에 무언가 쓰고 있었다. 10대 4명이 한집에 있는 모습은 평상시 보기 어렵다. 코로나19는 예외적인 상황을 만들어냈다.

팬데믹 시대, 무기력해진 아이들
“코로나19는 아이들로부터 숨 쉴 공기를 빼앗아갔다.”
엄마인 질비아가 말했다. (질비아는 성을 밝히기를 꺼렸다.) 그는 이혼했고 첫째 아이는 독일 뮌헨에서 공부한다. 사회적 만남이 적어진 질비아의 아이들은 점점 무기력해졌다. 할 일 없이 그냥 노는 상황이 아이들을 미치게 한다. 초기에 이들은 함께 카드놀이를 하거나 체스를 했다. 이것도 잠깐이었다.
“대신 무지막지하게 인터넷을 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신이 쉴 수 있는 세계로 도망친 것이다. 나는 이것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작은 것을 가지고 싸우고 때로 소리를 높였다. 그러고는 서로를 비난하더니 물리적 폭력을 쓰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큰아들 레오나르트는 19살이다. 일주일에 세 번 축구를 하고, SV 그라페르츠호펜 청소년팀에서 훈련했다. 데스메탈(폭력이나 악마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템포 빠른 헤비메탈) 밴드에서 드러머로 활동했다. 하지만 2020년 3월을 마지막으로 더는 연습할 수 없었다. 콘서트를 기획했고 팬들에게 팔 모자와 티셔츠 200개도 준비했지만 그냥 처박아뒀다. 레오나르트 방에는 컴퓨터와 게임용 의자가 있었고 방바닥에는 젤리 봉지들이 흩어져 있었다.
둘째 페르디난트는 16살이다. 김나지움(독일의 중등교육기관)에 다닌다. 현재 12학년이다. 페르디난트는 체조선수인데 훈련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규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모든 규칙이 합리적인지 의문이 들 때도 많다. “나는 극단적인 삶을 살고 있다.” 페르디난트는 지금 벌어지는 일에 염증을 느낀다. 컨테이너 건물 안에서 몇몇 친구와 만나던 일도 더는 하지 않는다. 대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친구 세 명과 농구를 한다. 금지된 행동이다. 두 가족 이상 모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경찰이 지나갈 때 우리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막내아들 코스마스는 15살이다.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첼로와 피아노를 연주한다. 성탄 콘서트를 할 예정이었는데 취소됐다. 남트롤 지방으로 가는 일주일가량 연주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코스마스는 파티에 참여해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을 무척 그리워한다. 매일 그는 두세 시간 인터넷을 하고 <어몽 어스>나 <클래쉬 오브 클랜스> 게임을 한다. 그는 “뭐 다른 거 할 게 있나요?”라고 물었다. 코스마스는 2020년 마지막 날을 친구 대여섯 명과 함께 보낼 것이다. ‘코로나19 거리두기 규제가 이를 허가하지 않는다면?’이라는 물음에, 그는 “아마 규칙을 어겨야겠죠”라고 답했다.
16살인 셋째 리자는 직업학교에 다닌다. 졸업학년인 10학년이다. 졸업 무도회도 취소됐다. 베를린으로 가려던 수학여행도 일주일 전에 취소됐다. 그래서 리자는 슬펐다. “인생에 한 번밖에 없는 거잖아요.” 게다가 학업 스트레스도 겹쳤다. 가을방학이 끝난 뒤 6개의 시험을 봐야 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 질문은 자녀를 둔 사람에게만 해당하지 않는다. 아이들 이야기는 우리 자신 이야기이다. 우리도 한때 어린이였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심각하고 장기적인 상황이 뒤따를 것이라며 경고한다. 정계에서도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다. 독일 연방총리와 주총리가 모이는 회의에서 이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았다.
감염병 유행은 몇 년 동안 수면 아래에서만 언급되던 주제를 드러냈다. 바로 현대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하던 것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세상에 중산층이 반응하는 방식은 둘로 나뉜다. 첫째는 과잉보호다. ‘헬리콥터 부모’(아이에게 언제나 잔소리를 하고 학교와 교사에게 간섭하는 부모)라고도 하는데, 아이들에게 어떤 걱정이나 책임도 지우지 않는 방식이다. 둘째는 많은 성취를 요구한다. 아이들은 많은 것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언어, 악기, 운동을 배운다. 중국인이나 미국인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높은 성취를 이루게 하려는 의지는 코로나19 시대에 여러모로 무너지고 말았다. 취미, 해외연수 등 학교 안팎 활동이 제한받거나 아예 가능하지 않다. 뛰어난 성취를 장려하는 학교는 온라인수업을 하느라 고군분투한다. 아이에게 걱정을 안기지 않겠다는 전략도 버릴 수밖에 없다. 이유는 이렇다. 첫째, 현재 닥친 걱정거리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기 때문이다. 둘째, 과잉보호가 의미하는 것, 즉 어른들이 모든 일을 관리할 수 있다는 건 희망에 불과하다는 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방식을 더는 사용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사회적 거리 두기로 어린이집과 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아이들의 학습이 부모에게 문제로 떠올랐다. 미국 플로리다주 한 가정에서 홈스쿨링하는 모습. REUTERS

어린이 열에 일곱은 심리적 고통
팬데믹 시대에 ‘청소년 웰빙’ 첫 연구가 나왔다. 독일 함부르크 에펜도르프대학병원은 연구를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유행이 아이와 청소년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증명했다. 심리학자 울리케 라벤스 지베레가 이끄는 연구팀은 11~17살 어린이와 청소년 1천 명, 부모 1500명 이상에게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코프지’(Copsy)라는 이름의 이번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 71%가 심리적으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더 쉽게 불안해하고, 더 빨리 짜증을 느끼며, 더 우울하고, 걱정도 많아졌다. 39%는 친구들과 만남이 줄어든 탓에 친구 관계가 악화했다고 답했다. 65%는 이전보다 학교생활과 학습이 더 힘들다고 답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4분의 1과 부모의 3분의 1은 코로나19 유행 이전보다 더 자주 싸운다고 했다.
지베레 교수는 말했다. “우리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어린이의 심리 상태가 나빠질 것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나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에 놀랐다.”
정서적 스트레스는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와 청소년은 이전보다 더 자주 수면장애, 긴장, 두통, 복통을 겪는다. 함부르크 연구진은 그들이 도출한 결과를 코로나 위기 이전에 전국적으로 실시한 연구와 비교했다. ‘낮은 삶의 질을 호소’한 어린이·청소년 비율을 보면 11~13살은 8%에서 41%로, 14~17살은 17%에서 39%로 늘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질문에선 7~10살은 7%에서 27%로 늘었다.
어린이·청소년과 부모가 겪는 문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 중 하나는 ‘고민상담 전화’다. 자원봉사자가 상담전화를 응대하고, 전화를 건 사람은 자신의 고민을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다.
2019년보다 부모 상담 전화는 60% 늘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상담은 거의 20% 늘었다. 다흐페르반트(Dachverband) 소속 안나 자카리아스는 “고민상담 전화에서 일한 지난 12년 동안 이런 증가세는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볼프강 쾰펜은 오랫동안 묀헨글라트바흐에 있는 어린이·청소년 대상 병원에서 주치의로 일했고 소아청소년과의사협회 부회장이다. 그는 “유행병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남길 것이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전혀 짐작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코로나를 불투명하고 위협적인 상황으로 인식한다. 쾰펜의 설명이다. “아이들은 최악의 경우 할머니가 죽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고 느낀다. 이 느낌이 4~6살 아이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부모가 잘 설명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아이에게 심각한 상처로 남을 수 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양육 책임자에게 이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고 호소한다.”
2주 전 결의안 초안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연방 총리가 아이들의 접촉을 친구 한 명으로 제한하고,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수업을 반으로 줄이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도록 요구했지만, 각 주의 총리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멜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 총리 마누엘라 슈베직(사회민주당·SPD)은 이런 제안이 지나치다고 했다. 니더작센주 슈테판 바일(SPD) 지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집에서 하루의 절반을 보내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바이에른을 제외한 모든 주에서 비슷한 의견을 냈다.
이번 수요일, 주지사와 연방총리는 14살 미만 청소년을 접촉 제한 명령에서 제외한다고 결정했다. 최우선 과제는 유치원과 학교의 문을 여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와 주지사들은 한 지점에선 비슷한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학교에 더 강한 규칙을 적용할 시점을 결정할 때, 신규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낮은 수치를 원했지만, 결국 그들은 “새로운 감염자 수가 10만 명당 50명보다 확연하게 많을 때”라고 다소 모호하게 동의했다. 10만 명당 신규 확진자 50명 발생이 확연한 지역에선 7학년부터 수업시간에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 (현재 독일 초등학생은 수업시간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쉬는 시간 등 다른 학급 학생과 만날 가능성이 있을 때는 초등학생도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 -편집자)
일주일에 평균 10만 명당 200명이 넘는 새로운 감염자가 발생하는 지역에선 8학년부터 ‘하이브리드 학습’으로 전환해야 한다. 대면수업을 반으로 줄이고 번갈아 등교하는 것이다. 졸업을 앞둔 학년은 제외된다. 크리스마스 방학은 12월19일로 앞당겨졌다. 학교에는 신속 항원 검사를 지원한다.
친구 한 명만 만날 수 있다는 규칙은 이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위기의 가족’이라는 새로운 부모협회를 만든 하이케 리드만은 이 제안에서 정치가들이 얼마나 어린이들을 배려하지 않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모든 아이가 친구를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면, 틀림없이 어떤 아이는 배제되고 따돌림당한다고 느낄 것이다.”
정치인들이 첫 록다운(이동제한)을 발표했던 2020년 봄, 여러 부모가 연합하기 위해 모였지만 “유치원과 학교의 경우 우리가 주장했던 것의 절반 정도만 실행됐다”고 리드만이 말했다. 많은 학교가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연방정부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고려하지 않고 정책을 결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코로나19 위기팀이 가장 중요한 조처를 협상했을 때, 연방 가족부 장관 프란치스카 기페이(SPD)를 부르지 않은 것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레오폴디나 국립학술연구소 전문가의 조언에 따라, 유치원 문을 나중에야 열었다. 오히려 수영장과 술집이 대부분 유치원보다 먼저 문을 열 수 있었다.

   
▲ 코로나19 이후 아이들은 이전처럼 바깥에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한다. 이 때문에 열에 일곱은 두통 등 심리적 고통을 겪는다. 영국 스코틀랜드 한 강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REUTERS

정부의 자녀돌봄 정책에 대한 비판 높아
이후에야 기페이 장관은 코로나19 유행에서 경제부양책의 하나로 자신이 제안했던 자녀돌봄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밀어붙일 수 있었다. 부모에게 일회성으로 300유로(약 40만원)를 지급하는 것이었다. 자녀가 학교에 가지 못해 일할 수 없는 부모를 위한 코로나19 임금 지급 기간이 6주에서 10주로 연장됐다. 자녀돌봄을 확대하기 위해 연방정부로부터 10억유로(약 1조3천억원)가 마련됐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녀돌봄 보너스를 불만을 잠재우는 입막음으로 받아들였다. 사회적으로 취약한 가정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았고, 사정이 나은 사람들은 돈보다는 자녀돌봄이 결여되고 아이가 수업을 못 받는 것을 더 걱정했다. 전반적으로 일회성으로 돈을 주는 것은 많은 사람이 생각하기에 그냥 돈이 많이 드는 일일 뿐이었다.
기페이 장관은 대부분 조처는 각 주가 알아서 다룰 문제라며 더는 무엇을 할 수 없다고 반복해서 말했다. 그런데도 기페이 장관은 연방정부 결정 과정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을 더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도록 힘써야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독일 연방 교육부 장관도 그리 일을 잘해내지 못했다. 각 주 교육부 장관들과 모여서 하는 회의는 장기적인 위기에 빠져 있었고, 주 교육부 장관 16명은 코로나19 확산에 공동 대처할 방안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 이 상황은 연방 교육부 장관 아냐 카를리체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었다. 학교 정책을 다룰 권위는 부족했지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제시하는 사람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카를리체크 장관은 이런 일을 하는 대신 인터뷰에서 계속 새로운 제안만 했다. 학생, 교사, 부모는 그에게 등을 돌렸다.
정책이 우왕좌왕했던 이유 중 하나는, 어린이가 얼마나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어린아이도 전염을 일으킨다고 추측한다. 비교적 더 많은 사례에서 무증상인 것처럼 보이지만, 어린이 감염도 어른 감염 사례와 비슷할 가능성이 크다. 고학년 청소년에게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현재까지 확실한 결과는 없다.
가족과 교육 정책에 실패한 정치인에 대한 관용은 기대하기 어렵다. 사회를 위해 아이들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역사상 오늘날처럼 아이들이 강하게 보호받고 의료 혜택을 받으며 교육받은 적이 없다.
수천 년간 어린 시절은 짧았고,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린 나이부터 청소년은 완전한 노동력으로 간주됐다. 현대의 어린 시절 개념은 17세기부터 발전했다. 이는 아동의 이상화와 함께 진행됐다. 아이는 자유롭게 성장할 권리가 있고 보호가 필요한 존재로 여겨졌다. 아이는 결점이 있고 스스로에게 실망한 어른보다 나은 인간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는 소설 <에밀>에서 아이에 대한 이상화의 기초를 제공했다. 헤베르트 그뢰네마이어가 불러 인기를 끈 노래 <권력을 가진 어린이>는 <에밀>의 팝 버전이다. 아이콘이 된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8)와 함께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은 부모들이 자랑스러워하는 정치운동이다.
역사학자 마르티나 빈클러는 저서 <아동에 대한 역사>에 이렇게 썼다. “개인주의가 성장하면서 이혼법이 바뀌었고, 여성이 새로운 분야에서 활동하게 되었고, 다양한 피임약이 나왔다. 이는 현실을 바꾸었고, 가족에 대한 생각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가족은 의도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 되었고, 아이는 (적어도 이론적으로) 미리 계획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출산율은 떨어졌고 첫아이를 낳는 나이는 올라갔다. 이 현상이 21세기에 널리 이야기되는 ‘계획된 아이’나 ‘최적화된 아동기’에 대한 전제조건이 되었다.
더는, 특히 중산층에서는, 인생을 그럭저럭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후손을 얻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행복한 아이만이 부모에게 빛이 된다.
그러나 헬리콥터 부모가 되려면 그만한 여유가 있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인생의 시작 조건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자명하게 나타났다. 갑자기 ‘교육에 별 관심이 없는’ 가족과 ‘교육을 중시하는’ 가족에 대한 언급이 많아졌다. 감염병은 사회의 두 계층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토마스 폰 테넨(42)과 그의 딸은 루르 지역 북서쪽 라인베르크에 있는 방 3개(침실 2, 거실1)짜리 아파트에 살고 있다. 테넨은 한부모가정 아버지다. 13살 딸은 게잠트슐레(직업학교와 고등학교를 합친 형태의 학교)에 다닌다. 딸은 읽기와 철자법이 약해 특별수업을 받고 있다. 아버지는 키오스크에서 일한다.
테넨은 학교가 부분적으로 문 닫아야 했던 지난 몇 달이 딸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딸은 그렇게 빨리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그때 나는 마음이 찢어졌다. 내가 일을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키오스크에서 버는 돈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딸과 함께 집에 있을 수 없었다.”
독일에선 거의 3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아동 빈곤 퇴치를 위한 구호단체 아르헤(Arche·‘방주’라는 뜻)는 독일 전역 27곳에 있다. 목사인 베른트 지겔코프가 1995년 베를린에서 아르헤를 설립했다. “코로나19는 사회적으로 불우한 가정을 더 숨을 쉬기 어렵게 했다”고 그는 말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약 350명의 어린이가 베를린-헬러도르프의 아르헤에 왔다. 그룹 규모를 줄여야 하기에 현재는 약 150명만 받을 수 있다. 어린이는 일주일에 한 번만 이곳에 올 수 있다.
지겔코프 목사는 ‘온라인 괴롭힘’
(cyber bullying)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떤 아이가 메시지를 받고 어찌할지 몰라서 그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아이들은 “다음에 너를 만나면 죽일 거야”라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아이들이 지루하다 못해 저지른 일이겠지만, 지겔코프는 “죽고 싶다”는 아이 이야기도 들었다. 그는 아이들과 이야기해본 뒤, 아이들을 뒤흔드는 건 자살 충동이 아니라, 그저 고통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줄 몰라 그렇게 행동했음을 알게 되었다.

   
 

공격 성향 보이기까지
장애아동에겐 더 어렵다. 뤼베크의 소아의학클리닉 부국장 유테 티엔은 “첫 번째 록다운 이후 많은 아이가 이전에 공부하던 환경을 제대로 되찾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티엔은 다운증후군을 앓는 어린 아들을 포함해 자녀 4명을 둔 한부모가정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년은 행동장애를 동반한 심각한 지적장애가 있다. 소년이 특수학교에 다닐 때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었다. 그러다 학교가 문을 닫았다. 다시 학교 문을 열었을 때는, 학교 수업 도우미가 마스크를 지원받을 수 없어 소년은 학교에 갈 수 없었다.
“그 소년은 결국 집에서 공격적이 되었다. 소년의 형은 직업훈련 시작을 미뤄야 했다. 어머니가 소년을 돌보는 일을 도와야 했기 때문이다. 두 여동생은 만성질환을 앓았다.” 이 가족은 완전히 외톨이가 되었다.
“우리는 소년을 입원시켰다. 행동을 개선하기 위해 약을 투여했다. 적어도 버스를 다시 탈 정도로 상태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였다.”

ⓒ Der Supiegel 2020년 제49호
“Generation Corona”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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