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역경을 축복으로 이끌어낸 인도 상인
[세계는 지금] 인도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김문영 mykim_3@kotra.or.kr

김문영 KOTRA 서남아지역본부장

   
▲ 인도 수도 뉴델리 카슈미리게이트 인근에서 노점을 하는 상인이 차를 따르고 있다. 연합뉴스

세상에서 가장 장사를 잘하는 상인은 누굴까? 흔히 유대인을 떠올린다. 유대인을 능가하는 이들이 아랍 상인이며, 아랍 상인을 뺨치는 이들이 바로 인도 상인이다. 이들 ‘인상’(印商)을 대표하는 상인이 마르와리와 구자라티 상인이다.
이들의 특징은 모두 결핍과 고난의 땅 출신이란 것이다. 사막을 근원으로 한다. 중국 황허강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기름진 곡창지대로 전 인도 대륙을 먹여 살렸던 갠지스강과 인더스강 평야지대에는 변변한 상인 집단이 없다.

사막의 상인 ‘마르와리’
인도 상인의 으뜸은 마르와리 상인이다.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의 마와르 지역에 기반을 두었고, 일반적으로 라자스탄 상인을 일컫는다. 라자스탄은 연평균 강수량이 200㎜ 미만의 아열대 기후이고 국경 넘어 파키스탄까지 이어지는 세계 9위 규모의 타르사막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모든 것이 부족한데 특히 생명의 근원, 물이 부족하다.
자력으로 먹고사는 것이 어렵고 카스트제도의 상인(Baniya·바니야) 전통에 따라 한 번 떠나면 몇 달에서 몇 년이 걸리는 사막 대상(隊商) 무역과 영주를 상대로 한 금융업에 종사했다. 척박한 환경과 대상길에 수반되는 수많은 위험을 겪으며 일족과 종족 간의 피와 같은 유대, 연대 DNA를 쌓았다. 대상길에 남은 처자를 일가와 일족이 서로 돌봐야 했다.
주요 이동 경로에 먼저 정착하는 데 성공한 선대가 일종의 무료 게스트하우스를 제공하고 그곳에서 일족 대상들과 상품, 지역, 기타 정보와 노하우를 교환하고 토론했다. 교역 거점에서 먼저 성공한 마르와리는 새로 이주한 동족이나 젊은이들을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도제 시스템으로 교육했다. 배신자나 빚지고 도망가는 자는 집단의 힘으로 철저히 응징해, 남은 가족을 위해서라도 평생 갚아야 했다.
대금으로 현금을 운반하는 번거로움과 위험을 우회할 수단으로 일종의 신용어음(Hundi)을 고안해 통용시켰다. 일단 주머니에 들어가면 나오는 법이 없었다. 근검에 자린고비였지만 기회라 싶으면 ‘올인’ 하기를 좋아했다. 현대판 선물시장에 앞서 작황과 날씨, 상품별 선물시장을 일찍부터 개화시켰다.
19세기 중엽 대기근과 고향의 정치적 무질서, 인도 대륙의 새로운 지배자 영국이 제공하는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찾아 이들은 고향을 떠나 동부 콜카타, 서부 뭄바이, 남부로 이동했다. 축적된 경쟁력과 집단 내 유대를 통해 인도 전역을 지배했다.
세계 제1의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 영국 제1의 부자집단 힌두자그룹, 인도 중화학공업의 대표 비를라그룹 등 전통산업은 물론 플립카트·스냅딜·민트라 등 인도 전자상거래와 ITeS(IT-enabled Service) 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바다의 상인 ‘구자라티’
인도 상인집단의 대표 양대 축인 구자라티도 비슷하다. 구자라트 출신 상인이라는 뜻이다. 라자스탄 남쪽에 인접한 주로 꾸불꾸불 1700㎞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중동·아프리카와의 해상무역, 내륙 사막 대상 교역에 종사했다.
모험과 위험을 무릅쓴 수천㎞ 바닷길 교역에서 성공할 때는 사막보다 더한 보상을 받았다. 일족 간 유대와 해상교역 문화와 돈 감각을 키웠다. 경제 수도 암다바드는 인도의 상업과 장사에서 현장 아카데미로 통한다. 구자라티 중 주식거래 계좌를 가지지 않은 사람이 없다고 하고, 인도 주식 자금의 70% 정도가 구자라티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중서부 수라트를 중심으로 세계 다이아몬드의 90%를 이곳에서 가공해 수출한다.
현재 인도 10대 기업집단 중 아시아 최대 부자인 무케시 암바니의 릴라이언스그룹, 자인교도로 당대에 인도 10대 재벌로 성장한 아다니의 아다니그룹 등 5곳이 구라자티다.
이주·모험 정신은 해외 이주로 이어져 4100만 명의 해외 거주 인도인(NRI·Non Resident Indian) 가운데 미국, 영국, 캐나다의 인도 이주민 핵심 집단이 구자라티다. 미주 한인 평균소득의 약 두 배로 미국 내 가장 고소득 이주민이다. 미국 내 호텔과 모텔 산업의 30%를 구자라티가 지배하고 있다.

   
▲ 인도 상인은 인도 성장의 또 다른 주역이다. 우산을 파는 인도 상인의 모습. 연합뉴스

소수민족, 세계 초일류 상인집단 ‘파르시’
파르시(Parsi)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조로아스터의 배화교 가르침을 믿는 인도 내 초일류 소수민족 집단이다. 18세기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청교도와 비슷해, 8~10세기 이슬람화한 이란 땅의 박해를 피해 인도 서부 구자라트 해안가에 정착한 이주민족이다.
주변인, 주류가 아닌 소수민족의 삶은 고단하다. 약자로 항상 주류나 권력 동향에 선을 대놓아야 했고, 언제 다가올지 모를 위험에 대비해야 했다. 항상 깨어 있어야 했고 집단 내 응집력을 높여야 했다. 주변 환경과의 공존과 기여는 교리는 물론 생존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가장 번성한 시기에는 12만 명, 현재는 약 6만 명의 소수민족으로 주로 구자라트에 기반을 두다가 인도 경제수도 뭄바이의 개발·성장기 주역으로 참여해, 현재 대부분 파르시는 뭄바이에 산다.
인도 산업 근대화에서 선도하는 1위 기업집단인 타타와 고드레지, 와디아가 파르시계 기업집단이다. 15억 개로 세계 최대 코로나19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춘 SII(Serum Institute of India)도 파르시계다.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신뢰 집단”으로 사랑받고 옆집 건너 박사가 있다고 할 정도로 교육수준도 높아, 세계적인 지휘자 주빈 메타, 인도 원자력의 아버지 호미 바바 등 수많은 명사를 배출했다. 유대인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초일류 소수민족 집단으로 불린다.

고난과 유랑의 유대 상인, 중국의 객가
역경과 고난을 축복으로 만든 예는 인도 상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바빌론유수와 유대민족을 세계로 흩어지게 한 디아스포라는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유대 상인 집단을 만든 자양분이자 신의 축복이었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세계경제사는 물론 현재의 세계 금융, 정보기술(IT), 영화, 귀금속 산업과 학술·과학 분야에서 유대인을 제한 논의는 무의미하다.
객가(客家)는 쑨원, 덩샤오핑은 물론 싱가포르의 리콴유, 타이의 탁신 등을 배출해 세계에서 ‘화상(華商) 중의 화상’으로 통하는 중국계 상인 집단이다. 중국 한족 출신 8대 민계 중 하나로, 대륙 내 수많은 전란과 기아를 피해 이동을 반복한 유민집단이며 세계 3천만 화상의 본류다. 이주 뒤 근검절약과 저축, 교육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일단 자리를 잡으면 형제부터 친지까지 하나둘 불러왔다. 혈연·지연과 동업조합 성격의 공동 운영, 분배 시스템과 문화를 정착시키고 경제·정치적 영향력을 키웠다. 필리핀·타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서구에 자리잡은 화교 집단의 성장 경로이자 경쟁력의 원천이 되었다.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보며 쓴 것 같다는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는 인류사에서 대문명, 위대한 문명의 발원지는 풍요가 아닌 척박한 땅이었다고 한다.
세계 4대 상인 집단의 하나인 인도 상인의 발전사와 현재는 구분이 안 가는 공통점이 차고 넘친다. 환경의 척박과 고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을 넘은 집단문화와 시스템, 공동체 교육이다.
바이러스 창궐로 2020년은 개인을 넘어 사회, 국가, 온 인류가 성찰하고 되돌아봐야 하는 역경의 해였다. 2021년 새해 신축년(辛丑年) 인도·유대·중국 상인의 환난과 축복의 예가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감사의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