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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취업준비생은 어떻게 보호받을까
핀란드 복지국가 산책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신영규 youngkyu.shin@gmail.com

신영규 핀란드 국립보건복지연구원(THL) 방문연구원

   
▲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청년들이 스타트업(신생벤처기업)에 뛰어드는 데는 이 나라의 관대하고 보편적인 노동복지가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연합뉴스

2017년부터 2년간 실시된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우리나라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2020년 5월 기본소득 실험 최종보고서가 발표되면서 그 결과를 놓고 다양한 해석과 논의도 활발히 이뤄졌다. 청년실업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낮은 수준의 고용률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기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제도를 지지하는 의견이 늘고 있다.
반면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제도에 대한 시민의 관심은 그리 높지 않다. 사회민주주의 당을 중심으로 구성된 핀란드 중도좌파 연합정부도 기본소득제도 도입은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 사회보장제도를 개편하기 위해 국가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그렇다면 현행 제도에서 핀란드 취업준비생은 어떻게 소득을 보장받고 있을까?

대학과 직업훈련 모두 무상
핀란드 취업준비생은 상환해야 할 학자금대출이 없다는 것이 우리나라 취업준비생과 다르다. 핀란드에서 공교육은 무상으로 제공된다. 대학 교육뿐만 아니라 직업훈련도 무상이다. 따라서 학비를 위해 대출받고 그것을 상환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일할 필요가 없다.
부모에게서 독립해 생활하는 학생들은 누구나 정부로부터 매달 253유로(약 33만원) 정도의 학업보조금을 받는다. 양육하는 자녀가 있는 학생은 약 354유로(약 46만원)를 받는다. 학생의 주거 안정을 위해 지방정부와 대학은 저렴한 월세로 기숙사를 충분히 제공한다. 이처럼 관대한 혜택이 제공되지만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는 부족하기에 핀란드에서도 많은 학생이 부모 도움을 받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핀란드에서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하기는 쉽지 않다. 상당수 청년이 짧지 않은 취업 준비 기간을 갖는다. 취업준비생은 핀란드 중앙정부기관인 사회보험청(KELA)에서 노동시장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노동시장보조금은 실업급여의 일종으로 노동시장 참여 이력이 없는 구직자나 실업보험기금에서 지급하는 실업수당의 수급 기간이 만료된 장기 실업자에게 지급된다. 노동자와 고용자의 기여금을 바탕으로 운영되는 실업보험과는 별도로 조세로 운영되는 또 하나의 실업급여제도가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시장보조금은 구직자 소득을 지속해서 보장하는 동시에 노동시장 참여 지원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구직 활동을 수급 요건으로 한다. 2020년 기준 노동시장보조금 급여액은 월평균 724유로(약 94만원) 수준이고, 수급자는 구직 활동을 유지하는 한 이 보조금을 무기한 받을 수 있다.
단, 노동시장보조금은 소득을 조사해 지급이 결정된다. 이때 배우자 소득은 고려되지 않고, 구직자가 부모와 함께 거주할 경우 부모 소득이 수급 자격과 급여액에 영향을 미친다.
핀란드 취업준비생은 사회보험청에서 주택수당도 받을 수 있다. 주택수당 수급 자격과 급여액은 신청 가구의 규모, 소득, 거주 지역, 주택 유형, 주택 유지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취업준비생 대부분은 독립가구를 이루고 소득이 많지 않기 때문에 주택수당을 받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핀란드 사회보험청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연금수령자를 제외하고 주택수당을 받은 가구는 약 38만 가구였고, 한 가구당 매월 약 323유로(약 42만원)가 주택수당으로 지급됐다. 이 가운데 1인 가구는 약 26만 가구로 2010년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났다.

취업준비생도 유급 출산휴가를
핀란드에서는 취업준비생도 유급 출산·육아 휴가를 가질 수 있다. 실업자가 어떻게 유급휴가를 갖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출산과 육아가 구직 활동을 어렵게 함으로써 노동시장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이 시기에 구직자에게 발생하는 소득 상실을 유급 출산·육아 휴가로 보상하는 것이다. 직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모두 유급 휴가 기간이 동일하고 그 기간 지급되는 수당만 차이가 있다.
임산부는 출산 앞뒤로 4개월간 유급 출산휴가를 갖는다. 이 휴가가 시작되기 전 학생이거나 실업 상태에 있던 산모는 매월 750유로(약 98만원) 정도 수당을 받는다.
출산 뒤, 모든 아빠는 동일한 금액의 수당을 받으며 9주 동안 유급휴가를 가질 수 있다. 산모의 출산휴가가 끝나면 부모 중 한 명이 약 6개월간 유급 육아휴가를 쓸 수 있다. 이때도 출산휴가 때와 동일한 금액의 수당이 지급된다.
비록 핀란드 소득보장제도의 일부분만 살펴봤지만, 취업준비생이 받을 수 있는 현금급여 내용만 봐도 핀란드 사람들이 왜 기본소득제도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다. 핀란드에서는 이미 관대한 수준의 현금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핀란드 소득보장제도는 생애주기에 따라 다양한 사회적 위험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유기적으로 설계됐다.
보편복지 원리에 따라 사회적 위험에 직면한 사람이면 누구나 그에 대응하는 현금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무경력 구직자에게도 실업급여를 지급하고 실업자에게도 유급 출산·육아 휴가를 보장하는 핀란드 사례는 신선한 관점을 제공한다. 사실 직장을 다니던 사람보다 그들이 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할 가능성이 큰데도 기존 사회보험 틀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금급여에 대한 한국 사회의 관심과 논의가 활발하지 않은 상황에서 핀란드 사례가 보여주는 여러 특징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혁신과 복지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는 북유럽 복지국가인 핀란드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특히 핀란드의 사회정책이 어떻게 시민들의 삶을 안정시키는지 탐색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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