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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노동 가치는 GDP 대비 최대 3%”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돌봄경제- ② 돌봄노동의 가치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이창곤 goni@hani.co.kr
   
▲ 돌봄노동을 법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도 끊이지않고 있다. ‘돌봄노동자를 위한 연대’ 단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회에 관련 입법을 촉구하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돌봄은 딸과 며느리 등 가족 구성원이 무급으로 하는 일이 아직도 많다. 이처럼 자본주의 시장경제 영역 밖에서 가격이 매겨지지 않다보니 돌봄은 여전히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 그러나 가족이든 가족이 아니든, 모든 돌봄은 누군가가 자신의 시간을 지출하는 노동 행위다. 따라서 누군가가 투여한 그 시간은 엄연히 다른 활동의 기회비용이다. 이런 맥락에서 학자들은 아동과 노인 등을 위한 무급 돌봄노동의 가치를 평가하고 인정하기 위해, 돌봄노동 시간과 그 경제적 가치를 연구해왔다.

돌봄노동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법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돈으로 추산해낼까? 학자들은 이를 위해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는 돌봄노동을 정의하고, 둘째는 그에 근거해 돌봄노동 시간을 산출하는 것이다. 사실 돌봄노동을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하냐는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문제다. 그 정의에 따라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가 크게 달라지거나, 과소 또는 과다 추정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돌봄노동 하면, 얼굴을 맞대고 아이나 노인을 돌보는 직접적 행위를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누군가를 돌보는 일이 이런 직접적 행동만으로 그칠 수 없다. 요양보호사가 거동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돌볼 때 가사 지원을 하는 것처럼, 돌봄을 받는 아이나 노인을 위해 의식주 관련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돌봄노동이다. 그래서 학자들은 전자를 ‘직접 돌봄노동’, 후자를 ‘간접 돌봄노동’이라 지칭하며 이 둘을 합해 돌봄노동으로 규정한다.
이렇게 돌봄노동을 정의하는 데도 일반적인 가사노동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자녀를 위해 요리하거나 쇼핑했다면 가사노동이 분명하지만 이를 돌봄노동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돌봄노동을 둘러싼 쟁점은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 추정이 큰 편차를 보이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요소는, 투입한 시간에 임금률을 적용해 돈으로 산정하는 것이다. 여기엔 ‘누군가를 돌보는 데 들인 시간을 실제 돈을 버는 데 썼다면 얼마일까’라는 가정에 기반을 둔 방식(기회비용법)과, 돌봄노동을 한 사람이 본인이 직접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하게 할 때 치러야 할 값을 매기는 방식(대체이용법)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는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로 추산될까? 충남대 윤자영 교수(경제학)가 최근 이를 시도해 값을 내놓았다. 윤 교수가 이를 위해 사용한 기초자료는 ‘2019년 생활시간 조사’다. 이 조사는 만 10살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1만2345가구의 약 2만9천 명에게 연속 이틀의 시간 일지를 10분 단위로 작성하도록 한 것이다. 윤 교수는 10살 미만 아동 돌봄(간호하기, 공부 봐주기, 책 읽어주기, 대화하기), 10살 이상 아동 돌봄, 장기 돌봄이 필요한 성인 돌봄, 돌봄과 관련한 이동 등을 직접 돌봄노동으로 분류하고, 음식과 식사 준비, 세탁, 청소 등을 간접 돌봄노동으로 분류했다. 그다음 돌봄 시간을 측정하고 여기에 노동자 평균임금률을 적용했다. 다만 남성에게는 남성의 시장노동 평균임금률, 여성에게는 여성의 시장임금률을 적용했다. 시간당 임금 자료는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를 활용했다.

여성, 남성보다 3배 많이 돌봄노동
연구 결과, 우리나라 만 15살 이상 개인은 여성이 남성보다 가사·돌봄 노동에 일일 평균 2시간 이상을 더 투입하고, 시장노동에선 남성이 여성보다 2시간을 더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런 시간 투입은 자녀가 있는 가구와 없는 가구에 따라 달랐다. 예를 들어 10살 미만 자녀가 있는 가구의 남성은 가사노동에 겨우 0.77시간, 아동 돌봄에 0.91시간을 쓰지만, 여성은 각각 3.20시간, 2.99시간을 쓴다.
같은 방법으로 만 20살 이상 개인의 1인당 돌봄노동 시간을 계산하면 남성이 연간 497시간, 여성은 1426시간으로 분석됐다. 특히 여성은 시장노동에 투입하는 시간의 약 77%에 해당하는 시간을 직간접 돌봄노동에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간은 10살 미만 아동 돌봄, 10살 이상 아동 돌봄, 가사노동 등으로 쪼갤 수 있다. 이 시간에 각기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임금을 준다고 가정하면 남성은 연간 평균 583만원~657만원, 여성은 1681만원~1858만원의 노동 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만 19살 미만의 자녀와 함께 사는 가구주나 배우자 여성은 임금노동자의 연평균 시장 노동시간의 1.26배나 많아 그 경제적 가치가 2786~3261만원에 달했다. 미취학 자녀가 있으면 3539~4173만원으로 높아지는 걸로 추산됐다.
이를 전체로 환산하면 남성은 12조7천억~14조3천억원, 여성은 37조9천억~41조9억원에 이른다. 이를 거시지표인 국내총생산(GDP, 2019년 1919조400억원)에 견줘보면,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GDP 대비 2.64~2.93%에 해당한다.
윤 교수는 정부지출과도 비교해 제시했다. 그 결과는 보건, 교육, 사회보호 부문에 대한 정부지출의 20.52~23.78%에 해당한다. 윤 교수는 “이는 가정에서 무급 돌봄노동이 없다면 정부는 최대 20.52~23.78%에 해당하는 지출을 추가로 해야 함을 시사한다”며 “정부의 돌봄사회화 정책으로 무상급식, 보육, 방과후교실, 장애인 돌봄, 요양 관련 제도와 사업으로 가정의 돌봄노동이 공적 영역으로 상당히 이동했으나 여전히 가정에서 창출하는 돌봄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상당하다는 걸 보여준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이런 돌봄노동이 우리 일상에서 얼마나 필수적인 노동이고 한 나라와 사회, 공동체를 위해 얼마나 기여했는지 새삼 뼈저리게 확인시켜준다. 나아가 누군가에는 돌봄이 고통이고 굴레가 될 수 있으며, 돌봄 공백을 비롯한 건강한 돌봄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 얼마나 중요하지도 깨닫게 해준다. 기실, 돌봄노동의 가치를 어찌 화폐만으로 따질 수 있겠는가.

* 복지를 다년간 살피고 책도 펴냈다. 그러다 ‘복지와 경제의 호혜적 융합’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늦깎이 경제 공부에 매달리는 언론인이자 사회과학도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혁, 그 수단으로서 좋은 정책과 복지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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