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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허시먼의 터널’과 소득·고용 불평등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29호] 2021년 01월 01일 (금) 조계완 kyewan@hani.co.kr
   
▲ 2020년 7월14일 한국공항공사 자회사 노동자 준법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평생 일해도 최저임금,제대로 받아보자’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년간 지구 행성을 휩쓸며 맹위를 떨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전 지구적으로 일국 내부의 소득·고용 불평등 현상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공식·비공식 자영업 등 경제부문별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 규모별로, 정규직과 불안정 비정규직 등 종사상 지위별로 사회경제적 집단과 계층에 따라 코로나19가 소득과 고용에 미치는 충격은 뚜렷이 다르다.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나 ‘코끼리 곡선’으로 유명한 블랑코 밀라노비치의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 부류의 정교한 학술 분석을 넘어, 우리 주변 현장에서 목도하는 현상이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이 1970년대에 제시한 ‘터널효과’는 경제성장과 분배 불평등 사이의 문제를 2차선 일방통행 터널에 비유한다. 경제성장 초기에는 터널 속 두 차선 중 한쪽 차선이 움직이면 다른 차선에서 기다리는 사람도 자기 차선이 곧 움직일 거라고 기대하게 된다. 즉, 당장은 경제성장 혜택을 남들만 얻더라도 그 혜택이 나중에 자신에게도 돌아올 거라는 생각에 소득 불균형을 어느 정도 수용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옆 차선만 움직이고 자기 차선은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이내 좌절감으로 불만이 쌓이고 터널 안에서 차량을 통제하는 질서유지 요원을 불신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터널 안에서 규칙에 대한 무시가 판치고 불안이 들끓고 혼잡과 정체는 더욱 심해진다.
이 우화는 경제학자들이 <국부론>(애덤 스미스)에서 이끌어낸 뒤 시장경제 작동의 보편 원리로 삼아온 ‘적하효과’(Trickle-down Effect)를 보여준다. 더 이목을 끄는 대목은 터널 안에서 사회적 소요와 불안이 점차 팽배해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어쨌든 견디고 이겨낼 것이지만, 불평등 심화를 과연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까. 지금 세상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어떤 임계치(혹은 특이점)를 향한 경향이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는 슈퍼 인공지능(AI) 발달이 가져올, 전혀 새로운 세상으로 전환될 특이점이다. 다른 하나는 사회적 폭발을 내재한 불평등 임계치로, 코로나가 그 방아쇠 구실을 하고 있다.
1963년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댐 건설 프로젝트를 두고 특정 지역 선거구를 위한 정책이란 비판이 일자 “밀물이 들면 모든 배가 다 떠오른다”고 반박했다. 경제가 성장하면 시장 참여자 모두 그 혜택을 고루 나누게 된다는 비유다. 하지만 21세기 사회경제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마태복음)는 이른바 ‘마태효과’가 지배하는 세상이다.
과학기술·지식·정보·디지털 부문의 ‘혁신과 충격’이 격동하는 시장경쟁에서 해안의 작은 배들은 이런 밀물에 좌초해 부서지고 있다. ‘코로나 그 이후’에 그 흔적은 더 깊고 넓게 드러날 것이다.
소득·고용 불평등 해결에는 정치적 방식(조세재정을 통한 소득 재분배)과 시장을 통한 방식(임금 배분 몫 향상)이 있다. 자본주의에서는 주로 시장을 통해 분배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분배 방법이 없을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법정 최저임금 인상 등을 통한 노동시장 1차 분배와 복지 재정지출을 통한 정치적 해결, 이 두 가지를 ‘동시 추구’해왔다.
맹렬한 코로나 진군에 숨죽여온 인류가 이제 백신을 앞세워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코로나발 불평등’을 교정하기 위한 또 다른 싸움은 매우 힘겹게 또 오래 진행될 공산이 크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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