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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그늘 벗어나 기술 독립 안간힘
[BUSINESS] 반도체 공급 끊긴 화웨이- ② 와신상담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장얼츠 張而馳
허수징 何書靜
취후이 屈慧
<차이신주간> 기자

   
▲ 2019년 5월 중국 광둥성 선전 화웨이 본사에 전시된 하이실리콘의 쿤펑 920 칩셋. 화웨이의 반도체설계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은 미국 제재의 직격탄을 맞았다. REUTERS

2019년 5월, 미국이 화웨이를 거래제한 명단에 추가하자 화웨이가 공들여 키운 ‘예비타이어’ 하이실리콘이 전면에 나서 화웨이가 난관을 극복하도록 도왔다. 1년 뒤 미국은 제재 수위를 높여 반도체 개발의 핵심인 하이실리콘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TSMC, SIMC 등 반도체위탁생산업체를 이용할 수 없게 돼 반도체설계업체인 하이실리콘은 막다른 길로 몰렸다. 2020년 8월 위청둥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반도체를 설계만 하고 제조하지 않기 때문에 9월15일이 지나면 고급형 반도체와 AI 프로세서를 생산할 수 없다”며 “매우 큰 손실”이라고 말했다.
하이실리콘은 외부 기업에도 제품을 판매한다. 5월부터 미국 제재가 강화돼 중국에서 보안용 감시카메라 등에 쓰이는 하이실리콘 반도체를 구하기 힘들어졌고, 업계 전체가 마음을 졸이고 있다. 카메라 제조사는 하이실리콘 반도체를 살 수 없어 외국 고객사가 주문한 물량을 납품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보안 제품과 TV에 들어가는 모든 반도체를 만들 수 없는 게 아니다. 기술 수준이 낮고 미국 기술과 관련이 없으면 만들 수 있다. 수준 높은 기술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웨이 관계자는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를 더 낮은 수준의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이실리콘 직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라며 막막해한다.

직격탄 맞은 하이실리콘
기술직 직원은 최근 하이실리콘 내부에서 디지털반도체의 일부 작업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두 유형 가운데 하나인 디지털반도체의 범주에는 CPU와 AI 프로세서가 속한다. 제조공정 수준이 높다. 디지털신호를 변조 없이 그대로 전송하는 베이스밴드칩처럼 공정에 대한 요구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아날로그반도체의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사업 조정과 전망 등의 영향으로 최근 자발적으로 또는 어쩔 수 없이 하이실리콘을 떠나는 직원이 늘었고 신입직원 채용도 힘들어졌다. 기술직 직원은 “동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이대로 2~3년이 지나 다른 반도체기업 직원들이 받는 처우를 부러워하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 제재가 시작된 뒤 다른 기업은 국산 반도체로 대체하려는 흐름에 편승했기 때문이다.
하이실리콘으로선 최근 6개월 동안 임원 이동이 거의 없는 게 다행이다. 2018년 9월, 하이실리콘 최고전략책임자였던 추칭이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으로 이직했고, 11월 UNISOC(紫光展銳)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이후 하이실리콘 연구개발팀의 핵심이던 미샤오룽과 양인창, 황위닝, 저우천을 데려갔다. 이들은 대부분 UNISOC로 이직하기 전에 다른 기업에서 근무했고, 하이실리콘에서 직접 넘어간 것은 아니었다. 미국 제재를 강화한 5월 이후 허팅보 총재가 이끄는 하이실리콘 경영진에는 변동이 없었다.
2020년 51살인 허팅보 총재는 베이징우전대학을 졸업한 뒤 화웨이에서 24년 동안 근무했고, 반도체 개발을 담당했다. 2004년 하이실리콘 설립과 동시에 최고경영자로 취임했다. 이 ‘여장부’의 지휘 아래 하이실리콘은 직원 7천 명 규모의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베이징과 상하이, 한국, 일본, 유럽에 진출했다. 제품은 스마트폰과 서버, 카메라, 5G 베이스밴드, AI 분야를 망라한다.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기린 시리즈 프로세서는 퀄컴과 경쟁할 수 있을 정도다.
중국반도체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9년 하이실리콘의 매출은 842억6천만위안(약 14조2천억원)으로 2018년 대비 68% 늘었다.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가운데 1위를 유지했다. “몇십 년 전까지 심각하게 낙후됐던 반도체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지금은 발목이 잡혔다. 우리는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했고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차이나 인포100 서밋에 참석한 위청둥 최고경영자는 반도체 분야 가운데 자산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사업과 자본집약형 산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사슬에 참여한 모든 기업이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함께 노력해 전자설계자동화(EDA)와 소재, 제조공정, 설계능력, 패키징, 테스트 등 각 분야에서 성과를 거둬 능력을 키우자고 호소했다. 그렇게 해 2세대 반도체에서 3세대 반도체로 넘어가는 시기에 외국 경쟁사를 추월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중국를 대표하는 반도체 수탁생산 업체인 SMIC의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하이실리콘이 SMIC에 생산을 맡기는 것도 봉쇄됐다.REUTERS

28나노 비A 생산라인
미국 기술에서 벗어나기 위해 화웨이는 공급망의 합종연횡을 추진하고 ‘비A’ 생산라인을 만들고 있다. A는 아메리카의 첫 알파벳으로 미국을 뜻한다. 즉, 미국 기술이 쓰이지 않은 생산라인을 만든다는 것이다. 화웨이 직원은 2022년 또는 그 전에 미국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생산라인에서 28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한편 더 앞선 기술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화웨이는 국내 산업사슬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도 최근 푸단대학, 칭화대학, 중국과학원 등 연구기관을 방문해 협력을 약속받았다.
상하이교통대학을 방문한 런정페이 최고경영자는 “살아남아야 한다는 희망으로 기운을 내 자구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웨이커넥트2020 콘퍼런스에서 궈핑 순환 회장은 1990년대에 디지털교환기를 개발한 경험을 회고했다. 당시 중국에서 쓰는 교환기는 100% 중국산 제품이 아니었다. 서방국가가 중국에 수출을 제한하자 화웨이가 원리부터 공부해 중국산 디지털교환기를 만들어냈다. 그는 “화웨이는 믿을 수 있는 공급망을 기꺼이 돕겠다”며 “협력사의 반도체 제조와 장비, 소재 분야 능력을 강화하는 일이 결국 우리를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반도체장비 분야 관계자는 2020년 5월부터 일부 중국 기업이 미국 기술을 유럽과 일본 기술로 대체하는 등 미국 기술이 포함되지 않은 28나노 생산라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취약한 반도체 노광기의 경우, 상하이마이크로전자장비(SMEE)가 2021년 중국산 28나노 노광기를 출시할 계획이다. SMEE 마케팅 담당자는 노광기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 현재 조립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8나노 생산라인을 만들더라도 수율을 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반도체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반도체기술에서 28나노 공정은 첨단 기술이 아니다. TSMC는 2020년 3분기에 5나노 공정의 양산을 시작했다. 앞으로 4나노 공정 기술로 확장하고, 3나노 공정도 2022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러나 28나노는 제조공정과 기술 수준을 나누는 분수령이다. 현재 가성비가 가장 높은 기술로, 사물인터넷과 자동차 전자장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된다.
바오윈강 중국과기원 컴퓨팅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기업 관점에서 28나노 이상 중저급 제조기술은 기술 장벽이 높지 않지만, 시장이 넓다고 말했다. “2020년 2분기 TSMC 매출에서 28나노 이상 공정의 비중이 45%였다. 한 해에 150억달러 넘는 매출을 창출했고, SMIC의 연간 매출액 31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28나노 공정으로 다양한 프로세서를 제조할 수 있다. 모든 반도체에 10나노, 7나노처럼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바오윈강 연구원은 말했다.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가 모든 인력을 선진 기술 연구에만 투입하지 말고 28나노 이상 공정에도 자원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서비스 능력을 개선하고 장비, 소재, 부품, EDA, IP 등을 확보하고 조율하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협력사와 상생
화웨이 스마트폰은 다르다. 28나노 공정으로 7나노 공정의 퀄컴 반도체를 사용하는 경쟁사와 겨루기는 어렵다. 5나노 공정 반도체를 쓰는 애플에 대항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TV와 보안용 감시카메라 등 다른 분야는 하이실리콘의 다양한 반도체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스마트TV에 쓰이는 훙후 프로세서는 28나노 공정을 쓴다.
화웨이의 5G 기지국용 칩셋 톈강은 7나노 공정을 채택해 전력 소비를 줄였다. 화웨이 관계자는 기지국에는 스마트폰만큼 저전력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며, 다른 공정으로 대체해도 소프트웨어 등 다른 분야에서 성능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외부 투자를 거의 하지 않던 화웨이는 2019년 4월 하보(哈博)과학기술투자유한공사를 설립해 산업사슬에 소속된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1년6개월 만에 칭훙(慶虹)전자, 쑤저우위타이마이크로(蘇州裕太微)전자, 산둥톈웨(山東天岳)선진재료, 쓰루이푸(思瑞浦)마이크로전자 등 17개 기업에 투자했다. 대부분 반도체 제조 산업사슬에 속한 기업이다. 일부는 현재 화웨이의 협력사이고, 중고급형 제품을 육성하는 단계나 양산 초기 단계에 있는 기업이다.
화웨이커넥트2020 콘퍼런스에서 궈핑 순환 회장은 화웨이의 핵심 사업은 ‘연결’과 ‘컴퓨팅’에 집중된다며, 화웨이가 투자회사를 통해 공급망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결국 일개 기업이고 산업사슬이 아니다. 투자와 기술을 통해 산업사슬이 성숙해지고 안정되도록 돕겠다.”
공급망 강화를 위해 화웨이는 협력사에 ‘함께 성장하고 상생하자’는 신호를 보냈다. 궈핑 순환 회장은 5G 기지국 냉각장치 제조업체 쿨러마스터(訊強電子)의 사례를 소개했다. 쿨러마스터는 2016년부터 화웨이와 협력했고, 5G 냉각장치 개발에 집중했다. 화웨이 지원을 받아 표면처리공법 등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가공과 물류 작업을 개선해 생산원가를 30% 이상 낮췄다. 화웨이와 협력한 3년 동안 쿨러마스터의 화웨이 매출은 20배 이상 늘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41호
華為: 斷供后的長征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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