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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4억 명이 애용하는 이유
[ISSUE] 텔레그램 집중 탐구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크리스티나 플레트 economyinsight@hani.co.kr

러시아 기업인 파벨 두로프는 2013년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텔레그램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해 파벨이 지금까지도 사재를 털고 있다. 그는 자신을 ‘표현의 자유’ 수호자로 인식한다. 여느 소셜미디어 앱과 달리, 텔레그램은 이용자 콘텐츠에 관여하거나 삭제하는 일이 거의 없다. 모바일 메신저 앱 텔레그램은 음모론자와 민주주의 운동가 모두에게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그 이유를 살펴봤다.

크리스티나 플레트 Cristina Plett 자유기고가

   
▲ 2013년 러시아 기업인 파벨 두로프가 만든 텔레그램은 파벨이 지금까지도 사재를 털어 운영되고 있다. REUTERS

미하엘 벤틀러는 그사이 완벽하게 진영을 갈아탔다. 지금까지 텔레비전에 가수로만 출연하던 벤틀러는 이제 ‘코로나는 존재하지 않는 사기’라고 주장하는 인사로 더 잘 알려졌다. 그는 가수로 데뷔하기 전 원래 이름인 ‘미하엘 노르베르크’라는 닉네임으로 텔레그램 그룹채팅방을 열었다. 2020년 10월 둘째 주, 그 그룹채팅방에서 9만 명 이상이 “팬데믹 광기를 당장 중단하라!” 등의 메시지나 코로나바이러스 위험을 의문시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받았다.
팬 사이에 ‘우리 벤틀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노르베르크는 특히 비건(채식주의) 셰프 아틸라 힐트만을 자주 인용한다. 힐트만은 오래전부터 텔레그램에서 독일어권 최대 규모 그룹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
10월 첫 주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반대파는 시위대 전용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 라이브’(Nexta Live)에 ‘오늘 민스크 시민들은 모두 함께 도심 행진에 합류해달라는 호소문’을 올렸다. 이 메시지를 읽은 사람만 90만 명에 이르렀다. 넥스타 라이브는 벨라루스 야권의 가장 중요한 통신수단이다.

우파와 좌파 모두 이용하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은 우파 음모론자부터 민주주의 운동가까지 아울러 전세계 4억 명이 이용한다. 텔레그램은 오랫동안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의 글로벌 선두 주자인 와츠앱과 비교해 익명이 보장되는 철통 보안으로 자리잡았다. 텔레그램 이용자는 실명과 휴대전화 번호를 숨길 수 있다.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공개하지 않는다고 텔레그램은 설명한다. 그리고 오픈소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보안성이 강화된 시그널(Signal) 메신저 앱이나 트리마(Threema) 메신저 앱이 등장했어도, 텔레그램은 여전히 익명성의 대명사 메신저 앱으로서 아성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래서 텔레그램은 표현의 자유가 제한된 러시아, 이란, 홍콩 등의 나라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다.
와츠앱과 달리 텔레그램은 일대일 비밀채팅방 외에 수십만 명이 동시 접속하는 그룹채팅도 할 수 있다. 텔레그램에는 인원 제한이 없다. 자신의 실명을 숨기면서 동시에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려는 이용자가 높이 평가하는 기능이다. 벨라루스 민스크 시위대나 독일 음모론자 모두 텔레그램에서 높이 평가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텔레그램의 진짜 매력은 다른 기능에 있다. 유사한 규모의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텔레그램은 콘텐츠에 관여하거나 차단 혹은 삭제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텔레그램의 모든 비밀채팅창과 그룹채팅창은 오로지 참가자들만 접근할 수 있다. 본사는 이에 대한 문의를 일절 받지 않는다”는 게 텔레그램의 방침이다.
물론 텔레그램 이용자는 ‘불법 콘텐츠’를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신고된 불법 콘텐츠마다 모두 대응하진 않는다고 분명히 말한다. “정부를 비판하는 게 불법인 국가에서 텔레그램은 정치적 검열 도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대안적 의견의 평화로운 발언도 막지 않을 것이다.” 다른 메신저 플랫폼이 금지하는 수많은 것을 텔레그램은 허용한다는 의미와도 통한다.
텔레그램 이용자 사이에서 도는 ‘대안적 의견’의 전체 그림을 그리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신나치, 조악한 음모론 신봉주의자, 독일 공화국을 부정하며 제국의 지속을 주장하는 극우단체 ‘제국 시민’ 운동 지지자들이 비밀채팅방에서 공유하는 짧은 영상, PDF파일, 음성파일, 설문조사, 우익 성향 록밴드 온라인 쇼핑몰 등의 링크가 바로 텔레그램 이용자들이 말하는 ‘대안적 의견’이다.
텔레그램은 웹에서 손쉽게 글을 쓰고 공유하는 콘텐츠 퍼블리싱 서비스 ‘텔레그래프’도 선보이고 있다. 글과 이미지, 동영상으로 자신만의 포스트를 꾸미고 발행할 수 있다. 익명의 텔레그래프 콘텐츠는 누구나 읽을 수 있게 공개된다. 마치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만 공유하는 듯 텔레그래프 콘텐츠에는 아무런 제약이 없어 보인다. 텔레그램에서 콘텐츠를 공개하고 싶지 않으면, 일대일 비밀대화창을 이용하면 된다.
텔레그램은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는 기준을 표명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트위터는 ‘증오, 편견 혹은 무관용에 대한 전쟁을 선포한다’고 명시한다. 페이스북 역시 홀로코스트 부정 혹은 폭력 조장을 금지하는 ‘커뮤니티 규정’을 제정했다. ‘콘텐츠 모더레이터’ 수천 명이 이러한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제재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자체 규정을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다는 비난에 끊임없이 시달리고 있다.
텔레그램 등 플랫폼이 다소 의식적으로 방치하는 사각지대는 민간단체가 감시하고 있다. 민간단체는 메신저 플랫폼이 간과했거나 방치한 ‘혐오발언’(Hate Speech) 등을 걸러낸다. ‘하스멜덴’(Hassmelden·증오 신고하기)이 그런 민간단체다. 하스멜덴을 운영하는 단체는 독일 풍자 작가 얀 뵈머만이 만든 민권운동단체 ‘레콩키스타 인터넷’(Reconquista Internet)이다. 인터넷에서 살해 협박이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발견하면 하스멜덴에 신고하면 된다. 하스멜덴은 그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관할 검찰청에 전달한다.
레온하르트 트로이머 하스멜덴 대표는 지난 두 달간 텔레그램의 혐오발언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고 전한다. 텔레그램에는 심각한 선동성 글이 넘쳐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는 차마 쓰지 못하는 내용을 텔레그램에선 마음껏 발설하는 이른바 ‘인터넷 나치’가 적지 않다.” 또한 텔레그램에 가짜뉴스가 대량 살포된다고 한다.
트로이머 대표는 텔레그램 비밀채팅방에서 매달 100만 건의 심각한 혐오발언을 분석하고 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운용하는 알고리즘에 따르면, 텔레그램에서 공유되는 메시지 100건 중 1개는 형사법을 위반하고 있다.”
페이스북 등 여타 플랫폼과 다르게 텔레그램이 작동하는 이유를 이해하려 한다면, 텔레그램의 시초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러시아인 파벨 두로프는 2013년 친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텔레그램을 만들었다. 파벨은 당시 러시아의 페이스북에 해당하는 그의 첫 기업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업체 ‘브콘탁테’(VKontakte)를 막 매각한 터였다. 2011년과 2012년 겨울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시위대는 브콘탁테를 중심으로 모였다.
러시아 대외정보국(FSB)은 파벨에게 브콘탁테의 일부 그룹창과 채널을 차단할 것을 요구했다. 그중에는 알렉세이 나발니라는 야권 인사의 그룹창과 채널도 있었다. 당시 파벨과 러시아 대외정보국의 대립은 극에 이르렀다. 결국 파벨은 2014년 자기 지분을 브콘탁테에 팔고 기업을 떠났으며, 매각대금으로 텔레그램을 설립했다. 파벨은 현재 러시아가 아닌, 텔레그램 본사인 두바이에 거주한다.

   
▲ 텔레그램은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누린다’는 기준을 표명한다. 트위터나 페이스북과는 완전히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REUTERS

텔레그램, 표현의 자유 수호자인가
파벨은 그가 설립한 텔레그램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거듭 강조했다. 그는 텔레그램을 표현의 자유 수호자로, 정치적 언더도그(객관적 전력이 열세여서 경기나 싸움, 선거 따위에서 질 것 같은 사람이나 팀을 동정하는 현상)로 연출한다. 러시아 규제 당국이 2018년 텔레그램 서비스를 차단하면서 텔레그램의 이런 이미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파벨은 당시에도 러시아 규제 당국에 메신저 내용 공개를 거부했다. 규제 당국은 러시아에서 인터넷 일부 서비스를 차단했고, 파벨은 러시아 국민에게 온라인 저항을 호소했다.
2020년 여름 이후에야 텔레그램은 러시아에서 다시 공식적으로 서비스가 허용됐다. 텔레그램은 이용자 3천만 명을 돌파하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파벨은 텔레그램으로 단 한 푼도 벌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는 사재를 털어 텔레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럼에도 텔레그램 운영이 힘들어지는 때가 오면, 파벨은 텔레그램에 유료 추가 기능을 도입할 생각이다.
파벨은 개인정보 보안과 콘텐츠에 최소한의 개입이라는 이용자들과의 약속을 지키려 한다. 그가 2020년 9월 도입한 새 기능으로 그룹채팅방 운영자는 익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덕택에 넥스타 라이브 채널의 야당 인사들은 한층 강화된 보안을 누리게 되었다. 물론 동시에 미하엘 벤틀러로 대변되는 전세계 극우 인사와 음모론자 역시 강화된 보안 혜택을 누리게 되었다.

ⓒ Die Zeit 2020년 제43호
Sicherer Hafen für den Hass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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