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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에 초점 맞춰야 제대로 보이는 인도시장
[세계는 지금] 인도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박근형 khpark@kotra.or.kr

박근형 KOTRA 벵갈루루무역관 관장

   
▲ 인도 벵갈루루에는 소고기스테이크·포크촙 등의 육류와 포도주·맥주 등 주류를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다. 이슬람 시위자들이 거리로 나와 시위를 벌이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에 출장 와서 지인들을 만나 인도에 대해 긍정적인 점을 말하다보면 항상 듣는 이야기가 있다. 인도는 그래도 인도라는 것이다. 인도에서 근무하는 주재원 가운데 인도는 역시 인도라는 자조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말 인도는 살기 힘들고 비즈니스가 안 되는 곳이기만 할까?
국외에서 15년 가까이 보낸 나는 새 근무지에 갈 때마다 나 자신에게 최면을 건다. 캐나다, 베트남, 영국에 이어 네 번째 해외 근무지인 인도 벵갈루루에서도 이곳이 세계 어느 곳보다 살기 좋은 곳이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래야 3년 이상 현지 근무 기간에 업무 수행 결과도 좋고 개인 생활도 만족스러워지거나 덜 힘들기 때문이다.

날씨 좋은 곳 해발 960m의 벵갈루루
2년9개월 전 벵갈루루에 왔을 때는 평소보다 더 효력이 큰 마법 같은 최면이 필요했다. 나에게 인도에 관한 유일한 경험은 집 보증금에서 몇 푼이라도 더 빼먹으려고 염치없는 짓을 해대던 인도계 영국 집주인과 괴상하고 부정적인 언론 보도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정착 초기 긍정적 경험이 부정적 인도의 이미지를 완화해주고 정상적인 생활과 비즈니스를 할 만한 곳이란 생각을 하게 해주었다.
인도 벵갈루루는 대관령과 비슷한 해발 960m에 있어 인도에서 살기 좋은 기후를 가진 곳 중 하나고 우리나라와 비교해도 기후가 좋다. 여름에 40도까지 올라가지만 건조하고 바람도 불어 우리나라처럼 찐득찐득하거나 살이 타는 듯한 더위는 없다. 겨울에도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일이 드물어 쌀쌀한 정도고 살을 에는 듯한 추위는 없다. 내륙 고원지대라 태풍과 홍수도 거의 없다. 뉴델리나 뭄바이를 거쳐 이곳에 온 대부분 사람이 인도는 항상 습하고 무더운 줄만 알았는데 벵갈루루처럼 기후가 좋은 곳이 있다는 것에 놀란다.
벵갈루루에는 소고기스테이크·포크촙 등의 육류와 포도주·맥주 등 주류를 마실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다. 호텔뿐만 아니라 쇼핑몰과 거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으며, 수제맥주를 만들어 파는 식당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바깥 공기가 그리 나쁘지 않아 레스토랑이나 카페의 외부 테라스에서 식사나 음료를 즐길 수 있기도 하다. 물론 인도 내에 종교색이 짙어 육식이나 음주 자체가 힘든 주도 많지만, 인도 내 모든 곳에서 육식과 음주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인도에서는 다른 영어 종주국에 비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부담이 덜하다. 영어가 공용어이긴 하지만 인도인 특유의 발음이나 악센트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여겨져서 영어 사용에 대한 자신감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여러 종족과 문화, 언어가 뒤섞여 같은 인도인끼리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때도 있어 상대방 말을 이해하려는 포용적인 문화도 부담 없는 의사소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이곳 인도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했다. 역사적으로 끊임없는 전쟁에 시달려온 보수적이고 공격적인 북부 사람에 비해, 외세 침략이 적었고 농산물과 향신료 등이 풍족해 상대적으로 온순하고 개방적인 남부 사람들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내 가구점을 찾을 때, 자기도 몰라 이리저리 헤매면서도 우리를 가구점 앞까지 데려다줬던 인상 좋은 청년. 인도인 지인 부부와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고급 식당에서, 내 반바지 차림 때문에 입장이 제지되자 긴 바지를 빌려줬던 지인 부부의 친구. 이들은 예전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가 외국인들에게 보여줬던 환대를 생각나게 했다.
인도에서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도 있다. 요가는, 우리의 태권도나 김치와 같이, 인도 국민의 생활체육이자 만병통치약이다. 요가를 하면 몸과 정신이 건강해질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등 각종 바이러스 감염도 예방된다고 한다. 관심은 있었지만 이미 뻣뻣해진 몸과 여자들이 주로 한다는 선입관 때문에 시도하지 못했던 요가를 본산지인 이곳에서 배웠다. 2년6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릴 때처럼 허리를 굽혀 발가락을 잡을 수 있고, 전보다 이곳 무질서에 대한 분노지수가 낮아지고 갑작스럽게 시간이 지연돼도 느긋하게 기다리는 여유가 생겼다.
인도 비즈니스에서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 먼저 한국과 한국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한국은 선진국이고 한국 제품은 기술과 품질이 우수하다는 인식이 있다. 삼성·LG 등의 전자제품과 현대·기아의 자동차를 넘어 화장품과 일반 소비재로 그 관심과 인기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과의 국경분쟁으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거부감은 우리 기업에 또 다른 기회를 제공한다. 인도에서 대규모로 코로나19가 퍼지는 상황에서도 대거 철수한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대부분 현지를 지킨 우리 주재원들로 인한 한국 기업에의 호의적인 인식도 앞으로 더 긍정적이게 작용할 것이다.
인도에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많다. 경제·사회적 인프라, 산업재, 소비재, 서비스 등 아직 부족하고 열악한 분야가 많아 새롭게 만들거나 업그레이드할 것이 많다. 아직 1인당 국민소득이 2천달러대에 불과해 제품 구매가 가격 위주로 정해져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지는 않지만, 1억 명에 육박하는 중상류층만도 작지 않은 시장 규모이며 지속해서 소득이 늘고 우리가 가진 신기술에 대한 관심도 크기 때문에 유망한 시장인 것은 틀림없다. 인도인들의 비즈니스 네트워크가 잘 갖춰진 중동과 아프리카 시장까지 고려한다면 인도에 진출하는 것이 단지 인도시장만은 아니기도 하다.
인도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도 우리에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많은 인도 비즈니스맨이 일하는 방식은 아직 국제 표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사무실 이전 공사를 인도 인테리어회사에 맡긴 적이 있는데, 계획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 오는 순서대로 작업한다. 페인트공이 먼저 오면 페인트칠을 먼저 하고, 나중에 전기공이 와서 벽을 더럽히면서 전선 작업을 하고, 벽이 더럽다고 하면 또 페인트칠을 다시 한다. 사무가구가 먼저 들어와 카펫 작업을 제대로 못하거나, 그 사무가구를 힘들게 옮기기를 반복하면서 카펫 작업을 하는 비효율성도 목격했다. 작업에 대한 세세한 품질 관리는 상상할 수도 없다.
코로나19 이후 비즈니스 관례가 바뀐 것도 긍정적인 점이다. 무역거래 당사자들 사이에 온라인 미팅과 상담이 자연스러운 뉴노멀(새 표준)로 등장했다. 인도에 직접 오지 않고서도 인도와의 사업이 가능해졌다. 온라인 미팅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통신망 등 인프라도 급속도로 개선돼, 비대면 비즈니스 질이 직접 대면 비즈니스와의 격차를 줄여가고 있다.
그동안 정보통신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직접 만나야 한다는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진정한 시공간 제약에서 벗어난 비즈니스 관례가 확대되고 있다. 이런 뉴노멀의 등장은 선진국보다는 인도나 아프리카와 같이 직접 찾아가기 힘든 개발도상국과의 비즈니스를 활성화할 것이다.
지금까지 지난 2년6개월 동안 인도에서 경험하고 느낀 긍정적인 점만을 나열했다. 인도에 대한 부정적인 것은 이미 언론이나 주변 지인들을 통해 보고 들은 것만 해도 차고 넘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구로 따지면 우리나라와 비슷한 나라가 25개국 모인 것과 마찬가지인데, 그 정도 부정적 이야기는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나라도 비즈니스하기 쉽지 않다. 비즈니스 인프라나 체계가 잘 갖춰진 우리나라나 선진시장에선 비즈니스 불확실성은 적으나 경쟁이 치열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기 힘들다.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은 시장이 유망하고 성장 가능성이 크나 비효율적인 시스템과 열악한 인프라, 국제 표준과 차이가 큰 비즈니스 관례 등으로 불확실성이 크다. 하지만 여기든 저기든 비즈니스가 쉽지 않다면 위협보다 기회에 초점을 맞추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있어야 할 게 없는 기회의 시장, 인도
인도는 기회에 초점을 맞추면 제대로 보이는 시장이다.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있어도 수준이 낮아 향상해야 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많은 시장이다. 코로나19로 전세계 국가가 경제회복에 어려움을 겪던 2020년 4~8월 인도로의 해외직접투자는 357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3%나 늘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많은 나라와 기업이 인도의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해외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인이 인도의 부정적인 것에만 집착하면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렇게 되면 머잖은 미래에 중국을 대체할 거대 유망시장을 포기하는 큰 실수를 범하게 된다. 다만 기회의 인도에서 실패를 줄이고 성공을 앞당기려면 우리 기업 간 현지 무역거래, 노무, 세무, 공장 설립 등의 정보와 경험, 현지 정부·기관과 네트워크 공유로 상부상조하는 협력 체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자르와리, 구자라티, 파르시 등 인도 상인들의 유전자를 가진 인도인들과 현지에서 경쟁 또는 협업을 하려면 되도록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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