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핀테크는 더 따뜻해질 수 있을까
[핀테크 탐색기]
[128호] 2020년 12월 01일 (화) 이재운 damoyer@daum.net

이재운 자유기고가

   
▲ 정세균 국무총리가 2020년 11월11일 부산 남구 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부산지역 핀테크·혁신금융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핀테크의 발원은 ‘금융을 더 편리하고 빠르게’ 만들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앞서 기존 금융권의 확장인 인터넷뱅킹에서 편리와 빠름은 상당 부분 구현됐지만 금융 소외계층에겐 아직 먼 이야기였다.
핀테크는 이런 점을 공략하는 열쇠로 주목받았다. 특히 고금리 사채 시장에 손을 벌려야 했던 소상공인에게 중금리 대출 기회를 열어주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이나 노년층 같은 디지털 소외계층은 접하기 어렵다. 핀테크는 과연 포용성장을 구현할 수 있을까.

사채시장 말고도 길이 있다
소상공인은 그간 카드사 등에서 들어오는 ‘후불’ 매출채권이 자산으로 잡히지 않으면서 대출 상담에 손해 보는 문제가 고질적으로 있었다. 실제 번 돈보다 더 적은 수준으로 소득이 잡히면서 그만큼 자금 융통에서 차별을 받아온 셈이다.
‘펀다’라는 업체의 경우 비씨카드 등과 연계해 카드 매출채권을 소상공인의 소득과 자산으로 인식하는 형태를 취하며 비상금 대출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2020년 8월 초 비상금 대출 서비스 출시 100일 만에 누적 대출액 164억원을 돌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성공 속에 그간 관련 시장을 관망해오던 다른 핀테크 업체들도 부동산시장 등에서 개인간거래(P2P) 중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활용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하면서 더 정교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과 에스케이(SK)텔레콤 합작사인 ‘핀크’의 티(T)스코어, 전북은행과 손잡은 핀다의 중금리 대출 상품 등도 그간 기존 금융권의 대출 소외계층이 제1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할 기회를 열며 핀테크의 포용성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내와 달리 아예 소외계층은 은행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해외에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파격을 시도하고 있다. 페이스북 자회사인 와츠앱은 은행 계좌가 없어도 간편결제가 가능한 와츠앱페이를 브라질과 인도 등에서 선보였고, 중국 알리페이는 ‘길거리 거지의 구걸에도 쓰인다’고 할 정도로 금융소외 계층을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국내 업체 밸런스히어로는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운 인도의 중산층을 대상으로 핀테크 서비스 ‘트루밸런스’를 전개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전자지갑 형태로 서비스를 확장하며 거래 비용을 줄이는 사회적 혁신을 이뤄가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을 폐쇄하고 점차 모바일 중심 핀테크로 옮겨가면서 뜻하지 않은 소외계층도 생긴다. 바로 장애인과 노년층이 당장 어려움을 겪게 된다. 2017년 언론 보도를 보면 자동응답전화(ARS) 인증을 못하는 청각장애인을 비롯해, 공인인증서를 모바일로 옮겨 처리하는 작업을 어려워하는 고령층 이용자의 애환을 전하는 사례가 상당수 등장한다.

장애인과 노년층은 여전히 서럽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기 전인 2020년 1월 한국은행이 발간한 보고서(‘현금 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에서도 지적된다. 현금 사용을 점차 줄이면서 디지털금융이 늘어나는 사회일수록 고령층, 벽지 거주민, 장애인 등이 겪는 어려움이 함께 증가한다는 지적이다. 이 계층은 상대적으로 현금을 많이 사용해 현금의존도가 높은데, 핀테크와 디지털금융이 활성화할수록 불편을 겪고 나아가 이것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서비스 처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디지털 소외계층이 도움받는 창구 역시 이용하기 더 어려워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기술적 진보도 이어진다. 국내 벤처기업 (주)닷이 만든 점자 스마트워치 ‘닷 워치’는 24개 점을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의 내용을 점자로 알려준다.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보다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더 낫기 때문에 여러 광고제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이런 시도는 더 다양하게 나타날 것이다.
한국은행은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서 결국 우리 사회 역시 현금 없는 사회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나 소비활동 제약이 일어나지 않게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모든 국민의 화폐 사용에 어떤 불편도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 속에 핀테크는 포용성장의 길을 걸어갈 때 비로소 소외된 이들에게 금융의 문을 열어주는 애초의 목표를 충실히 이룰 수 있다. 그것이야말로 결국 핀테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로 이어지리라.

* 금융이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핀테크라는 새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 아성이던 금융권과 새롭게 부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며 사람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뛰는 핀테크의 진화를 살펴본다. 글쓴이는 경영학 전공 뒤 산업과 기술 분야 전문기자로 (뜻하지 않게) 일해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