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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열풍·미국 제재로 ‘품귀’
[집중기획] 중국 반도체 인력난 ① 열기
[127호] 2020년 11월 01일 (일) 허수징 economyinsight@hani.co.kr

2020년 중국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전성기를 맞았다. 반도체 분야가 세계적으로 번창해 자본투자가 급증하고, 화웨이 등 중국 대표 기업에 대한 미국 정부의 반도체 공급 중단 압박이 자체 산업 발전의 절박한 필요를 더했다. 반도체 분야 창업이 우후죽순처럼 잇따르고 있으나 기술인력이 태부족이다. 기술이 앞선 한국과 대만 기업은 인재 사냥의 주요 표적이다. 거품 우려까지 낳는 중국 반도체 산업의 실태와 인력난을 살펴본다. _편집자


허수징 何書靜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한풀 꺾인 2020년 5월 베이징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중국에선 요즘 반도체 인력난이 심각하다. REUTERS

졸업을 앞두고 갈 곳이 없던 반도체 분야 인력이 지금은 헤드헌팅 업체에서 경쟁적으로 모셔가는 귀한 몸이 되었다. “링크드인에 등록하면 순식간에 헤드헌팅 업체와 기업 인사부에서 무차별로 연락이 온다.” 8년 경력의 반도체설계 엔지니어는 “예전에는 인터넷보다 반도체 분야의 처우가 열악했지만 지금은 급여 차이가 크지 않고 심리적으로도 별 격차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30대 초반인 그는 2008년 반도체 열기의 끝자락에 편승해 유명 ‘985대학’ 마이크로전자학과에 입학했다. 985대학은 1998년 5월4일, 장쩌민 당시 국가주석이 세계 선진 수준의 일류대학을 만들겠다는 방침을 밝힌 뒤 교육부에서 ‘985공정’을 시작하며 지정한 39개 대학을 말한다.
마이크로전자학과 합격 점수가 컴퓨터공학과보다 30점이나 높았지만 졸업할 때가 되자 진로가 막막했다. “취업할 기업이 너무 적어 동기 30명 가운데 6명만 이 분야에 남았다. 높은 점수로 입학했지만 망했다는 기분이었다. 2년 동안 금융 분야 대학원에 응시해 전공을 바꾼 동기도 있었다.”
전공을 바꾸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을 고려해 그는 결국 반도체 연구·개발에 매진하기로 결심했고 반도체산업이 인기 분야로 바뀌는 과정을 지켜봤다. 2014년 국무원은 ‘국가집적회로산업 발전 추진요강’를 발표하고 반도체산업에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같은 해 9월, 1천억위안(약 17조억원) 규모의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이 조성되고 더 많은 민간자본이 유입돼 반도체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도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 ZTE와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받았고, 반도체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미국의 위협은 중국의 민감한 신경을 자극했다. 앞으로 중국산 반도체 제품이 대체되리라는 전망이 나와 정책과 자본의 지원 아래 각 지역에 반도체 공장이 세워졌다.

   
▲ 2020년 10월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반도체엑스포를 찾은 관람객들이 중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수탁생산업체 SMIC의 홍보관을 둘러보고 있다. REUTERS

인재 빼내기
단기간에 공장 규모가 커지자 인력 공급이 부족해졌다. 반도체기업 중간관리자는 경쟁사 직원을 빼내는 일이 업계에서 흔하다며 “모든 기업이 핵심 기술 인력 유출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연봉과 처우도 개선됐다. 집적회로 연구직의 경우, 석사 졸업 예정자에게 제공하는 평균 월급이 2012년 9천위안에서 1만3천~2만위안(약 221만~340만원)까지 올랐다.
대학의 인재 육성 방향도 시장 수요에 따라 변했다. 7월30일, 국무원 학위위원회는 집적회로전공을 독립된 1급 학과로 바꾸는 제안을 통과시켰다. 정부가 교육자원을 반도체 분야에 체계적으로 집중한다는 뜻이다.
반도체 분야 인력이 부족한 요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거품’을 조장하는 현상을 경계했다. “많은 기업에서 연락이 오지만 갈 만한 곳은 별로 없다. 대부분 2~3년도 못 버틸 것 같은 기업이다.” 8년 경력 반도체설계 엔지니어의 말이다.
마이크로전자학과를 졸업한 반도체 분야 투자자도 지금은 자본이 반도체산업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꺼번에 몰린 학생들이 졸업할 때 많은 기업이 사라지고 없으면 어떻게 하겠나?” 그는 대학의 인재 육성에 장기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0년 상반기에 반도체 분야 인력시장의 분위기가 다시 고조됐다. 헤드헌팅 업체 가오방에서 반도체 분야 채용을 담당하는 컨설턴트는 춘절(중국 새해맞이 명절)이 지난 뒤 반도체업계에서 대규모 구인 요청을 받았고, 고객이 50%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기업에서 제시하는 연봉도 20~30% 올랐다. 일부 인력이 부족한 직무는 50%까지 올라갔다. 노광기 제조를 비롯한 특수 직무는 2배로 뛰었다.”
구인·구직 사이트 즈롄자오핀의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집적회로 분야 구인 수요가 늘어 2분기 기업의 요구 인력이 구직 신청자의 2.6배에 이르렀다. 반면 인터넷과 교육, 부동산 분야는 인기가 떨어졌다. 채용 직무에선 반도체설계 인력 수요가 가장 많이 늘었다. 반도체 분야 채용 컨설턴트 샤구이건에 따르면, 설계시장은 기술 교체와 산업 동향 영향을 받아 변동성이 크다. 제조 분야의 채용 수요는 공장 생산능력 변동에 따라 결정된다. 지금은 안정적 수준이지만 산업 출발이 늦어 경력이 풍부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반도체 제조 과정은 크게 설계·제조·패키징 단계로 나뉜다. 중국은 설계 분야에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았고, 일부 주문형 반도체 설계에서는 세계적으로 앞서 있다. 하지만 제조 분야는 취약하다. 재료와 설비 투자에 최소 백억위안 단위의 자금이 드는 반도체 제조사보다 설계 기업의 창업 문턱이 낮다.
설계 분야에서는 아날로그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 헤드헌팅업체 모얼징잉의 채용 컨설턴트는 최근 아날로그반도체 설계 수요가 3~4배 늘었지만, 가용 인력이 디지털반도체 설계보다 적다고 말했다. 아날로그반도체 분야는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창업이 활발하지만 인력 공급은 디지털반도체 쪽에 집중됐다.
“수강을 신청한 학생이 너무 적어 일부 아날로그반도체 수업이 개설되지 않았다.” 3년차 경력의 엔지니어는 2015년 그가 다니던 대학원에선 아날로그반도체 분야가 강점이었지만 학생들은 디지털반도체 과정을 더 선호했다고 말했다. “디지털반도체는 인공지능(AI)과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인기 분야를 포함해 관련 기업과 일자리가 더 많았다.”

한국·대만에 눈길
반도체 제조 분야는 기반이 취약하고 경험이 풍부한 고급 인력이 드물어 외국에서 인력을 데려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2016년 설립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長鑫存儲技術有限公司)는 중국 메모리반도체를 ‘0에서 1’로 만들었고, 설계에서 제조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을 섭렵했다.
초기에 사업을 이끌었던 왕닝궈 전 SMIC(中芯國際) 사장은 중국 반도체업계에서 영향력이 강한 인물로,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와 화홍그룹에서 근무했다. 회사 설립 초기 창신메모리는 TSMC(台積電)와 UMC(聯華電子股份有限公司) 등 대만 반도체기업에서 직원을 채용했고, 메모리 강국인 한국에서 엔지니어를 영입해 설계와 공법 개발에 주력했다.
샤구이건은 “반도체 제조에서 국제적 시야를 갖추고 산업사슬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만능형 관리자나 선진 부품과 공법의 연구·개발과 양산을 맡을 기술 인력이 귀하다”고 말했다. 이런 인재를 영입할 때 제시하는 연봉은 100만~1천만위안(약 1억7천만~17억원) 수준이다.
특히 노광기를 비롯한 주요 설비 분야는 활용 가능한 인력이 적다. 노광기는 작동 원리가 복잡하고 광학과 기계 등 다양한 분야와 연계돼 중국 기업은 접근하지 못하는 분야다. 네덜란드 유명 노광기 제조업체 ASML이 상하이에 설립한 교육센터에서 이 장비를 배우려면 적어도 14개월이 걸린다.

반도체 열기
구체적 제품을 개발하는 엔지니어 외에 기초연구 인력도 집적회로 발전에 필요하고 차세대 신제품 탄생을 촉진하는 원동력이다. 반도체설계 엔지니어는 자신이 소속된 기업에서 재료 등 기초과학기술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 인력을 채용해야 하지만 인재가 매우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분야 인재가 주목받는 이유는 거대 자본이 반도체 창업을 촉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화웨이와 오포, 비보, BYD 등 중국 대기업이 미국의 공급 중단 위협에 대비하거나 제품 차별화를 위해 반도체 연구를 늘렸다.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집적회로산업은 기업 힘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기업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자본이 호의적이지 않아 투자가 부족했다. 미국과 일본, 한국 등 집적회로산업이 발달한 국가와 격차가 벌어졌다.
2014년 국가 차원에서 조성된 투자기금이 업계 풍향계가 됐다. 1기 사업에 1387억위안, 2기 사업에는 2041억위안이 모였다. 지방정부도 경쟁적으로 반도체사업을 벌였다. 가오공 산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2019년 6월 현재 지방에 조성됐거나 조성 계획인 집적회로산업기금의 목표액이 7천억위안을 넘어섰다.
1년 전에 출범한 중국 증시 커촹반은 반도체산업에 불을 지폈다. SMIC와 CR MICRO(華潤微), AMEC(中微), 몽타주테크놀로지(澜起科技) 등 20년 역사를 가진 유명 반도체기업이 커촹반에 상장돼 기업가치가 올라갔다. 9월1일 기준으로, 168개 커촹반 상장사 가운데 28개가 반도체기업이다. 이들 시가총액은 9942억위안(약 169조원)으로 커촹반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자금이 풍족하고 ‘국산 대체’가 예상되자 반도체 창업 열풍이 거세게 일어났다. 기업정보 제공업체 톈옌차에 따르면, 업종에 집적회로설계가 포함된 기업 13만8천 개(9월 기준) 가운데 85%가 최근 5년 사이에 설립됐다. 반도체설계 엔지니어는 헤드헌팅 업체에서 오는 전화가 대부분 소기업 취업 알선이라며 “이런 기업이 갑자기 자금에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희망 연봉을 지금 받는 것보다 25%나 올려도 흔쾌히 수락한다.”
샤구이건은 업무 경험에 비춰, 스타트업은 일당백 전문 인력이 필요하고 일반 엔지니어도 많이 필요하다며 “중견 직원 1명이 몇 명을 데리고 이직하는데 보통 경력 3년 미만의 직원이나 졸업 예정자”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외에 매출액 규모가 100억~1천억위안 수준의 대기업도 대대적으로 인력 확충에 나섰다.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와 비보는 SoC(시스템온칩)를 직접 만들지 않는다. 반도체 기술을 연구해 협력사에 주문형 반도체를 의뢰한다.
2019년 11월, 비보는 삼성 5세대(5G) 칩을 적용하기 위해 500명의 개발팀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오포는 2019년부터 반도체 인력을 대량 채용했다. 미디어텍(聯發科)과 스프레드트럼(展訊) 등 경쟁사에서 엔지니어를 대부분 데려왔다. 샤구이건은 오포와 비보가 SoC 개발을 위해 필요한 인력 규모는 천 명 단위라고 말했다.

   
▲ 네덜란드 벨트호벤에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업체 ASML의 공장에서 직원들이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노광기는 작동 원리가 복잡해 중국 인력은 ASML의 상하이 교육센터에서 기술을 배우고 있다. REUTERS

거품 조짐
‘중국 집적회로산업 인재 백서’(2018 ~2019)는 2021년을 전후해 약 72만 명이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2018년 말 반도체산업 종사자 수는 약 46만 명이었다. 26만 명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2018년 업계에 진입한 관련 전공 졸업생은 4만 명이 되지 않는다.
현재는 반도체기업이 늘어 훌륭한 장수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수급 불균형이 심각해 채용시장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985대학 마이크로전자학과 교수는 반도체 구인시장의 과열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집적회로산업은 단기간에 발전하기 어렵다. 현재 구인난은 근시안적인 지방정부 정책 때문이다. 그들은 기업이 반도체를 만들 능력이 있는지 잘 모른다. 앞으로 정책이 바뀌면 바로 위축될 것이다.”
지방정부의 반도체 거품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7월30일, 우한시 둥시후구는 1200억위안을 투자한 우한훙신(武漢弘芯)반도체제조유한공사가 언제든지 자금난으로 무너질 수 있다고 인정했다. 대만에서 100여 명을 영입하고 중국의 다른 기업에서 핵심 인력을 빼낸 우한홍신이 공장 조업을 중단했고 많은 직원을 해고할 예정이다.
“결국 시간과 인력을 낭비한 것 아닌가?” 반도체기업 중간관리자는 구인난이 종사자의 연봉을 올리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지금은 부실한 기업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높은 연봉으로 나갔던 직원이 결국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건실하게 경영하는 기업들의 안정적 인력 운용과 산업 발전에 해롭다.”

ⓒ 財新週刊 2020년 제35호
芯片求破“人才荒”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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