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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다른 길은 없다
[SPECIAL REPORT] 탈성장 패러다임- ① 배경
[127호] 2020년 11월 01일 (일) 앙투안 드 라비냥 economyinsight@hani.co.kr

2020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사태는 지구와 인류의 미래를 다시 한번 묻는다. 환경파괴 대가는 새로운 일상이 될 감염병 위기와 세계 곳곳의 기상이변으로 더욱 또렷하게 다가온다.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라는 낡은 이분법에서 벗어나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탄소에너지에 기반한 파괴적 성장이 아니라 삶의 질, 환경과 함께 일자리, 소득도 지키는 탈성장 패러다임은 가능하다. 에너지, 농업, 돌봄 등 경제적 실천 방안을 모색해본다. _편집자

앙투안 드 라비냥 Antoine de Ravigna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의 산불이 10월까지 지속돼 내파밸리 인근 칼리스토 지역의 나무들이 불타고 있다. REUTERS

2020년 에너지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9%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정보서비스·컨설팅업체 에네르다타의 전망이다. 이동 제한 등 코로나19 방역 조처가 환경에 끼친 영향은 직접적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같은 기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5%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전쟁 때 말고는 본 적이 없는 수치다. 낯선 숫자 뒤, 저소득 취약계층 수억 가구의 삶은 단숨에 무너졌다.
농업·식품과 관련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인류가 먹는 일을 멈춘 것은 아니다)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7% 정도 줄어든다는 전망이 나온다. 감소 폭이 이 정도는 돼야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평균기온 상승 폭을 1.5℃ 밑으로 제한할 수 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는 2℃였다. 다만 1.5℃와 2℃의 차이가 엄청나다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강조한다. 만약 파리협정에서 정한 목표대로 평균기온 상승을 2℃로 제한하려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해마다 2.6%씩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 목표를 이룬 적이 없다.
기술 진보에 따라 GDP당 에너지 소비량(하나의 재화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양)은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 20년 동안 매년 1.5~2%씩 말이다. 에너지의 탄소집약도(에너지 소비량에서 탄소가 차지하는 비율)도 마찬가지다. 5년 전부터 매년 0.5%씩 줄고 있다. 문제는 재화 소비의 증가세가 기술 진보에 따른 감소세를 능가하는 현실이다.

탈탄소를 향해
이 때문에 세계 탄소 배출량은 (10여 년 전부터 해마다 평균 약 1.5%씩) 늘고 있다. 이대로 기후변화 대응을 소홀히 한다면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3℃ 이상 높아질 것이다.
기후위기는 심각하고, 기술 진보는 느리다. 이제 남은 선택지는 ‘카야 항등식’(상자기사 참조)의 두 항목을 통해 GDP를 줄이는 것이 유일해 보인다. 전체 부와 부를 나눠 갖는 사람을 동시에 줄이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실제로 그런 효과를 가져왔다. 이미 세계적으로 사망자가 100만 명이 넘고, 4조유로(약 5500조원) 이상이 증발했다. 부유한 이보다 가난한 이가 입은 피해가 더 컸다. GDP를 빠르게 줄이는 건 딱히 이상적이지도, 실현 가능하지도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문명이 붕괴할 운명에 놓였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붕괴론 속 사회는 탈성장 사회와 닮았다. 대량생산을 하지도, 고도기술을 좇지도 않는다. 농업 사회, 유대 사회, 지방분권 사회, 탈분업 사회다.
간단히 말해, 지금처럼 많은 인류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다. 탈성장론과 다른 점이 있다면, 붕괴론은 어떻게 하면 GDP를 떨어뜨릴 수 있을지 고민하지 않는다. GDP도, 인구도 경제위기가 알아서 줄여준다.
국제환경개발연구소의 연구원 필리프 키리옹은 “GDP 성장이냐 하락이냐에만 집중하다 불이 붙기도 전에 논의가 재로 변해버린다”고 지적했다. “GDP 성장이 근본적 욕구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단순히 GDP 하락을 목표로 두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지금 경기불황이 어떤 충격을 주었는지를 보면, GDP만 무작정 낮춘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하기 어렵다. 더 중요한 건, 생산과 탄소 배출의 고리를 끊는 일이다.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앞으로도 못하는 건 아니다.”
평균기온 상승 폭을 2℃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경제 탈탄소화 시나리오는 ‘저탄소’ 기술에 기댈 수밖에 없다. 먼 미래를 바라볼 필요 없이 (풍력, 주택 에너지 개선, 전기자동차 등) 해법은 지금도 나와 있다. 기술이 없거나 돈이 부족해 진전이 없는 게 아니다. 핵심은 부를 나누는 정책에 있다.
기술 자체는 만능이 아니다. 그렇게 되려면 한참 멀었다. 특히 항공업과 축산업이 그렇다. 키리옹은 “그렇다고 모든 게 결국 각자 행동에 달렸다고 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기술 진보의 한계를 보완할 개개인의 검소함은 사회조직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동차를 덜 타거나 나눠 타는 것도 원격근무가 수월한 환경이나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이 가까운 데서 가능하다.

경제 친화 대책
좋은 소식은 그런 변화가 (적어도 탄화수소 수출에 기대지 않는 나라)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지금 같은 추세로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을 실천하면 일자리가 (얼마 지나지 않아 30만 개, 2030년까지 50만 개) 생기고, 국가의 부가 (조금) 늘어나며, 가계 구매력과 국제수지가 모두 나아질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국내 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에너지세가 매겨지는 덕이다.
선결 조건은 더 있다. 이를테면 (전기)자동차산업으로 일자리를 만들려면 배터리 생산 시설을 다시 국내로 옮겨와야 한다. 겉으로는 에너지세 부과, 안으로는 (건축물 등에 적용하는) 규정 강화로 탄소를 점점 비싸게 만들어야 한다. 선결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생길 수 있는 사회적 충격은 재분배 체제로 상쇄해야 한다. 기후행동을 더 미루다가는 실제 비용으로 나타날 위험이 있다. 늑장 부릴수록 탄소중립의 길은 험해진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0월호(제405호)
LA DÉCROISSANCE, PLANCHE DE SALUT DE LA PLANÈTE?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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