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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향상, 공장 국내이전에 초점
[SPECIAL REPORT] 탈성장 패러다임- ③ 제조업 일자리
[127호] 2020년 11월 01일 (일)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e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7월 코로나19로 실적이 크게 나빠진 프랑스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의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가 툴루즈 블라냐크 공항을 향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REUTERS

자동차, 항공, 화학. 환경오염 주범으로 지목된 산업 분야다. 인류가 지구에서 계속 살 수 있으려면 오염 산업은 활동을 줄여야 할지 모른다. 그렇게 하면 이들 산업에 매달린 일자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 프랑스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40만 명이다. 항공기제조업과 항공운송업에는 각각 20만 명, 80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
민간부문 종사자가 모두 1900만 명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이들 산업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짐작할 수 있다. 산업 활동이 거의 사라진 프랑스 일자리 시장에서 자동차·항공업은 여전히 많은 일감을 주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에너지전환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어보자.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은 것은 맞다. 그러나 자동차산업에서 에너지전환은 자동차 동력 방식만 바꾼다고 해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를 다른 이동수단으로 대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자전거, 공유자동차, 대중교통을 타거나 걸어다니는 것이다.
항공업은 에너지전환이 아주 어려운 산업이다. 친환경 녹색 항공기나 전기 항공기가 시장에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아니, 그런 항공기는 영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기술 대안이 없으니, 자동차·항공업은 탈성장 형태로 에너지전환을 겪고 있다. 르노자동차, 에어프랑스, 에어버스 노동자가 미래를 걱정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업과 정부에서 대량 실업을 막기 위한 장기 계획을 제시하지 않으니 말이다.

규모 대 가치
탈성장은 여러 형태로 가능하다. 산업 전문가인 가브리엘 콜레티스 툴루즈1대학 교수(경제학)는 말했다. “성장은 일반적으로 생산량에 가격을 곱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경제 발전은 단순한 성장과 다르다. 규모보다 가치를 중요시한다. 항공산업이 상품 단위 가치를 높이면서 생산량을 줄이면 부가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항공기 생산 대수를 줄이되, 수명이 길고 가볍고 탄소 소비가 적은 항공기를 만드는 것이다. 부가가치를 높인 항공기다.
이렇게 하면 생산 규모가 줄어도 부가가치가 따라 줄어들지 않는다. 일정하게 유지될 수도 있다. 일자리가 받는 충격도 많이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런 효과를 얻으려면 에너지효용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항공유에 부과하는 세금을 올리는 방법을 들 수 있다. 항공유는 현재 항공업체 전체 지출의 25%를 차지한다. 그 비중을 50~60%까지 늘리면 항공업계도 항공기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데 관심을 두고 투자하려 할 것이다.
“핵심은 지속가능하면서 고쳐 쓸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에코 디자인’은 새로운 가치와 역량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더 많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콜레티스 교수는 프랑스 산업 활동을 지지하는 협회인 ‘산업을 위한 선언’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수명이 3년밖에 되지 않는 값싼 세탁기가 아니라 공들여 만들어 15년까지 쓸 수 있는 튼튼한 세탁기를 산다. 더 비싸더라도 말이다. 물론 소비자가 그 값을 감당할 여력이 있어야 한다.

사업다각화
상품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어떤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까지 고민이 이어진다. 자동차·항공·화학 산업이 쌓은 지식과 기술력은 친환경 재화 생산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에어버스의 모체인 쉬드아비아시옹은 1960년대 항공업계에 위기가 닥치자 전자제품으로 눈을 돌렸다. 프리주아비아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공장에서 항공기 대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를 만들었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전기 분야에 많이 투자하는 르노와 페에스아(PSA) 같은 기업에 전기자전거, 전기스쿠터는 사업다각화의 길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균열을 피하는 탈성장 방법은 또 있다. 생산시설을 국내로 다시 이전하는 것이다. 자동차 같은 상품은 대부분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국내 생산량과 프랑스 국민 구매량의 차이를 뜻하는 무역 적자가 120억유로(약 16조원)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공장을 국내로 다시 들여오면 생산 축소에 따른 충격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다만 조건이 있다. 파리 도핀대학의 엘 무후브 무후드 교수는 “국내로 이전한 공장이 지속할 수 있으려면 가격이 아닌 혁신으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자동차 제조업계가 수십 년 동안 유지한 전략에 등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과감하게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스포츠실용차(SUV)만 만들겠다고 나서도 안 된다. 자동차시장이 가야 할 길은 정부가 ‘경로 안내’를 하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구속력 있는 규정으로 업계가 환경 목표에 맞는 모델을 향해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생산시설을 국내로 다시 들여올지는 업계별로 결정하면 된다. 항공기 제조업의 무역수지는 계속 흑자다.

변화 예측
오염 산업에서 탈성장 진행에 따라 사라지는 일자리가 생길 것이다. 기후행동망의 아가트 분푸르는 “어떤 직업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지 파악해야 직업훈련과 진로 변경을 계획하거나, 다른 활동 분야를 모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업계 전체와 지역 차원에서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고 프랑스민주노동연맹(CFDT) 국가 사무장 필리프 포르티에는 말했다. 전환의 핵심은 직업훈련이다. 하지만 그 전에 정부가 산업별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제시해야 한다.
어떤 역량은 다른 산업 부문에도 두루 유용하다. 항공기·자동차 제조업체가 갖춘 소재 경량화나 공기역학 관련 기술은 재생가능에너지처럼 성장이 필요한 산업에도 쓰일 수 있다. 한꺼번에 많은 실업자가 생기지 않도록 탈성장을 계획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계획 없는 탈성장은 탈성장을 ‘당하는’ 고통만 더할 뿐이다. 코로나19 위기로 항공업계가 어떤 진통을 겪었는지 보았다. 내다봐야 한다. 당하지 않으려면.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10월호(제405호)
Que faire des salariËs d’air France et de renault?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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