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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접근 대신 증강현실로 원격 처리
[FOCUS] 코로나19로 주목받는 AR- ① 배경]
[127호] 2020년 11월 01일 (일)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장얼츠 張而馳 <차이신주간> 기자

   
▲ 2020년 6월 중국 저장성 저우산시 푸퉈산에서 경찰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로키드사의 AR 안경을 쓰고 지나가는 관광객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REUTERS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원격근무가 증강현실(AR)의 봄날을 재촉하고 있다. 네덜란드 반도체장비업체 ASML은 AR 기술을 이용해 세계 각 지역 고객사를 24시간 원격으로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고객서비스를 개선하기로 했다.
ASML이 원격기술 지원에 나선 것은 2020년 3월이었다. 미국이 유럽인의 입국을 금지해 출장을 갈 수 없게 되자 ASML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AR 헤드셋 홀로렌즈를 이용해 노광기 원격 수리를 시도했다.
반도체 제조업체는 기밀 보호 때문에 엔지니어가 카메라 달린 AR 장비를 착용하고 작업장에 들어가는 것을 꺼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반도체장비를 가동하지 못하면 하루에도 수백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 ASML은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글로벌파운드리를 설득해 홀로렌즈를 이용한 첫 번째 원격기술 지원에 나섰다.
중국에서도 AR 원격 응용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었다. 후난성에 있는 화링상탄(華菱湘潭)철강유한공사는 2020년 특수강 생산라인을 개조할 준비를 하다가 난제에 부딪혔다. 코로나19로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기술자가 방문해 수입한 장비를 설치하고 시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둘러 작업해야 했던 이 회사는 차이나모바일에 의뢰해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했다. AR 안경을 쓴 엔지니어가 현장 동영상을 외국에 보내면 외국 엔지니어가 실시간 음성·화상 통화, 스크린 공유 기능을 이용해 장비 설치를 지원했다.
화링상탄철강의 설치 작업을 위해 AR 솔루션을 제공한 HiAR(亮風臺)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 랴오춘위안은 “5G 기술이 보급되면서 AR 응용이 고속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2012년 설립된 HiAR는 본사가 상하이에 있다. 8년째 AR 업계를 지키며 하이얼, 상하이자동차GM, 국가전망 공사 등의 고객을 확보했다. 랴오춘위안은 춘절 이후 AR 기술을 이용한 원격 협업을 희망하는 중국 기업의 주문이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찬밥 취급받던 AR 기기
AR 기술은 1990년대 항공산업에서 최초로 시도했다. 2012년 구글이 ‘구글글래스’를 출시해 전세계에 AR 개념을 알렸고, 2016년에는 일본 게임업체 닌텐도가 게임 애플리케이션 ‘포켓몬고’를 내놓아 가상세계와 현실세계가 결합한 AR 게임을 선보였다. 2017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베이징에서 열린 행사에서 말했다. “AR는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성숙해지면 인간 생활의 여러 분야에서 쓰일 것이다. 애플이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방향이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AR는 소비시장에서 조용했다. 판매가격이 1500달러(약 170만원)인 1세대 구글글래스는 지극히 제한된 기능과 짧은 사용 시간 때문에 2014년 양산 뒤 업계 ‘역사’로 남았다. 소비시장에 진출했지만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구글과 알리바바가 투자한 유명 AR 기업 매직리프는 설립 뒤 7년 동안 20억달러 넘는 돈을 날렸다. 2018년에야 소비자를 겨냥한 첫 AR 글래스 ‘매직리프원’이 나왔다. 판매가격이 2295달러인 이 제품은 출시 초기부터 언론의 악평을 받았다. 재고가 쌓이고 회사 자금조달이 막히자 창업자가 자리에서 물러났다.
소비자 지갑을 열지 못했던 AR 기기는 2017년부터 수요가 더욱 명확한 기업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몇 년 동안 신제품 개발과 시장 교육을 거친 뒤 AR 기기는 교육·산업·보안 등 전문 분야에 자리잡았고 정부와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2019년부터 5G 통신망이 구축되고 퀄컴과 화웨이 하이실리콘(海思)이 전용 반도체를 출시했다. 2세대 AR 글래스 또는 헤드셋 제품이 나왔다. 통신사들이 전폭 지원해 AR 기기 보급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왕광시 레노버캐피털 이사총경리는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가성비”라며 “솔루션이 완벽하지 않아도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개선할 수 있다면 기업은 기꺼이 산다”고 말했다.

   
▲ 2019년 6월 영국 런던의 미들섹스대학에서 학생이 AR 헤드셋을 착용하고 산모의 분만을 돕는 교육을 받고 있다. REUTERS

고속성장 예고
최근 AR 업계에서 완성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두 유형으로 나뉜다. 먼저 MS와 레노버를 비롯한 대기업은 스마트폰 이후 시대를 겨냥한다. 다른 하나는 HiAR, 로키드 같은 스타트업으로 새 시장에서 성공을 꿈꾼다. 부품시장에서 중국과 외국 기업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하고 있다. 외국 기업에는 축적한 특허와 기술이 풍부하다. 예를 들어 퀄컴의 전용 반도체는 기능이 다양하고 제품 종류도 많다. 이에 비해 하이실리콘은 중국 상황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 기업들의 호평을 받았다.
소비시장에서는 애플과 구글 등 대기업이 운집했다. 이들 대기업은 최근 소프트웨어로 중심을 옮긴 뒤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2017년 애플이 AR 개발플랫폼 AR키트를 출시하자 개발자들이 AR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었다. 구글도 같은 해 개발플랫폼 ARCore를 출시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적용했다. 2019년 화웨이는 현실과 가상세계를 통합한 소프트웨어 사이버버스를 내놓았다. 2020년 4월에는 P40 스마트폰에 처음으로 AR 지도를 탑재해 가상세계와 현실세계를 연결했다.
7월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0년 세계 AR/VR 시장 규모가 106억7천만달러(약 12조2천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5.3%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점이 문을 닫고 공급망이 끊어지는 등의 이유로 그 증가 속도가 예상보다 둔화했다. 시장의 70%는 가상현실(VR)이 차지한다. 주로 게임과 영상물이다.
IDC는 코로나19 사태로 원격근무가 늘면서 AR/VR 기술이 보급돼 2020~2024년 AR/VR 시장의 연복합성장률이 76.9%, 특히 AR 시장의 성장률은 176.8%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의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集邦咨詢) 산하 TRI(拓墣產業研究院)는 2021~2022년 애플, 화웨이, 삼성 등이 모두 안경 형식의 AR 기기를 출시해 시장의 고속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PC와 스마트폰 제조사도 AR 분야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AR광학디스플레이모듈 제조업체 나이더자(耐德佳)의 청더원 최고경영자는 애플이 AR 안경을 만드는 것을 모두 아는데 중국 기업이 따라가지 않으면 결국 끌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iAR의 고난
HiAR는 중국의 1세대 AR 스타트업이다. 2012년 구글이 1세대 구글글래스를 발표했을 때 후지제록스 실리콘밸리연구원에 근무하던 랴오춘위안은 중국 상하이로 돌아와 HiAR를 창업했다. 메이투(美圖)와 GGV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 8년 동안 HiAR가 걸어온 길은 기복이 심했던 AR 산업의 여정을 보여준다.
랴오춘위안은 회사의 성장 과정을 3단계로 구분했다. 2012년 말부터 2015년은 ‘무지의 시대’였다. 대부분 사람이 AR의 개념조차 모르던 시기로 고객을 교육하기 어려웠다. 2015~2018년은 과학기술 보급 단계였다. 2016년 VR가 유행하자 AR에 관심이 높아졌고, 대기업이 뛰어들었다. HiAR는 텐센트와 알리페이, 메이투, 쑤닝에 기술을 지원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다양한 AR 게임이 출시되자 사용자 호응이 높아졌다. 전통 기업이 클라우드컴퓨팅을 도입하면서 2018년 이후 중국의 많은 대기업이 게임 외의 AR 응용을 탐색하고 AR 기술을 이용해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고민했다. 또 협력업체들이 AR 기기를 도입하도록 만들어 AR 보급을 촉진했다.
HiAR도 기업시장이 성장하기 시작한 2015년 AR 하드웨어 분야에 진출했다. 랴오춘위안은 그때 이미 대기업들이 모바일인터넷 트래픽을 나눠 가졌기 때문에 HiAR가 스마트폰 AR 애플리케이션 분야에 진출해 성공하더라도 대기업이 바로 따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또 스마트폰 AR는 과도기적 형태로 진정한 3차원(3D) 입체 상호작용을 실현하기 어려웠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결합한 폐쇄적인 순환사슬을 만들려면 자사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했다.
HiAR의 하드웨어 제조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2016년 11월, HiAR는 첫 양산형 AR 안경 G100을 출시했다. 판매가격 1만7천위안(약 290만원)인 일체형 AR 안경으로 MS의 홀로렌즈와 비슷했다. 배터리와 연산, 디스플레이 기능을 안경에 통합했고 무게는 280g이었다.
2019년 1월 출시한 2세대 AR 안경 G200은 분리식 설계로 변경됐다. 안경이 AR 영상 디스플레이와 동영상 수집을 맡고 데이터선으로 외장 배터리, 컴퓨팅 모듈과 연결했다. 안경의 무게를 80g으로 줄였다.
HiAR가 G100을 만들 때는 대표 제품을 만들고 싶어서 3차원 카메라를 통한 손동작 인식 등 당시 가장 앞선 기술을 썼다고 랴오춘위안은 말했다. 하지만 실제 제품을 보급하자 사용자들이 반기지 않았다. 일체형 기기는 너무 무거워 오랫동안 착용할 수 없고, 땀이 나며, 배터리를 교환할 수 없는 등 문제점을 소비자들이 지적했다. 손동작 인식을 위해 3차원 카메라를 추가하는 바람에 수천위안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전력 소모와 사용자의 학습 비용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결국 G200은 일반 카메라와 실물 버튼으로 대체했다. “업계에 깊숙이 진입하려면 때로는 기술을 더하는 것보다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랴오춘위안은 하드웨어를 개발하면서 사용자의 요구가 현란한 기술보다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
사용자 수요는 빠르게 현실을 따라갔다. 랴오춘위안은 초창기에 HiAR를 찾아온 기업은 대부분 AR 기술에 흥미를 갖고 AR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기업고객 수요는 원격 협업과 시각화된 교육 두 분야로 압축됐다. 보안과 관광 분야에서도 AR 역할이 비슷하다. 이미지 인식을 통해 사용자에게 사람의 신분이나 박물관 전시품 소개 등 추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 중국의 1세대 AR 스타트업인 HiAR의 AR 안경 광고. 실내외를 막론하고 또렷한 시야를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HiAR 누리집

스포츠카냐 트럭이냐
AR 기업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저장성 항저우에 본사를 둔 로키드는 2014년 설립됐다. IDG캐피털과 월든인터내셔널(華登國際), 싱가포르 국영투자사 테마섹 투자를 받았다. 처음에는 음성인식 비서와 스마트 스피커를 만들었고, 2018년부터 AR 분야에 뛰어들었다. 로키드는 첫 AR 제품 로키드 글래스를 일체형으로 설계했지만, 2020년 초 출시한 2세대 제품은 분리형으로 바꿨다. 쭈밍밍 로키드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이 업계에는 마법이 없다”며 “취사선택의 결과물이지, 능력이 좋고 나쁜 것과는 상관없다”고 말했다.
그는 홀로렌즈를 비롯한 AR 헤드셋을 스포츠카에 비유했다. 범용 제품에 속해 다양한 상황에서 쓸 수 있어야 하므로 수준 높은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AR 안경은 트럭처럼 구체적인 용도가 있다. 사양을 결정하고 설계할 때 집중하는 기능에 따라 선택하고 때로는 버려야 한다. 쭈밍밍은 “지금 단계에서 배터리 기술과 반도체의 전력 소모, 착용감 등 여러 이유로 범용 기기의 사용 범위가 제한적이어서 널리 보급하기 어렵다”며 “범용성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전용 기기에 대한 시장 수요를 증명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뒤 로키드의 엔지니어가 AR 안경에 적외선 체온 측정 모듈을 추가하자 원거리에서 지나가는 사람의 체온을 측정할 수 있었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세계시장에서 큰 호응을 받았고 바로 완판됐다.

ⓒ 財新週刊 2020년 제33호
AR等風來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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