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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메르코수르’에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세계는 지금] 파라과이
[127호] 2020년 11월 01일 (일) 김선태 stkim1@kotra.or.kr

김선태 KOTRA 아순시온무역관 관장

   
▲ 파라과이,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는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를 구성하는 4개국이다. 이들 국가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루시아 토폴란스키 우루과이 부통령이다. REUTERS

파라과이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와 함께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를 구성하는 4개국 중 하나다. 이들 국가는 1500년대부터 1800년대 초까지 스페인(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과 포르투갈(브라질)의 식민지였다. 1800년대 초 독립 이후 파라과이를 상대로 다른 3개국이 연합해 전쟁(1864~70)을 치르기도 했지만,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 이슈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먼저 환경 부분을 살펴보자. “남미는 불타고 있다”는 표현처럼 브라질의 열대우림 아마존과 그에 못지않은 생태계 보고로 꼽히는 남미의 세계 최대 습지 판타나우에서도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파라과이에서도 2020년 10월 초 전국에서 화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나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볼리비아 정부도 산타크루스 지역 화재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아르헨티나 코르도바 지역에서도 산불이 계속되고 있다. 파라과이에서 발생하는 화재의 90%는 고의적인 방화와 실화로 추정한다고 의용소방대 관계자가 말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보호지역과 사유지, 국유지로 구성됐다. 사유지 주인은 땅을 놀리는 게 안타깝고, 국유지는 사실상 측량도 등기도 제대로 돼 있지 않다. 환경단체들은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집권(2019년 1월 취임) 뒤 산불이 급격히 늘어난 이유로 브라질 정부가 방화를 고의로 묵인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한다.

불타는 아마존의 이면
산림보호법을 지키면서 사유지를 개발하기는 쉽지 않다. 방화는 예전부터 널리 통용됐는데, 불이 꺼진 뒤 정지 작업을 하면 목축지나 대두를 키울 수 있는 곳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산림 지역이 농지와 목축지로 용도 변경되면 땅값이 당연히 오르고 토지 매매도 이뤄진다.
아마존과 관련한 불법 금 채굴업자, 벌목꾼, 무단점거 개발업자, 국유지를 매각하는 토지 사기단 얘기도 자주 들을 수 있다. 심지어 금은 생산량보다 수출량이 더 많은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불법 금 채굴이다보니 인권보호도 환경보호도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금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사용하는 수은도 버려지는데, 이 모든 것이 현지 경찰의 묵인 없이 가능하지 않다. 아마존은 먼저 점거해 울타리를 치면 내 땅이 되는 골드러시 서부 시대와 비슷하다.
여하튼 이 현상은 경제 부분과 연관 있다. 브라질은 세계 1~2위를 다투는 소고기·대두 수출국이다. 소는 아마존에서 무단 벌목한 농장에서 키우다가 다른 목장으로 이동한다. 이후 수출용으로 도살되면서 원산지 세탁이 이뤄진다는 비난도 있다. 대두의 경우도 2008년 이후 불법 조성된 아마존 화전 지역에서 생산된 대두는 사지 않겠다고 글로벌 곡물 트레이더들이 2006년 합의했다. 그런데도 대두 생산업자들은 모라토리엄(지급유예) 폐지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소고기의 경우 세계 1위 소고기 수출업체인 브라질 JBS는 소고기 하청업체 원산지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이번에는 자유무역협정(FTA) 등 이 지역 경제 현안을 둘러보자. 프랑스와 독일은 브라질이 환경문제를 확실히 해결하겠다고 확약해야, 20년간 협상한 끝에 2019년 타결된 메르코수르-유럽연합(EU) FTA를 비준하겠다고 계속 압박했다. 그런데도 2020년 9월 말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유엔 연설에서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자, 유럽의회는 메르코수르 FTA 합의문 변경을 요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식화했다. 유럽연합은 어정쩡하게 FTA 건을 마무리하면 파리기후협약에 악영향을 끼치고 아마존의 값싼 농축산 제품이 유럽 농축산업에 타격을 주기에 FTA 환경규정 조건을 엄격하게 개정하도록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행보가 특이하다. 중국은 불타는 아마존을 외면하는 듯하다. 중국은 브라질 소고기·대두의 최대 수입국 중 하나다. 중국이 아마존 환경파괴 문제를 제기하면 브라질은 몹시 난처해질 것이다. 그런데 미-중 무역전쟁 때 미국을 대신해 브라질이 농산물을 공급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언제 또 불거질지 모르는데 식량 공급원인 브라질을 굳이 자극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최근 남미산 곡물 공급망을 완성한 곡물 유통 부문의 메이저인 중국의 중량집단유한공사(COFCO)는 2023년까지 수매하는 대두의 원산지를 100% 추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최근 발표하는 등 중국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 4월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2019년 12월 취임)도 이미 합의된 유럽연합과의 협상 결과는 존중하겠지만 앞으로 다른 국가와의 FTA 협상은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관심사 중 하나는 고용 유지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기업체의 직원 해고를 60일간 금지하는 긴급조처를 발표했을 정도다.
정말 향후 협상에 불참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아르헨티나 정부는 FTA가 체결되면 경쟁력이 없는 자국 제조업은 고사할 가능성이 커지는데 굳이 문을 개방해 위험을 자초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수출 상품도 농축산품에 크게 의존해 기대 효과가 낮은 것도 FTA에 소극적인 이유다.
아르헨티나는 2018년부터 불경기인데다가 외국인직접투자(FDI)도 3년간 눈에 띄게 줄고 오히려 철수하는 다국적기업도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르난데스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중국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기념에 맞춰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하며 위안화 스와프(Swap) 계약 연장에 동의한 중국에 감사를 표하고, 아르헨티나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도 분명히 밝혔다. 의회에서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심의 중이며, 500만달러를 내면 중국의 배려로 3억달러 차관이 기대된다는 자의적인 해석도 보도된다.
남미는 중국이 추구하는 자원·식량 확보를 위한 최적지다. 남미 국가들은 중국 기업의 자원과 인프라 투자에 거부감이 적다. 중국의 환경 기준, 감염병 통제 능력 등을 문제 삼는 여론도 있지만 아르헨티나 정부가 중국 외에 투자를 기댈 곳이 별로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한편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보유한 달러가 환율 방어로 계속 고갈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계속돼, 페소가 생기면 즉시 달러로 바꿔 집에 보관하는 것이 재테크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집은 달러로만 거래되니 달러가 가장 안전한 자산이다. 국민이 은행에서 살 수 있는 달러가 월 200달러로 제한돼, 비싸더라도 암시장(‘Dollar Blue’라고 한다)에서 살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미국 다음으로 달러가 많은 나라(스페인어로 ‘침대 매트리스 밑에’라고 표현하는데, 집에 보관하는 달러가 많다는 뜻)라고 말할까.
문제는 달러가 수출대금 외에 유입되지 않는데도 달러 수요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다행히 2020년 8월 민간채무 협상이 잘 마무리돼 조만간 국제통화기금(IMF)과 440억달러 상환기일 연장을 포함하는 채무 조정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코로나 시대, 핵심 이슈는 빈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 이 지역의 또 다른 핵심 이슈는 민생고 해결인 듯하다. 아르헨티나는 3월부터 세계에서 제일 엄격한 사회격리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 격리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빈곤율이 거의 40%까지 치솟았고, 집 없는 도시 빈민이 변두리 지역 사유지를 무단점거하는 일도 생겼다.
연초 부도난 곡물 기업인 비센틴을 국유화하겠다고 서둘러 발표했다가 엄청난 여론 반발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었다. 제2의 베네수엘라로 가는 길을 택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했다. 국유화는 투자 자산을 보호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아르헨티나 정부가 은행 관리 같은 자구 노력 결과를 먼저 지켜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브라질은 빈민 구제 프로그램인 보우사 파밀리아 지원을 대폭 강화했는데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전 4천만 명에서 6500만 명으로 수혜자를 늘리면서 지원금이 3배 올랐다. 보우사 파밀리아는 룰라 전 대통령(집권기 2003~2010)이 만든 프로그램인데, 보수로부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 공격받기도 했으나 보우사 파밀리아 시행으로 브라질 빈곤층이 반으로 줄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이젠 극우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망률 세계 2위라는 달갑지 않은 성적에 아랑곳하지 않고 룰라 전 대통령의 노동자당(PT) 텃밭인 북동부조차 보우소나루 대통령 인기가 치솟는 것은 민생고 해결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물론 재정 고갈로 수혜 조건을 강화하면 큰 반발에 부딪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지만 말이다.
코로나19로 남미 국가들은 큰 시련을 맞고 있다.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기존 사회·경제 질서가 크게 재편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과 기존 글로벌 가치사슬 변화도 예측된다. 이 변화 과정에서 중국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이 지역에서 후발 주자의 어려움을 겪지 않았나. 우리 기업들이 메르코수르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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