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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C’를 지켜라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27호] 2020년 11월 01일 (일) 박중언 parkje@hani.co.kr
   
▲ 서울 시내 지하철역 인근에 있는 통증의학·정형외과 의원. 벽면에 척추 모양을 붙여놓았다. 박중언

나이 들면 힘든 일을 하지 않아도 몸 여기저기가 뻐근하고 결린다. 가장 흔한 원인이 디스크라고 줄여 말하는 척추 추간판(디스크) 탈출증이다. 물론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긴 수험생과 사무직 노동자 등 젊은 환자도 많고,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디스크 질환에 걸리는 시기도 갈수록 빨라진다.
중견기업 P부장은 30년 전인 20대 후반에 유명 대학병원에서 허리 디스크 진단을 받은 적이 있다. 간단한 검사 뒤 곧바로 수술 날짜를 잡자는 얘기를 들었다. 얼버무리듯 대답하고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다. 대신에 평소 자세를 바로잡으려 애쓰고, 수영처럼 무리 없이 척추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했다. 이후 회복된 허리에는 별다른 이상이 생기지 않았고, 지금까지 큰 탈 없이 지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목 부위가 말썽이다. 뻑적지근하고 쑤시기는 등에 튀어나온 견갑골(날개뼈) 아래쪽이 훨씬 심하다. 근육통인가 하고 마사지, 스트레칭 등으로 근육을 풀어봤지만 낫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목이 문제였다. 목 디스크 또는 척주관이 좁아진 협착에 따른 ‘방사통’(퍼지는 통증)이라는 진단이다.
경추(목뼈) 디스크에서 신경이 눌리거나 염증이 생기면 통증이 등과 어깨, 팔, 손으로 전달된다. 요추(허리뼈)에서 문제가 생기면 허벅지와 종아리, 발끝까지 저리고 아프다. 목이나 허리와 무관해 보이는 통증 가운데 척추 디스크가 원인인 게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201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근골격계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이 3명에 1명꼴이다. 10년 전보다 30% 이상 늘었다. 50대는 전체 보험 대상자의 47%, 60대는 57%다. 대한민국 5060세대의 절반 정도가 근골격 통증으로 병원 신세를 졌다는 얘기다. 의료비는 나이가 들수록 많이 들었다.
이 가운데 목과 허리 통증을 비롯해 척추 관련 환자가 4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일상의 불편과 육체적 고통을 주는데다 적잖은 치료비를 까먹으니 척추 관리에 방심은 금물이다. P부장처럼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중력의 명암
가끔 우리는 중력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을 잊는다. 20만 년에 이르는 호모사피엔스(현생 인류) 역사에서 1600년대 후반에야 천재 과학자 아이작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발견했을 만큼 중력의 존재를 알아채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중력은 사람의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초속 30㎞로 태양 주위를 도는데다 초속 465m로 하루 한 바퀴씩 자전하는 지구에 사람이 발을 붙이고 살 수 있는 것은 중력 덕택이다. 동시에 중력의 끌어당기는 힘을 견뎌야 생존이 가능하다. 체중이 몸 전체에 고루 실리는 네발짐승보다 직립보행을 하는 사람에게 중력은 특히 무겁게 작용한다. 무거운 머리와 상반신을 곧추선 척추가 온전히 떠받치는 인간에게 디스크 질환은 숙명 같다. 두 손이 자유로워 두뇌 기능이 발달한 대가인 셈이다.
척추 디스크는 몸의 충격을 흡수하고 완충작용을 하는 게 임무이니 무릎 관절처럼 다치기 쉽다. 외상이 없어도 10대 후반부터 디스크 탄력이 줄어드는 퇴행이 일어난다고 한다. 볼링공 무게(약 5㎏)의 머리를 떠받치는 경추와 상반신을 지탱하는 요추의 아랫부분이 가장 위험하다.
머리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는 5㎏짜리 아령을 들어보면 쉽게 안다. 목을 앞으로 기울이면 무게감이 20㎏까지 늘어난다. 그 무게에 눌려 디스크 수핵이 바깥으로 삐져나오고, 주변 인대와 근육은 경직된다. 디스크 질환에 좋은 운동이 수영인 것도 물의 부력이 중력의 대부분을 덜어주기 때문이다.
거북이 목을 하고, 어깨와 허리를 구부정하게 말아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급증해 디스크 손상은 더욱 잦아졌다. 디스크 질환은 나았다가도 자만하면 언제든 찾아오고, 방치하면 고통이 심해진다.
다쳤다가 아물기를 되풀이하는 척추 디스크는 물론 척주관을 둘러싼 관절, 인대도 노화해 퇴행성 질환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노화의 정도가 심해지고 근육이 줄어들어 중력을 감당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고통이 커진다.

3단계 치료법
치료법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지만, 어느 것도 확실한 해결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1단계에선 약물(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이나 물리(도수, 전기, 온열, 충격파)치료로 뭉친 근육을 풀고 염증을 줄인다. 침이나 추나 등 한방치료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단계에서 통증이 상당 부분 사라진다면 정말 다행이다.
2단계(주사치료)는 강력한 염증 제거 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시술이다. 통증 완화 강도를 높인 것이다. 부작용 때문에 자주 맞을 수 없고, 아예 효과를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P부장도 심한 통증은 아니었으나 약물이 듣지 않아 스테로이드 주사를 한 차례 맞았다. 주사 효과는 분명했으나 얼마 가지 않았다.
마지막 선택지는 수술이다. 신경을 누르는 디스크 수핵이나 뼈 등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다. 재발과 부작용 우려가 있다. 나이 들어선 수술이 쉽지도 않다. 특히 목 부위는 근육이 현저하게 약해지거나 마비가 심하지 않으면 병원에서도 권하지 않는다. 수술 뒤에도 통증이 해소되지 않으면 노화돼 어쩔 수 없다는 판정이 나온다.
아픈 사람을 더 곤혹하게 하는 것은 치료법을 둘러싼 엇갈린 주장이다. 양방과 한방은 말할 것도 없고, 종합병원 전문의들도 저마다 생각이 상당히 다르다. 그러다보니 자신의 상태와 적절한 치료법을 제대로 판단하지 않은 채 ‘용한 곳’을 찾아다니느라 심신을 더 힘들게 하고 돈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게다가 비슷한 정도의 척추 이상이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확인돼도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에는 편차가 크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의 치료법을 하나의 잣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백년 허리>와 <백년 목>의 저자로, 디스크 수술이 아닌 자연치유를 역설하는 정선근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는 이런 이유로 의사들을 “코끼리를 만지는 장님”에 비유하기도 했다.

   
▲ 잠자리 용품을 파는 업체가 ‘수면 체험 컨설팅’을 내걸고 마련한 매장 개점 행사에서 손님의 경추에 맞는 베개 높이를 측정하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세 또 자세!
치료법 종류와 상관없이 척추 질환의 주범이 잘못된 자세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수술까지 해서 상태가 나아졌다 해도 자세가 엉망이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 부위가 다시 나빠지거나 위아래에서 이상이 생긴다. 원래 생김새에 따라 곧은 자세를 오래 유지하는 건 쉽지 않다.
중력 때문에 힘이 들어서, 따분해서 이리저리 몸을 뒤틀고 만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은 드리워지고, 허리는 구부러지며, 다리는 꼬여 있기 일쑤다. 스마트폰은 으레 고개를 숙이고 본다. 누구나 그 원인을 알면서도 절박하지 않으니 해법을 실행하지 않는 게 문제다. 평생 따라다닐 고통을 줄이려면 지금부터 절실해질 필요가 있다.
목뼈에서 꼬리뼈로 이어지는 척추는 목과 허리 부위에서 완만한 C자 모양을 그린다. 두 개의 C자다. 벽에 머리·어깨·엉덩이·뒤꿈치를 붙이고 서보면 금방 안다. 사람의 자세는 언제든 흐트러지므로 눕든 앉든 서든 틈나는 대로 이 모양을 의식해 바로잡는 게 좋다.
P부장은 책상 컴퓨터 앞에 앉아 일할 때 ‘50분 과업에 10분 쉬어’를 하듯이 시간 단위로 몸을 푸는 것을 철칙으로 삼는다. 다른 이의 눈길이 없을 때는 불편해도 스마트폰을 눈높이 이상으로 유지하려 한다. 잠자리에서도 목과 허리 굴곡에 맞는 베개 등을 써보지만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운동도 당연히 필요하다. 온라인에 다양한 운동법이 나와 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질 수 있어 자신의 상태에 맞는 방법을 찾는 수고가 있다. 아프기 전에 허리를 앞뒤, 옆으로 굽히고 돌리는 동작을 하고, 척추를 받치는 코어 근력강화운동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게 바람직하다.
앞으로 숙인 채 오래 있기 쉬운 목은 펴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된다. 아프지 않을 만큼 고개를 뒤로 젖히는 아주 간단한 동작이다. 양손을 어깨높이로 들고 고개를 젖히면 더 효과적이다. 거북목(일자목)으로 “오른쪽 등과 어깨 날갯죽지가 칼에 찔린 듯 아프고, 팔뚝·손등·손가락이 심하게 저려 밤에 잠을 자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겪은 P부장의 직장 동료 K씨는 여러 치료법을 찾아다닌 끝에 이런 목 운동으로 통증의 90% 정도가 가셨다고 한다.
P부장은 고개와 가슴을 펴고 두 손으로 허리를 앞으로 미는 동작도 자주 한다. 일상에서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조금만 더 신경 쓰고, 고개와 허리를 한 번이라도 더 펴면 노후행복지수도 올라간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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