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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어느 편이냐 묻는다면
[Editor's Letter]
[127호] 2020년 11월 01일 (일) 정혁준 june@hani.co.kr
   
 

1984년 벤처기업 애플은 승부수를 던진다. 대기업 IBM이 PC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점유율이 시나브로 떨어지던 때였다. 매킨토시가 주인공이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영화감독 리들리 스콧에게 맡겨 TV 광고를 만들었다. 여전사가 해머를 던져 대형 스크린에 나오는 ‘빅브러더’를 깨버리는 영상이었다. ​광고는 이런 메시지를 남기며 끝난다. “애플 컴퓨터가 매킨토시를 선보입니다. 여러분은 1984년이 ‘1984’와 다른 이유를 알게 될 겁니다.”
‘1984’는 조지 오웰이 쓴 소설 이름으로 전체주의를 비판했다. 1984년은 그해 나온 매킨토시가 전체주의의 특징인 ‘획일화’에 도전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빅브러더는 대기업 IBM을 상징하고, 해머를 던진 여성은 이에 맞서는 애플을 뜻한다. 대기업 IBM이 만든 PC로 획일화되는 세상에, 매킨토시가 다양성을 던지겠다는 것이었다. 광고와 달리 실제 매킨토시는 잘 팔리지 않았다. 잡스는 매킨토시 판매 부진에 따른 책임을 지고 회사에서 쫓겨난다.
매킨토시는 컴퓨터 초보자도 손쉽게 쓸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하지만 운영체제(OS)를 폐쇄적으로 만들어 쓸 만한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이유로 소비자에게 외면받았다. 결국 매킨토시의 맥OS와 IBM PC의 MS-DOS 사이에서 벌어진 운영체제 표준 경쟁에서 최종 승자는 ‘윈도’의 원조 격인 MS-DOS가 됐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로 시작하는 비디오를 보던 시절이 있었다. 유튜브도 넷플릭스도 케이블TV도 없던 때, 비디오는 안방에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한 획기적인 영상저장 장치였다. 비디오에 들어가는 테이프에는 두 가지 기술이 있었다. 1975년 소니가 만든 베타맥스 방식과 이듬해 경쟁사 JVC가 만든 VHS 방식이었다.
베타맥스는 화질이 뛰어나고 크기도 작아 소형화할 수 있었다. VHS는 화질은 떨어지지만 녹화 시간이 길고 값이 쌌다. 스펙으로만 보면 베타맥스가 VHS에 견줘 뛰어났다. 처음엔 기술력이 앞선 베타맥스가 독점하는 듯 보였지만, VHS에 역전당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표준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차도 그렇다. 미국 테슬라와 중국 니오, 샤오펑, 리오토가 전기차로 치고 나가고 있다. 한국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는 수소차 개발에 적극적이다. 전기차나 수소차 가운데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기술과 안전, 충전소 인프라처럼 따져볼 게 많다. 아직 머나먼 일이라고? 아니, 이미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수소차, 전기차 관련 주식을 놓고 당신은 고민하고 있다. 어느 편이 표준이 돼 시장을 장악할지를 두고서 말이다. 주식은 미래를 반영한다고 하니.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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