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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인력·보안 부족 영업까진 ‘먼 길’
[FOCUS] 홍콩 인터넷전문은행- ① 현황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웨이이양 economyinsight@hani.co.kr

웨이이양 尉奕陽 <차이신주간> 홍콩 특파원

   
▲ 홍콩 금융관리국의 공식 인가를 받은 첫 인터넷전문은행인 ZA은행의 광고. ZA은행 누리집

홍콩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소리는 요란했지만 실질적 진전이 느렸다. 홍콩 금융관리국이 사업허가권을 발급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하지만 사업허가를 받은 8개 기관 중 두 곳만 영업을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준비 작업이 늦어진 측면도 있다. 코로나19가 없었어도 새 은행 설립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은행업계 경쟁이 치열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엄격한 감독체계를 가진 홍콩에서 말이다.
2019년 3월27일, 금융관리국은 1차로 인터넷전문은행 3곳을 허가했다. 1년4개월이 지나 1곳만 문을 열었다. 2개월 뒤, 금융관리국이 지정한 5개 기관 가운데 1곳이 영업에 들어갔다. 금융관리국 계획대로라면 사업허가권을 받은 뒤 6~9개월 안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8개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두 2020년 말까지 개업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은행시스템을 만들어 나가기 쉽지 않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 분야에 속한다. 기술과 인력, 상품, 위험관리까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금융관리국의 엄격한 감독과 관리도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업을 늦춘 원인이다.
영업을 시작한 두 은행은 중안(眾安)보험 계열의 ZA은행(眾安銀行)과 샤오미그룹이 함께 설립한 에어스타(天星銀行)다. ZA은행은 1차, 에어스타는 3차에서 사업허가권을 받았다. 두 은행 모두 예금, 대출, 이체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경영전략은 많이 다르다. 공통점이 있다면 고객 확보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나머지 6개 은행 가운데 4곳은 금융관리국 관리를 받으며 시운영을 시작했다. 2곳은 회사 내부 시험 단계에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전복자’ 또는 ‘도전자’ 은행으로 불리며 전통 은행업에 도전하는 ‘혁명’을 대표한다. 홍콩의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시작 단계다. 인구 700만 명의 시장이 작지 않아 보이지만 사업허가권을 받은 은행이 164개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전통 금융 강자에 맞서서 얼마나 많은 시장을 확보할는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들 도전자가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홍콩을 벗어나 중국 본토와 다른 지역으로 진출하는 등 여지가 많다. 하지만 모든 도전자가 ‘거인’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전통 은행업 생태계를 바꾸는 것과 함께 살아남는 것이 가장 먼저 수행해야 할 임무다.

   
▲ 홍콩의 주요 은행들이 모여 있는 금융중심지구. 인구 700만 명의 홍콩에는 사업허가권을 받은 은행이 164개에 이르러 경쟁이 치열하다. REUTERS

엄격한 기준
2018년부터 인터넷전문은행 논의가 시작됐다. 금융관리국은 인터넷전문은행 감독관리 조례 수정안을 발표하고 과학기술형 기업 등 비금융기관 참여를 허용했다. 이때부터 업계에서 관심을 보였고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2018년 8월 1차 인터넷전문은행 사업허가권 신청이 마감됐고, 금융관리국은 신청서 33부를 접수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훌륭한 인재를 찾기도 어렵지만, 2019년 홍콩 시국이 불안정해 직원 채용과 업무시스템 구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개업 준비에 지장을 받았고, 재택근무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은행업 경험이 부족해 마지막으로 신청이 통과된 일부 기관은 사업허가를 받은 뒤 어떤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감을 잡지 못했다. 돌다리를 더듬어가며 강을 건너는 심정으로 준비했다.”
2020년 4월29일, 홍콩 입법회 회의에 출석한 쉬정위 홍콩재경사무국고국 국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인터넷전문은행 준비에 영향을 줬지만 전반적 준비 상황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중 기대치와는 차이가 있었다. 8개 기관이 사업허가를 받은 뒤 벌써 14~17개월이 지났다. 우관하오 PWC 리스크관리서비스 파트너는 “시장과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준비 작업의 어려움을 낮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기술 보안도 주요 원인이다. 금융관리국이 기술 보안을 중요하게 여겨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술혁신형 기업이라는 이유로 원격 계좌 개설과 클라우드기술, 은행시스템, 돈세탁방지 방안 기준을 낮춰주지 않았다. 감독 당국은 특히 고객 신원확인 기술에 높은 정확도를 요구했다.
홍콩 인터넷전문은행 리스크관리와 준법감시 업무를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기준이 일반 은행과 큰 차이가 없어 은행업 규정을 모두 지켜야 한다”며 “혁신 기업인데도 기준이 너무 엄격하니 개업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우관하오는 “인터넷전문은행을 만드는 사람들이 은행업 관련 경험이 없어 금융관리국이 위험관리를 신중하게 처리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지적했다. 쉬카이이 스티븐슨웡앤코 파트너는 “감독 당국이 전통 감독 방식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과 더 자주 만나 과학기술과 준법감시, 고객알기제도(KYC), 경영위험 등 관련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함께 감독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 방안을 모색하고 혁신형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과 융통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고객과 인력 부족
기술위험 외에 감독 당국의 고민이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준비 작업에 참여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관리국은 내부 평가를 통해 8개 기관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개업할 때 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전통 은행 업무를 분담하는 정도와 개업 초기 충분한 고객을 확보할 수 있을지 등이다. 금융관리국이 시장 안정을 위해 인터넷은행의 개업 속도를 조절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외부 요인 외에 인터넷전문은행 내부에도 문제가 있었다. 홍콩 은행업계는 최근 위험관리와 기술 분야의 인력 수요가 급증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준비 초기에 인력 부족 문제를 겪었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이 중국 본토에서 기술 인력을 모집했는데 홍콩의 사회 분위기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원자가 없었다.
중국에서 기술팀을 꾸리고 홍콩 본사와 업무 협력을 한 인터넷전문은행도 있었다. 예를 들어 ZA은행 대다수 직원은 선전에서 일한다. 회사 전체 인력 약 200명 가운데 홍콩 사무실에서 일하는 직원은 60여 명이다. 톈단 ZA은행 최고기술책임자는 “지역을 명확하게 제한하지 않고 가장 적합한 지역에 가장 적합한 인력을 배치한다”며 “선전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어서 인터넷 상품과 기술에 밝은 예비 인력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핵심 관리직에는 전통 은행업계의 인재를 모셔왔다. 건설은행이나 HSBC 등 대형 은행 출신이 많다. 스탠더드차터드은행이 주주인 목스(Mox)은행은 내부에서 인력 배치를 조율했다. 최고경영자와 최고운영책임자는 물론 결제, 위험관리, 상품 등 여러 부서 책임자가 스탠더드차터드은행 출신이다.
잦은 경영진 변동도 인터넷전문은행 발목을 잡았다. 알리바바가 참여한 앤트(螞蟻)은행은 2020년 6월 말 수장을 바꿨다. 위진숭 최고경영자가 개인적 이유로 물러나고 경쟁사인 징둥(京東)에서 넘어온 왕란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왕란은 2월 징둥의 인터넷전문은행 리비(Livi)은행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는 홍콩에 있는 중국은행 인터넷금융센터 부총경리였고 중국은행 홍콩지사의 인터넷전문은행 준비팀 팀장을 맡았었다.

   
▲ 2020년 9월 홍콩의 코로나19 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체 채취 등을 하고 있다. 홍콩 인터넷전문은행은 중국 본토에서 기술인력을 모집했으나, 홍콩의 사회 분위기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REUTERS

차별화 경쟁
다른 직원들도 리비은행을 떠났다. 리비은행은 시운영을 시작하지 않은 2곳 가운데 하나다. 다른 한 곳은 텐센트가 합자로 설립한 푸룽(富融)은행이다. 이 밖에 스탠더드차터드 목스은행 최고운영책임자 존슨 로가 2019년 앤트은행의 최고위기관리자(CRO) 겸 최고경영자로 부임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준비 결과는 출시한 상품과 서비스에서 나타났다. 영업을 시작한 두 은행은 가장 기본적인 예금, 대출, 이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속도’를 내세웠다. ZA은행은 2분8초 만에 원격 계좌 개설을 완료했다고 강조했다. 에어스타는 5분 만에 대출심사를 끝내 대출금을 계좌로 송금했다고 밝혔다. 대출한도는 신청자 월급의 12배, 최대 100만홍콩달러(약 1억5300만원)까지 가능하다. 신청자의 증명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과학기술형 기업은 전통 은행과 달라 시장을 점령하려면 속도가 중요하다.” 야오원숭 에어스타 최고경영자 대행은 인터넷전문은행 ‘속도’는 기술을 통해 전통 은행의 중간 심사 단계를 대체하는 것이라며, 은행은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은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두 달 안에 신상품을 출시하고 부단히 개선해 단계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톈단 ZA은행 최고기술책임자에 따르면, 전통 은행이 신상품 하나를 준비하는 데 9~12개월, 핵심 시스템을 만드는 데 5~7년이 걸린다. 이에 비해 인터넷전문은행은 개발 단계별로 구분이 엄격한 폭포수 모형 대신 반복적 점진적 개발, 유연한 애자일(Agile) 개발 등 인터넷개발 모형을 채택한다. “우리의 기술 아키텍처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기술을 기반으로 하기에 규모를 확장하기 쉽다. 주나 일 단위로 서비스를 업데이트할 수 있고, 시스템의 경계점 확장도 초 단위로 계산한다.”
은행시스템개발업체 테메노스의 웨이자신 중화권 은행업무부 솔루션 책임자는 “중국 과학기술형 기업은 자체 개발을 선호하고, 시스템개발업체가 기본적인 기술 아키텍처를 제공하면 업무 필요성에 따라 ‘블록을 쌓는다’”고 말했다.
반면 외국 은행은 공급업체가 완벽한 기술 아키텍처를 제공하길 원한다. 톈단은 “ZA은행이 클라우드 네이티브 인프라스트럭처를 채택해 은행 업무의 기술 프레임워크를 개선했고, 전자고객알기제도(eKYC) 등 기술 솔루션에선 모회사 중안보험 지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각 인터넷전문은행은 차별화된 제품을 출시해 고객을 끌었다. 중안보험은 예상대로 홍콩에서 인터넷보험상품을 출시했다. 중안보험 핵심 업무이기도 하다. 심장병과 중풍을 보장하는 건강보험, 암보험, 생명보험 등 3가지 상품을 출시했다. 앞으로 인터넷은행과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 쉬셩뤄 ZA은행 최고경영자는 “2020년 안에 결제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운영 중인 위랩(匯立)은행도 결제서비스를 내놓았다. 위랩은행은 7월21일 마스터카드와 공동으로 카드번호가 없는 은행카드를 선보였다. 가입자는 실물 카드와 가상 카드를 동시에 갖고, 세계에 있는 마스터카드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마스터카드 가맹점에서 소비할 수 있다. 위랩은행 거래 자료에 따르면, 시운영 3개월 동안 실물 카드로 소비한 항목의 80% 이상이 음식점과 마트에 집중됐다. 가상 카드는 소비 내역이 다양해 음식점과 여가생활의 비중이 44%에 불과했다.
스탠더드차터드의 목스은행도 마스터카드와 협력해 카드번호 없는 은행카드를 출시했지만 상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야오원숭은 “에어스타도 결제 기능 도입을 고려하겠지만 직접 결제 업무를 하지 않고 외부 업체와 협력하는 방향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 시운영을 시작한 파오은행(平安壹賬通銀行)은 홍콩특구정부 전자상무기술서비스 제공업체인 트레이드링크전자와 함께 중소기업대출 등 도매금융서비스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200개 홍콩 중소기업을 테스트에 초대했고 5일 안에 대출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다.
ZA은행의 쉬셩뤄는 “시운영 기간에 도매금융 업무를 시험했다”며 “개업 뒤 소매금융의 가장 기본적인 상품부터 시작한 다음 무역금융처럼 복잡한 도매금융 업무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위랩은행의 모회사 위랩 창업자 겸 그룹 최고경영자인 룽페이즈는 “당분간 소매금융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며 “개업 초기에 모든 인터넷전문은행의 상품이 비슷하겠지만 장기적인 경영전략과 사고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기업 업무도 일부 제공할 것이다. 혁신적 방법을 시도하겠지만 이 상품이 우리의 최고 경쟁력이 아닐 수도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은행 전체의 운영 방향이다.” 야오원숭은 과학기술을 적용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젊은 고객만 겨냥할 것 같지만, 실제 30~45살 연령층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고 말했다. “이 연령대 고객은 과학기술 이해도가 높다. 가정을 꾸리고 사업을 확장하며 저축계획도 있어 실제로 은행서비스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 고객군에 전통 은행서비스 외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이에 반해 ZA은행은 전체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다고 홍보했다. 2020년 4월21일 기준, ZA은행의 40살 이하 고객 비중은 70%였지만 최고령 고객은 87살이었다. 룽페이즈는 “위랩은행은 과학기술이 익숙한 20~35살 고객군을 주로 공략한다”고 밝혔다.

ⓒ 財新週刊 2020년 제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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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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