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불법투자 엄벌 형평성 제고 관건
[국내이슈] 6개월 연장된 공매도 금지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권순우 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20년 3월13일 주식시장이 마감된 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에서 6개월 동안 공매도를 금지하기로 한 임시 금융위원회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가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투자했는데 누군가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면 기분이 나쁘다. 오르면 이익을 보는 나와 반대로 내려가면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다. 심지어 자산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쁜 정보를 전달하고 다니는 사람은 원수가 된다. 남들이 손해를 볼 때 돈을 버는 공매도 투자자는 언제나 공공의 적이 된다.
공매도는 주가가 하락할 때 이익을 보는 투자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을 사고 주가가 오르면 이익을 보고, 주가가 내려가면 손해를 본다. 공매도는 그 반대다. 공매도 투자자는 남의 주식을 빌려서 팔아 현금을 확보한다. 이후 그 현금으로 주식을 다시 사서 처음 주식을 빌려준 사람에게 갚는다. 처음 주식을 팔 때보다 주가가 하락했으면 싸게 살 수 있어 이익을 본다. 반면 주가가 오르면 더 비싸게 사서 갚아야 하므로 손해를 본다.

공매도 역사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는 돈을 빌려 사는 신용매수와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투자 방식이다. 기업이 성장해서 가치가 높아지면 주가도 올라간다. 반대로 기업 경영 상황이 좋지 않고 실적이 악화하면 주가가 내려간다. 전망은 투자자마다 다를 수 있다. 올라갈 거라고 생각하면 주식을 매수하고, 내려갈 거라고 생각하면 매도한다. 공매도 역사는 주식 역사만큼이나 길다.
1600년대 초 네덜란드에는 동방무역을 하는 세계 최초의 주식회사 동인도회사(VOC)가 있었고, 이 회사 주식을 거래하기 위한 세계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있었다. VOC 이사인 르메르는 무역 관련 이견으로 다른 이사들과 분쟁을 겪었다. 르메르는 다른 이사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공매도를 했다. 르메르와 투자자 9명은 대량으로 주식을 팔고 정해진 다른 날 명의를 이전하기로 했다. 명의 이전일 이전에만 주식을 사서 주면 되기 때문에 갖고 있지 않은 주식도 팔 수 있었다. 주가가 내려간 뒤 주식을 사서 주면 이익을 볼 수 있어서 무역선이 좌초됐다는 둥 나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기도 했다. 최초의 공매도다.
당시에도 먼저 거래하고 이후 결제하는 선도거래는 불법이 아니었다. 하지만 허위 사실 유포는 분명 남을 속이는 행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VOC 이사들은 암스테르담 주의회에 청원했다. 이사들은 악독한 행위로 과부와 고아가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과부와 고아가 주식 투자를 하는 사례는 드물었다. 하지만 여론에 호소하는 데는 사회적 약자를 거론하는 것이 유리했다. 주가가 내려간 것은 공매도 때문이 아니라 경영진이 방만하고 무능하게 경영했기 때문이라고 르메르는 반박했다. 의회는 VOC 손을 들어줬고 1610년 ‘무차입공매도’를 금지하는 법안이 세계 최초로 만들어졌다.
대부분 나라의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는 합법적인 투자 방식이다. 다만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사건이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금지하기도 한다. 공포 투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한국, 미국 등 18개국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충격받았고, 일부 국가는 한시적 공매도 조처를 했다. 한국 정부는 3월16일부터 9월15일까지 6개월 동안 전체 상장 종목을 대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공매도 금지는 보통 짧게는 한 달, 길면 석 달 정도 이뤄진다. 석 달 안에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매도 금지 기간을 길게 두지 않는 것은 공매도 금지가 주가 부양이 아니라 주가 변동성을 낮추기 위한 조처이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시장의 충격은 완전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코스피가 한때 1800선에서 1400선까지 급격하게 내려갔지만, 이후 단숨에 2400선까지 올라갔다.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선진 시장의 증시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도입한 적극적 재정정책과 무제한적 통화공급의 효과다. 실물경제는 마이너스성장을 이어갈 전망이지만 자산시장은 방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한시적 공매도 금지가 종료되는 9월15일, 증시는 과열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높아졌다.
하지만 정부는 공매도 금지 기간을 오히려 6개월 늘리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시장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 3월에 시행한 공매도 금지도 6개월 연장하고 이 기간 불법 공매도 처벌 강화, 개인 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시장에서 요구하는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19년 4월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불법적인 무차입 공매도 전수조사와 근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연합뉴스

세 가지 쟁점
공매도 논란에서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다.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실증적 근거는 없다. 2020년 8월 증권학회가 주최한 ‘공매도와 자본시장’ 정책 심포지엄에서 변진호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예측하는 기능이 있다”고 주장했다. 주가가 하락할 것 같으니 공매도가 나오는 거지, 공매도로 주가가 하락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변 교수는 “개인 투자자의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공매도를 막연히 금지해야 하는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증적 근거 없이 막연히 공매도 세력이 밉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건 정책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아야 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책은 정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공매도 금지 조처가 풀리기 한 달 전부터 차기 대선 주자를 비롯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은 공매도 금지 연장을 주문했다. 투자자 감정을 들어 공매도 금지 기간을 연장하자고 할 수는 없기에 공매도를 둘러싼 두 번째 논란인 ‘기울어진 운동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공매도의 두 번째 논란은, 개인 투자자가 기관, 외국인 투자자에 비해 차별받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9년 주식시장 공매도 거래액 103조5천억원 가운데 외국인 거래액 비중은 62.8%, 기관 비중은 36.1%에 이른다. 개인은 1.1%에 불과하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는 예탁결제원 등을 통해 원하는 수량과 기간만큼 공매도 투자를 할 수 있다. 하지만은 개인은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하는데 개인이 빌리는 주식은 400여 개로 제한됐고, 기간도 3개월에 지나지 않는다.
증권사들은 편리한 공매도 투자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다. 증권사에 대주와 신용융자, 대출은 같은 신용한도로 묶여 있다. 신용한도가 정해진 상황에서 거래가 복잡한 대주보다는 대출해주는 편이 증권사에 유리하다. 그렇다보니 대주 거래가 수월하도록 시스템을 구성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공매도 차별 문제에 대해 정책이 보완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대주가 가능한 종목 수와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 번째 논란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다. 2010년부터 2019년 말까지 적발된 무차입 공매도 101건 가운데 94건이 외국계 투자사에서 일어났다. 이 가운데 45건은 과태료, 나머지는 주의 경고만 받았다. 과태료는 2018년 골드만삭스가 75억480만원을 받았을 뿐, 44개 금융사에는 모두 10억원 정도 과태료만 부과됐다. 미국은 불법 공매도에 대해 60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고, 프랑스는 무차입 공매도로 얻은 이득의 10배를 벌금으로 매긴다.

제도 보완
한국은 공매도 공시에 엄격한 반면, 처벌은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불법 공매도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일자 국회에서는 다양한 공매도 처벌 강화 법안이 발의됐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공매도로 얻은 이익 혹은 회피한 손실액의 최대 3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태흠 국민의힘 의원은 아예 공매도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해 돈을 빌려 주식을 사듯이, 주가 하락을 기대하고 주식을 빌려 파는 공매도는 자연스럽다. 미래 전망이 제각각인 투자자가 각자 관점에 따라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 불법 투자 행태에 엄중한 처벌이 요구되지만, 합법 투자를 무작정 비난하고 금지할 수는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제도 정비를 통해 투자자 사이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합법 공매도 투자 인식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공매도 제도를 확실히 정비해 공매도를 둘러싼 소모적 논쟁을 종식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를 시장에서 떠나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상승도 하락도 아닌 제도의 불확실성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0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