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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소속사 빅히트 주가, 거품인가 아닌가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박종오 pjo22@edaily.co.kr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부산 벡스코 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문화혁신포럼’ 행사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20년 9월 한국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주가 거품 논란을 보도했다. 빅히트는 국내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1위에 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다. 10월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하는 이 회사의 가치가 너무 부풀려졌다는 시장 평가를 소개한 것이다. 일리 없는 지적은 아니다. 국내 증권가에도 빅히트가 고평가됐다는 말이 심심찮게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가치 비교 대상이 네이버·카카오?
논란의 주요 내용은 이렇다. 빅히트는 10월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금융감독원에 회사가 바라는 주식 공모가격으로 1주당 10만5천~13만5천원을 적어냈다. 신주 713만 주를 발행해 주주한테 1주당 10만원 넘는 투자금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 금액대로면 상장 뒤 빅히트 시가총액(전체 발행 주식 수×주가)은 3조5539억~4조5692억원에 이른다. CJ, 대우조선해양, 이마트 등 국내 유명 대기업을 제치고 단숨에 시총 상위 60위권 기업에 진입하는 셈이다.
빅히트의 기업가치 평가 방법도 거품 논란에 불을 댕겼다. 아주 간단히 설명하면 빅히트는 비슷한 사업을 하는 국내 5개 상장사 시총이 연간 이익의 몇 배인지 평균값을 구하고, 이 평균값을 빅히트 이익에 곱해 상장 뒤 시가총액과 주가를 계산했다. 동종 업계 경쟁사가 연간 벌어들이는 현금이 100억원, 시총이 4천억원이라면 둘 사이 배수인 40배를 빅히트의 연간 이익에 곱해 회사의 적정 몸값을 추산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비교 대상에 네이버와 카카오가 포함됐다는 점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 국민 모바일 메신저일 뿐 아니라 쇼핑과 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넓힌 초대형 ‘정보기술(IT) 공룡’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언택트’(비대면)가 주목받으며 연초 대비 주가가 급등해 증시 거품 논란의 중심에 놓인 회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회사들이 빅히트 같은 음악 콘텐츠 유통 사업을 한다는 이유로 비교 기업군에 끼워넣은 것이다.
빅히트가 BTS를 제외하면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BTS 매출이 전체 회사 매출의 97%(2019년 기준)를 차지할 만큼 쏠림이 심하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 “회사가 유리한 평가를 받으려고 제조업체가 많이 쓰는 기업가치 평가 방법을 가져다 썼다”거나 “BTS가 세계 1위라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 빅히트의 실적이 고점이라는 의미”라는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빅히트의 재무 실사와 기업가치 평가, 상장 업무를 담당하는 증권사의 수익 구조를 문제 삼기도 한다. 빅히트의 주식 공모가격이 비쌀수록 증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 수익이 많아지다보니 기업가치를 뻥튀기할 유인이 크다는 이야기다.

빅히트, 거품 판단 간단치 않아
그러나 이것만으로 빅히트의 기업가치와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빅히트의 지난 3년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최근 회사 자산이 급격히 불었다는 점이다. 2018년 말 2055억원에서 2020년 6월 말 8207억원으로 무려 4배가 늘었다.
음악 콘텐츠 제작이 주 사업인 엔터테인먼트 회사는 일반적으로 제조업체처럼 공장·기계 설비 등 생산시설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 대부분 외주업체에 맡긴다. 그런데도 이처럼 자산이 빠르게 늘었다는 것은 다른 기업의 인수와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외형을 키웠다는 뜻이다.
빅히트는 2019년 매출액 5872억원, 영업이익 987억원을 올렸다. 매출액 기준으로 SM엔터테인먼트(6578억원)에 이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 2위이고, 영업이익은 이미 1위다.
최근 변화 추이를 보면 빅히트가 추구하는 성장 방향을 엿볼 수 있다. 첫째, BTS에 편중된 수익 구조 다양화, 둘째, 음악사업 수직 계열화, 셋째, 자체 플랫폼 구축 등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빅히트는 2019년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인 쏘스뮤직, 2020년 6월에는 보이그룹 ‘세븐틴’ ‘뉴이스트’ 소속사인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세븐틴은 BTS에 이어 2020년 상반기 국내 음반 판매량 2위를 차지한 기대주다.
산하에 계열사도 대거 신설했다. 공연 및 음원 유통, 캐릭터 상품 등 2차 콘텐츠 제작·판매, 게임, 교육 사업 등 기능별 자회사를 만들어 중간 마진을 없애고 음악산업 전반을 직접 총괄하며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이 회사는 심지어 물품 배송도 직접 한다.
주목할 부분은 온라인·모바일 팬 커뮤니티인 ‘위버스’와 자체 쇼핑몰인 ‘위버스샵’이다.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글로벌 팬이 모여 소통하고 소비하는 장(플랫폼)을 직접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위버스 앱(휴대전화 응용프로그램) 월간 순이용자는 2019년 말 100만 명 안팎에서 현재 400만 명을 돌파했다. 매출(위버스샵 포함) 비중도 2019년 상반기 전체 회사 매출의 9.7%(311억원)에서 2020년 상반기 38.3%(1127억원)로 급증했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 여파로 공연 매출이 1천억원 넘게 줄었지만, 전체 매출 감소액은 200억원대에 그친 것도 이런 플랫폼 사업의 성장 덕분이다.
결론적으로 빅히트가 네이버, 카카오라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해 회사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터무니없다고만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빅히트 방시혁 대표의 머릿속에 BTS는 전초병이고, 이들을 앞세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네이버, 카카오 같은 ‘독점 플랫폼 사업자’가 되겠다는 청사진이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빅히트 공모가격이 거품인지 아닌지 그 정답은 결국 방 대표의 꿈이 실현되거나 좌절되는 미래에 가장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국내 기업 약 3만2천 곳은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다. 회계장부에는 우리가 몰랐던 회사의 속살이 숫자로 드러나 있다. 최근 경제계에서 주목받는 회사부터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 빵집 같은 일상 속 작은 가게까지 그들의 속사정이 담긴 회계장부를 읽어본다. 글쓴이는 경제신문사 <이데일리>에 근무하는 9년차 기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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