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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노인이 도시에 사는 이유
[하수정의 오로라를 따라서]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하수정 stokholm@naver.com

하수정 <북유럽 비즈니스 산책> 저자

   
▲ 80살인 마리안 블롬버그가 2013년 9월 26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체육관에서 운동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행정안전부 발표를 보면 2020년 6월 기준 열 집 가운데 네 집(38.5%)이 혼자 사는 가구다. 1인 가구 중 65살 이상 ‘독거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이른다. 고령화로 노인 가구는 점차 늘어 2047년에는 그 비율이 50%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혼자 사는 노인은 행복할까? 수치만 보자면 한국에서 나이 먹고 혼자 사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65살 이상 노인 10만 명당 58.6명이 자살로 목숨을 끊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세 배가 넘는다. 노인층이 꼽는 어려움으로 가난(27.7%)이 가장 크고 건강(27.6%), 배우자·가족·지인과 갈등(18.6%), 외로움(12.4%)이 뒤를 잇는다.
스웨덴은 이미 2014년 전체 인구 중 65살 이상 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기대수명이 남자 81살, 여자 84살이다. 한국의 65살 이상 인구 비중이 15%(2019년 기준)인 것을 고려하면 스웨덴은 훨씬 더 늙은 사회다. 스웨덴 역시 1인 가구 비중이 높다. 모든 연령대에 1인 가구가 고르게 분포해 전체 가구 중 40%에 이른다.
스웨덴에 있으면서 인상적인 점이 바로 노인의 삶이었다. 스톡홀름 시내를 걷다보면 빨간 바지의 할아버지와 화사한 옷차림의 백발 할머니가 팔짱을 끼고 데이트하는 모습도, 철없어 보이는 할아버지 둘이 한껏 멋내고 걷는 모습도, 가슴이 드러난 블라우스에 재킷을 어깨에 걸치고 야외 카페에 앉아 햇볕을 쬐는 할머니의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한국에도 우아한 옷차림에 맛집을 다니는 할머니와 번쩍거리는 넥타이를 매고 취미 생활을 하는 노신사가 많지만, 다른 한편에는 당신 체구의 몇 배는 될 듯한 폐지를 싣고 힘겹게 리어카를 끄는 노인도 많다. 지방에 가면 혼자 사는 노인으로 구성된 1인 가구가 더 많다.

남들처럼 일상을 누리는 스웨덴 노인
스웨덴 노인은 대부분 도시에 산다. 한국에 청년주택이 있다면 스웨덴에는 노인주택이 있다. 요즘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빈집을 사서 인테리어를 새로 하거나 재건축해 청년 주거 용도로 제공하는 일이 늘고 있다. 스웨덴은 노인이 그 대상이다. 새로 짓거나, 빈집을 사서 리모델링을 한다. 휠체어가 다니기 편하게 계단을 없애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화장실 벽에 손잡이를 다는 등 노약자 편의시설을 추가해 노인주택으로 바꾼다. 55살 이상이면 원할 경우 노인주택에 입주할 수 있다. 물론 자기 집이 편하면 집에서 도움을 받으면 된다.
장애가 있거나 중병을 앓는 경우 집에 머무르기를 원하면 간병인이 출퇴근해 돌본다. 65살 이상이라면 장을 보거나 집안일에 도움이 필요할 때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정신은 또렷하지만 기력이 약하거나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집안일을 하기 힘들 때, 낮 동안 도우미가 집에 와서 살림을 돕고 산책을 시켜준다면 그때 드는 비용은 얼마일까?
한 달 자택 방문 서비스 비용으로 개인이 내는 금액은 최대 22만원(1772크로나) 수준이다. 나머지는 국가 부담이다. 전체 노인 요양 비용 96%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노인 요양 지출은 공공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스웨덴에서 노인정책 목표는 단순하다. 나이 들거나, 기력이 떨어져 장애가 와도 남들처럼 일상을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치매 등 여러 질환을 앓는 노인이 비용 걱정 없이 안심하고 머물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건 자식이 부모를 직접 모시거나 경제적으로 부양해야 할 의무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다. 자식이 없어도 시스템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누구에게 기대거나 부담될 일이 없다. 스웨덴 복지는 기본적으로 가족이 아닌 개인을 단위로 디자인했다. 자식이 있든 없든, 재산이 많든 적든 누구나 지급 가능한 비용으로 요양원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선진국 구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평범한 스웨덴 노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블로그(123minsida.se/Bojan)가 있다. 블로거 이름은 다그니 카를손, 1912년 5월8일생으로 올해 나이 108살이다. 세계 최고령 블로거다. 99살에 한국 복지관 같은 커뮤니티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운 뒤 블로깅을 시작했다. 1천만 인구의 스웨덴에서 방문자가 400만 명이 넘고, 블로거로 유명해져 TV에도 출연할 정도니 스타 블로거인 셈이다.
인생은 60살부터라고 들었는데, 카를손에 따르면 인생은 100살부터란다. 매일 밤 일기처럼 기록한 다그니 블로그는 평범한 삶의 기록이다. 나이가 나이니만큼 “오늘도 장례식에 다녀왔다”로 시작하는 글이 눈에 띈다. 제1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어린 시절 이야기, 좋아하는 디저트와 요리법, 101살 나이에 마음에 드는 청바지를 산 이야기와 쇼핑 팁, 절세법과 연금에 대한 조언이 깨알 같다. 여러 종류의 꽃과 나무 사진, 맛집에서 친구들과 찍은 사진도 빠질 수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혹시나 싶어 틈틈이 블로그를 확인하는데, 최근 올라온 다그니의 글에서 따뜻한 위로를 얻었다.

제목: 죄와 용서
2020년 9월8일
요즘 내 상태를 보자면 게으름에 지쳤다고나 할까.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지친다니 좀 역설 같기도 하다. 쉼이란 중요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좀 다르다. 쉬면서 좋은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긴 한데 금세 눈이 침침해진다. 성경에 “주님이 그의 양들을 보살핀다”고 돼 있는데 내 경우엔 구청과 요양보호사들이 내 삶을 보살펴준다고 해야겠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뉴스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백신이 나오면 좀 잠잠해지려나. 한때는 감염병이 돌면 그것이 우리의 죄 때문이라고 했다. 물론 그때도 바이러스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간은 모두 죄인이니 어딘가에 용서도 있겠지.

선진국을 분별하는 다양한 방식이 있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사회 약자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청년도 힘들지만, 대한민국에서 노인으로 살기도 쉽지 않다. 대한민국 노인은 취업률도 1위, 빈곤율도 1위, 자살률도 1위다. 나이 들어도 일해야 먹고살 수 있고, 아무리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질병과 외로움에 목숨을 끊는 이도 많다. 건강한 노인은 갈 곳이 없다. 어쩌면 서울 광화문광장이 그들에게 유일하게 생동감을 주는 장소였는지도 모르겠다.

* 경쟁보다 협업을, 투쟁보다 합의를 우선으로 하는 북유럽은 어떻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을까? 오로라의 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머나먼 겨울왕국으로 알려진 북유럽은 복지제도뿐 아니라 혁신산업과 창업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오로라를 따라서’는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북유럽 비즈니스는 물론 이를 가능케 한 북유럽 문화와 가치관을 따라가본다. 동시에 북유럽이 당면한 과제를 살펴보며 우리나라 미래를 내다보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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