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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하게 하라
[박중언의 노후경제학]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박중언 parkje@hani.co.kr
   
▲ 서울 종로구 한의원에 근골격계 질환을 가진 사람이 추나요법 치료를 받을 때 건강보험이 적용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컴퓨터로 글을 손질하는 게 주 업무인 중견기업 P부장은 마우스를 왼손으로 조작한다. 벌써 몇 년 됐다. 마우스를 움직일 때 오른팔과 손가락에서 미세한 통증을 느낀 게 계기였다. 사무직 등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사람이 흔히 겪는 VDT증후군의 하나다.
컴퓨터를 사용하는 시간이 아주 긴 편은 아니었으나 집중해야 할 때는 어쩔 수 없었다. 불쾌하고도 찌릿한 그 느낌은 조금씩 심해졌다. 특히 검지를 빠르게 두 번 누르는 더블클릭을 하는 순간 오른쪽 목과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타고 내려가는 신경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응급처방을 하기 위해 마우스를 왼손으로 바꾸자 처음에는 아주 어색했다. 급할 땐 오른손이 먼저 나갔다. 더디게 적응하기 시작한 왼손은 그리 오래지 않아 자연스럽고 편하게 움직였다. 요즘은 왼손을 쓰고 있다는 점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이따금 왼손가락에 들어가는 힘의 세기와 누르는 속도 조절이 오른손만큼 정교하지 못해 노트북 화면 창이 엉뚱하게 바뀌는 일을 빼면.

효율에서 균형으로
대다수 중장년의 몸에서 좌우 균형이 깨진 지는 오래다. 오른손잡이는 죽어라고 오른손과 오른발을 써왔다. 그 결과 오른손 움직임이 프로선수라면, 왼손은 갓난아기 수준이다. 왼손잡이는 정반대고. 그래도 사는 데는 별 어려움이나 불편함이 없었을 것이다. 다른 쪽 팔다리가 지지대 구실만 해줘도 웬만한 일은 무리 없이 다 할 수 있어서다.
손흥민처럼 좌우 가릴 것 없이 강력한 슛을 날릴 수 있는 축구선수는 흔치 않다. 보통 사람에겐 한쪽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젊을 때는 요구되는 일을 신속, 정확하게 해내는 것이 급했다. 다른 한쪽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익숙한 쪽이 편하고 빠르다. 한쪽 손으로 밥을 먹고, 글씨를 쓰고, 화장실에서 뒤를 훔치는 게 훨씬 자연스러웠다. 굳이 다른 손이 뭐 하고 있는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렇게 한쪽에만 일과 부담을 지운 부작용이 나이 들어 천천히 나타난다. 좌우, 앞뒤 한쪽으로 중심이 기울어진 몸은 부상과 질병에 취약하다.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근골격계 질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손발부터 팔다리, 어깨, 허리, 등까지 근육, 신경, 인대, 힘줄, 관절이 손상을 입는다. 질환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통증과 불편은 피하기 어렵다.
P부장도 조심한다고는 했지만 어느 결엔가 그런 처지에 놓였다. 시간에 쫓기거나 몰두하다보면 잘못된 자세로 작업 부담이 한쪽에 쏠리기 일쑤다. 늘 힘을 쓰는 쪽은 근육과 신경이 닳고 닳아 고통에 시달리지만, 다른 쪽은 거의 방치돼 무기력해졌다. 안 쓰는 손으로 숟가락이나 펜을 들어보면 곧바로 실감한다.
컴퓨터 자판을 두드릴 때 검지와 중지에서 오는 감각도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오래 집중해서 쓴 탓인지 오른쪽 검지에 가벼운 힘이라도 주면 근육 긴장이 전달된다. 컴퓨터 자판에는 방향키 등 자주 쓰는 키들이 오른쪽에 배치돼 있어서다. 방향키를 길게 누르거나 스크롤할 때, 자르고 복사하고 붙이기를 하느라 손가락에 힘을 계속 주고 있을 때 찌릿하다.
더 큰 우려는 균형감이 떨어질 때 생기는 사고다. 두 발로 바닥을 단단히 딛지 못하면 넘어질 위험이 크다. 나이 들수록 둔화하는 균형감각과 유연성, 반사 신경 탓에 잠깐의 실수가 고관절이나 팔다리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자주 쓰지 않는 쪽은 아무래도 근육이 부족해 약하고 탄력이 떨어져 다치기 쉽다. 늘 쓰던 쪽을 다치는 상황이 닥치면 일상의 불편이 상당히 커진다.

손쉬운 연습
마우스 사용부터 ‘균형의 세계’에 입문한 P부장의 왼손 훈련은 일상생활로 조금씩 그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으레 오른손이 하던 일을 왼손에 맡겨보는 것이다. 가방을 들 때,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울 때, 문을 열 때, 청소기를 돌릴 때 자동으로 나가던 오른손을 멈추고 왼손을 앞세운다. 의식하지 못하거나 급하면 할 수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왼손 주력, 오른손 보조’다.
이런 연습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할 수 있고, 버릇 들이기도 가능하다. 고급 단계는 왼손으로 정교한 동작을 하는 것이다. 젓가락 사용,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 칼질 등이다. 시간이 넉넉할 때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보라. 젓가락, 연필, 칼을 왼손으로 쥐고 오른손 움직임을 그대로 모방해 손을 움직여보면 조금씩 틀이 잡히고 익숙해진다.
왼손이 서툴게나마 이런 동작을 해낼 때는 예상치 못한 만족감이 든다. 쓸 일이 없던 손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과 함께 새 도전에 성공한 데 따른 성취감이다. 아기가 걷고 말하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볼 때처럼. 모든 게 심드렁해지는 노후에 어렵지 않게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 방법이다.
P부장은 노력 끝에 왼손으로 글자 쓰기와 선 긋기, 젓가락질 정도는 조금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지난 잡지의 사진을 따라 선을 그어보거나 이면지 위에 삐뚤빼뚤 글자를 적으면서 연습한다. 좋은 시나 글을 택해, 종이에 한땀 한땀 ‘글자 수’를 정성스레 놓다보면 마음이 느리게 움직이고 생각이 깊어지는 덤도 얻을 수 있다. 베스트셀러 제목처럼 멈춰서거나 천천히 가면 못 보던 것이 보인다.
운동이나 취미생활도 기왕이면 신체 좌우를 동등하게 움직이는 종류를 택한다. 악기에선 드럼이 그런 편이다. 드럼은 악기 가운데 가장 큰 몸동작과 사지의 움직임을 필요로 한다. 오른쪽을 상대적으로 많이 쓰지만 왼손과 왼발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다양한 곡을 연주하기 힘들다. 왼쪽 다리를 강화하기 위해 그가 하는 운동은 제기차기다. 양발 차기로 양쪽 다리를 번갈아 들거나 왼발로만 제기를 차기도 한다. 별거 아닌 동작 같지만 5분만 차도 땀이 난다.
부상과 질병은 몸 전체에 균등하게 오지 않는다. 방치된 쪽을 그냥 두기보다 양쪽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보는 노력이 그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주로 쓰던 팔다리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다른 쪽을 어느 정도 쓸 수 있으면 주변 사람에게 덜 의존하게 된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사부작사부작하다보면 어느새 많이 달라진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선택은 각자 몫이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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