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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좋은 인간행동’
[조계완의 글로벌 경제와 사회]
[126호] 2020년 10월 01일 (목) 조계완 kyewan@hani.co.kr
   
▲ 2020년 7월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세종-서울을 영상으로 연결해 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하고 있다. 합뉴스

코로나19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기업 생산함수와 가계 소비함수 양쪽에 코로나가 일시 변수가 아니라 장기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생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자본·노동·토지(공장)·기술 같은 결합 생산요소 외에 코로나가 거시 총생산뿐 아니라 여러 산업과 업종, 나아가 미시적인 개별 기업의 생산·판매·고용에 걸쳐 새로운 ‘불변 조건’으로 포함되는 양상이다. 개별 경제행위 주체에게 선택 행동은 불가능하고 오직 ‘주어진’ 제약조건 같은 것인데, 정은경 신임 질병관리청장이 말한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경제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럴 것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8월에 제출한 ‘코로나발 경제위기’ 보고서는 통상적인 경기침체와 달리 이번 위기는 사람들 행동에 큰 변화를 강요한다는 점에서 경제·사회에 장기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위기로 사람들 행태 변화가 장기적으로 이어진다면 코로나로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업종과 반대로 크게 침체된 업종은 위기 회복 이후에도 이런 경향이 지속하면서 산업·경제 구조 변화가 초래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경제를 이데올로기나 철학을 넘어 적어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한마디로 ‘인간행동’ 탐구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이전 여러 경제학 거인들도 있지만 탁월한 시장자유주의 이론가 루트비히 폰 미제스가 쓴 <인간행동>(1949)에 의해 비로소 경제학이 제시됐다고 말하는 소수 경제학자도 있다. 경제원론 첫 페이지에 나오는 ‘합리적 선택’ 가정은 경제적 인간행동의 기초로 제시된다.
이와 달리 ‘케인스 혁명’은, 재정지출 및 유효수요 이론으로 그 위대성이 흔히 요약되지만 인간 경제행동의 비합리성이라는 호소력 있는 주장을 폈다는 점에서도 가히 ‘혁명’이었다. 인간은 이자율이나 임금수준 등에 따라 최적의 투자와 노동공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에 따라 심지어 그날 날씨에 따라 투자·소비 결정을 달리한다고 케인스는 말했다.
요컨대 경제분석가들이 보는 인간행동은 소비 효용 극대화와 이윤 극대화를 위해 미분을 통한 극단적 수준까지 계산(한계주의)한다는 과학적 설명이 한쪽에 있고, 인간행동은 직선으로 환원하기 어려운 비선형의 복잡한 측면을 지닌다는 또 다른 학설이 맞선다.
그럼에도 일차적으로 인간의 ‘적응적 행동’에 주목한다는 점은 양쪽이 대략 일치한다. 코로나 시대 경제활동 행태는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3단계 같은 제도·정책적 제약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코로나19 장기 지속에 점점 깊숙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비대면·거리두기가 하나의 습성으로 굳어지고 공고화하면서 인간의 생산·소비 행동 자체가 바뀌고, 그에 따라 산업·경제도 구조적인 변동에 들어선다는 이 생각에 복잡한 구석은 전혀 없다. 단순한 인간행태 분석이지만 그 장기적 파급 영향은 대공황 못지않은 엄청난 규모로 커지면서 일국·지역·세계 경제를 뒤바꿔놓을지 모른다.
정은경 청장은 “방역에 지름길은 없다. 단체 줄넘기 하듯 한마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학은 어떤 선택행동 자체만을 고려할 뿐 그 행동에 이르게 한 심리적 측면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는 편인데, ‘한마음’이란 말은 우리에게 ‘좋은 행동’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줄넘기하듯, 좋은 경제적·사회적 행동이 집단으로 이뤄지면 코로나는 ‘불변의 제약’이 더 이상 아닐 것이다. 어떤 제약 조건이든 부단히 맞서 뛰어넘어온 역사가 인류 문명의 삶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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