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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압박 심하고 기술인력 태부족
중국 반도체 국산화- ② 만만찮은 과제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허수징 economyinsight@hani.co.kr

허수징 何書靜 <차이신주간> 기자

   
▲ 창신메모리가 독자 개발한 DDR4 디램 칩. 창신메모리 누리집

2019년 9월, 창신메모리가 제품 생산을 시작했고 연말에 정식으로 제품을 출고했다. 중국 반도체업계 전체가 그 상황을 주시했다. 이후 창신메모리가 고객 명단을 공개하지 않자 업계에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고객은 어디 있나?” 창신메모리는 조용히 상용화에 들어갔다.
2020년 5월부터 창신메모리 디(D)램을 탑재한 메모리 모듈 여러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창신메모리의 DDR4에, 주파수는 대부분 2666MHz, 용량은 8기가바이트(GB)와 16GB다. 5월15일, 모듈 제조사 롱시스는 창신메모리의 칩이 엔지니어 검증 테스트(EVT)를 통과했으며, 창신메모리 칩을 탑재한 메모리 제품 3종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성능에선 대형 제조사 제품과 격차가 있다. “모듈 제조사가 제품을 쓰기 원한다면 기본적인 사양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더욱 엄격한 조건에서 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면 일부 특성을 희생해야 하지만 사용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3천MHz 이상 주파수에서 창신메모리 칩 발열 현상이 명확하지만 삼성의 같은 제품은 그렇지 않다.

기업 시장 개척
주파수는 램 성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는 주파수가 높을수록 선호한다. 업계 전문가는 “저가형 개인 컴퓨터(PC)에선 일반 소비자가 창신메모리 모듈을 사서 쓰면 되지만, 이(e)스포츠 같은 고급형 시장에선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용도를 기준으로 DDR4 램은 서버와 PC, 자동차, 다른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소비 경로를 보면, 램을 모듈 제조사에 납품해 컴퓨터용 메모리 모듈로 만들어 팔거나 컴퓨터·서버 제조사를 통해 직접 기기에 탑재할 수 있다. 현재 창신메모리 협력사인 롱시스와 글로웨이는 소매유통 업체다. 칩을 메모리 모듈로 만들어 판매한다. 컴퓨터나 서버 제조사에 칩을 납품하려면 일련의 시험을 진행해 더 높은 성능 요건에 부합해야 한다.
창신메모리는 기업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창신메모리 관계자는 여러 중국 제조업체에 견본 제품을 보냈다며 “제조업체가 최종적으로 창신메모리를 선택한다면 단지 국산 제품이라서가 아니라 제품 성능과 안전성을 보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시장을 개척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일부 기업은 몇 달 또는 1년 이상 전방위로 칩의 성능을 시험한다. 처음에는 기준에 못 미치겠지만 괜찮다. 우리는 계속 고쳐나갈 수 있다.”
기업 시장에선 삼성과 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절대적 우위를 장악해 후발 주자가 진입하기 어렵다. 이 관계자는 일부 기업고객이 창신메모리 제품을 사려고 하면 주류 제조업체가 “제품 공급을 끊겠다”고 압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램에 오류가 있으면 안 된다. 한번 오류가 생기면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노트북 제조업체 요구사항의 램 요구 사항은 엄격하다. 서버 공급망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어렵다.” 다이샤오위 반도체 전문 분석가는 “창신메모리가 PC 제조사(의 공급망)에 들어간다면 시장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그다음에 서버 제조사를 공략하면 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9년 세계 램 수요에서 PC와 서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14%와 32%였다.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가 정부조달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정부조달 시장은 국내 산업을 지원해야 한다”며 “최근 스마트시티가 보급되면서 정부의 서버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창신메모리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려면 반드시 시장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2020년 매월 4만 장의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창신메모리는 세계 디램 공급의 약 4%를 차지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의 우야팅 분석가는 올해 창신메모리 공급량이 많지 않아 외국 브랜드가 당장 공급처를 조정하지 않겠지만 2021년에는 창신메모리가 중국 시장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했다.

   
▲ 중국의 모듈 제조사 롱시스가 세 종류의 창신메모리 DDR4 칩을 탑재해 만든 스토리지 제품. 롱시스는 창신메모리의 칩이 엔지니어 검증 테스트(EVT)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롱시스 누리집

낮은 가격경쟁력
창신메모리가 역량을 키우는 사이, 시장에서는 주류 제조사가 가격전쟁을 벌일 가능성을 우려했다. 디램 시장은 늘 경쟁이 치열했고 중요한 시기에는 주류 제조사가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가격전쟁을 벌여 경쟁사를 밀어냈다. 창신메모리는 생산원가에서 경쟁력이 없다. 램 생산원가는 공정과 수율로 결정된다. 보통 공정이 앞설수록 웨이퍼 한 장에서 나오는 칩이 많고, 수율이 높을수록 사용할 수 있는 칩이 많아진다.
현재 창신메모리의 DDR4 칩 생산은 19나노 공정이지만, 삼성과 마이크론은 14에서 16나노 공정을 채택했다. 수율을 올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주류 제조업체도 1~2년은 지나야 신규 공정 수율을 9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창신메모리는 2019년 9월에야 공식 생산을 시작했다.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수율 격차를 제외하더라도 같은 12인치 웨이퍼에서 창신메모리가 생산하는 칩의 수량이 삼성의 절반도 안 된다”고 말했다.
창신메모리 관계자는 가격전쟁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램은 판매 주기가 길다. 자금 회수 속도를 늦춰 가격이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제품을 팔면 된다. 고객사도 더 많은 경쟁을 바란다. “고객사들이 똑똑해 가격경쟁에 협조하면 창신메모리가 무너질 것이라는 점을 안다. 호랑이가 혼자 독점하는 상황을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우야팅 분석가는 “창신메모리의 가격전략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며 초기에는 출고 가격을 경쟁사 제품보다 약간 낮게 책정했다”고 말했다. 창신메모리가 삼성보다 약간 낮게 가격을 책정하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다는 다른 시장조사기관 지적도 있다.

취약한 반도체 생태계
창신메모리가 시장에 진입했지만 중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기술과 인력, 공급망 등이 부족하고 생태계가 취약하다. 2015년 통신장비 제조업체 중싱통신(ZTE)이 미국 제재를 받고 반도체 제품 공급이 중단될 위기에 놓이자 중국에서 국산 반도체로 대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각 지역에 반도체기업이 생겼다. 2016년 푸젠진화집적회로(福建晉華集成電路·JHICC), 허페이창신메모리, 칭화유니그룹(紫光集團有限公司) 산하 YMTC(長江存儲科技有限責任公司)가 설립돼 중국 메모리 반도체산업의 ‘삼두마차’로 불렸다.
JHICC는 제품을 출시하기도 전에 미국 특허와 관리감독 공격을 받았다. 설립 2년이 되지 않은 2017년 12월, 미국 마이크론이 대만 UMC와 JHICC가 사업 기밀을 훔쳤다며 캘리포니아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10월에는 미 상무부가 다시 JHICC를 수출제한 명단에 포함했다. JHICC가 디램을 대규모로 양산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는 게 이유였다. 미국에서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은 기술과 생산능력이 미국 기업을 위협하고 군수산업 공급망에 영향을 줘서 국가안보와 외교적 이익을 저해한다는 주장이었다. 미국 제재로 JHICC 사업은 사실상 정체됐다.
구원쥔 IC와이즈(芯謀研究) 수석분석가는 “디램은 더욱 성숙하고 고도로 집중되고 규격화된 산업”이라며 “신규 진입자는 기술과 인력, 경영, 생산원가에서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JHICC 손발을 묶은 것은 하나의 경고였다. 그는 “디램 분야에서 삼성과 하이닉스, 마이크론의 특허 봉쇄를 뚫기 어렵다”며 “중국 기업이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창신메모리는 독일 메모리 제조사 키몬다 특허를 이용해 보호벽을 쌓을 생각이다. 2019년 9월 세계제조업대회에 참석한 주이밍 최고경영자는 “키몬다를 통해 1천만 건 넘는 디램 관련 기술 문건과 2.8테라바이트(TB) 규모의 데이터를 확보해 최초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되었다”며 “이를 기초로 독립된 기술체계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뒤 창신메모리는 유럽의 디램 제조사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미국 반도체기업 램버스의 일부 디램 특허와 사용허가권을 인수했다. 창신메모리는 키몬다의 기술 전문가 카를 하인츠 쿠스터와 피터 포치뮬러를 회사 고문으로 영입했다. 키몬다에서 24년 동안 근무한 쿠스터는 기술과 미래연구 부문 부사장으로서 신기술 개발을 맡았다. 포치뮬러는 중국 시안에서 키몬다 디램연구센터를 만들어 총경리가 됐다.
키몬다 전신이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다. 2006년 인피니언은 손실이 심각해지자 디램 사업을 분리해 키몬다를 설립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고 시장경쟁에서 더욱 뒤처져 키몬다는 설립 3년 만에 파산했다. 상당한 수량의 디램 특허와 기술 문건을 남겼다. “키몬다의 기술 노선이 마이크론과 달라 창신메모리가 방어할 수 있는 기술사용권과 특허를 확보했다.”

   
▲ 창신메모리와 함께 중국 반도체 국산화에 앞장서는 칭화유니그룹의 YMTC가 허베이성 우한에 짓는 반도체생산 공장. 칭화유니그룹 누리집

기술 낙후의 배경
베이징의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특허 전쟁을 시도하면 기초적인 특허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창신메모리는 핵심기술 처리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술 로드맵을 상세하게 기록해 소송당했을 때 증거로 제출하도록 준비하고, 다른 회사에서 이직한 직원이 문건을 휴대하고 다니지 않도록 지시했다.
특허 외에 기초연구와 인력, 자금도 제약 요소다. 반도체업계를 연구하는 한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1990년 처음 디램 산업화에 나섰다. 당시 전자공업부가 집적회로 발전을 위한 ‘908공정’을 시작해 우시화징(無錫華晶)이 6인치 디램 생산라인을 설립했다. 7년 만에 양산에 성공했지만, 제품이 나왔을 때는 한국 제조업체보다 기술이 한참 뒤떨어져 있었다. 이 교수는 “제품을 양산하자마자 낙후한 이유가 뭘까? 제품 개발과 동시에 기술을 연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 제품이 나왔을 때 다른 업체에선 신기술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연구개발 담당자는 기반 기술을 연구해 성과를 거두고 제품개발 담당자는 기술을 응용해야 한다”며 “둘 가운데 어느 하나도 빠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쟁사 제품을 따라가면서 기술 개발에도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2020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산업이 성공한 요인의 하나가 거액 연구개발비 투입이다. 10년 동안 미국 반도체업계는 3120억달러(약 370조원)를 투자했고, 매출 20%를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7~14% 수준인 외국 기업보다 훨씬 높은 비율이다.
중국에서는 연구개발 인력도 부족하다. <중국 집적회로산업 인재 백서>를 보면, 2021년 중국 반도체업계에는 모두 72만 명이 필요하다. 26만 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해마다 2만 명이 집적회로 관련 전공학과를 졸업한다. 이 중 다수가 정부와 인터넷기업에 들어가고 반도체업계에 남는 비율은 3분의 1이 안 된다.
그나마 기술의 세대교체 속도가 둔화하는 것이 다행이다. 웨이샤오쥔 칭화대학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연구소 소장은 “기술이 영원히 발전하지는 않는다”며 D램 기술은 10나노대에서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남들의 성장 속도가 느려질 때 우리는 한 걸음씩 추격하면 된다. 신기술이 계속 쏟아지는 것은 아니다. 집을 지을 때 벽돌 대신 나무나 대나무, 철재를 써도 된다. 핵심은 적합한 기술을 찾아 완성하는 것이다. 중국의 메모리 제조사들이 신기술 분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다.”
이제 시작 단계인 중국의 메모리산업은 자원을 집중하고 내부 소모를 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6년 칭화유니그룹과 XMC가 YMTC를 설립해 디램 시장을 공략한 사례는 탐색 과정에서 합의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메모리 반도체는 자원, 인력, 자금을 집중해야 하는 분야다.
디램 분야는 더욱 까다롭다. 칭화유니그룹도 2019년 충칭에서 12인치 메모리칩 제조 공장을 설립했고, 2021년 완공해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두 기업이 한국 삼성과 하이닉스의 경험을 참고해 내홍을 피하고 함께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눈길로 지켜본다. 충분한 인내심을 갖고 중국 국산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을 지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 財新週刊 2020년 제28호
內存芯片低調破冰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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