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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어요”
[BUSINESS] 코로나 시대의 아마존- ② 극한 노동환경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정혁준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클라우스 헤킹 Klaus Hecking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페터 뮐러 Peter Müller
<슈피겔> 기자

   
▲ 아마존 노동자가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상품 배달을 위한 분류 작업을 하고 있다. REUTERS

독일 니더작센주 빈젠에서 아마존 직원이 방금 도착한 상품을 높은 선반 위 어디에 놓을지 찾고 있다. 그동안에도 시계 초침은 눈치 없이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이 직원의 직업명은 ‘정리 직원’이다. 상품을 창고 선반에 올려놓는 일을 한다. 이 작업은 18초가 걸리기도, 어떤 때는 7분이 걸리기도 한다. 정리 직원 앞에 있는 상자 네 개 중 한 개 위쪽에서 초록색 불이 켜진다. 어느 상자에서 상품을 꺼내 스캔하고 선반에 올려놓아야 하는지 알려주는 표시다.
아주 빠른 속도로 정리 작업을 해야 한다. 하루라는 작업 시간이 여기서는 기계와 같은 박자로 흘러간다. 아마존에서 일하는 대다수 직원에게 작업은 실존을 위한 투쟁 같다. 이들의 노동계약서는 시기가 제한된 계약서이기 일쑤다. 대다수 노동계약은 연장되지 않는다.
나중에 노동력이 필요하면 아마존은 그때 가서 새로 사람을 고용한다. 그래서 직원들은 직장을 잃을까 늘 불안하다. 아마존 본부에서 관리를 맡은 사람이 “여기 직원은 늘 일하고 있어야 한다. 숨 돌리기 위해 잠시 쉬는 건 금지돼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가운데 마스크를 쓴 아마존 배달노동자가 배달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REUTERS

아마존 직원 대부분 불안정 노동자
크리스티안 뮐러는 라이프치히에 있는 아마존에서 물건을 골라내는 사람, 피커(Picker)로 일한다. 배송을 위해 주문이 들어온 상품을 찾아내 모아주는 게 업무다. 상품을 분류해 컴퓨터가 미리 선정해놓은 상자에 각각 나눠 담는다. 하루에 많게는 20㎞를 창고 안에서 종횡무진 걸어다닌다. “퇴근해서 집에 가면 그냥 식탁에 앉은 채로 잠이 들 때도 꽤 있어요.” 단조롭고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결정에 따르는 일이다. “아마존 시스템이 내가 움직이는 길을 미리 다 지정해놓아요.”
그 시스템은 뮐러의 작업 기구인 상품 스캐너다. 스캐너는 그에게 어떤 상품을 창고 어느 곳에서 찾아봐야 하는지 일러준다. 해당 상품을 발견해서 운송용 궤짝에 넣자마자, 뮐러는 궤짝을 스캔한다. 기계는 뮐러가 언제 얼마나 자주 상품을 골라냈는지 정보를 생성한다. 피커 한 사람이 일할 때마다, 그날의 작업 과정이 모두 기록된다.
이 데이터는 통계에 사용되거나, 개인 작업을 종합 평가할 때도 쓰인다. 뮐러는 상품을 몇 개 처리했나? 다른 동료와 비교할 때 실적이 어느 정도인가? 평균 이하인가 이상인가?
이 데이터는 정말 작업 실적을 감시하는 데 쓰일까? 아마존에서 오래 일한 직원들은 그렇다고 대답한다. 뮐러는 “전에는 상시적으로 숫자로 된 피드백을 받았다. 거기엔 ‘당신의 화요일 실적은 규정 이하였다’거나 ‘계속 평균 이하다’ 같은 문구가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아마존 센터의 작업 속도는 몇 년 동안 계속 빨라졌다. 빈젠에서 피커 한 명이 한 시간에 평균 350개 상품을 처리한다. 1년 전에는 시간당 평균 320개를 처리했고, 그 전해에는 280개 정도였다고 직원들은 이야기한다. 아마존은 그게 다 작업 과정 통계로 이루어진 결과라고 말한다. 그러려면 1분에 제품 6개를 선반에서 내려 각각 분류해놓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제품이 다른 제품 사이에 끼여 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때는 다른 제품을 모두 내려놓은 뒤 해당 제품을 꺼내고, 그다음 다른 물건을 또다시 올려야 한다. 그러다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작업 실적이 평균 이하인 직원은 노동계약서를 연장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를 쓰고 일한다. 아마존에서 일을 막 시작한 직원은 특히 더 그렇다. 평균 작업 통계치는 계속 올라간다.
관리직으로 출세를 꿈꾸는 사람 역시 ‘평균 올리기’ 추세에 가담한다. “심지어 점심을 먹으면서 자기 팀 작업 실적을 랩톱에서 살펴보는 사람도 꽤 있다”고 아마존 센터 관리직 인사가 말한다.
“관리자가 직원에게 왜 그렇게 자주 화장실에 가느냐고 묻기도 한다. 직원을 기계 취급하는 것이다.” 아마존 관리자들은 이런 식의 압력을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말하라”고 직원에게 지시한다. 생산성을 좌우하는 기준은 객관적 시각에서 정해지는 거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아마존 내부에선 ‘성취 센터’라고 부르는 저 창고 안에서 직원들이 초를 재가며 뛰어다니는 상황은 고객이 주문 하루 만에 상품을 집에서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전제 조건이다. 소포 상자 위에 붙은 ‘영원한 미소’ 로고와 함께 말이다.

   
▲ 몇몇 아마존 작업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는데도 아마존 노동자들은 극한의 노동환경에서 상품 배송작업을 하고 있다. REUTERS

미국에서만 50곳 감염자 나와
10만 명을 고용한 기업주는 직원에게 2m 간격을 유지하게끔 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아마존 창고는 50곳이 넘었다. 프랑스에선 노동조합이 직원들의 코로나19 보호 조처를 충분히 하지 않는다고 아마존을 고소하자, 4월 중순 아마존은 문을 닫았다. 아마존이 평소에 배송한 물품 일부만 배송을 허가한다는 판결을 내린 법원도 있었다.
5월 초에는 미국 고위급 소프트웨어 공학자가 사표를 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안전 대책을 사 쪽에서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고 항의한 직원을 아마존 본사에서 해고했는데, 조처에 항의하는 뜻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독일 아마존은 감염자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빈젠에서는 한동안 격리시설에 수용된 감염자 수를 전체 직원이 볼 수 있도록 종이에 적어 내다 걸었다. 하지만 4월 초 그 수가 33명에 이르자 알림판이 자취를 감추었다고 직원들은 말한다.
내부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생기면 빠짐없이 동료에게 알리기로 돼 있지만, 그럼에도 여러 상이한 숫자가 소문으로 떠돌았다. 니더작센주 보건부는 4월 말까지 확인한 감염자 수를 53명으로 발표했지만, 하르부르크의 5월4일치 문서 한쪽에는 발생 수가 77건이라고 돼 있다.
물론 아침에 센터 입구에 써 있는 “열심히 일하라, 즐겁게 일하라, 역사를 만들라”는 문구의 현판 앞을 지날 때 직원 체온이 자동으로 검사된다.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동선과 위치도 전부 바닥에 표시됐다. 그런데도 일하다보면 그 간격을 유지하지 못하고 동료에게 가까이 접근하는 일이 잦다고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동료가 작업하거나 기술자가 일하는 장소에서 급히 무언가를 스캔할 때, 아무래도 서로 가까이 모이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기사에 자기 이름과 사진이 실리는 걸 편안하게 여기는 아마존 직원은 거의 없다. 그랬다가 혹시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겁먹고 있기 때문이다. 알레그라 브라운은 올해 23살인 미국 여성이다. 뉴저지주 애브널에 있는 아마존 센터에서 물류 창고 직원으로 일하는 브라운은 이름과 사진을 게재하기로 하고 인터뷰했다. 그는 감염 우려 때문에 출근하기 겁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아마존 CEO 제프 베이조스와 면담할 기회가 생긴다면 꼭 말하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브라운은 “우리 요구 사항은 별로 많지 않다. 우리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며 일하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 몇 달간의 상황은 존중과는 거리가 멀었다. 자신이 맡은 일은 필수 작업으로 분류됐고, 팬데믹 위기에도 계속 일하러 나왔다. 브라운은 “사장에게 우리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독일에서도 건강 때문에 꺼려진다고 해서 누구나 다 출근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아마존은 바로 얼마 전까지 출근하는 모든 직원에게 시간당 2유로(약 2500원)씩 더 지급했다. 그런 요인도 있지만, 시한부 노동계약서를 쓴 처지에 자주 병가를 내면 일자리를 잃을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감기에 걸려도 억지로 일하러 나오는 사람이 많았다.” 한 독일 직원이 말을 거든다. 독일 서비스산별노조 베르디에서 연방 전문가 그룹을 책임지는 오르한 아크만은 ‘2유로 더 얹어 주기’에 대해 “할 수 있을 때까지 쥐어짜는 것, 그게 바로 아마존의 목적이다”라며 분개했다.
피고용자 건강을 기업 이익 아래에 놓는 과실을 범한다는 것이다. 이 지적에 아마존은 다음과 같이 반론을 제기한다. “우리는 처음부터 감기 증상을 보이면 출근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직원에게 분명히 주지시켰다. 아픈 직원은 귀가 조치했다. 우리는 직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 결과 빈젠에서는 4월 말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걸린 환자가 단 한 명도 새로 발생하지 않았다.”

   
▲ 아마존이 2019년 전세계로 배달한 물건은 70억 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렇게 배달되는 상품은 절반 이상이 제3의 상인, 즉 아마존 직원은 아니지만 자기 사업을 위해 아마존 포털을 이용하는 상인들의 것이다. REUTERS

아마존과 함께 성장한 상인의 고충
아마존이 2019년 전세계로 배달한 물건은 70억 개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렇게 배달되는 상품의 절반 이상이 제3의 상인, 말하자면 아마존 직원은 아니지만 사업을 위해 아마존 포털을 이용하는 상인들이다. 이들이 취급하는 상품은 아마존 교역량의 6%를 차지한다. 아마존은 제3의 상인에게 고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과거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위험도 동시에 내재한다. 일이 조금만 빗나가도 그 피해는 아마존이 아니라 상인에게 고스란히 넘어간다.
독일에서 커피 소매업을 하는 알렉산더 마이어는 언젠가 아마존 직원의 전화를 받았던 일을 기억한다. 전화선 너머에서 직원은 문제가 생겼다고 말문을 열었다. 프랑스 고객 3명이, 마이어가 보낸 상품이 약속 시한인 나흘 안에 도착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제기했다는 이야기였다.
마이어는 “프랑스 고객에게 100개 이상 상품을 발송했는데, 운송 서비스 업체 디에이치엘(DHL)에서 농성이 벌어져 일이 그렇게 됐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마존은 마이어에게 그런 사태에 대비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마이어는 “그런 상황에서 뾰족하게 변화시킬 만한 게 도대체 무엇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자 아마존은 마이어의 프랑스 계정을 아마존 사이트에서 삭제했다.
마이어는 사업하면서 자신이 아마존 덕을 많이 보았다는 걸 잘 안다. “아마존이 아니었다면 나는 현재 이 위치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상인은 이 플랫폼으로 단시간에 믿기 어려울 만큼 많은 매출을 올렸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지 않고도 전세계로 물건을 팔 수 있었다.”
마이어는 이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소상인이 문제에 부딪히면 아마존은 그 상인을 그냥 버린다.” 아마존에 연락해서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그 말을 한 상인의 이름을 모르고 아무런 입장을 표명할 수 없다”는 답이 왔다. 하지만 마이어는 본인의 진짜 이름을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랬다가는 아마존이 자기에게 징벌을 내리고 플랫폼에서 그를 내쫓을까 두려워서다. 실제 많은 상인이 그런 일을 겪었다.
아마존을 이용해 사업하는 상인에게 공통으로 신경 쓰이는 일은 그것 말고도 또 있다. 아마존에선 거의 모든 작업이 자동화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판매자와 상품, 배달에 걸리는 시간, 상품 반송, 고객 문의 사항, 주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컴퓨터가 감시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가 끊임없이 생긴다고 상인들은 비판한다.
코로나 위기 동안, 아마존 알고리즘이 상품 판매를 완전히 중지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했다. 컴퓨터가 상품 가격을 바가지요금으로 잘못 분류하는 바람에 일어났다. 실제로는 가격에 아무런 변화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 일에 대해 아마존은 “가격을 불리는 행위는 여기서는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는 회사 원칙을 강조하면서, “건강이 위협받는 시기에 건강 제품 가격을 올리려고 조작하는, 깨끗하지 못한 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는 의견을 첨부했다.
어느 가게 주인은 아마존에서 건전지용 도선 판매 금지를 당했다. 아마존 프로그램이 무슨 이유에선지 자신이 거래하는 건전지가 산성 물질을 방출한다는 결론을 냈고, 그 결과 건전지가 위험물질로 분류돼 일반 상거래 품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몇 주나 계속하다보니 상점 주인은 2만유로나 매출 손해를 보았다.
아마존 쪽 실수는 너그럽게 넘어가지만 상인의 실수는 절대 용서하지 않는다. 페터 마르크스는 아마존에서 티셔츠를 팔아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그러던 중 발송 문건 150건에 ‘전송 완료’를 표시하는 걸 깜박 잊었다. “아마존은 곧바로 계정을 막아버렸다. 몇 주가 지나 계정이 다시 열렸을 때, 판매 실적 순위가 아래로 떨어져 고객 눈에 거의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마르크스는 기억을 되살려 이야기했다. 매출액이 뚝 떨어졌고 그는 함께 일하던 직원 7명을 해고해야 했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파는 허가를 얻기 위해 정말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아마존에는 고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엔 ‘공포 정부’가 자리잡고 있다.”

ⓒ Der Spigel 2020년 29호
Himmel und Hölle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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