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 비즈니스
     
“사느냐 죽느냐, 결국 권력 문제라고요”
[BUSINESS] 코로나 시대의 아마존- ③ 절대권력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economyinsight@hani.co.kr

크리스티나 크니르케 Kristina Gnirke
클라우스 헤킹 Klaus Hecking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페터 뮐러 Peter Müller
<슈피겔> 기자

   
▲ 프랑스 파리에서 기후행동주의자가 “아마존의 확장을 멈춰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REUTERS

아마존에서 물건을 파는 상인의 5분의 1 정도가 문제를 겪는데, 상인에겐 잘못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전자상거래 잡지 <이커머스>(E-Commerce)의 전문가 마르크 슈타이어는 말한다. “이런 상황 때문에 생계에 위협을 느끼는 회사도 꽤 있다. 아마존이 상인에게 돈을 잘 벌 기회를 주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아마존은 그들을 절망에 빠뜨리고 굶어 죽게 하고 있다.”
아마존이 사업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이 자주 문제 되자, 연방 카르텔 감독청은 2019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세웠다. 그 결과, 감독청은 아마존에 상인 계정을 차단할 경우 미리 알리고 근거를 분명히 제시할 것을 의무화했다. 상인이 계정 차단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크게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슈타이어는 짐작했다. “아마존이 이유를 분명히 제시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존을 상대로 이러쿵저러쿵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아마존이 상인을 얼마나 우악스럽게 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아마존의 ‘A부터 Z까지 보증서’만큼 적절한 것은 없을 듯하다. 상인들은 이 수단을 “아주 고약한 물건”이라고 부른다. 그 보증서가 사실상 무엇을 뜻하는지 마르크스도 절실히 느낀 적이 있다.

‘공포 정부’로 군림하는 콘체른
일은 다음과 같이 진행됐다. 마르크스에게 티셔츠를 주문한 고객이 소개된 것처럼 품질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티셔츠를 반품했다. 아마존은 이 고객에게 물건값을 환불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고객에게 돌아간 돈을 아마존은 마르크스의 상인 계좌에서 인출했다. 판매 상품 대부분을 마르크스는 이후 다시 보지 못했다.
고객이 아마존에 자기가 사들인 상품에 흠이 있다거나 새것이 아니라고 불평하는 편지를 쓰면, 배상금은 물건을 판 상인이 치르게끔 돼 있다. 상황이 이러니 “상인은 상품도 잃고 돈도 잃는다”고 마르크스는 한탄했다. 그는 이런 일을 수백 번 겪었다.
“상인은 아마존 결정에 묶여 있지 않으며, 고객을 상대로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이렇게 2020년 5월 연방법원 판결이 나기는 했지만, 그렇게 한다는 건 아마존과 힘을 겨루겠다는 뜻이다. “그냥 참고 넘어가거나, 아마존에서 미움받을 짓을 하면 안 된다”고 마르크스는 말했다.
아마존은 그 말이 틀렸다고 되받아친다. ‘A부터 Z까지 보증서’는 고객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고, 판매 파트너는 나름대로 이를 반박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상은 어떤가. 아마존은 전자우편·전화·채팅을 통해 24시간 고객의 기분을 맞추지만, 상인에게는 서면으로 불만을 신고할 기회만 겨우 제공할 뿐이다. 그렇게 신고하면 이번에는 며칠이 지나도록 아무 반응이 없거나,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표준화된 편지 한 장이 달랑 돌아올 뿐이다.
특정 상인에게 고객 불만 편지가 많이 쌓이면 아마존 내부에선 “상인이 그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게 하라”고 행동강령이 내려진다.
아마존은 “판매 파트너들이 우리 사이트에서 사업에 성공하도록 돕는 데 매년 수십억달러를 내고 있다”고 강조한다. 경제학자 게리트 하이네만은 “아마존이 먹느냐 죽느냐란 원칙에 따라 반응한다”고 요약한다. “권력이다. 순전히 권력 문제다.”

아마존 방침은 결국 권력 문제
어쩌면 아마존은 머잖아 상인이 더는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 아마존은 특유의 과격성을 발휘하면서 브랜드 상품 제공자로서 선도적 위치를 점유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브랜드 상품을 직접 판매하는 일이 점점 잦아지고 있다. 중간상인을 배제하는 것이다. 마르쿠스 디크만이 보기에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고 저지할 필요가 없는 현상이다.
자전거 매장 매니저인 디크만은 “아마존에는 상인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고 본다. 아마존은 이미 고전적 의미에서 상인 역할이라고 할 만한 기능을 스스로 떠맡았고, 그건 “당연히 상인에게는 부당한 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아마존이 사용하는 속임수는 무얼까. 아마존은 자사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상인을 풍향계로 사용한다. 그들은 지금 유행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고객은 어떤 상품을 사들이고 거부하는지 감지한다. 그 동향을 잘 주시하다가, 아마존은 판매 전망이 좋은 제품을 직접 사이트에 올린다.
그뿐만이 아니다. 아마존이 원래 그 상품을 포털에 올린 상인에게 도저히 이윤이 남지 않을 선까지 상품 가격을 낮춰 판매를 포기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는 아마존 혼자 상품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할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은 이 주장을 반박한다.
“나는 아마존을 무척 좋아하는 팬입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고, 절대적으로 고객 중심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상거래를 개선했습니다. 아마존은 나에게는 모범입니다.” 자전거 전문점 매니저의 말이다. 그는 아마존에 대한 호감을 소개한다. 하지만 가격 덤핑을 막는 법적 규정이 필요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아마존은 자신을 거부하는 브랜드 상품 생산자에게도 접근한다. 샌들 생산 회사 비르켄스토크와 가방 생산 회사 오르틀리프는 상품을 아마존이 아닌 다른 매장에서 팔고 싶다. 아마존은 상품 안내 사이트를 새롭게 만들어 고객이 인터넷에서 특정 기업을 찾아 상품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아마존에 이동되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고객은 아까 검색한 것과 비슷한 상품이나 원래 찾던 브랜드 상품을 발견할 수 있다.

   
▲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더 큰 권력으로 부상한 아마존은 역풍을 맞고 있다. 2020년 6월 파리에서 행인들이 “스톱 아마존”이라고 쓰인 시위 표지 앞을 지나가고 있다.REUTERS

아마존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소비자
오르틀리프는 이런 프로그램 조작을 막기 위해 아마존을 고발했고, 이 건은 연방 최고재판소까지 올라갔다. 비르켄스토크 샌들을 팔기 위해, 아마존은 제3의 판매자가 보유한 샌들을 모두 사들였던 게 분명하다. 비르켄스토크로서는 화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존은 “상인이 생산자 상품을 여러 곳에서 구매하고 이를 다시 판매하는 것은 합법적인 일”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고객이 온라인에서 사고 싶어 하는 모든 상품을 간단하게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고객이라는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2~3주 전 아마존 직원이 플랫폼에 나와 있는 상인 데이터를 몰래 도용해 상품을 마치 아마존 제품인 것처럼 속이는 것 같다는 기사를 냈다. 아마존은 이 비난을 일축하는 한편, 사내 점검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 위원회도 온라인 장터 아마존이 제3자와 개인 상인이라는 이중 역할을 도맡아 하는 사실에 대해 진상을 밝힐 예정이다. 베스타 게르는 아마존에 그다지 호감을 갖고 있지 않다. “믿기 어렵겠지만 아마존에서 주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쇼핑을 할 수 있다”는 그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슈피겔>과 한 인터뷰에서 게르는 이렇게 말했다. “방금 양산을 하나 사려고 주문을 넣었어요. 아마존 말고 다른 포털에서요.”

ⓒ Der Spigel 2020년 29호
Himmel und Hölle
번역 장현숙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