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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충돌’의 세 가지 뇌관
[박중언의 노후경재학]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박중언 parkje@hani.co.kr
   
▲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에 대한 정부의 주택공급 정책에 반대하는 경기 과천시가 2020년 8월6일 유휴부지에 천막을 설치하고 야외집무실 운영을 시작했다. 연합뉴스

세대 갈등은 언제나 존재한다. 기원전에도 나이 든 이들은 “요즘 젊은이는 버릇없다”고 한탄했고, 젊은이들은 기득권을 쥔 ‘꼰대’가 하루빨리 사라져주기를 기대했다. 나이 든 사람의 희생을 강요하는 고려장 같은 관습도 있었다. 하지만 엄청난 기근이나 전쟁 등 위기상황이 아니면 갈등이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이 든 사람 수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수명이 늘어나는 반면 경제성장은 둔화돼 세대 갈등 여지가 커졌다. 가치관 차이를 넘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때가 종종 있다. 이따금 정면충돌 양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단골손님’이 일자리 부족이다. 젊은 세대의 취업문이 눈에 띄게 좁아져, 정년까지 직장에 버티는 중장년을 보는 눈길이 곱지 않다. 거기에 인공지능(AI) 발달과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의 대폭 감소를 예고한다.

일자리와 연금
그럼에도 이미 고령화 시대에 들어서 ‘일하는 노후’가 상식이 됐다. 은퇴 뒤에도 일을 계속하는 것이 최고의 노후 대책인 동시에 노인복지 수요를 줄이는 길이다. 국민연금이 두텁지 못한 한국에서는 퇴직자들의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아 대다수가 계속 일할 의사를 가진 게 현실이다.
필요로 하는 일자리 종류가 달라 정년 연장이 청년 고용과 그다지 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가 하면, 나이 든 세대가 정규직에 머무는 한 청년 취업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어느 쪽도 100% 맞거나 틀린 얘기가 아니다. 공무원, 교사, 대기업 정규직 같은 ‘번듯한’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갈등은 불가피하다.
다만 마찰을 완화하는 방법은 있다. 세대 공감이 우선이다. 정년 연장 논의는 젊은 세대가 꺼리는 분야로 제한돼야 한다. 연공이 아닌 직무 중심의 급여 체계와 적정 수준의 임금피크도 필요하다. 나이 든 세대가 근무연수에 비례하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오래도록 받는 것은 젊은 세대의 불만을 키울 수밖에 없다.
두 번째 뇌관은 국민연금이다.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제도 개편을 요구하는 쪽에서 늘 제시하는 근거가 자녀 세대의 부담 증가다. 연금을 받는 노년 인구는 늘어나고 일하는 청년 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니 그럴 수밖에 없다. 노인복지 강화를 주장하는 진보 성향 전문가 사이에서도 팽팽한 논쟁이 그치지 않을 만큼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유럽 선진국처럼 연금 제도가 성숙되지 않았는데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돼 훨씬 어려운 상황을 맞았다. 북·서유럽 나라는 정년을 60대 후반으로 연장해 연금 지급 시기를 늦추고 있다. 한국에선 이들 나라보다 연금지급액이 적을뿐더러 지금 정년퇴직을 해도 연금을 받을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 지금보다 더 지급액을 줄이거나 지급 시기를 늦추기 힘들다는 뜻이다.
가장 합리적인 대안은 국민연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 수를 줄이는 것이다. 일하는 고령자가 늘어나면 연금재정 고갈 위험이 감소한다. 젊은 세대 수요와 충돌하지 않는 고령자 일자리 확충이 바로 젊은 세대의 짐을 덜어주는 방법이다. 많은 소득까지 바라지 않는 고령자에게 적합한 일거리를 늘려나가는 것이 ‘세대 공생’의 지름길이다.
이와 달리,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은 뇌관이 ‘서울 아파트’로 대표되는 부동산이다. 정책 담당자를 포함해 대다수는 집값 문제를 불로소득과 빈부격차 관점에서만 바라본다. 최근 아파트값 폭등은 집주인을 순식간에 자산가로 탈바꿈한 반면, 세입자의 불안과 고통을 증폭했다. 집값 폭등은 전세나 월세 인상에 따른 주거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숨겨진 뇌관
부동산 대부분은 5060을 중심으로 하는 중장년 세대가 보유하고 있다. 앞으로 집을 살 무주택 세입자의 대다수가 젊은 세대다. 고령 무주택자는 고가 주택을 구매할 경제적 여유가 없으며 ‘로또 청약’이 아니라면 그럴 필요도 없다. 따라서 집값 폭등 피해는 고스란히 젊은 세대에게 돌아간다.
젊은 세대가 정상적으로 돈을 모아 집을 마련하기가 과거에도 힘들었는데 지금은 그 길이 더욱 까마득해졌다. 집값은 물론 전·월세라는 이름으로 무주택 젊은 세대의 더 많은 소득이 중장년 주택 보유자에게 이전되고 있다. 중장년 주택 보유자, 특히 다주택자의 불로소득이 늘어나는 만큼 젊은 세대의 삶은 팍팍해진다. 이런 상황을 ‘세대 착취’라고 부르기도 한다.
집값 광풍에 견디다 못한 젊은 세대가 ‘영혼을 끌어서’ 받은 대출로 추격매수에 나선 것이 최근 양상이다. 몇 년을 참고 기다려도 집값이 좀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각자도생으로 내몰린 셈이다. 그럴수록 집값은 더 오르고, 세대 간 소득 이전은 가속한다. 이에 비례해 집값 거품 붕괴에 따른 위험이 커진다. 단기간에 집값이 워낙 치솟은 터라 하락세로 돌아서기만 해도 ‘하우스푸어’가 속출할 우려가 있다.
일자리와 함께 주거 불안이 가중되는 것이 젊은 세대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게 하고 사회의 고령화를 가속하는 주범이다. 부모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인 이들이 폭등한 집값 때문에 적은 소득마저 부모 세대에게 갖다바치는 불행은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의 대폭 확대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공공임대를 앞장서 반대하는 사람이 바로 중장년 주택 보유자다.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여당 소속 지자체장과 국회의원이 머리띠를 두르고 반대 시위를 벌이는 지경이다.
주택은 일자리와 연금보다 더 부모 세대의 이해와 공감을 필요로 하는 사안이다. P부장 같은 대다수 1주택자에게는 집값 폭등이 달갑지만은 않다. 그만큼 자기 자녀의 주택 마련이 힘들어지고, 주거 불안도 커지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오른 집값을 지키려 애쓰기보다 양질의 임대주택 확산으로 젊은 세대의 주거 안정을 돕는 것이 ‘함께 사는’ 길이다. 노후 소득이 없어 집을 팔더라도 월세 폭등 위험에 시달리지 않을 수 있는 선택이다.

* 한국 베이비붐세대의 막내(1963년생)인 박중언은 노년학(Gerontology)과 함께 고령사회 시스템과 서비스 전략을 연구 중이다. 나이의 구속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편안하게 늙어가기를 지향한다. 블로그 ‘에이지프리’(AgeFree)를 운영했고, 시니어사업에도 몸담았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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