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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님아, 김훈 얘기처럼 기사 좀 써라”
[Editor's Letter]
[125호] 2020년 09월 01일 (화)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소설가 김훈은 <한겨레> 경찰 기자로 2002년 2월부터 일했다. <시사저널> 편집장에서 평기자로 ‘백의종군’해 취재하고 기사를 썼던 그는 1여 년 만에 <한겨레>를 훌쩍 떠났다. 2006년 그를 인터뷰했다. 이야기 나누는 중간중간 어디에서 개 소리가 들렸다. 그한테 전화가 올 때마다 휴대전화는 ‘왕~왕~왕~’ 개처럼 울었다.
김훈은 이렇게 얘기했다. “<한겨레>가 지면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 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하지 말라는 거죠.” 이런 말도 했다. “사실에 입각한 객관적 저널리즘으로 존재할 것인지, 하나의 사회 세력으로 존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진보니 보수니 따지는 것에 앞서, 구체적인 삶을 어떻게 다룰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세상 모든 기자에게 아주 중요한 얘기를 한 것이다. “기사를 쓸 때 사실과 의견을 구별하라.” 김훈이 한 이 말이 요즘 이슈가 되는 부동산 기사를 볼 때마다 새삼 떠오른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7월30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하면 2년 더 전세를 살 수 있고, 갱신 때는 전·월세 가격을 5% 안으로만 올릴 수 있도록 한 게 뼈대다. 법이 통과된 뒤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국회에서 “이 법 때문에 전세는 너무나 빠르게 소멸하는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게 됐다”고 연설했다. 보수언론은 ‘전세가 사라진다’ ‘전셋값 폭등’ 같은 기사를 쏟아냈다. 전세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금리다. 금리가 내려가면 집주인에게 전세는 매력이 떨어진다.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2006년엔 전세 54.2% 대 월세 45.8%로 전세 비율이 더 높았다. 전·월세 비율은 2013년에 역전됐다. 저금리가 이어지면 전세는 없어지고 월세만 남게 된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금리는 계속 떨어졌지만 전세는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전세 비율은 40% 안팎이다. 수도권에선 45% 정도로 더 높다. 부동산 전문가는 전세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빚을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로 본다. 이 추세로 보면 경제학자 출신 국회의원이 한 연설은 사실이기보다 선동에 가까웠던 셈이다. 정치인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기자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 기사를 써야 한다. 더한 왜곡은 부동산 이슈를 정권 비판 이슈로 둔갑시키는 거였다. 많은 기사가 정부 부동산 대책을 집 살 기회를 잃어버린 청년의 분노에 초점을 맞춰 쓰였다.
김훈이 <한겨레>에 다닐 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너는 개자식’이라고 말하고 싶잖아. 하지만 기자는 ‘너는 개자식’이라고 쓰면 안 돼. 그렇게 쓰면 그 자식은 개자식이 안 되고 네가 개자식이 되는 거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 자식이 개자식이라는 말을 입증해야 해. 입증하려면 수많은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해.”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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