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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자에 망신당한 ‘후진 한국’
‘여성 휴가 제한’ 비판하자 지경부 “문제 없다”
[9호] 2011년 01월 01일 (토) 마르크 자바드스키 Mark Zavadskiy economyinsight@hani.co.kr

마르크 자바드스키 Mark Zavadskiy <엑스페르트> 홍콩특파원
한국은 선진국형 라이프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개도국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장 과정에 큰 어려움이 없었지만, 한국이 개도국형 발전 모델을 벗어나는 것은 힘들어 보인다. 한국의 노동이 너무 지쳐 있기 때문이다.
수요일 새벽 1시 번화한 홍익대 근처 교차로는 서울 밤 생활의 중심지다. 양복에 넥타이를 맨 사람이 도로 위에 팔을 벌린 채 누워 있다. 겨우 중심을 잡고 서 있는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사람이 차도에 누운 사람을 끌어내고 있다. 한 쌍의 커플이 아슬아슬하게 차를 피해 지나간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는 짧은 치마에 머리핀을 꽂은 젊은 여성이 구토를 하고 있다. “여기서는 평일, 휴일 할 거 없이 매일 밤 늦게까지 한국식 보드카인 소주(러시아 보드카보다 2배 정도 약함)를 마십니다. 사실 이곳뿐 아니라 서울 전 지역이 그렇습니다.” 한국에 거주하는 러시아 사업가가 내게 말했다.
내일이면 이 사람들은 컨디션에 상관없이 회사에 어떻게든지 출근할 것이고, 계속 한국 경제의 기적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오전 9시, 사무실에 들어서면 불만에 가득 찬, 까칠한 상사(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상사 이미지)가 앉아 있다. 공기관에 근무한다는 사람은 “한국 사람들은 승진과 동시에 크게 변한다. 상사는 내게 계속 멍청하다고 말한다. 예전에는 사이가 좋았는데”라고 푸념한다.
한국 관리들은 해외 언론인과 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발표에서 한국의 주요 자산이 ‘인적자본’이라고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적자본 덕택에 한국은 낙후된 농업경제를 30여 년 만에 선진 첨단기술 경제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사실상 1960년대 말 북한은 주요 거시경제 지표에서 한국을 앞서 있었다. 그 뒤 한국 경제는 긴 노동주간, 엄격한 노동과 교육 기강, 절대적인 명령 복종, 노동과 학습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을 발판으로 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상태로 계속 간다면 한국의 ‘주요 자본’을 오랫동안 지탱시키기 힘들 것이다.

‘휴가보상 불필요’ 투자 브로슈어 논란
   
경제자유구역 브로슈어 근로기준법 예외 조항. △장애인 또는 고령 노동자, 참전용사 의무 고용량 적용 안 됨 △여성을 위한 유급 특별 휴가(출산휴가 등) 및 일반 휴가 의무 조항 면제 △ 자유로운 하청(비정규직) 노동자 고용 허가(박스 부분).
한국 정부는 ‘선진 8개국’(G8) 미가입 국가 중 최초로 G20(2010년 11월11~12일 개최) 의장국이 됐다는 사실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그리고 이 기회가 지난 수년간 한국이 염원했던 ‘선진국 클럽 가입’이라는 목표 달성의 통행증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홍철 인베스트 코리아단장은 “나폴레옹이 말했듯, 한국에 더 이상 불가능한 것은 없다”라고 한국의 야심을 정의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 한국 관료들도 아직까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서울에서 개최된 투자포럼에서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자 안홍철 단장은 “한국은 재정운용 모범국이며, 이미 선진경제 국가 대열에 포함됐다”고 즉석에서 되받았다.
한국은 사실상 중간 수준에 정체돼 있다. 서울에서 개최된 언론인과 관료 간의 만남은 이런 한국의 정체 상태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였다. 경제자유구역(FEZ)의 장점이 소개된 브로슈어에는 ‘외국인 투자자들에 한해 여성 출산휴가보상을 안 해도 된다’고 나와 있다. 이탈리아 기자는 “선진국이 이런 식의 외국인에 대한 혜택을 이득이라고 여길 것 같은가? 유럽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라고 흥분하며 질문했다. “우리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경제자유구역에서의 경험을 앞으로 한국 전체로 확대해나갈 것이며, 무엇보다 외국인 투자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답변했다.
한국에서는 정기적으로 시위가 발생하는 등 노조가 전통적으로 강성이다. 한 인터뷰 참여자는 한국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을 조성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노동시장의 규제 완화에 있다고 말했다. 한국 공무원은 “많은 한국인이 외국인에게 특별혜택을 제공하는 데 반대했지만, 우리는 외국인 투자를 필요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에는 6개 경제자유구역이 운용되고 있으며, 이 중 인천 경제자유구역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지방 관료들은 머잖아 송도가 ‘제2의 푸둥’(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서 15년 만에 상하이의 비즈니스 지대로 조성됨)이 될 것이라 말하고 있다. 한국의 가장 높은 마천루인 (미완공된) 송도타워 꼭대기층에서 견학을 진행한 관계자는 “여기에는 외국인 학교가, 저쪽에는 국제병원(최초로 한국인 진료 허용)이 들어설 것이다. 아직까지 한국은 의료서비스 부문을 외국자본에 완전히 개방하지 않았다”고 사업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현재 송도에는 6만여 명이 거주하며, 다른 외국인학교는 법적으로 내국인 입학을 금지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이곳으로 자녀를 등하교시키는 사람들도 있다.
   
경제자유구역 인천 송도국제도시.
현재 송도에서는 ‘토지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있고, 프로젝트 총투자 규모는 약 2300억원인데 주로 지자체 예산과 대출로 충당되고 있다. 관계자는 “자금의 절반은 중앙정부에서 지원돼야 하지만 정부가 자금 지급을 계속 지체해왔고 프로젝트 중단 사태를 막기 위해 지방정부 차원에서 자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인은 그 어떤 다른 나라 국민보다 세계무역 자유화에 반대했었다.
한국 농민들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가 개최될 때마다 집회와 시위를 벌인다. 2004년 홍콩에서 개최된 각료회의에서는 회의장에 진입하려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WTO 도하라운드 협상 결렬이 확실해졌는데, 이는 양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건수가 급격히 늘어난 원인이기도 하다.
2010년 10월 한국과 유럽연합(EU)은 99%가 넘는 상품 목록이 포함된 자유무역지대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장석산 현대차 동유럽본부장은 “이것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가 유럽에서 판매하는 37만 대의 자동차 중 불과 2만 대가 한국에서 수출되며, 나머지는 유럽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독일차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윤영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정책국 심의관은 “모두가 말했듯 미국과의 FTA 체결 같은 역사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이 되기 위해 한국은 중요한 행보에 나섰다. 1년 전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회의 이후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 ‘녹색화’를 위해 한층 더 강화된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다.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30% 줄일 것”이라고 밝혔다. 녹색성장위원회 관계자는 “내 귀를 의심했다. 이것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권고하는 최대 감축량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녹색성장과 관련한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유사한 위원회가 없는 중국에서도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관련 부처의 모든 수장이 위원회에 속해 있어서 실천 가능한 결정이 채택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오늘날 한국은 ‘녹색’ 성장의 세계적인 주도국이 되고 싶어하는데, G20에서 녹색성장이 핵심 의제로 다뤄진 것 또한 이같은 맥락이다.
무엇보다 한국은 에너지 수요의 97%를 해외 자원에 의존하는 국가(에너지 소비의 83%는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로 ‘녹색경쟁’을 주도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전력에너지 소비대국으로서 연간 1400억달러 규모의 에너지 자원을 수입하는데, 이는 반도체·자동차·선박 수출 총액인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수치다.
석유와 가스 소비 감축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은 국내 대기업의 이익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 향후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전차와 그 밖의 공공 교통수단을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켜나갈 계획이다. 녹색성장위 관계자는 “이것이 현대 같은 한국의 주요 생산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고 질문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수출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김문수 지사, MB 지시에 불만
한국인 모두가 이런 전망에 확신이 있는 것은 아니다. 녹생성장위 관계자는 산업부문의 이익을 고집하는 지식경제부와 협의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지자체 또한 대통령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한 리셉션 만찬장에서 차기 주요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약속이며, 사실 한국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확신은 못하겠다. 이에 대한 정치적 의지가 부족하고, 기술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한 그는, 대통령의 발표로 인해 경기도 발전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했다며 얼굴을 찡그렸다. ‘차기 대통령도 이 노선을 계속 진행할 것 같으냐?’라고 묻자 “약속을 했으면 어떤 경우에도 지키려 노력해야 한다”고 답해 주변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25∼34살인 56%의 한국인들은 고등전문교육을 받았으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하지만 경제는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하성 기획재정부 미래전략정책관은 “현재 젊은 층의 실업률은 8% 수준이다. 시장에서 공급하는 일자리가 젊은 층의 요구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고 말했다. 경제는 젊고 값싼 노동력의 지속적인 유입이 필요한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는 “현재 산업부문의 요구와 잠재적인 근로자의 기대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 젊은 층은 그저 그런 일자리는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실정은 노동자뿐 아니라 회사원에게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엄격한 계급제도는 하급자의 제안을 억누른다. 한국 사람들은 상사 또는 연장자의 의견에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 랍 에버렛 킴벌리클라크 연구센터장은 “우리는 직원들의 자주적인 생각과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는 능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업무 경험이 있거나 해외에서 공부한 사람들을 뽑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교육 시스템의 개혁이 심각하게 필요하며, 전문가와 정부 관료 등 다수의 여론조사 응답자가 이에 동의했다. 유학생 수를 살펴보면 한국인 유학생은 미국에서 3위, 중국에서 1위를 차지한다. 이미 15년 전 한국의 교육은 매력을 상실했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우리는 시험 준비를 하는 데 너무 많은 관심을 쏟았다”고 말했다. 오늘날 한국의 ‘주요 자본’은 변화를 필요로 하며, 변화 없이는 국가의 야심찬 계획인 ‘녹색 현대화’도 실현될 수 없을 것이다.
ⓒ EXPERT·번역 이혜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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