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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보호 노동환경 보완해야
[COVER STORY] 성큼 다가온 재택근무- ③ 과제
[124호] 2020년 08월 01일 (토)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국민 800만 명은 이동제한령으로 재택근무를 포함한 원격근무를 경험했다. 좋은 점도 있지만 불편한 점도 적지 않았다. 원격근무가 지속적인 문화로 자리매김하려면 무엇을 개선해야 할까.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6월 코로나19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변호사 티몬 카라마노스가 재택근무를 하고있다. REUTERS

“아! 아! 제 목소리 들리세요?” 마이크가 잘 작동되지 않을지 몰라 일단 크게 말하고 보는 회사 동료 탓에 귀가 먹먹해진다. 2020년 3월17일 이전에는 몇몇 사람만 겪는 일이었다. 프랑스 회사원 가운데 일주일에 하루 이상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원격근무하는 사람은 단 3%였다. 임시직 원격근무 노동자를 모두 합해도 7%, 180만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불과 며칠 만에 600만 명으로 늘었다. 화상회의, 인스턴트메신저, 점심시간의 막간을 이용한 낮잠, 밤 10시30분에 읽지 말았어야 하는 메일. 신세계에 입장한 것이다.
EDC 파리 비즈니스스쿨의 연구원이자 강사인 카롤린 디야르는 “이번 기회에 관리·기술·법적 한계가 단숨에 밀려났다”고 말했다. “교육과 같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많은 분야에서 원격근무를 하고 있다.” 전환 속도가 매우 놀랍다. 이렇게 빠른 전환이 가능했다는 것은 그동안 원격근무를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약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커뮤니케이션 회사 임원이 건설 현장 노동자보다 원격근무를 하기 쉬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프랑스 통계지원국에 따르면 이렇다. “원격근무 비율을 결정하는 환경이 있다. 관리직이 많은 곳일수록 원격근무를 하는 직원이 많다. 관리직이 적은 곳에선 임직원 모두 원격근무하는 비율이 낮다.”
코로나19 사태가 노동환경을 송두리째 바꾸면서 원격근무 경계를 넓혔다.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업무 능력 향상?
회사 생활이라면 잘 알고 있다. 어딘가 꺼림칙한 커피 맛, 동료들의 시시콜콜한 이야기, 개방형 사무실을 떠다니는 소음, 뒤통수를 찌르는 상사의 눈초리. 딱히 사무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집에서는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여론조사기관 워크애니웨어와 오독사, 인섹경영대학 등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회사원 대부분이 이동제한령 기간에 시행한 원격근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스스로 업무를 계획하고, 조용히 집중해 일하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을 장점으로 들었다. 업무 효율을 높이는 주요 조건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또 다른 장점은 출퇴근 시간 절약이다. 인섹경영대학에 따르면, 원격근무자가 꼽은 가장 큰 장점이다. 자가용뿐 아니라 지하철에서 허비한 시간도 만만치 않았다. ‘보통 때’ 파리 노동자의 원격근무 비율(9.9%)이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다른 대도시 원격근무 비율은 평균 3.9%였다.
이동제한령 기간에 체감했듯 원격근무로 교통체증이 눈에 띄게 줄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떨어졌다. 원격근무가 지구 환경에 좋다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 회사에서 집이 멀수록 출퇴근 때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재택근무를 하니 다른 일을 하러 그만큼 차를 많이 타고 다닌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은 난방 등 다른 요인을 모두 고려했을 때 원격근무로 줄어드는 프랑스 온실가스 배출량이 고작 0.5%밖에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무실 만세!
“하루빨리 사무실로 돌아갈 수 있기를!” 최근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입을 모아 하는 얘기다. 이동제한령 기간에 재택근무 등 원격근무를 경험한 노동자 3분의 1은 원격근무를 계속하는 것에 반대했다. 근무환경 악화를 첫 번째 이유로 들었다. 싱크탱크 기업 테라노바에 따르면, 전체 원격근무자 가운데 42%는 업무를 위한 별도 공간이 없다. 68%는 함께 사는 사람이 2명 이상이었고, 12%는 마땅한 업무 도구를 갖추지 못했다. 딱딱한 나무 의자에 앉아 13인치 화면을 들여다보며 온종일 일하기는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집에 있는 아이들이었다.
늘어난 자기결정권이 낳은 중압감도 있다. 프랑스 통계청이 이동제한령 이전에 했던 조사 결과를 보면, 일주일에 2일 이상 원격으로 일하는 관리직의 평균 노동시간은 43시간이다. 사무실에서만 일하는 노동자의 평균(42.4시간)보다 많다. 게다가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저녁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한다.
통계청은 원격근무하는 관리직은 동료와 일하는 시간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디야르는 “노동자의 지나치게 높은 자율성과 점진적 소외라는 이중 위험이 있다”며 “두 가지 모두 동기와 의미 상실이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관리직이 다른 직원의 도움을 받기 힘들고 협업하기 어렵다는 점도 원격근무 한계로 들었다.
이번에 새로 드러난 문제도 있다. 폭력이다. 디야르는 “사무실과 달리, 사회적 통제가 없는 만큼 상사의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리 체계를 기계화한 기업도 있다. 허브스태프 같은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직원의 컴퓨터 마우스 움직임까지 일일이 저장한다. 이동제한령에 따른 원격근무가 결국 상사의 불신을 키운 셈이다.
노동·조직 심리학자 에밀리 바이르는 이번 경험이 프랑스 사회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고 말한다. “프랑스가 원격근무 분야에서 많이 뒤처져 있는 것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독특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사무실에 오래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을 통제·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이 깔려 있다. 이런 암묵적 규범 때문에 최대한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이런 단점에도 3분의 2는 (일주일에 며칠만이라도) 원격근무를 하고 싶어 한다. 푸조그룹은 부분적 원격근무를 표준으로 삼겠다고 발표했다. ‘일주일에 평균 하루 또는 하루 반나절’만 사무실에 출근한다. 지속가능한 원격근무를 위해 새롭게 틀을 짜는 일만 남았다.

   
▲ 2020년 3월 프랑스 파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정부의 이동제한령이 시행돼 출근할 수 없게 된 회사원들이 집 부근 카페에서 일하기 위해 카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REUTERS

균형 잡기
새로운 틀의 첫 번째 기둥은 근무시간이다. 디야르는 “원격근무는 일주일에 며칠로 제한해 시행해야 효과적이라는 이론이 이동제한령 기간에 확인됐다”고 말했다. 워크애니웨어에 따르면, 이동제한령이 나오고 6주가 지난 4월 말 원격근무 노동자의 업무 동기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공유사무실 같은 제3의 공간이 고강도 원격근무 노동자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연맹(CFDT) 위원장 카트린 팽쇼는 “공유사무실에서 공동체와 관계를 다시 맺을 수 있으나 일과 상관없는 공동체”라며 한계를 지적했다. 노동총연맹(CGT) 소피 비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유사무실은 일하기 편한 공간일 뿐, 거기서 진짜 공동체를 꾸리기는 어렵다. 노조를 위한 공간을 갖춘 공유사무실을 본 적이 없다.”
더 크게 보면 “기업은 악화하는 근무환경 문제를 무마하려 원격근무를 이용한다. 플렉스오피스(유연사무실)를 명분으로 직원은 10명인데 사무실엔 8~9명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놓는다. 사무실에 먼저 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다. 그 결과 원격근무가 늘고 사무실은 텅 빈다.” 바이르는 “플렉스오피스도 이렇게 비는 사례가 많아 ‘노조 사막화’가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원격근무 교육
노동권을 위협한다는 비판에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임기 초기부터 원격근무를 시행했다. 산업별, 기업별 단체협약에 선택 서명만 해도 상황을 확실히 개선할 수 있는데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근무시간, 일과 삶의 분리, 기업활동 참여 등 형식이 분명할수록 단체협약으로 원격근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 모두 원격근무 교육을 충분히 받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팽쇼는 “원격근무가 지금까지 외면받은 교육”이라고 말했다. “원격근무로 전환할 때 나누는 이야기라고는 당장 업무에 필요한 사항이 전부다.” 에르베 라누지에르 프랑스 국립노동일자리직업훈련청(INTEFP) 대표도 말했다. “대학교 경영학과나 정치학과 등에서 학생에게 노동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가르치지 않는다. 이미 기업에서 노동관리법을 잘못 이해하고 있어 원격근무를 하면서 이 문제가 더 심해졌다.”
그럼에도 원격근무가 확대되면 노동자의 물리적 동선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연구보고서를 보면, 프랑스 전체 노동자 가운데 55%만 한곳에서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6%는 회사 사무실과 집, 제3의 공간 등에서 일한다. ‘고용 우버화’와 노동시간 비정상화에 이어 ‘노동 유목민화’가 “임금노동을 구성하는 3대 요소를 흔들어놓았다. 임금노동 3대 요소란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하나의 노동공동체를 뜻한다.” 노동 재창조까지 갈 길이 멀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7월호(제403호)
Télétravail : comment gérer le jour d’aprè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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