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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경쟁력 ‘정밀타격’
[FOCUS] 화웨이의 고난- ① 맞춤형 제재
[124호] 2020년 08월 01일 (토)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장얼츠 張而馳
취후이 屈慧
허수징 何書靜
장치 張琪
<차이신주간> 기자

   
▲ 2020년 5월27일(현지시각)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멍완저우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고등법원에서 열린 범죄인 인도 절차 중단에 관한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밴쿠버의 집을 나서고 있다. REUTERS

베이징 시각 2020년 5월28일 새벽, 1년6개월 동안 기다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 멍완저우 사건 첫 판결이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고등법원은 미국 사법부가 주장한 멍완저우의 은행 사기 혐의가 이중 범죄인 인도 기준에 부합한다고 보고, 멍완저우의 범죄인 인도 절차 중단 청구를 기각했다.
이제 사건 심리가 2단계로 접어들어, 멍완저우 변호인단은 인도에 반대하는 다른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화웨이는 즉시 성명을 내어 “판결 결과가 실망스럽다”며, “공정한 판결과 자유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멍완저우의 미국 인도를 둘러싼 양쪽 공방은 앞으로 몇 년 동안 지속될 것이다.
시간을 끌어온 멍완저우 사건과 달리, 화웨이는 다급한 상황에 직면했다. 5월15일 미 상무부가 화웨이에 새 제재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화웨이 반도체 개발 능력을 겨냥했다. 지난 1년 동안 화웨이가 미국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써서 반도체를 생산함으로써 미국의 수출규제를 방해했다고 미 상무부는 주장했다.
미 정부는 화웨이를 겨냥해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을 제정했다.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한 반도체 제품의 화웨이 납품도 미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화웨이나 자회사 하이실리콘(海思半導體)이 반도체를 설계할 때 미국 정부가 규제하는 소프트웨어를 쓰거나 제조 과정에서 미국이 규제하는 장비를 썼을 경우다.
현재 세계에서 반도체를 설계·제조할 때 수많은 미국 소프트웨어와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화웨이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 금지령을 엄격하게 시행하면 화웨이는 당분간 반도체를 생산해줄 위탁제조사를 찾지 못한다. 퀄컴, 삼성과 함께 이름을 올리던 반도체 설계 능력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생존 모색
“새로운 규제 목적은 화웨이가 업계 기술규범을 결정하는 능력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가경제위원회 부국장을 한 클레트 윌럼스는 새 규제 속에 화웨이가 시장에서 완제품을 살 수는 있겠지만 화웨이가 원하는 방향대로 반도체를 주문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 ‘약점을 보완하자’였던 화웨이 구호는 지금 ‘생존을 모색하자’로 바뀌었다. 5월18일, 화웨이는 해마다 열리는 애널리스트회의의 첫날 일정을 바꿔 강연과 질의응답 시간을 줄였다. 궈핑 화웨이 순환회장은 “새 규제의 많은 부분이 명확하지 않아 사건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사업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른 시일 안에 해결 방안을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중국 반도체연구기관 ICWiSE(芯謀研究)의 구원쥔 수석애널리스트는 미국의 새 규제를 ‘핵무기’에 비유하며 “아직 폭발하지 않았지만 이미 발사대에 올라갔다”고 말했다. 새 수출규제에는 120일의 유예기간이 있어, 화웨이가 이미 주문한 제품을 출하하고 조율할 시간이 남아 있다. 규제 영향을 받을 대만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台積電)는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대형 고객사인 화웨이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질 것이다.
2019년 5월16일, 미 상무부는 화웨이를 상대로 수출규제를 했다. 미국 기술 활용도가 25% 이상인 제품은 미 상무부 허가를 받아야 화웨이에 공급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법률에서는 ‘최소 규정’이라고 한다. 미국은 이미 2018년에도 최소 규정을 적용해 ZTE를 제재했고, ZTE는 88일 동안 타격을 입었다. 화웨이는 사전에 비축해둔 재고와 ‘스페어타이어’를 동원해 험난한 시기를 넘겼다.
미국 반도체기업을 포함한 화웨이의 공급업체도 수출규제 속에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2019년 6월부터 제품 공급을 재개했다. 2020년 3월 화웨이가 공개한 2019년 성적표를 보면 화웨이는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19.1%, 순이익은 5.6% 늘었다.
이번에 미국이 제재 수위를 높인 뒤 협상 여지는 얼마나 남아 있을까? 가장 중요한 TSMC는 어떤 선택을 할까? 화웨이는 재고와 스페어타이어를 이용해 다시 한번 고비를 넘길 수 있을까?

   
▲ 중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진정세를 보인 2020년 6월 24일(현지시각) 새로 영업을 시작한 화웨이의 상하이 체험매장 앞에 고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REUTERS

스페어타이어 정조준
인터뷰에 응한 관계자들은 대부분 미국 규제가 생각보다 범위가 좁고 공격 대상을 정확하게 조준했다고 말했다. 미 상무부도 보도자료에서 이번 조처는 ‘엄밀하고 전략적으로’ 화웨이가 반도체를 확보하는 능력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화웨이가 첫 제재에서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미국산 부품을 대량 비축해 과도기를 견딜 수 있었다. 이후 인텔과 마이크론 등 미국 반도체기업은 일부 제품이 소비전자에만 쓰이고 국가안보와 관련 없다고 판단해, 아일랜드와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에 있는 공장을 통해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했다. 유럽, 일본, 한국 공급업체도 미국 기술 비중이 25%를 넘지 않아 계속 납품했다.
다음은 세계적으로 앞선 하이실리콘의 반도체 설계 능력이다. 2019년 5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하이실리콘을 ‘공병대’에 비유했다. 주 전투부대를 위해 다리를 놓고 기름을 공급하는 역할이다. 1년 동안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가 스페어타이어 구실을 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피시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이 퀄컴을 대체했다. 서버에선 쿤펑 프로세서가 인텔을, 인공지능에선 어센드(昇騰)가 엔비디아를 대신했다.
화웨이가 효율적으로 약점을 보완하자, 미국 정부는 하이실리콘을 주시했다. 반도체 설계 기업 팹리스인 하이실리콘은 반도체를 설계할 때 미국의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를 쓰고 제조는 위탁생산업체인 TSMC에 의존했다. “화웨이는 정보통신기술(ICT) 장비와 단말 제조사로서 제품과 집적회로도 설계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밖의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5월18일 애널리스트회의에서 궈핑 순환회장의 답변은 무력감을 내비쳤다.
반도체설계 분야에서 세계 각 기업은 주로 미국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독일 지멘스의 자회사 멘토가 개발한 EDA 도구를 사용한다. 중국 국내 EDA 기업은 아직 설립 초기 단계여서 선진 제조공정을 대체할 수 없다. 시놉시스 중국 직원은 2019년 5월 이후 화웨이와 신규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지만, 기존에 사용권 계약을 한 시놉시스 소프트웨어는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최신 5나노(nm) 공정도 포함된다. 화웨이가 제재 속에 반도체를 출시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허점 찾기
TSMC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반도체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5나노 공정이 2020년 1분기부터 소규모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3나노 공정을 연구 중이며, 2021년 하반기에 시험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화웨이는 애플 뒤를 이어 TSMC의 2대 고객사다. 미국의 첫 제재 뒤 TSMC는 미국 기술 활용도가 25%를 넘지 않는다는 이유로 화웨이 반도체를 계속 생산했다. 미 상무부가 인력을 파견해 직접 조사했지만 법규 위반 사례를 발견하지 못했다. 2019년 화웨이는 TSMC에 전체 매출액의 14%인 51억달러(약 6조1300억원)를 선사했다.
지난 반년 동안 미국 정부는 TSMC와 화웨이 관계를 차단할 방법을 고심했다. 최소 규정 기준을 25%에서 1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화웨이에 제품을 수출하는 미국 반도체기업도 타격을 받기 때문에 업계 불만을 불러올 수 있다. TSMC는 가장 앞선 5나노와 7나노 공정에선 미국 기술 활용도가 10% 미만이고 14나노 공정만 영향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반도체 제조 장비에 착안했다. 미국산 장비를 써서 화웨이가 설계한 반도체를 제조할 때는 미 상무부 허가를 받도록 한 것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는 이온주입기, 식각기, 노광기, 검사장비, 세정장비 등 여러 가지로 구성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세계 반도체 제조 장비를 주도하는 소수 대기업 가운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램리서치·KLA 등 미국 기업 3곳이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일부 공정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TSMC와 중국의 중신궈지(SMIC)는 물론 웨이퍼 위탁생산업체와 반도체 제조사도 당분간 미국 장비에 의존할 것이다.”
미 상무부는 화웨이가 반도체를 생산하는 능력을 차단해 첫 제재의 허점을 보완하기 기대했다. 그렇지만 이번에 발표한 새 규제를 비껴갈 여지는 있다. 미국 법률사무소 커빙턴앤드벌링은 “신규 제재는 화웨이에 공급하는 반도체 제품에 영향을 주지만 이런 제품을 고객사에 직접 공급하면 화웨이 지시에 따른 것이라 해도 규정을 적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화웨이는 이런 점을 이용할 수 있다. 합의를 통해 TSMC가 생산한 반도체를 직접 통신사 등 고객사로 운송한 뒤 고객사가 위탁제조업체에 제품 조립을 맡기면 된다. 2019년 화웨이는 일부 유럽 통신사에 미국 기술을 사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되자 통신사가 직접 구매하도록 했다. 물론 미국 정부도 이런 사실을 감지했다. 여러 관계자는 화웨이가 어떻게 새 제재를 비껴갈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수출규제 담당 변호사들은 새 제재에서 일부 개념을 분명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화웨이가 ‘제조 또는 개발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문건에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앨스턴앤드버드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수출규제에서 넓은 의미의 ‘제조’는 제품 생산과 조립, 검사, 품질검사 단계를 포함한다. ‘개발’에는 설계와 조사, 연구, 시제품 시험, 생산 시험 등이 있다. 화웨이가 다른 기업과 함께 반도체를 개발할 때도 어느 정도까지 참여해야 제조 또는 개발에 해당하는지 미 상무부가 상세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미국 크로웰앤드모링 법률사무소에서 수출규제를 담당하는 마리아 알레한드라 델세로 파트너는 이런 한정된 조건은 미국 이외 지역에서 생산한 반도체가 2019년 규정에 부합하면 계속 화웨이에 팔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 2019년 3월 중국 푸젠성 푸저우에서 열린 ‘화웨이 에코 파트너 콘퍼런스’ 회의장에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이 만든 반도체 칩이 전시돼 있다. REUTERS

TSMC의 제스처
장중머우 TSMC 창업자는 TSMC가 미국과 중국의 분쟁에 휘말리는 상황을 예견했다. 2019년 11월, 그는 TSMC 내부 행사에서 평화로운 시대에 TSMC는 정보기술(IT) 공급망의 일부지만, 세상이 불안정해지면 지정학 전략가들이 반드시 차지해야 할 고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화웨이를 겨냥한 새 제재를 발표한 날,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달러를 투자해 반도체공장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5나노 공정 기술을 적용하고, 2021년에 착공해 2024년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연구기관 이사야리서치의 쩡멍빈 최고경영자는 록히드마틴 등 미국 방산기업의 TSMC 의존이 미국에서 TSMC 공장 설립을 요구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공장의 제품 조합에서 국방 관련 반도체가 40%,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반도체가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공장은 매월 생산능력이 2만 개이며, 이는 TSMC 5나노 공정의 20%, 전체 생산능력의 2%에 지나지 않는다.
구원쥔 수석애널리스트는 폭스콘의 미국 공장 설립이 여러 문제에 부딪힌 것처럼 TSMC 공장 설립에도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생산능력이 월 2만 개에 불과해 앞선 위탁생산 공장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며, 트럼프 정부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TSMC의 미국 공장 설립이 화웨이 물량을 계속 수주하기 위해서고, 경제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5월15일 경제성장과 에너지, 환경 사무를 담당하는 키스 크랙 미 국무부 경제차관은 미국 정부가 TSMC에 화웨이 제품 생산 허가를 보장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런 보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과학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더글러스 풀러 홍콩성시대학 부교수는 “TSMC가 미국에 공장을 설립해 화웨이와 계속 협력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아내기 기대한다”며 “미국 정부가 허가하지 않는다면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할 수 있다”고 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21호
華為在闖關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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