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포커스
     
재고로 버티기 중국 정부 반격 호소
[FOCUS] 화웨이의 고난- ② 도전과 응전
[124호] 2020년 08월 01일 (토) 장얼츠 economyinsight@hani.co.kr

장얼츠 張而馳
취후이 屈慧
허수징 何書靜
장치 張琪
<차이신주간> 기자

   
▲ 대만 신주시에 있는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TSMC 본사. 미국은 가장 앞선 반도체 제조 기술을 갖춘 TSMC와 화웨이의 거래를 중단시키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REUTERS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가 TSMC에 위탁해 생산한 반도체는 스마트폰과 기지국, 서버 등의 제품에 쓰인다.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고사양 애플리케이션(앱) 프로세서로 5나노 공정의 기린1020과 7나노 공정의 기린980, 기린990이 있다. 기린1020은 2020년 하반기 체험 모델 메이트40에 쓰일 예정이고, 기린990은 P40에 사용됐다. 5세대(5G) 통신 기지국은 7나노 공정의 톈강,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컴퓨팅에는 7나노 공정의 서버용 프로세서 쿤펑920, 인공지능 프로세서 어센드910, 12나노 공정을 채택한 어센드310이 사용된다.
미 상무부는 새 규제로 외국 제조사가 피해를 받지 않도록 화웨이가 5월15일 이전에 주문한 물량은 120일 이내, 즉 9월12일까지 미국 허가를 받지 않고 출하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반도체 생산주기가 보통 2개월 이상인 것을 고려하면 화웨이가 5월에 주문한 물량을 기한 안에 출하할 수 있을 것이다.

신중한 TSMC
대만 언론사 <경제일보>는 미국이 제재를 강화하자 화웨이가 TSMC에 7억달러 규모의 긴급 추가 주문을 했다고 보도했다. TSMC는 특정 고객의 주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만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은 TSMC가 미국 제재안을 파악하기 전까지 화웨이의 신규 주문량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사야리서치 연구에 따르면, TSMC의 현재 생산능력을 기준으로 7나노 공정에선 남는 생산능력이 없고 5나노 공정에는 약간의 여유가 있다. 생산에 필요한 시간까지 고려해 TSMC가 긴급 주문을 받아들인다면 매출액 4억달러가 늘어난다. 쩡멍빈 최고경영자는 “2020년 4분기에 화웨이 제품의 생산 신청이 미 상무부 허가를 받을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4분기에 5나노 공정 가동률은 17~22%, 7나노 공정 가동률은 13~18%까지 줄어들 수 있다. 트렌드포스 조사 결과, 하이실리콘이 TSMC에 위탁한 물량이 20% 정도 차지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TSMC가 미국 허가를 받지 못하면, 7나노 등 선진 공법에 대한 하이실리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 어렵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를 받는 사이, 중국 국내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가 14나노 공법 양산에 성공한 데 이어 12나노 공법을 개발하고 있다. 5월 SMIC의 자본조달 소식이 자주 들렸다. SMIC는 5월5일, 상하이 증시 기술·벤처기업 전용 커촹반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하면 200억위안을 생산설비 확장과 연구개발 강화에 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5월15일에는 SMIC 상하이 공장이 투자금 22억5천만달러를 확보해 월 생산능력을 5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창쥔펑 선전시 반도체산업협회 사무국장은 “SMIC 기술 수준이 미국이 정의한 선진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미국이 SMIC를 과도하게 제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SMIC에는 현재 14나노 공정이 가장 앞선 기술이다. 2019년 4분기에 소량 생산을 시작해 아직 수율을 끌어올리는 과정에 있다.
더글러스 풀러 홍콩성시대학 부교수는 이런 세밀한 공급망 관리는 트럼프 미 정부의 업무 방식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MIC 납품을 허용한다면 TSMC의 불만을 살 수 있어 그럴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다. 하이실리콘이 해마다 위탁생산에 수십억달러를 지급하는 것을 고려하면, 미국 정부가 장기간 허가제를 시행하면 각국 위탁생산업체들이 점차 다른 국가의 반도체 제조 장비로 교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정상급 반도체 장비 제조사 가운데는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한 일본 기업이 있고, 대만과 중국에도 지원할 만한 장비 제조사가 있다. “장비 교체비가 적지 않지만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이렇게 하면 미국 정부가 불쾌하겠지만, 미국의 법률 위반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2020년 1월21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는 미국이 2020년 화웨이 공격 수위를 높일 것으로 내다봤다. 공격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묻자, 그는 “이미 제재를 한번 겪었기에 2019년보다는 각오가 되어 있다”며 “화웨이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가 2020년 1월21일(현지시각)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그는 2019년에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은바 있어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REUTERS

속도 조절하는 화웨이
화웨이 계획대로라면 2020년 성장률이 2019년보다 낮을 것이다. 궈핑 순환회장은 2019년에 받은 충격으로 화웨이의 2020년 매출 목표를 120억달러 줄였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일부 사업을 조정했다. 미국이 최소 규정 기준을 25%에서 10%로 낮출 것에 대비해, 일부 14나노 공정 위탁생산업체를 TSMC에서 SMIC로 바꿨다. 2020년 5월 초 SMIC가 생산한 저사양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린710A를 아너 플레이 4T스마트폰에 탑재했다.
5월18일 궈핑 회장은 애널리스트 회의에서 두 가지 자료를 공개했다. 화웨이 부품 비축량이 2018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재고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73.4% 늘어난 1674억위안에 이른다. 2019년 화웨이는 2018년 110억달러보다 70% 많은 187억달러어치 제품을 미국 기업에서 샀다. 2019년 매출액 증가율이 19.1%인 것을 고려하면 재고를 비축하기 위해 부품 구매를 크게 늘렸다는 뜻이다.
시장에서는 화웨이가 비축한 재고를 활용하면 2020년 말까지 사업을 추진하는 데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 구원쥔 수석애널리스트는 “메모리 등 표준화된 제품에선 화웨이가 비축한 재고가 많아 1년6개월 이상 버틸 수 있지만, 주문 제작하는 비표준화 제품은 재고가 적어 2020년 말까지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셩링하이 가트너 반도체연구 담당 부사장은 “출하량이 많지 않은 5G 통신 기지국 등 다른 제품에선 사전에 재고를 확보하면 당분간 큰 문제가 없겠지만, 스마트폰은 반도체 수요가 많고 교체 주기가 빨라 재고를 많이 확보해도 화웨이가 신제품 출시 주기에 따른 수요를 맞추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화웨이의 2020년 하반기 체험 모델 메이트40은 5나노 공법으로 제조한 기린1020을 탑재할 예정이지만 TSMC의 5나노 반도체는 2020년 1분기부터 소량 생산을 시작했다. 4분기가 돼야 생산량이 최고치에 이른다. 그런데 화웨이는 유예기간 120일 안에 5나노 반도체를 비축해야 한다. TSMC가 미국 정부 허가를 받지 못하면 하이실리콘의 5나노 반도체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하량에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구모 캐럴라이스 애널리스트는 화웨이의 5나노 반도체 긴급 발주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020년 말 메이트 시리즈와 2021년 P시리즈 스마트폰이 직접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화웨이가 어렵게 개척한 중국 국내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스마트폰과 기지국 영향
2019년 미국 제재로 화웨이 스마트폰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쓸 수 없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이에 따라 화웨이 스마트폰의 2020년 국외 판매량이 50% 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화웨이의 고급형 스마트폰에 탑재할 자체 개발 반도체가 계속 제재를 받으면 화웨이의 소비자사업부문은 설상가상이 된다.
샤오양 화웨이 소비자사업부문 최고전략책임자는 중국에서 한 대에 5천위안(약 85만원) 이상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 점유율이 2019년 1분기 17%에서 2020년 1분기 27%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보면 화웨이는 반도체 공급원을 늘려 자체 개발한 기린 프로세서 중심에서 외부 업체에서 구매한 제품 중심으로 바뀔 것이다. 이런 전환은 고급형 제품을 차별화하는 데 도전이 된다.” 수이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 스마트폰 연구책임자의 말이다.
5월24일, 화웨이가 공개한 창샹 Z시리즈 스마트폰은 미디어텍(聯發科)의 7나노 5G 칩셋 디멘시티(天璣)800을 탑재했다. 자오밍 화웨이 스마트폰브랜드 아너 담당 사장은 앞으로 미디어텍과 5G 반도체 사업에서 협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텍은 항상 글로벌 무역 법령과 규정을 준수했다며, 이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그러나 미디어텍은 하이실리콘보다 신기술 적용에 보수적이고, 주로 중저급형 제품에 집중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미디어텍이 2021년에야 5나노급 반도체를 출시해 기술 수준에서 하이실리콘보다 1년 정도 늦을 것이라고 말했다. 셩링하이 부사장은 “하이실리콘이 IP 사용 계약 또는 협력 방식으로 다른 반도체 설계 업체를 통해 스마트폰 반도체를 주문 제작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스마트폰보다 5G 기지국 사업의 어려움이 더 크다. 셩하링 부사장에 따르면, 5G 기지국에는 주문형반도체(ASIC)가 필요하다. 에릭손은 미국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 FPGA를 사용하고, 노키아와 삼성은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사용한다. 미국이 제재하기 전까지 화웨이는 미국 FPGA와 자체 개발한 제품을 썼으나, 제재로 5G 관련 FPGA 제품 공급이 끊겼다. 위탁생산업체가 화웨이를 위한 전용 칩셋을 생산하지 못하고 미국의 FPGA 제품도 살 수 없게 되면 현재 보유한 재고가 바닥난 뒤 공급 단절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화웨이가 이런 점에 대비해 더 많은 재고를 확보했을 것”이라고 셩하링 부사장은 말했다.

   
▲ 중국의 대표적 반도체 위탁생산업체 SMIC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 강화에 대비해 일부 저사양 반도체의 위탁생산업체를 TSMC에서 SMIC로 바꿨다. SMIC 누리집

탈미국화 지원 호소
지난 몇 년 동안 하이실리콘이 설계한 반도체는 화웨이 제품의 핵심 경쟁력을 대표했다. 중국 국내 대다수 반도체 설계 업체의 수준을 넘어섰다. 화웨이가 모든 물량을 외부에서 구매한 칩셋으로 전환한다면 생존하겠지만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다. 그래서 많은 관계자는 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탈미국화’를 이룰 때까지 중국 정부가 반격에 나서 중국 기업의 이익을 지켜줄 것으로 호소했다. 3월31일, 쉬즈쥔 당시 순환회장은 연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화웨이가 짓밟히도록 중국 정부가 방치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같은 네트워크 보안을 이유로 미국 기업의 5G 칩셋과 5G 칩셋을 탑재한 기지국, 스마트폰, 각종 스마트단말기를 중국에서 쓰지 못하도록 왜 금지할 수 없나?” 쉬즈쥔 회장은 판도라 상자가 열리면 글로벌 산업사슬의 그 어떤 참여자도 홀로 살아남을 수 없고 화웨이 하나만 무너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 중국 정부는 반격할 조처를 내놓지 않고 있다. 풀러 부교수는 말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TSMC가 화웨이 제품을 생산하겠지만 과도기가 지난 뒤 미 상무부가 얼마나 엄격하게 제재 조처를 시행할지 알 수 없다.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지금은 정확하게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11월이나 그 뒤에 TSMC가 화웨이 제품 생산 허가를 받지 못하면 상황이 악화할 것이다.”
2019년 미국의 수출제한 조치를 겪은 화웨이 직원들은 이번 제재 강화에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화웨이 평사원은 “회사와 고객사를 믿는다”고 말했다. 카카오스토리와 비슷한, 화웨이 직원들의 위챗 모멘트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군 공격을 받아 총탄 자국이 무수하게 생긴 전투기 사진이 다시 등장했다. 2019년 5월, 이 사진 아래에 “예로부터 영웅은 온갖 고난을 겪었다”고 쓰여 있었다. 2020년에는 글귀가 “돌아보면 험난한 길이지만 앞을 보며 포기하지 않는다”로 바뀌었다.

ⓒ 財新週刊 2020년 제21호
華為在闖關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