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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소기업 CEO들 “코로나 위기 극복할 수 있다”
[ISSUE] 독일 코로나19 극복담
[124호] 2020년 08월 01일 (토) 카롤린 브라운 economyinsight@hani.co.kr

카롤린 브라운 Carolyn Braun
야코프 폰 린데른 Jakob Von Lindern
다리아 므르카야 Daria Mrkaja 프리랜서

   
▲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중소기업이 강하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자랑하는 중소기업을 ‘히든 챔피언’이라고 부른다. REUTERS

마스크 생산으로 전격 선회하다
옌스 뤼베르트 작업복·방호복 생산과 유통을 전문으로 하는 룬데형제주식회사(함부르크)의 공동주주이자 대표이사
루프트한자항공사는 1955년부터 우리 회사의 손꼽히는 주요 고객이었습니다. 루프트한자 지상 근무 요원이 입는 안전조끼와 기능성 점퍼 같은 작업복은 모두 우리 회사 제품이었지요. 그런데 2020년 3월 중순 이 항공사가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아무 예고 없이 하루아침에 말입니다.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나기 전 체결한 계약마저 해지하려는 고객까지 생겨났습니다. 상황이 이쯤 되니, 코로나19 위기가 우리 회사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되리라는 걸 절감했지요.
우리 회사는 의료·방역용 작업복도 생산, 판매합니다. <타트오르트> (Tatort·독일 제1공영방송에서 방영되는 인기 범죄수사극) 뮌스터 편에서 활약하는 뵈르네 교수가 입는 유명한 에펜도르프 의사 가운은 1920년대 우리 회사 창립자 룬데 형제가 개발한 제품입니다.
“눈과 코를 가리는 마스크와 의료용 가운을 생산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갑자기 쇄도했습니다. 요양원 같은 데서 말이죠. 거기서 요구한 세탁이 가능한 마스크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같으면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을 아이템입니다. 그런 용도로는 일회용 마스크를 샀을 테니까요. 그런데 시장에 마스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게 된 겁니다. 우리는 빨아서 재사용하는 마스크와 의료가운 쪽으로, 생산공정을 전면 변경했습니다.
마스크 생산 자체는 뭐 대단한 기술이 따로 필요한 일은 아닙니다. 다만 시험해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섬유산업 분야에 경험이 있었죠. 원료 수급 회사나 직조업자와도 사이가 좋아 몇 군데에서 미리 원료비를 내지 않고도 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외에 우리가 서둘러 시작한 일은, 코로나 온라인숍을 인터넷에 여는 것이었죠. 우리 회사 제품은 물론 인근 특수유리 제조사의 페이스실드(투명 안면보호 마스크) 같은 제품도 함께 소비자에게 알렸습니다.
공장을 불가리아와 체코, 헝가리로 이전해 상품을 생산했는데, 이 전략은 성공을 거뒀습니다. 함부르크 환경미화원에게 필요한 주황색 마스크 1만5천 장을 단시일에 생산해냈죠. 2주 만에 마스크 9만 5천 장을 작센주 경찰청에 공급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지금까지 받았던 단일 주문 가운데 최고치를 기록한 사례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3월과 4월 그리고 5월까지 잘 지탱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으로 문제가 다 사라진 건 아닙니다. 항공업계가 다시 기지개를 켤 때까지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다른 분야 고객도 이미 많이 떨어져나간 상태입니다. 우리 직원은 여전히 단축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마스크의 일차 호황 물결도 이제 거의 빠져나갔습니다. 우리 회사는 현재 새 고객을 찾으며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새 제품도 개발 중입니다. 체코에 있는 한 공장과 함께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든 마스크 생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 팬데믹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생활용품은 마스크다. 독일의 한 중소기업은 항공사에 안전조끼를 납품하다 마스크 생산으로 선회해 발빠르게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했다. REUTERS

맥주통과 크라우드펀딩을 동시에 열다
크리스 에메를링 밤베르크의 홉 농원이자 양조장인 호펜가르텐 설립자이자 대표이사
우리 회사는 작은 양조장입니다. 정직원이 5명입니다. 밤베르크에서 제일 규모가 작죠. 양조업을 시작한 지는 겨우 6년쯤 됩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지요. 내가 4대째 물려받아 운영하는 집안 농원 수확물로 맥주를 발효해보겠다는 생각이었죠. 맥주 효소로 우리가 직접 재배한 홉을 씁니다. 증류주인 진에 들어가는 허브는 물론 칠리나 유칼립투스를 넣은 맥주에 필요한 재료도 모두 우리 농원에서 생산합니다.
우리 양조장에서 나온 맥주의 85%는 맥주통째 판매됩니다. 축제라든가 맥주 시음회, 잔치에 쓰이죠. 매출 대부분이 이런 행사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모든 게 사라져버렸어요. 그것도 모든 행사가 막 시작하려는 찰나에 말입니다.
2020년 양조장을 연 이래 처음으로 11월까지 예약이 다 찰 참이었으니까요. 영업중지령이 내리고 2~3일이 지나, 우리 양조장을 위기에서 건져달라는 취지로 크라우드펀딩을 했습니다.
그러자 정말로 일주일 안에 1만유로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캠페인이 끝났을 때는 액수가 그보다 늘었고요. 원래 3월 말 춘기 맥주축제가 열릴 예정이어서, 우리 양조장에는 엄청난 맥주통이 확보돼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합쳐 1천ℓ 정도의 이 생맥주를 병에 옮겨 담았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으로 작업했죠. 병 하나하나에 상표도 따로 붙였습니다. 인근 지역에서 주문이 오면 맥주병을 자전거 수레에 실어 직접 집까지 배달했고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우리 사업을 지지해줬다는 사실에 나는 감격했습니다.
당시 병맥주 판매는 성탄절 경기를 방불케 할 만큼 호황이었습니다. 3월에서 5월까지 석 달 동안 병맥주를 2천 병 넘게 팔았습니다. 덕분에 양조장의 정규 직원 6명 중 한 명만 단축근무를 하는 것으로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제 곧이어 제2의 파도가 닥치지 않는 한 우리는 위기에서 일단 벗어났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행사를 위해 양조장을 다시 열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려 시도한 변화는 우리에게 분명 이익을 가져다줄 겁니다.
밤베르크의 칵테일 바 ‘검은 양’에서 일하는 스벤 괼러와 협의해, 우리는 그 바의 록다운-음료-배달 서비스 목록에 우리 양조장의 진과 허브를 섞은 음료를 추가했습니다. 또 맥주 블로거들이 함께하는 라이브 맥주 시음 세미나를 열어, 기업과 개인 고객이 수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행사 전에 우리 양조장의 진과 토닉 시럽, 그리고 허브가 든 상자를 배달받을 것입니다. 그렇게 준비한 다음 온라인상 라이브 세미나에 들어가는 거지요.
우리는 이런 행사를 앞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아마 독일 전역으로 말입니다.

   
▲ 팬데믹은 노동자는 물론 기업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 자금력이 약한 영세중소기업에는 고난의 시간이다.REUTERS

모든 채널에서 접속 가능한 고객 상담
니콜 한젠 함부르크에 있는 패션·디자인 편집숍 한젠부인합명회사 경영자
3월17일을 돌이켜보면 오로지 혼돈뿐이었습니다. 그날부터 함부르크에서는 대부분 상점이 문을 닫았습니다. 2014년부터 경영하던 한젠 부인의 편집숍도 예외가 아니었죠. 저는 ‘이 가게가 앞으로 얼마나 오래 유지될 수 있을까?’라고 자문했죠. ‘여기서 일하는 직원 10명에게 어떻게 일자리를 보장해줄 것인가? 만약 유아원까지 동시에 문을 닫아버리면 나는 과연 어떻게 그 모든 상황을 처리해낼 수 있을까.’
저는 오래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했고 팔로어가 2만5천 명이 넘습니다. 그게 도움이 됐죠. 코로나 위기를 맞으면서 팔로어에게 그때그때 상황을 알려가며 도움을 청했어요. 우리 가게 온라인숍에서는 그때까지 제 컬렉션이 아닌 옷은 전혀 팔지 않았죠. 경쟁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소비자 구매 성향과 반품 비율을 봐도 그러는 게 좋지 않을 것 같았어요.
코로나 위기가 닥치면서 그야말로 모든 게 변해버리고 말았어요. 설령 배송한 상품 가운데 한두 가지가 반송될지라도, 옷들이 꼭꼭 닫힌 가게 안에 무한정 걸려 있는 것보다는 나을 테니까 말이에요.
저는 팀원과 함께 기습 작전을 펴듯이, 매장 안 패션 상품 전부를 온라인숍에 올렸어요. 있는 옷을 손에 닿는 대로 하나씩 걸치고선 서로 사진을 찍어주는 식으로 상품 사진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와츠앱, 인스타그램, 전자우편, 전화로 사진에 있는 옷을 고객에게 상담해줬어요. 그런 다음, 소셜미디어에 이 과정을 광고했죠. 그 덕택에 반송률이 어느 정도 선을 넘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어요.
우리 고객이 자그마한 선물로 친지에게 기쁨을 선사할 수 있도록 ‘스테이홈 박스’(Stay-home-Box)도 포장해 팔았습니다. 4월20일부터 다시 가게 문을 열었는데, 코로나 위기 이전과 비교해 특별히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네요.

   
▲ 팬데믹은 경제와 노동시장, 국제질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으로 위협을 가하지만, 특정 기업과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순간이기도 하다. 기업가들은 팬데믹 이후 대중의 달라진 일상에 주목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낸다. REUTERS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딛다
페터 프랑켄바흐 비스바덴에 있는 자동화기술 전문기업 엑켈만주식회사 이사회 대변인
현재 들어오는 주문량은 원래 계획보다 10% 아래 수준입니다. 코로나 위기로 입은 피해 일부는 아마 나중에야 체감될 것입니다. 이 어려운 사태를 겪으며 우리가 성장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3월 중순, 비스바덴(독일 헤센주 주도)에서 일하던 300명 중 70%에 해당하는 직원을 순식간에 근무지에 매이지 않는 재택근무 인원으로 전환했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지요. 처음 이틀 동안은 좀 삐걱거리더니, 다음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순조롭게 모든 게 작동했습니다.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 회사도 요즘 소통과 협력을 위해 소프트웨어를 활용합니다. 프로그램 구입을 위해 이틀 일정으로 중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도 생각했습니다. 우리 이사회 임원은 위기 극복을 위한 회의에서 처음엔 주로 전자우편으로 의견을 나누었고, 이후엔 보호 장치가 된 자사 유튜브 채널에서 화상통화를 했습니다.
비록 가상이지만 개인적으로 말을 걸 수 있다는 걸, 직원들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더군요. 저에게 화상회의는 새 세상이었습니다. 그사이 우리는 소형 텔레프롬프터까지 장만해 텍스트를 비추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나아가 우리는 고객이 위기에서도 그들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비상시 현장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전문가를 찾아 자문받기를 바란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가 실험한 제품에는 ‘혼합현실 안경’(MixedReality-Brille)이 있습니다. 스위치 캐비닛 같은 현장에 있는 직원이 이 안경을 낍니다. 전문가는 장소에 얽매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직원이 보는 것을 보면서 그에게 지시합니다. 언젠가는 전문가가 있던 다른 편에 사람 대신 인공지능(AI)이 앉아 있을지도 모르지요.

수입도 늘고 단결심도 높이고
카탈린 프리츠 베를린의 쿠킹박스 정기구독 서비스업체 마를리스푼 고객담당 최고책임자

전세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집에 들어앉아 있어야 하자, 갑자기 시스템이란 게 중요해졌습니다. 회사의 쿠킹박스 수요는 2주 사이 두 배로 늘었습니다. 우리는 새 고객까지 포함해 그 많은 고객의 요구에 제대로 부응해야 했고, 동시에 급작스럽게 재택근무 중인 직원에게도 연락해야 했습니다.
고객 소통과 제품 생산 분야에서 우리는 단시일 안에 직원 수를 두 배로 늘렸습니다. 적절한 지원자를 선별 고용하고, 훈련하고, 팀에 편입시키는 일 등 일련의 과정은 인터넷이라는 가상세계에서 이뤄졌습니다. 코로나 위기로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능력 있는 직원을 고르기 쉽도록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정기구독을 중단한 많은 고객과 이야기했습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과 일부 직원은 여전히 출근해야 했습니다. 엄격한 규정을 도입해, 우리 회사 시장이 운영되는 독일 7개 주 상황에 맞춰나갔습니다. 사람 간 간격을 반드시 유지할 것,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할 것 등 말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에게 설문지를 돌려, 현재 상태가 어떤지 늘 살폈습니다. 직원들이 서로 즐거움을 나눌 수 있게 신경 쓰기도 했습니다. 저녁때면 직원이 네트워크에서 만나 퀴즈 행사도 열고, 함께 게임도 했습니다. 코로나 위기 동안 우리 직원의 발병률은 거의 0%에 가까울 만큼 줄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모든 직원이 잘 협조해줬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20년 1~3월 우리 회사는 4300만유로 수입을 올렸습니다. 4월 한 달만 따로 봐도 액수가 2200만유로에 이릅니다.

ⓒ Die Zeit 2020년 제26호
Nur noch kurz sich selbst retten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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