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호를 마감하면서 이제까지 나온 <이코노미 인사이트> 8권을 책상에 차곡차곡 쌓아봤습니다. 그 두께가 제법 팔뚝 높이 위로 올라오는 걸 보면서 정신없이 지나갔던 창간 전후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갑니다. 창간호 발간을 코앞에 두고 모든 자료가 들어 있던 노트북을 분실해 어찌할 바를 몰랐던 2010년 잔인한 4월이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돌이켜보면 ‘팔뚝은 가냘프고 낯은 두껍다’, 이게 독자 여러분께 드리는 소회입니다.

이번 신년호부터 러시아 정상의 경제저널 <엑스페르트>와 제휴해 콘텐츠를 싣습니다(매체 소개 8쪽). 이로써 이른바 ‘브릭스’(BRICs)로 불리는 4개국의 매체와 제휴를 마무리했습니다. 창간 즈음 러시아 제휴 매체를 놓고 고민하다 그곳 출신인 박노자 오슬로대학 교수에게 자문했습니다. 박 교수는 “유라시아 신흥시장을 잘 커버하는 케인스주의 성향의 매체”라며 <엑스페르트>를 추천했습니다. 그로부터 8개월이 지난 지금, 박 교수에게 추천사를 부탁했는데 흥미로운 답변을 보내와 여기에 인용합니다. “비록 자본가에 의한, 자본가를 위한 경제지이지만, 러시아권 경제에 대해 정밀한 분석을 해온 고급 프로페셔널 경제지다.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사람으로서 ‘현실알기’ 차원에서는 일독의 가치가 있는 객관적이고 균형 감각이 있는 저널이다.”

또 이번호부터는 독일의 최대 주간신문 <디 차이트>가 연재하는 ‘주니어 경제’ 코너를 번역해 싣습니다. 이 신문사는 NIE(신문활용교육) 교재를 직접 만들어 독일 고등학교의 90%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교재 제작에는 25명의 일선 교사가 참여합니다. <디 차이트> 독자의 20%가 현직 교사일 정도로 일선 학교와 밀접한 연계를 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디 차이트>는 어린이 잡지와 주니어 백과사전을 발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주니어 경제’의 소재는 성장, 경쟁에서 신자유주의, 케인스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이면서도 시사적인 내용을 두루 담고 있습니다. 부모와 함께 보는 경제 교재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한겨레> 이재성 기자의 ‘영화로 보는 경제’가 첫선을 보입니다. 수년간 영화를 담당하다 지금은 경제부에서 금융 현장을 뛰고 있는 이 기자는 ‘크로스 콘텐츠’의 적임자로 독자 여러분에게 ‘영화 읽어주는 남자’로 다가갈 것입니다. 이제구 사우스플로리다대학 경영학 교수가 연재하는 새 코너 ‘모럴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요란한 홍보를 하지 않고 기술 개발에 전념해도 ‘수익 증대’와 ‘사회적 책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제시합니다.

“전반적으로 어렵다” “번역을 더 깔끔하게”…. 지난번 독자 여러분의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지적을 채찍 삼아 새해에는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광덕 총괄편집장   kdh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