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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기업, 윤리성 담보 필요해
[핀테크 탐색기]
[124호] 2020년 08월 01일 (토) 이재운 damoyer@daum.net

이재운 <삼성전자의 빅픽처> 저자

   
▲ 독일 전자결제 업체인 와이어카드는 회계 부정 의혹이 나온 이후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유럽과 미주 지역의 핵심 사업에도 수년간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다. 와이어카드 경영진. REUTERS

“코로나19는 또 다른 ‘와이어카드’(Wirecards) 사례를 들춰낼 수 있다.”
최근 미국 방송 <CNN> 보도는 핀테크업계에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업계 최악의 부정 스캔들을 낳은 와이어카드 사례는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어두운 전망이 핀테크업계를 뒤덮었다. 와이어카드는 독일에 있는 온라인결제 서비스 업체다.
전자상거래 확산 속에 필수 요소로 자리잡은 온라인결제 플랫폼은 모든 ‘돈의 흐름’을 책임지는 핵심 영역이다. 국가 기간산업이나 다름없는 사업을 전개하던 이 회사는 20억달러가 ‘증발했다’는 회계감사 결과를 받아들었다. 독일은 물론 온 유럽이 뒤집혔다. 편리함에 정확성을 더했다는 핀테크 장점이 단번에 무너진 것이다.

와이어카드 쇼크, 근본적 물음 제기
회계 부정 스캔들에 와이어카드는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마커스 브라운 최고경영자(CEO)는 사임과 함께 경찰에 구속됐다. 2019년부터 이어진 회계 부정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 시가총액을 웃돌던 신생 핀테크업체는 이렇게 ‘화려한 몰락’을 겪고야 말았다. 핀테크업계는 이번 사태로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했다. 과연 ‘당신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업체가 얼마나 있을까. 의심은 커져만 간다.
와이어카드는 1999년 창업한 뒤 성장을 거듭해 2004년 대비 2018년 매출액은 50배, 영업이익은 70배 성장했다. 급격한 성장세에 안팎에서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됐고, 적어도 10년 이상 회계 부정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벤처투자자(VC)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핀테크 시장에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는 우려는 갈수록 커진다.
독일 와이어카드 사건 여파는 국경을 넘어 영국 등 인근 지역으로도 번지고 있다. 영국 방송 <BBC>는 독일 서비스 이용자는 물론이고 영국 런던에 있는 자회사에 연관된 계좌 보유자 역시 파산보호 신청에 따른 자금동결 조처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필리핀에서도 소동이 일어났다. 와이어카드 사태에 연루된 계좌가 필리핀에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당국이 긴급 점검에 나섰고, 곧 가짜 거래 기록에 의한 해프닝으로 드러났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나왔다. ‘온라인 투자연계금융업’이라는 이름으로 법적 규제 테두리에 들어온 개인 간(P2P) 금융 서비스는 법제화 이전 초창기 단계에서 많은 사건·사고가 일어났다. 2020년 2월에는 업계에서 꽤 주목받던 업체인 팝펀딩이 ‘투자금 돌려막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홈쇼핑 사업자와 물품 생산업체 사이에 판매 대금을 주고받는 과정을 이용해 대출 상품을 만들던 팝펀딩은 대출 연체가 발생하자 투자금을 돌려막는 문제를 노출하며 불안감을 키웠다.
그나마 팝펀딩은 사업구조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었다면, 앞서 2018년 발생한 아나리츠와 루프펀딩 사례는 더 충격적이다. 아나리츠는 대표이사와 재무이사가 나란히 구속됐는데, 처음부터 원래 투자 유치 목적인 부동산 투자에 자금을 제대로 투입하지 않고 주식 매수 등 다른 목적으로 자금을 이용하다 결국 돌려막기 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P2P 금융 분야 2위 업체로 평가되던 루프펀딩 역시 모은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금을 돌려주거나 다른 공사현장에 투입하는 돌려막기와 부정 대출을 받으면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한번 떨어진 신뢰는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 아나리츠는 사건 뒤 문을 닫았고, 루프펀딩은 재기를 꾀하고 있으나 의심의 눈초리와 우려는 여전하다.
업계에서 자정 노력도 있다. 한국P2P금융협회는 사기·횡령 등 불건전한 영업 행위를 제보하는 이에게 최대 500만원의 포상금을 주는 공익신고 포상제도를 2019년 3월부터 시작했다. 협회 회원사가 아니더라도 대상으로 할 만큼 절치부심하는 모습이다.

보안 문제 너머의 윤리성과 책임감
보안 역시 핀테크업계 신뢰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업무용과 금융정보를 처리하는 망을 각각 나눠서 사용하는 ‘망 분리’처럼 기본 요소부터, 민감하고 중요한 개인정보인 금융정보 유출을 막는 ‘암호화’ 조처까지 상당한 수준의 금액을 투자해야 한다. 물론 내부적으로 보안 의식을 철저히 하는 기본 수칙 준수 역시 필수적이다.
보안 강화 노력에도 일어나는 계정 도용은 핀테크업계가 실질적으로 마주하는 최우선 과제다. 2016년 간편결제 서비스 사업자들이 약관에서 계정 도용이 발생해도 고객이 알리지 않으면 책임이 없다는 취지의 조항을 넣었다가, 보안 전문가들 지적에 결국 개선했다.
최근 토스 서비스에서 발생한 부정 결제 사례 역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났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우리 책임이 아니다”라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가, 비판에 직면하자 피해액을 앞으로 전액 환급하겠다는 정책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토스보다 앞서 카카오페이 역시 선보상 제도를 도입했고, 미국에서는 이미 페이팔이 선보상 제도를 운용 중이다. 페이팔은 부정 결제 피해 선보상 금액이 전체 매출액의 0.1% 수준에 그친다. 결제 정보가 반복되는 특성을 이용해, 자체 조사로 ‘선의의 피해자’인지 가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선보상 제도는 필수적으로 자리잡았다.
“디지털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를 담보할 수 있는 적절한 규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한국은행 <해외경제 포커스 제2020-11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금융혁신 규제장벽에 관한 전문가그룹’(ROFIEG)은 핀테크와 관련한 30개 권고 사항을 내놓으며 위와 같은 원칙을 제시했다.
핀테크는 금융 틀 안에서 이용자 편의성을 높이며 금융을 더 쉽고 친근하게 느끼도록 했지만, 동시에 편리함을 강조하다보니 신뢰를 담보할 만큼 ‘금융기관의 무게감’을 견딜 수 있는지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 왕관 무게를 견디는 자가 왕좌에 앉을 수 있듯, 핀테크업체 역시 금융기관으로서 신뢰를 얻을 때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 금융이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핀테크라는 새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 아성이던 금융권과 새롭게 부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며 사람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뛰는 핀테크의 진화를 살펴본다. 글쓴이는 경영학 전공 뒤 산업과 기술 분야 전문기자로 (뜻하지 않게) 일해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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