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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혁준의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
[124호] 2020년 08월 01일 (토) 정혁준 june@hani.co.kr
   
▲ 알프레드 아들러 위키미디아 커먼스

2014년 나온 <미움받을 용기>는 이듬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 책에 나온 알프레드 아들러(1870~1937)도 덕분에 세간에 알려졌다. 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 카를 구스타프 융(1875~1961)과 함께 ‘심리학의 빅3’로 불린다. 아들러는 융과 마찬가지로 프로이트가 1902년 세운 ‘수요심리학회’에 참여했다가 탈퇴하면서 프로이트와 다른 길을 걷는다.
사람 마음을 놓고 스승인 프로이트와 아들러는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먼저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다르다. 프로이트는 사람 마음이 이드(id), 자아(ego), 초자아(super ego)가 서로 투쟁하는 곳이라고 봤다. 이드는 욕망, 초자아는 양심과 도덕, 자아는 이드와 초자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조정한다.

프로이트의 원인론과 아들러의 목적론
프로이트는 인간의 의식이 빙산의 일각이고, 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의 영향을 받는다고 봤다. 그렇다. 자아와 초자아는 무의식 세계다. 무의식은 과거 기억에 강한 지배를 받는다. 인간은 과거에 일어난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으로 현재를 산다는 의미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이다.
아들러의 생각은 달랐다. 인간은 트라우마에만 영향받지 않는다고 여겼다. 인간은 하고 싶은 마음(희망)이 있고, 희망이 과거 경험을 끌어낸다고 했다. 아들러의 ‘목적론’이다.
‘어떤 사람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어릴 때 학대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게 프로이트의 원인론이다. ‘사회에 나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아 어릴 때 학대받은 기억을 꺼내는 거’라고 해석하는 게 아들러의 목적론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프로이트가 트라우마를 내세워 ‘당신 불안은 당신 탓이 아니다’라고 위로한다면, 아들러는 ‘당신이 느끼는 불안은 당신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말하는 셈이다.
두 사람이 내 친구라면 어떤 친구가 좋을까? 두 사람 모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 과거 아픔을 토닥토닥 위로해주는 친구가 프로이트라면, ‘팩폭’(팩트 폭력·사실을 들이대 꼼짝 못하게 함)으로 현실적인 대안을 조언해주는 친구는 아들러이기 때문이다.
아들러는 ‘어릴 때 어떻게 자랐나’ 같은 과거 경험이 현재 삶과 관계 없다고 말한다. 흔히 말하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들러는 “고된 삶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해도 내 삶은 바뀌지 않는다. 누구도 나를 대신할 수 없다. ‘이런 내가 싫어. 다른 사람이 되고 싶어’ 같은 생각을 그만두고 남과 비교하지 않을 때 내 삶은 바뀐다”고 말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과거에 관심을 가진 반면, 아들러는 인간의 미래에 관심을 보였다. 프로이트와 아들러는 자기 경험을 바탕으로 이론을 제시했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 환자를 치료하면서 환자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문제를 풀어나갔다. 어릴 적 건강도 안 좋은데다 공부도 잘하지 못한 콤플렉스를 극복한 아들러는 인간을 자기를 창조하는 존재로 보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두 사람의 두 번째 차이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행동하느냐에 대한 생각이다. 프로이트는 사람이 성적인 욕망으로 움직인다고 여겼다. 부자나 권력자가 되려고 하거나, 좋은 외모와 몸을 만들려는 것은 무의식적으로 이성을 마음에 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들러는 인간이 열등감을 극복하고 우월해지려는 마음으로 움직인다고 봤다. 아들러는 인간이 열등을 느끼는 게 자연스럽다고 했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서로 비교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열등감이 생긴다고 했다.
아들러는 여기서 더 나아간다. 그는 열등감 자체는 나쁘지 않으며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좋은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것이다. 개인이 열등을 느끼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이 과정을 거치면서 더 발전한다는 것이다. 아들러는 이를 ‘우월추구’라고 했다.
그런데 현실은 반대인 경우가 더 많다. 열등감 자체를 나쁜 것이라고 가치평가하고 그 결과 ‘열등감 콤플렉스’가 생긴다는 거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좌절한다. 열등감 콤플렉스는 부족한 게 자신에게만 있다고 여긴다. 자신이 느끼는 부족함이나 결핍이 다른 사람에게 드러날까 두려워한다. 약점이 드러나지 않도록 관계를 회피하기도 한다.
열등감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우월감 콤플렉스’가 나온다는 게 아들러 생각이다. 열등감 콤플렉스보다 더 큰 문제다. 우월감 콤플렉스는 자기 약점이나 결핍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지 않으려고 강한 척, 잘난 척하는 사람에게 자주 드러난다. 돈 많은 기업 회장과 그 아들딸이 물의를 빚어 언론 보도에 나올 때 흔히 본다. 라면 갑질, 땅콩 회항 갑질, 물컵 갑질, 운전사 갑질이 대표적이다. 아들러 심리학으로 보면, 열등감 콤플렉스를 비뚤어진 우월감 콤플렉스로 풀다 터진 사례다.

우월감 콤플렉스와 베블런의 과시적 소비
물론 우월감 콤플렉스가 돈 많은 사람에게만 드러나는 건 아니다. 이미 120년 전 이와 비슷한 사례를 말한 경제학자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1857∼1929)이다. 베블런은 ‘과시적 소비’가 빈곤 계층을 포함해 사회 모든 계층에 있다고 했다. 보통 사람이라도 자기 능력을 넘어서는 상품을 사서 이웃 사람에게 부러움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저 100여 년 전 이야기일까? 지금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명품, 몸매, 맛집, 호텔, 자동차를 해시태그 하면서 자랑하는 사람을 자주 본다. 우월감 콤플렉스, 과시적 소비다. 이런 사람에게 아들러 얘기를 해주고 싶다. 다른 사람의 인정을 받기 위한 인정욕구를 과감히 버려라. 그래야 행복해진다.

* 몇 해 전 나온 ‘청소년 반부패인식지수’에서 중고생 18%가 “10년 감옥 사는 한이 있어도 10억원을 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해 논란이 됐다. 돈을 향한 비뚤어진 가치관은 ‘물신주의’를 향해 내달리는 우리 사회의 잘못에서 비롯됐다. 매일 돈과 관련한 정보가 쏟아지지만, 정작 돈과 우리 삶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일에는 익숙지 않다. ‘바보야, 문제는 돈이야!’에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돈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사는 법을 독자와 함께 고민하면 좋겠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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