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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드라이브’ 온라인 장터 북적
[ISSUE] 코로나19 이후 되살아난 지역 먹거리 시장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쥐스틴 카논 economyinsight@hani.co.kr

코로나19 위기로 이동제한령이 떨어지자 지역 먹거리 소비가 늘고 있다. 이 인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

쥐스틴 카논 Justine Canon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20년 4월22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의 토마토 농가를 방문해 코로나19 피해 상황에 대해 얘기를 듣고 있다.REUTERS

프랑스 손에루아르주 샬롱쉬르손시에서 농사짓는 브뤼노 비알레가 마을회관 복도에 서서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몇m 떨어져 여러 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가리킨다. 프랑스 대표 생활협동조합 ‘생태농업 보존을 위한 협회’(아맙)에 보낼 바구니다. 모두 지역에서 난 것이다. 아맙 소비자회원이 매주 준비된 바구니를 가지러 온다. 돈은 미리 낸다.

“전화가 쉴 틈 없이 울려요”
아맙은 좋은 농업, 유기농업을 지지하기 위해 6주 또는 1년 단위로 회원권을 약정하는 규정을 두었다. 브뤼노의 아내 나딘 비알레는 “이동제한령이 떨어지고 얼마 안 돼, 일주일 주문량이 120건에서 250건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순전히 입소문 덕이다.” 나딘은 주문을 관리하고 바구니를 준비한다. “시장 대부분이 문을 닫은 탓에 신선한 채소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겼다. 지금은 작물을 심는 시기라 늘어난 주문량이 더 버거워졌다. 새 회원을 받지 못할 정도다.” 소비자회원(채워야 할 채소 바구니)이 늘어, 농가는 일손이 더 바빠졌다. 유통과 농사를 동시에 맡아야 해서다.

발 빠른 대응
비알레 부부를 보면 현재 상황을 알 수 있다. 감염병 위기가 심각한 지금, 지역 먹거리 시장은 순풍을 타고 있다. 아맙뿐만이 아니다. 소비자가 생산자를 찾아가고, 생산자 여럿이 같은 이름을 달고 모여 장터를 꾸린다. 소비자가 온라인 주문을 한 뒤 정해진 시간과 장소에 차를 타고 가지러 오는 ‘농산물 드라이브’도 활발하다.
농산물 드라이브는 2012년 처음 생겼다. 농업회의소 디종시 지부의 자드 롤레는 “이동제한령이 나오기 전에는 일주일에 90개가량이던 주문 바구니 수가 지금은 330개로 늘었다”고 말했다. 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한 번에 담아야 하는 채소도 많아졌다.” 롤레는 드라이브 서비스를 제공하는 코트도르 지역 농가의 기술·행정 지원을 책임지고 있다. “공급 문제는 없다. 농가에서 평소 식당에 납품하던 농산물 일부를 직판으로 돌린 덕이다.”
프랑스 농가는 코로나19 위기에 훌륭하게 대응했다. ‘생태농업 보존을 위한 협회의 지역 간 행동’(미라맙)의 대변인 에블린 불로뉴는 “아맙은 농산물을 소규모로 판매해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지침을 지키기 쉽다”고 설명했다. “그 덕에 계속 영업할 수 있었다. 일부 유통업체와 사회복지기관이 문을 닫았지만 괜찮았다. 여러 시청과 도청에서 청사 앞이나 공공장소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줬다.”
농산물은 보통 야외 장터에서 거래된다. 하지만 이동제한령으로 장터 가게 3분의 2가 문을 닫았다. 책 <단거리 수송: 식품, 시장과 사회혁신 사이>를 쓴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 사회학자 유나 시폴로는 말했다. “농가의 이런 사정을 아는 단골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판매 홍보를 해주었다. 같은 동네 사람끼리 주문을 모아 한꺼번에 배달받는 식으로 연대했다. 오픈 소프트웨어 개발자도 온라인 장터 누리집 만드는 일을 도왔다. 지자체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는 주변 농가를 표시한 온라인 지도를 만들었다.”
2009년 세운 정의에 따르면, 단거리 수송은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팔거나, 중간 단계를 한 번만 거친 유통 방식을 뜻한다. 물리적 거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지역별, 품목별로 (축산물이냐 농산물이냐에 따라) 생산자에서 소비자까지 오는 거리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동거리를 최소화한다는 원칙은 단거리 수송 실천에서 핵심이다.
이렇게 유통을 다각화했지만, 실제 농가 소득이 완전히 회복됐을까. 아직 따져보기에 이른 단계다. 시폴로는 “그래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한다. “도심이나 도시 근처에 자리한 농가에 특히 좋은 대안이었다. 하지만 산간이나 보통 관광지로 유명한 지역에 있는 농가는 사정이 더 어려울 수 있다.”

기회 또는 확신
소비자는 어떨까.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한 지금,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건강한 먹거리, 지역에서 키운 식재료를 식탁에 올리겠다는 전통적 필요성도 없지는 않지만, 장 보기가 어려워진 이유는 크다. 단순히 이참에 지역 농산물 쪽으로 발을 떼보겠다는 마음에 시작한 이들도 있다. 비알레는 말했다. “아맙에 새로 들어온 회원은 못해도 1년 전부터 가입을 염두에 둔 사람이다. 여태껏 알아볼 시간이 없어 가입을 미뤄온 사람이 많다. 프랑스 농산물을 지지하기 위해 가입했다는 사람도 있다.”
책 <아마존화 반대, 가게를 향한 찬사>의 저자 뱅산 샤보는 지역 먹거리가 인기를 끄는 것은 “소비자가 지역 가치를 점차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역 상품 소비는 지속가능하고 사회적인 먹거리를 생각하는 정치적 의미가 있다. 대형 유통과 ‘비인간적 농산업’을 거스르는 교환의 장이자 상생의 장이 열리는 것이다.”
지역 먹거리 시장의 성공은 명백하다. 하지만 그 성공을 정확하게 수치화하기는 어렵다. 지역 농산물 소비 동향을 공동연구한 시폴로는 “2013년에는 프랑스 전체 소비자의 42%가 일주일 평균 25유로(약 3만4천원)어치의 지역 농산물을 샀다”고 설명했다. “주문 빈도는 들쑥날쑥했다. 프랑스 전체 식료품 구매에서 지역 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13년 10%에서 감염병 위기가 터지기 직전 15~20%까지 늘었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고 (육류, 밀가루 등) 취급 품목이 다양해진 덕이다.”

   
▲ 프랑스의 대표 생활협동조합인 아맙의 파리 지역 소비자회원이 현지 농가를 찾아 농산물 재배 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자, 신선한 먹거리를 위해 아맙을 찾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 아맙 누리집

흐름에 탄력 주기
이동제한령이 지역 먹거리 소비로 한 걸음 더 가까이 가는 기회가 됐을까. 샤보는 “새로운 소비자 수가 애초 예상한 범위를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 중에는 계속 지역 상품을 찾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먹거리 소비는 차별적이지 않다. 시폴로는 “소비자 구성을 보면 프랑스 국민의 사회·직업 계층이 고루 분포했다”며 “다만 바칼로레아(프랑스 중등교육과정 졸업시험)가 없는 인구 비율이 낮다”고 말했다.
사실 지역 먹거리 소비에 걸림돌은 경제 사정보다 문화 차이다. 친환경 지역 농산물은 품질이 같은 다른 농산물과 가격이 비슷하다. 샤보는 “중산층과 상류층은 여러 곳에서 식재료를 사는 경향이 있지만, 저소득 계층은 그렇지 않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한부모 가정은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한번에 장을 봐야 시간을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
지역 먹거리 시장의 활기가 앞으로도 이어지려면 소비자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미라맙의 불로뉴는 “아맙에 가입할 때 따라야 하는 길이 있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는 제철 농산물 소비 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 바구니에 담을 채소를 직접 고르지 못하는 제약도 있다. 겨울에 토마토를 못 사는 게 단적인 예다.”
지역 먹거리 문화가 단단히 자리잡게 한다는 것은 생산자에게 새 도전을 의미한다. 프랑스에선 여전히 생산성 만능주의에 빠진 집중농업이 지배적이다. 시폴로는 “2010년 조사 결과를 보면, 프랑스 농가 5곳 가운데 1곳(약 10만 개)에서 생산 작물의 전체 또는 일부를 단거리 수송 형식으로 팔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팔린 상품이 매출의 4분의 3 이상을 차지한 농가가 40%였다.” 지금은 조짐이 더 좋다. 농업고등학교가 뜨는 추세에다, 채소 농사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지역 먹거리 시장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가치가 높아서다.” 이제는 성공 씨앗을 잘 싹 틔우는 일만 남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20년 6월호(제402호)
L’essor des circuits courts
번역 최혜민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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