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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스닥’이냐 ‘더블딥’이냐
[국내이슈] 증시 거품 논쟁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박종오 pjo22@edaily.co.kr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보다 107.23포인트(5.28%) 급등해 2138.05로 마감한 2020년 6월16일의 서울 여의도 KB 국민은행 주가 시세 전광판. 이날 코스닥 지수는 6% 이상 올랐다. 연합뉴스

극장 사업을 하는 CJ CGV 주가는 2020년 들어 롤러코스터를 탔다. 연초 3만4천원대에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증시를 강타한 3월 1만4150원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석 달 만에 다시 2만6천원을 회복했다. ‘브이(V) 자’ 반등이다. 주가를 바닥에서 끌어올린 것은 기대감이다. 투자자들이 코로나19가 곧 잠잠해지고 영화 관람 수요가 살아날 것으로 봤다는 얘기다.
정말 그럴까? 아직 그런 조짐은 없다. 국내 극장 관객은 1월 1684만 명에서 4월 97만 명으로 크게 줄었다. 5월 들어 100만 명을 넘기긴 했으나 아직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CJ CGV 매출에서 국내 극장 매출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이른다.
거품일까, 아니면 이유 있는 반등일까.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이 질문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 증시가 코로나19 이전 지수를 일제히 회복했다. 실물경제는 한겨울인데 증시는 여름이다. 라면에 비유하면 물은 찬데 면발만 익은 꼴이다. 거시경제 지표와 주가의 괴리, 탈동조화(시장이 따로 노는 것)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증시 거품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증시 대표기업 세대교체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주가 변동은 더 극단적이다. 테슬라는 국내에서 ‘천슬라’로 불린다. ‘주가 1천달러 테슬라’를 줄인 말이다. 이 회사 주식은 2020년 초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430달러 선에 거래됐다. 이때도 거품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세계 증시가 폭락한 3월18일 361달러까지 내려간 테슬라 주가는 이후 큰 폭으로 반등해 6월10일 사상 최고가인 1025달러를 기록했다.
나스닥 시장은 ‘만스닥’이 됐다. 3월 6천 선까지 하락한 지수가 40% 넘게 오르며 6월 초 최초로 1만 선을 돌파해서다. 미국을 대표하는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지수도 코로나19 발생 이전 주가를 거의 회복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3월 1500 아래로 내려간 코스피 지수는 3개월 만에 2100선을 넘어섰다. 중·소형주가 모인 코스닥 주가지수 또한 연중 최고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실물경제를 보면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현상이다. 국제 금융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은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 3% 밑으로 내려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5월 한국 실업률은 역대 5월 가운데 가장 높았다. 취업시장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120만 명을 넘는다. 무엇보다 주가 기준이 되는 기업 실적이 정말 바닥을 찍었는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눈에 띄는 점은 시가총액(주식 수×주가) 상위 종목의 지각변동이다. 5월 말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시총) 상위 10위 안에 카카오와 삼성SDI, LG생활건강이 새로 진입했다. 반면 2019년 말 10위 안에 있던 포스코, 현대모비스, 삼성물산은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시총 상위 10위권 기업 중 8개가 기술·바이오 기업이다. 대형 기술·바이오 중심의 성장주가 제조업 기반 전통산업 가치주에 자리를 대체했다. 국내 증시 대표기업에서 세대교체가 일어난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더 뚜렷하다. 2010년 말 시총 2위였던 포스코와 4위 현대중공업, 10위 기아자동차는 현재 10위권 명단에서 사라졌다. 신한지주, KB금융, 삼성생명 등 경기에 민감한 금융주도 10위권 종목에서 제외됐다.
한국 증시 주도주는 1990년대 공기업·은행, 2000년대 통신·정보기술(IT), 2010년대 초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으로 변해왔다. 최근엔 전통 제조업이 증시 주도권을 잃고 기술주와 바이오주가 치고 올라오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추세다. 삼성전자만 유일하게 2000년부터 시총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기술·바이오 등 성장주가 시총 상위에 자리잡은 것은 미국도 마찬가지”라며 “코로나19로 비대면 기술과 보건·의료·바이오 등의 중요성이 커지며 전통 제조업에서 4차 산업으로 환경 변화에 가속도가 붙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의 전체 시총(코스피·코스닥 합산)에서 상위 10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35.7%에서 2020년 5월 말 37.4%로 확대됐다. 기술·바이오 중심 성장주에 투자 수요가 몰리며 전체 증시를 견인하는 쏠림 현상과 종목 간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뜻이다.

   
▲ 2020년 5월30일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엑스와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가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자 두 손을 들어 환호하고 있다. 최근 테슬라 주가의 고공행진에 머스크는 너무 높다는 반응을 보였다. REUTERS

거품 vs 정상화
“지금 주식시장에는 ‘정책 버블(거품)’이 형성됐다고 본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미국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강력한 통화·재정 정책을 추진하면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고 증시가 강세를 보이는 등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오르는 거품이 생겼다”며 “한국 등 다른 나라도 미국을 따라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물경기 회복과 기업 실적 개선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정부 정책과 시장의 낙관적인 기대 심리가 주가에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얘기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다. 그런데 지금은 일부 성장 기업을 제외한 상당수 기업의 앞날을 내다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언제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여파로 기업의 외부 경영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16일 한국은행의 기업 경영 분석 통계를 보고받고 “코로나 상황이 끝나도 (기업 실적이) 원래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멍이 들지 모른다”며 정부의 정책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재 증시를 1973년 ‘니프티 피프티’(Nifty Fifty) 몰락, 2000년 닷컴 거품 붕괴와 비교하며 ‘더블딥’(경기·증시 등이 일시적으로 반등했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니프티 피프티는 ‘멋진 50개 종목’이라는 뜻으로, 1970년대 초반 미국 증시에서 기관투자가의 투자 쏠림으로 주가가 급등했던 대형 우량주 50개를 말한다. 당시 기업의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된 니프티 피프티는 1973년 석유파동 등 외부 악재가 닥치자 주가가 무너져내렸다.
물론 반론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주식이 저평가돼 있었던 상황”이라며 “지금 증시는 버블이 아니라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다르게 한국 증시는 그동안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에 머물러 실제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낮았고, 다른 나라보다 빨리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하는 만큼 현재의 증시 회복이 정상적 흐름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유동성도 풍부해 앞으로 주가가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예금 금리 등이 워낙 낮다보니 상대적으로 주식투자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졌다”며 “단순히 기업 이익이나 매출 대비 주가의 적정성만 볼 게 아니라 이런 외부 투자 환경의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전한 불확실성
양쪽 주장 가운데 어느 쪽이 옳은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건 시장은 여전히 코로나19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어떤 충격을 부를지 예상해 대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런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한, 시장 변동성이 앞으로도 계속 클 것이라는 점에는 전문가도 대체로 동의한다. 미국 대선,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조짐, 정부 정책 대응이 소진될 가능성도 증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변수다.
최유준 연구원은 “국내 증시의 과거 추이를 보면 시총 상위권에 새로 편입된 종목은 최소한 1~2년 정도 자리를 지키는 경향이 있었다”며 “주가 상승에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반영된 만큼 최근 성장주도 비슷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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