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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를 막는 최선의 대책
[FINANCE] 왜 마스크 착용?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20년 6월5일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왼쪽)이 기자회견에서 일자리 동향에 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커들로 위원장은 2020년 하반기 미국 경제의 V자 회복을 장담했다. REUTERS

주춤하던 코로나19가 다시 퍼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물론이고 방역 모범국이라던 중국도 마찬가지다. 각국이 사회경제 활동 재개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딜레마에 빠졌다. 코로나19를 잡자니 사회경제 기능이 멈추고, 활동을 재개하자니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다.
봉쇄와 이동제한, 폐쇄는 충격적인 경제 데이터를 양산했다. 미국에선 4월에만 사라진 일자리가 2천만 개를 넘었다. 실업률은 14.7%에 이른다. 정도 차이는 있지만 어느 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 전역에서 실업률이 고공행진 중이고 소비·생산·투자는 얼어붙고 있다. 주요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장률 전망치는 내려가기만 한다. 침체는 당연하고 장기 불황은 피할 수 없는 형국이다.
문제는 여전히 ‘브이’(V)자 회복을 강조하는 정치인이 있다는 것이다. 래리 커들로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6월14일(현지시각) 미국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 중이라며 V자 회복을 전망했다. “미국 경제는 2020년 하반기에 20% 성장 궤도에 오르고, 실업률은 연말께 10% 밑으로 떨어질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5월에 일자리가 전달보다 250만 개 늘었다는 데이터를 인용하며 ‘대단한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이것을 회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회복이란 과거 기준점, 즉 코로나19 발생 이전으로 복귀를 말한다. 5월 경제 데이터가 약간 나아졌지만 기준점까지는 여전히 멀다. 미국을 예로 들면, 5월 데이터가 호조였다고 해도 여전히 4월 이후 1800만 개 이상 일자리가 사라졌다. 2020년 하반기에 20% 성장을 하고 실업률이 10% 이하로 떨어진다고 해도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기준점에 한참 미달한다.
이게 진실이다. 정치인이 현실을 과장하는 이유는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대중의 실망은 정치 생명 단축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리라는 희망을 유권자가 갖기를 원한다. 그러나 여러 데이터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말해준다.

소비의 법칙
말을 물가에 끌고 갈 수는 있지만, 물을 먹게 할 수는 없다. 오래된 격언이다. 맞다. 하지만 핵심을 비껴갔다. 말이 물을 먹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말은 인간이 인식하지 못한 위험을 감지했을 수 있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물이 오염됐다고 느끼면 마시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말이 물을 먹지 않는 진짜 이유일 수 있다.
이동을 제한했던 각국이 경제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애국심을 들먹이며 나가서 돈을 쓰라고 말한다. 그걸로 충분할까? 사업을 재개한다고 고객이 돌아온다는 보장은 없다. 가게를 열었다고 소비자가 지갑을 여는 건 아니다. 고객이 위험을 인식할 때는 더욱 그렇다. 정치인들은 소비를 강권하지만 대중은 그럴 마음이 별로 없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는 한 나가서 돈을 쓰기는 쉽지 않다.
경제활동을 너무 빨리 재개했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다. 반대로 너무 느렸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 옳을까? 둘 다 핵심을 놓쳤다. 경제활동 재개의 주체는 정부가 아니다. 소비자다. 정부는 경제를 실질적으로 재개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표명할 뿐이다. 얼핏 정부 명령으로 경제가 셧다운(정지)된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지 않다. 소비자와 기업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명령이 있기 전부터 경제활동을 멈췄다. 정부는 이미 일어난 상황을 법적 지위로 확인했을 뿐이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다. 이에 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5월7일 보도를 보면, 미국 소비지출은 정부의 공식 명령이 있기 10~20일 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다. 집합명령 금지 같은 공식 조처 이전부터 소비는 줄었다.
감염병 대유행(팬데믹) 상황에서 정부 방역 정책이 소비 규모를 결정하지도 않는다. 유럽의 연구를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는 코로나19 대응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는 국가다. 스웨덴은 느슨한 제한 조처를 했고, 덴마크는 훨씬 강한 조처를 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2019년 같은 시기와 비교한 2020년 신용카드 사용 감소액은 두 국가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덴마크 소비지출은 29%, 스웨덴은 25% 줄었다. 강력한 봉쇄를 택한 덴마크의 감소폭이 컸지만 양쪽 차이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결론은 분명하다. 바이러스 감염이 일어날 때 정부 조처는 소비활동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동제한을 하든 느슨한 조처를 하든, 소비자는 지출을 줄였다. 정부가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하더라도 소비지출이 급격히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란 추론은 충분히 합리적이다. 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적극적인 쇼핑에 나서진 않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소비 감소 추세는 경제활동 재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완만해졌을 뿐이다. 일부에선 경제활동이 재개된 지 오래되지 않아서라고 주장하지만 바이러스 확산세가 지속되는 한 소비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 2020년 6월 경제활동이 재개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즈미드에서 주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월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REUTERS

회복의 전제조건
현재 세계 시민은 게임이론의 ‘집단행동 문제’ 혹은 사회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협력하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개인의 의식과 이해관계는 이런 협력을 거부한다. 결국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세계적으로 마스크가 남아돈다고 한다. 의외로 서구에선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적잖은 사람이 마스크 없이 거리를 활보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는 이유는 많을 것이다. 불편해서, 깜빡해서 등. 문화적, 정치적 이유로 쓰지 않는 이도 있다. 그들은 마스크 착용을 자유 침해라고 생각한다. “본인 생명의 주관자는 자신”이라는 사고방식 때문일 것이다.
그런 사고를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그 사고가 팬데믹 상황에서 지극히 비윤리적이자 폭력적이라는 데 있다. 스스로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것까지는 좋다. 핵심은 타인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전염성 강한 바이러스에 노출시킬 뿐만 아니라 감염되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분명 비윤리적, 폭력적 행위다.
경제가 회복되려면 바이러스가 사라져야 한다.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다. 치료제와 백신의 개발과 대중화는 내년은 돼야 가능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경제 추락을 막을 수 있을까? 답은 마스크 착용에 있다. 마스크 착용에 많은 사람이 협력할수록 좋은 결과가 만들어진다.
마스크를 쓰는 일은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대다수가 마스크를 쓰면 ‘이제 밖으로 나와도 좋다, 안전하다’는 인식을 공동체에 갖게 한다. 경제활동 재개는 그때부터 의미를 갖는다. 대부분 사람이 마스크를 써야 그나마 경제회복이 완연해질 수 있다.
소비지출이 준다는 건 경제적으론 재앙이다. 깊은 침체, 높은 실업률, 많은 기업의 파산을 뜻한다.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감염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소비는 위축된다. 경제활동 재개를 공식적으로 선언해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왜 걱정하는가? 한 가지 이유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을 곳곳에서 볼 수 있어서다. 그들로부터 감염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실제 치명적이든 아니든 대부분은 위험하다고 느낀다. 경제활동에 악영향을 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으로 붐비는 실내 놀이시설이나 수영장을 찾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식당과 카페 출입을 꺼리는 사람도 여전히 많다.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행태는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진다. 대중의 우려, 즉 위험하다는 인식을 바꿔야 경제는 비로소 작동을 시작한다.
각국 정치인은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속속 선언하고 있다. 봉쇄한 도시를 안전지역으로 지정한다. 정치인이 그렇게 선언하면 안전한 것일까? 대중은 어리석지 않다. 코로나19의 두려움을 떨쳐내는 건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마스크 착용이다. 이것이 생존 조건이자 지극히 경제적인 행위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외출하는 게 경제를 침체에 몰아넣는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활동까지 제약해 마침내 경제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 경제활동 재개 선언만으로 경제회복이 가능하리라 믿는 것은 어리석다. 정치인이 해야 할 일은 막연한 희망 주입이 아니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경제회복은 요원하다. 이를 강조하는 것이 불황을 최소화하는 최선책이다. 마스크 착용은 마땅한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현재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적 행위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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