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쌍용차와 볼보, 같지만 다른 이야기
[하수정의 오로라를 따라서]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하수정 stokholm@naver.com
   
▲ 2008년 9월12일 스웨덴 볼보 토르슬란다 공장에서 화물트럭이 볼보 승용차를 옮기고 있다. 이듬해 12월 미국자동차회사 포드는 스웨덴 볼보를 중국 지리자동차에 매각한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쌍용차는 2009년 6월 980명을 구조조정했다. 462명 무급휴직, 353명 희망퇴직, 165명 정리해고. 전체 인력의 13.7%에 이르는 규모다. 직장을 잃은 사람은 해고 무효를 외치며 파업과 농성에 들어갔다. 이후 쌍용차 경영은 부침을 겪으며 줄타기를 이어간다.
2020년 5월 마지막 남은 쌍용차 정리해고자 34명이 복귀했다. 12년에서 딱 한 달 빠지는 기간이 걸렸다. 그사이 30명 넘게 세상을 등졌다. 쌍용차 집단 해고 사태를 보며 스웨덴 볼보가 매각될 때 상황이 떠올랐다.
스웨덴 국민기업으로 불린 볼보도 같은 시기에 비슷한 상황을 거쳤다. 2008년 금융위기가 전세계를 덮쳤을 때 중장비와 자동차 제조 명가인 볼보도 예외가 아니었다. 4개월 동안 볼보 직원 2900여 명이 정리해고 통지를 받았다.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볼보는 결국 중국에 매각됐다. 직장을 잃은 2900명은 어떻게 됐을까?

쌍용차와 다른 볼보의 구조조정
‘해고는 살인이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가 외친 구호다. 한국에서 가장이 갑작스레 실직하면 온 가족이 혼란에 빠진다. 매달 들어오던 급여는 물론 의료보험 등 공공서비스도 제한된다. 목돈으로 나가는 아이들 학비며 사교육비는 어디서 마련해야 할지 실직 가족에게 막막한 상황이다.
교육·의료 서비스가 무상 지원되는 북유럽은 상황이 좀 다르다. 볼보 본사는 스웨덴 남쪽 항구도시 예테보리에 있다. 볼보가 대규모 해고를 하자 예테보리시는 비상이 걸렸다. 납세자 2900명이 갑작스레 실업급여 수급자가 되는 것이니 시에서도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온 나라가 바쁘게 움직였다.
스웨덴 국영 직업안내소와 예테보리 지자체, 볼보 인사팀이 머리를 맞댔다. 스웨덴에선 정리해고할 때 6개월 전에 해고 통지를 해야 한다. 특별팀은 해고 통지 뒤 바로 볼보 안에 직업안내소를 만들었다. 해고 통지를 받은 사람은 볼보로 출근하면서 이직을 준비했다.
해고 대상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리지 않는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다 같은 노조의 보호를 받는다. 다만 스웨덴은 구조조정 명분으로 노동자를 해고할 때 연차가 낮은 차례로 내보낸다.
스웨덴은 급여 체계가 한국처럼 호봉제가 아니라 일 성격에 따라 일정 기간이 지나면 상승 없이 머무른다. 같은 연봉이라면 숙련된 사람을 회사에 남기려 한다. 젊은 사람은 직업훈련을 거쳐 새 직업으로 이직이 더 용이하다는 이유도 있다.
해고 통지를 받은 볼보 노동자는 기존 직종과 연관 있는 업체로 이직하거나, 직업을 바꾸려고 재교육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직 희망자를 위해 회사는 나서서 추천서를 써줬다. 경영 상황이 어려워 해고했을 뿐 어디서도 맡은 일을 해낼 능력 있는 노동자라고 보증했다.
해고 통지를 받은 볼보 직원은 여전히 웃으면서 출근했다. 스웨덴 정부와 지자체, 노동조합과 회사가 힘을 모아 재교육과 전직을 알선했다. 해고 통지 1년 만에 2900명 가운데 2635명이 전직했다. 경영 상황이 좋아지자 볼보는 약속대로 해고노동자를 우선 고용했다. 정리해고한 지 2년 만에 1556명이 볼보로 돌아왔다.
쌍용차도 볼보처럼 문제를 풀었으면 좋겠다. 물론 한국과 스웨덴은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사회안전망과 노사문화다.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한국에서 갑작스러운 해고는 사람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노사가 서로를 파트너로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스웨덴과 달리, 우리 노사는 서로를 투쟁의 대상으로 여긴다.
스웨덴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태생부터 좋은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지금이야 노사관계 모델로 툭하면 언급되지만 20세기 초만 해도 스웨덴은 극렬한 장기 파업으로 유명했다. 농성 중인 사람에게 군대가 발포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경영진은 될 대로 되란 듯이 직장폐쇄로 맞섰다.

노사갈등 극심한 스웨덴의 변신 이유
그러나 얼마 안 가 노사는 이대로는 누구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노사 모두 극적인 타협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1938년 스웨덴의 살트셰바덴 협약이 그 결과다.
스웨덴의 살트셰바덴 협약은 경영자연합회(SAF)와 노동조합총연맹(LO)이 스웨덴의 유명한 휴양지 살트셰바덴에 모여 회사가 일자리를 보장하는 대신 노조는 파업을 자제하고 노조원을 설득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대신 정부가 나서 의료서비스와 교육 지원을 약속했다.
기업은 노동환경 개선에 힘쓰고, 회사가 일군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대신 지주회사를 통한 소유구조와 차등의결권을 보장받았다. 스웨덴이 대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경영자는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 해고할 수 있지만 노동자는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최장 450일 동안 직전 월급의 80%에 이르는 실업급여를 받고, 스웨덴 고용부가 귀찮을 정도로 이것저것 물어가며 노동자에게 직장을 구해주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스웨덴 실업률이 10%까지 오를 전망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다. 6월16일 볼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이 하락했다며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하반기 볼보 스웨덴의 노동자 125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산업 전반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기술 변화에 따라 직업교육을 통한 직무 변경이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는 두려움은 크지 않다. 달라진 환경에 발맞춰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그 과정에서 국가가 어떤 지원을 해야 하는지 노조와 경영자,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복지가 튼튼해야 기업이 살고,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도 생긴다. 쌍용차의 아픈 경험이 선순환의 첫 바퀴가 되기를 바란다.

* 경쟁보다 협업을, 투쟁보다 합의를 우선으로 하는 북유럽은 어떻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을까? 오로라의 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머나먼 겨울왕국으로 알려진 북유럽은 복지제도뿐 아니라 혁신산업과 창업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오로라를 따라서’는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북유럽 비즈니스는 물론 이를 가능케 한 북유럽 문화와 가치관을 따라가본다. 동시에 북유럽이 당면한 과제를 살펴보며 우리나라 미래를 내다보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7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김현대 | 편집인 : 강대성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백기철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