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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비극으로, 이젠 희극으로
[북한 경제]
[9호] 2011년 01월 01일 (토) 김연철 economyinsight@hani.co.kr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전쟁 공포’라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다. 한국전쟁 이후 세 번의 전쟁 위기가 있었다. 1968년 푸에블로호가 나포되고, 울진 삼척지구에 무장공비가 침투했을 때가 첫 번째였다. 1976년 판문점에서 미루나무를 자르다 미군이 북한군에 맞아 죽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가 두 번째다. 1994년 미국의 ‘영변 폭격’ 시나리오가 논의되던 때가 세 번째다. 그리고 이번이 네 번째로, 16년 만의 일이다. 어떻게 한반도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지난해 11월24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당시 불발탄
이 길 위에 꽂혀 있다.

 
‘북한 붕괴론’이라는 환상
물론 현재의 한반도 상황은 상호작용의 결과다. 그러나 과거 역사적 경험으로 보면, 북한의 행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핵문제의 경우 협상이 중단되고 교착 상황이 장기화하면 북한은 핵실험을 하거나 ‘벼랑 끝 전술’을 써왔다. 남북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상황이 악화되면, 도발한다. 그리고 북한이 먼저 사태를 수습한 적이 있는가? 그동안 긴장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 것은 언제나 한국 정부였다. 한반도의 안정이 더 필요했던 한국 정부의 의지와 노력으로 평화 상태를 관리해왔다.
북한의 행태가 즉자적 대응의 산물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북정책이 훨씬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평화로운 한반도가, ‘전쟁’이라는 단어를 도저히 떠올릴 수 없던 한반도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려면 이명박 정부의 등장을 거론할 수밖에 없다. 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이미 서해 평화 정착 방안을 비롯해 과거 정부의 성과를 부정했다. 그리고 집권 3년 동안 무엇인가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움직인 적이 있는가? 사태가 악화됐음에도 방관해왔다. 우리는 그것을 ‘기다리는 전략’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면 무엇을 기다린다는 말인가?
그것은 북한의 붕괴다.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서울발 외교전문에 따르면, 현인택 장관을 비롯한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팀 장관들은 하나같이 ‘북한 붕괴론’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이 곧 망하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제는 대통령까지 나서고 있다. ‘통일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곧 ‘북한이 조기에 붕괴할 것’이라는 말과 같다.
북한 붕괴론은 탈냉전시대 두 번 반복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이제는 희극으로 말이다. 김영삼 정부 때도 북한 붕괴론이 횡행했다. 당시는 독일 통일 직후라서 흡수통일 연구가 공개적으로 활성화되기도 했다. 특히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때 하이라이트였다. 그때 아주 유명했던 이른바 ‘전문가’라는 분이 얘기했던 “북한 정권은 빠르면 3일, 길어도 3년 내에 붕괴한다”는 말은 엉터리 예측의 전설로 남아 있다.
김영삼 정부 때의 북한 붕괴론은 왜 비극이었나?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협상하고 있을 때, 김영삼 정부는 꿈을 꾸고 있었다. 북한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당연히 망상의 대가는 컸다. 제네바 협상에는 참여하지도 못하면서 돈만 냈고, 남북관계는 공백의 5년을 보냈다. 그 과정에서 어이없는 한국전쟁 이후 세 번째 전쟁 위기를 겪었다.
그럼 이명박 정부의 북한 붕괴론은 왜 희극인가?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 북한 경제가 무너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북한 경제는 총량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동북 지역과 북한 경제의 만남이 이제는 양과 질 모두에서 발전하고 있다.
동시에 제재 효과는 이번 농축 우라늄 시설 공개로 다시 한번 ‘별로 없음’이 드러났다. 이번에 드러난 공장은 2009년 4월부터 짓기 시작했고, 현대식 시설로 지어졌다. 유엔 안보리 제재가 강화되고 한·미·일 3국이 민감 설비에 대한 제재를 강화했지만, 결국 막을 수 없었다. 다시 말해 제재한다고 붕괴하지 않는다는 점이 현실에서 재확인됐다.
또한 붕괴론의 현실 가능성에 대해 평가해보자. 국가가 붕괴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은 붕괴한 것이 아니다. 국가는 그대로 있고, 다만 체제와 정권이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전환한 것이다. 국가가 붕괴한 경우는 동독의 사례가 유일하다. 그러나 동독은 어떻게 붕괴했는가? 서독이 붕괴시킨 것이 아니다. 바로 동독 주민이 민주적 선거를 통해 통일을 선택했다.
그러면 동독의 사례를 북한에 적용해보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후계 체제가 불안정해지고, 그래서 북한에서 만약 정변이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현실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이라는 시나리오를 한번 가정해보자. 그 경우 새로운 북한 지도자가, 또는 북한 주민이 남한과의 통일을 선택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동독과 서독은 전쟁의 경험이 없다. 냉전시대 자신들의 안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바르샤바조약기구(WTO)라는 집단안보 체제에 의존했기 때문에 서해 사태와 같은 군사적 충돌을 겪지 않았고, 서로에 대한 증오 역시 남북한과 비교하기 어렵다. 그리고 동독 주민은 서독 TV를 볼 수 있었고, 교류할 수 있었다. 그들은 당시 서독과의 통일이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북한의 선택은 다를 것이다. 북한의 엘리트들이야 당연히 통일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통일은 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앗아가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가 너무 크다. 북한 주민에겐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겠지만, ‘2등 시민’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걱정도 있을 것이다. 남한 사회에서 현재 탈북자들이 겪는 차별과 멸시의 소문들도 작용할 것이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북한의 체제 불안정 상황이 발생해도 그것이 통일로 이어진다는 논리에는 너무 많은 연관관계가 생략돼 있는, 말 그대로 일방적 기대와 다름없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된 가정으로 협상 기회를 놓친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 딴 세상, 미국은 무능한 외교
16년 전과 비교해보면, 현재의 상황이 훨씬 심각하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실제로 북한의 핵시설이 있는 영변에 대해 제한폭격을 검토했다. 그러나 수백만 명의 민간인 사상자를 비롯한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고 곧 계획을 취소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이성적이었고, 외교의 역할을 중시했다. 그런 합리적 판단이 제네바 합의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했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는 그때의 미국이 아니다. 이미 집권 2년이 지났지만, 북핵 문제에 대한 정책이 없다. ‘전략적 인내’라고 명명된 북한에 대한 자세 혹은 태도라는 것은 전략의 부재와 다름없다.
‘왜 미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내심을 발휘하느냐?’ 그렇게 물으면 미국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북한이 먼저 도발해서 기분이 상했다고 하더니, 언제부턴가 동맹국인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하다가, 최근 들어 북핵 문제는 너무 어려워 섣불리 개입하기 어렵다는 핑계를 댄다. 최근 스탠퍼드대학 국제안보협력센터 소장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팀이 북한을 방문해서 농축우라늄 공장의 실체가 드러났다. 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인내를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질서를 고민해야 하는 미국의 대통령직에 대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 그것은 미국의 비극이고, 동북아에 재앙이다. 당연히 그 결과로 북핵 문제에 대한 정책 조정 체계도 부재하다. 누가 정책 조정자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기대하기 어렵고, 북-미 관계도 당분간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유일한 희망은 미-중 관계다. 그러나 중국이 분주하게 뛰어다니며 중재외교를 활성화하고 있지만, 중요한 점은 결국 미국이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진리를 깨닫는 것이다. 상황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해법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이 북한 붕괴론으로 딴 세상에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이 언제쯤 무능한 외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불안한 먹구름이 걷히기를 간절하게 바라본다. doota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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