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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의 밥
[Editor's Letter]
[123호] 2020년 07월 01일 (수)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6월15일 아침 9시. 단체대화방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가슴이 먹먹하면서 우찌 이리 글을 잘 쓰시는지 감동 먹었음.” 평소 친하게 지내는 회사 광고국 부장이 보낸 거였다. 메시지와 함께 보낸 칼럼이 떴다. 이날 아침 <한겨레>에 나온 김훈의 ‘거리의 칼럼’이었다. 원고지 4.2장. 제목은 ‘긴급재난지원금’. 김훈은 ‘긴재(긴급재난지원금) 사용 가능’이라는 팻말이 문짝에 걸려 있는 식당에서 혼밥을 하며 느낀 걸 풀어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김훈과 같은 부서에서 1년 정도 일했다. 그때도 김훈은 밥 얘기를 많이 했다. 그때마다 난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 사회에서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왜 그리 밥 얘기만 하시는지….’ 이제 그때 김훈만큼 나도 나이를 먹었다. 이젠 김훈이 왜 그리 밥에 천착하는지 알 수 있다. 2002년 3월 그가 거리에서 쓴 칼럼 ‘밥에 대한 단상’을 보자. 여기도 밥 얘기다. 황사 바람 부는 거리에서 전경, 시위대, 기자가 밥을 먹으면서 느낀 걸 쓴 글이다.
이 칼럼에서 김훈은 이렇게 얘기한다. “밥은 누구나 다 먹어야 하는 것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고픈 배를 채워줄 수가 있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김훈이 말하고 싶은 핵심이다. 쉬운 예를 들어보자. ‘다른 나라가 우리나라를 쳐들어온다면 어떻게 할지’ 질문해보라. 누구나 “나라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보편적이다. 그런데 진짜 쳐들어왔다면? 그래서 싸워야 한다면? “왜 나냐” “다른 사람은 도망가지 않냐”고 한다. 개별적이다.
실존적인 인간은 이렇게 보편과 개별에서 고민하고 분열한다. <칼의 노래>에서 13척으로 300척에 홀로 맞서 싸워야 했던 이순신이 그랬다. <남한산성>에서 힘도 없이 명분만 찾는 사람을 설득해야 했던 최명길이 그랬다. 김훈의 밥은 이런 연약한 인간을 보여주는 강렬한 상징이다.
김훈이 쓴 칼럼 소재가 된 긴급재난지원금은 불쏘시개가 돼, 기본소득을 ‘논쟁의 밥상’에 올려놓았다. 기본소득 방식은? 국민 한 사람당 매월 30만원 안팎으로 지급하는 안이 나온다. 재원은? 여러 세금감면제도를 없애면 증세 없이도 연 200조원을 확보할 수 있단다.
기본소득 도입을 놓고 찬반이 팽팽히 맞선다. 찬성 주장은 이렇다. 세금 내는 사람 모두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기본소득은 조세 저항이 크지 않아 정책으로 쉽게 이어진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이 많은 우리나라에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해법처럼 유효수요를 높이는 경제정책이라고 내세운다. 반대 주장은 이렇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등 헐거운 우리나라 복지체계를 촘촘히 메워나가는 보편복지가 먼저라고 말한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돈 씀씀이가 다른 한계소비성향을 따져봤을 때도 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이전엔 생각조차 못한, 긴급재난지원금이 불러온 논쟁이다. 한정된 쌀을 놓고 어떻게 밥을 짓고 어떻게 나눠 먹어야 많은 사람이 만족할까? 다시 김훈의 밥이 떠올랐다. “밥은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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