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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 망치는 완벽 추구하는 삶
[집중기획] 자율 최적화의 명암 ① 원인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카차 팀 economyinsight@hani.co.kr

 실적 압박에 어깨가 무겁고, 늘 타인의 인정에 목말라 있는 그대는 지금 몸과 마음을 망치는 생각에 갇혀 있다. ‘최상의 나’여야 한다는 압박에 스트레스를 받고 무기력과 불안감에 빠지기도 한다. 더 나은 신체와 머리의 ‘평온한 나’를 만들려면 어떤 전환이 필요할까? 전문가들은 새로운 시각, 타인의 인정과 개인적 삶의 균형, 조화로운 삶의 태도, 건강한 생활 등과 함께 ‘자아인식 훈련하기’를 제안한다. _편집자

카차 팀 Katja Thimm <슈피겔> 기자

   
▲ 성형 시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는 독일이다. 젊고 아름다운 외모의 소유자는 승진이 빠르고 돈도 더 많이 번다고 여기기 때문인데, 이 논리가 ‘자율 최적화’에도 적용된다.REUTERS

심리학자이자 체력과 스포츠 관련 책을 쓴 헬스트레이너이기도 한 피피엔 주헤르트(28)는 키 168㎝, 체중 56㎏의 표준 체형을 가진 건강한 여성이다. 그에게도 한때 ‘체질량지수 최적화’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절인 오이, 유기농 치즈, 블루베리 중량을 재고 요구르트와 두부를 먹을 때면 포장지 바코드를 앱으로 스캔해 지방·단백질·탄수화물의 칼로리를 확인했다. 칼로리를 조절하며 매일 40분 동안 9.6㎞/h 속력으로 달렸다.
6개월간 식단과 운동을 엄격하게 관리했던 주헤르트는 결국 제풀에 지쳤다. “몸을 너무 혹사했다. 나 자신과 쓸데없이 경쟁했다. 지나치게 운동과 식단을 관리해 진짜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감각이 흐려졌다. 꾸준히 노력해도 목표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목표에 도달하면, 더 좋은 몸을 향한 또 다른 목표가 생겼을 테니 말이다.”
평소 몸매가 드러나는 블라우스와 스키니진을 즐겨 입는 주헤르트는 늘 몸매에 신경 썼다. 이제는 수치에 집착하지 않는다. 절인 오이 개수를 세거나 칼로리를 따지지도 않는다. “스스로 억압했던 과거와 달리 해방감을 느끼고 있다.”
대학생 클라라 보이세, 대학강사 베냐민 빈트호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킴 춤디크, 자영업자 페터 그로프도 주헤르트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한때 엄청난 집중력으로 목표를 이뤘다. 건강을 지키고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기꺼이 일상에서 모든 고통을 참았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을 ‘자율 최적화’(Self Optimization)라고 한다. 최근 이 흐름이 빠르게 퍼지며 전문가들은 21세기를 ‘자율 최적화 세기’라고 일컫는다.
그레타 바그너 독일 다름슈타트공과대학 사회학 박사는 “직장에서 끊임없이 실력을 입증하면서 동시에 개인을 향한 욕망도 추구하는 현 상황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바그너 박사는 경쟁사회가 인간 행동에 끼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그는 “오늘날 요구되는 인재상은 급변하는 흐름에 유연하게 대처할 능력을 습득한 사람”이라며 “우리는 이런 사회의 압박 속에 살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 논리는 직장이나 남녀관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몇 년 새 학업과 교육 방식, 전기요금제, 빵과 면의 종류 등 여러 방면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정보 홍수 속에 누구나 최상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유기농 채소 꾸러미, 블랙프라이데이(미국에서 11월 마지막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 날로, 연말 쇼핑 시즌이 시작되는 날) 최고 상품, 멋진 헤어스타일 같은 일상에서도 최상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잠재력을 100% 끌어내지 못한다는 우려가 압박을 부추긴다.
게오르크 유켈 독일 보훔루르대학병원 정신의학과장은 “실적뿐 아니라 지식과 외모가 이상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여기면 정신적 혼란에 빠진다”고 설명한다. 젤마 폴라멘케 독일 뤼네부르크대학 신학자이자 심리트레이너는 “요즘은 요가나 건강 강좌조차 자신과의 경쟁을 유도한다”며 “최상의 휴식이 승진처럼 의무로 받아들여질 정도”라고 말했다.

   
▲ 고도의 디지털사회가 된 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환경에 놓이면서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 돼야 한다는 ‘자율 최적화’ 압박이 커졌다. EUTERS

급변하는 사회에서 적응을 압박하는 삶
파스칼 하비크호르스트 같은 심리상담 코치들은 ‘자율 최적화’가 행복과 성공, 자기계발을 뜻한다고 주장한다. 스스로 재치와 자신감을 키우고, 완벽한 성공과 부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일종의 해방이라는 것이다.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는 최고 상태에 이르렀다고 느낄 때 완성된다. 인간은 목표라는 원동력 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고대 철학자들이 완벽한 심신에 관해 문제를 제기한 이후 ‘자아 고찰’은 문화적 맥락에서 다뤄졌다. 늘 적절한 수준의 이상적 자아를 찾는 일이 중요했는데 최근에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다크마 페너 스위스 바젤대학 철학과 교수는 최근 펴낸 책 <자율 최적화와 강화>에서 “자율 최적화가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급진적 성향을 띤다”고 지적한다. 삶에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 모델 때문이다. 유켈은 “오늘날 이상적인 모습은 30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정도로 다양해졌다”며 “개인이 이상적인 모습에 도달하는 데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네일숍을 예약하지 못해 우는 어른도 있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병적인 수준이다. 더 나은 ‘나’가 되는 데 이토록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과도한 열정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이런 압박 때문에 기분과 수면 상태, 운동과 성행위 때 심장박동 수와 맥박을 확인하는 사람도 있다. 바이오해커(Biohacker·DNA와 기타 유전 사항을 취미 삼아 조작하는 사람)는 인체를 훤히 꿰뚫어보며 인체 약점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유럽에선 피부에 이식한 마이크로칩 임플란트에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저장해 무선으로 소프트웨어에 전송하는 사람도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일상에 유익한 공식을 도출한다. 최근 <더 나은 신체, 더 나은 브레인: 4주 리셋 프로그램>이 출간됐다. 출판시장에서 퍼스널 트레이너, 라이프 컨설턴트, 성형외과 의사는 독자에게 책을 읽고 노력하면 누구나 자신을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밋빛 약속을 남발한다.

성형수술에 마약성 약물 복용하기도
독일은 성형 시술을 가장 많이 하는 나라다. 2019년에만 92만2천 건의 성형수술과 시술을 해, 2017년에 견줘 31% 늘었다. 가장 많은 시술은 주름 예방용 보톡스 주사로 연간 32만1700회로 집계됐고, 쌍꺼풀 수술은 5만7400회 이상 했다. 이외에 남녀 불문하고 지방 제거, 입술 필러, 눈 밑 지방 제거 등이 인기 많았다. 젊고 탄력 있는 몸매의 소유자는 승진이 빠르고, 돈도 더 많이 번다고 여긴다. 이 논리는 ‘자율 최적화’에도 적용된다.
공공의료보험(DAK)에서 낸 <건강리포트> 최근 통계 수치를 보면, 직장인 73만 명이 회사에서 좋은 실적을 내고, 퇴근 뒤에도 에너지 넘치는 생활을 하기 위해 의사 처방전이 필요하지 않은 메틸페니데이트, 모다피닐 같은 중추신경자극제를 복용한다. 코카인, 암페타민 같은 마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약과 마약은 사업가와 예술가의 마지막 보루였다. <건강리포트>에 따르면 마약 복용자 중 직장인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몇몇 학생은 마약을 복용하면 공부가 더 잘된다고 말한다.
정신과 의사인 클라우스 리프 독일 마인츠라이프니츠 복원력연구소 소장은 “건강한 사람에게 이런 의약품은 플라세보 이상의 효과는 없다”며 “각성 상태와 집중력 향상 효과도 금방 사라진다”고 지적한다. 수년째 다양한 ‘신경 강화’ 형태를 연구 중인 리프는 “이런 ‘브레인 도핑’(Brain Doping·정신 또는 신체 기능 향상을 위해 뇌에 전기자극을 주는 일)이 어지럼증, 불안, 초조, 수면장애, 우울증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켈 정신의학 과장 역시 “유행어처럼 퍼진 ‘최상의 상태’는 위험한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고 경고한다. 자율 최적화의 유행이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에게 두려움, 우울증, 중독, 공격성을 야기하고 증상을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실적 압박은 심혈관계와 만성통증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독일인 10명 중 1명이 이런 스트레스를 받고, 10명 중 4명은 스스로 지쳐 있다고 느낀다. 학생 2명 중 1명은 수업을 부담스러워한다.
모든 사람이 실적 압박에 노출된 것은 아니다. 리프 소장은 “무언가를 좀더 얻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은 삶의 본질”이라며 “사안별로 스트레스는 실적을 쌓고, 능력을 키우며, 약간의 긴장감은 집중력을 높여 더 좋은 결과를 나오게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온갖 이상형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 건 위험하다. 병적 수준이 아니어도 삶을 힘들게 하고, 만족할 줄 모르며, 스트레스로 영혼을 갉아먹고 피폐한 심리 상태에 이르게 할 수 있다. 리프 소장은 “최적화하려는 분야가 넓어지면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도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이 결여됐다”고 지적한다.

   
▲ 현재의 나보다 더 아름답고 날씬하며 똑똑한, 이른바 최상의 ‘나’가 돼야 한다는 압박이 큰 시대다. 직장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동시에 개인의 삶도 안락해지기를 원한다. REUTERS

있는 그대로 모습도 괜찮다는 자존감
킴 춤디크(30)는 지난 몇 년간 자신과 사회적 이상형을 비교했다. 춤디크는 “냉정한 시선으로 내 감정을 살피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기업 마케팅 업무를 거쳐 에이전시 이직, 박사학위 취득과 대학 강의 등 더 나은 ‘나’를 위해 경력을 쌓을 때마다 항상 의구심이 뒤따랐다. “이직할 때마다 새 직장과 직위가 만족스러워서 옮겼는지, 아니면 경쟁자에게 더 멋지게 보이려고 옮겼는지 질문을 던졌다. 일에 집중할수록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최면을 걸었다. 헛된 꿈이었다.”
6개월 전부터 유켈 정신의학과장에게 진료받는 페터 그로프(52)는 이 기분을 잘 안다. 치료 전 스스로 실패자라고 여겼던 그는, 한동안 씻지도 않고 종일 이불을 덮어쓴 채 침대에만 누워 지냈다. 자동차 중개인 그로프는 20여 년간 지점장으로 차량 판매와 수리를 총괄했다. “최고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이러한 삶의 목표와 지점의 모토에 따라 직원 25명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지점을 매각한 뒤 한 건물을 개조해 일생의 꿈이던 요양원을 세우고 있다. 자신이 입주하고 싶을 정도로 환경친화적인 최고급 설비를 갖춘 요양원을 지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사 지연, 사고, 건축가·인부와의 갈등 등 건설 현장에서 온갖 문제가 불거졌다.
책임자로 공사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발목 잡히고 싶지 않았던 그는 직접 건물을 설계하고, 시멘트 포대를 날랐다. 하루도 빠짐없이 현장을 지켰고, 저녁엔 인부들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지식을 공부했다. “자동차 중개인 때부터 철칙이 ‘보틀십’(ship in a bottle)이었다. 조립용 배가 병 속에 들어가면 고칠 수 없으니,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려 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로프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침대에서 나오지 못하자, 아내는 그로프를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에선 번아웃(극도의 피로) 진단을 내렸다. 그로프처럼 자율 최적화를 향해 필요 이상으로 자신을 압박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외부 요인과 개인 성향의 상호작용이 빚어낸 결과다.
사회학자들은 “스스로 성공 사례의 주인공이 되려는 욕망은 세상이 올바르지 않을수록 커진다”고 주장한다. 18세기 계몽주의 이후, 적어도 서구에선 누구나 스스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는 원칙이 형성됐다. 현재는 기후위기, 테러, 난민 등으로 많은 사람에게 세상은 ‘통제 불능’ 상태로 여겨진다. 자기 지위를 잃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계급 추락을 염려하는 중산층도 급증했다. 더는 대학 졸업장이 안락한 삶을 보장하지 않고,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 저임금 노동자가 점점 늘고 있다. 유능한 전문경영인조차 언제든 경쟁자에게 자리를 뺏길 수 있다고 불안해한다. 자율 최적화는 앞을 내다보고 삶을 설계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현실에 대처하려는 시도의 연장선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 Der Spiegel 2020년 2호
Mein bestes Ich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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