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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는 벌집’과 국부의 원천
[경제와 책]
[9호] 2011년 01월 01일 (토) 조계완 economyinsight@hani.co.kr

조계완 국내편집장

<꿀벌의 우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 버나드 맨더빌 지음,최윤재 옮김,문예출판사 | 2010
   
 

마르크스는 <자본론> 제1권의 자본의 축적 과정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제1장에 나오는 ‘개화되고 번영하고 있는 나라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수공업자 또는 일용노동자의 생활용품을 관찰해보라’로 시작하는, 한 사람의 보통 노동자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여러 생산부문이 공헌하고 있는지를 묘사하는 단락은, 거의 단어 하나하나를 맨더빌이 자신의 저서 <꿀벌의 우화>에 붙인 주석에서 그대로 복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맨더빌의 책 <꿀벌의 우화>(1714)는 경제학 역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데도 경제학자들치고 제대로 읽어본 사람이 드물다고 한다. 애덤 스미스의 대표작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의 기원도 <꿀벌의 우화>에 어느 정도 닿아 있다.
마르크스는 <꿀벌의 우화>를 인용하면서 “정직하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맨더빌도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것은 축적 과정 그 자체가 자본의 크기뿐만 아니라 노동 빈민의 수도 증가시킨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케인스 또한 <일반이론>의 주석에서 맨더빌에 대해 “명쾌하고 수미일관되게, 그리고 평이한 논리에 의해 도달되면서도 사실과는 부합하지 않는 가설에 기초해 잘못된 주장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직관에 따라 불명료하고 불완전하게나마 ‘진리’를 찾아내기를 선호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한다. “(<꿀벌의 우화>에서 주장하는) 고약한 의견이, 개인과 국가에 의한 최대의 절약 이외에는 견실한 구제책이 발견될 수 없다고 하는 준엄한 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기들이 훨씬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했던 도덕가나 경제학자들의 2세기에 걸친 비난을 불러일으켰다는 건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이 (<꿀벌의 우화>) 교리는 또 하나의 세기가 지나는 동안 맬더스의 말년에 ‘유효수요의 부족’이라는 관념이 실업에 대한 과학적 설명으로 확실한 자리를 잡게 될 때까지는 교양 있는 지식층에 다시 나오지 못했다.”(<일반이론>)
<꿀벌의 우화>는 당시 나오자마자 사람들의 큰 분노를 샀다. 사람들은 미덕과 도덕을 풍자하는 이 시에 대해 “악덕을 부추긴다” “지나친 사치가 나라를 반드시 망치게 한다”며 비난했고, 1723년 영국 대배심원들은 사회적으로 유해한 불온서적으로 고발했다. 그만큼 이 책은 경제·도덕과학사상 악명이 자자하다. 그 후 이 풍자시의 부제(‘개인의 악덕, 사회의 미덕’)가 함축하는 메시지는 약 200년 뒤 케인스 시대에 진가를 얻게 된다. 케인스는 저축의 역설과 유효수요의 부족을 논의하는 대목에서 “<꿀벌의 우화>에는 저축을 하기 위해 모든 주민들이 갑자기 사치스러운 생활을 포기할 생각을 하고, 정부는 군비를 축소할 생각을 하게 된 어떤 번영하는 사회의 놀랄 만한 궁상이 묘사되고 있다”고 말했다.
맨더빌은 이 책에서는 교묘한 역설로 도덕과 검약, 저축을 조롱하면서 금욕과 절제를 위선이라고 말한다. ‘투덜대는 벌집: 또는, 정직해진 악당들’이란 제목의 이 짧은 풍자시는 “널따란 벌집에 벌들이 가득하여 사치 부리며 넉넉하게 살고 있는데…”로 시작되는데, 의사·법률가·병사·장군·성직자·신하·돌팔이·뚜쟁이·사기꾼·아첨꾼·노름꾼·소매치기·점쟁이 등 온갖 사람들이 등장하고 악덕·명예·돈·속임수·욕망·허영·탐욕이 시 전편에 걸쳐 판치고 있다.
“이리하여 모든 구석이 다 악으로 가득한데/ 그래도 전체를 보면 낙원이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그들을 존경하여/ 평화로울 땐 아첨하고 전쟁을 하면 두려워하니/ 돈과 삶이 풍족한 그곳은/ 모든 벌집의 으뜸이었다/ 이것이 이 나라의 축복이니/ 저들의 죄악이 저들을 위대하게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미덕은… 악덕과 친구가 되었고, 그 뒤로 줄곧/ 무리 가운데 가장 못된 놈까지도/ 전체의 이익에 도움을 주었다/ 이것이 곧 나라의 재간이니/ 하나하나 불평하는 놈들을 모아 전체를 이루었다/ 음악에서도 화음은 소음이 모여 전체가 어우러지는 것이다/ 정반대에 있는 것들은/ 미워하면서도 서로 도우니/ 술 안 마신 맨정신이/ 고주망태를 돌보는 것이다….”
이 풍자시의 메시지는 맨더빌이 책 뒤에 붙인 주석에 명확하게 제시되고 있다. “이 시에서 여러 직업과 지위와 신분을 풍자한 것은, 어느 특정인을 가리켜 상처주려는 것이 아니라, 그저 여러 요소들이 각각 야비하더라도 한데 모여 뒤섞이면 질서 잡힌 사회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 우화의 전체적인 뼈대는, 황금시대에 있을 법한 미덕과 순수함으로는 편하고 훌륭한 삶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바랄 수 없다는 것이다. 잘사는 나라가 되어 그에 걸맞은 혜택을 모두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악덕과 불편함을 큰 소리로 나무라며 투덜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바보 짓이다.”
이 책은 어쩌면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국부의 원천과 본질에 대한 질문·1776)을 내놓기 60여 년 전에 이미 국가의 부를 늘리는 방안을 제시한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맨더빌은 주석에서 포르투갈·네덜란드·스페인·브라질 등 여러 나라를 언급하면서 그 나라가 망한 까닭을 말한다. 악덕과 미덕, 사치와 금욕, 절제가 한 사회와 나라의 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 언어의 애매모호성 속에서 맨더빌은 “개인의 악덕은 사회의 미덕이 된다”면서 독창적인 궤변으로 사실상 ‘국부론’을 설파하고 있다. ”사치는 가난뱅이 백만 명에게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백만을 먹여살렸다/ 시샘과 헛바람은/ 산업의 역군이니/ …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악덕이지만/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바로 그 바퀴였다/ … 이렇게 악덕은 교묘하게 재주 부려/ 그 높이로 치자면 아주 못사는 놈조차도/ 예전에 잘살던 놈보다 더 잘살게 되었으니 ….” 나라에 위대함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건 하찮게 사치와 검약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며, 모든 잘사는 나라에서는 가난한 사람들 대부분이 빈둥대지 않고 버는 대로 줄곧 쓰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이다. “각 사람의 악덕을 솜씨 있게 다룬다면 전체가 위대해져서 세속적인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악덕은 힘있는 큰 사회와 뗄 수 없는 사이이며, 악덕 없이 부와 위대함을 가질 수 없다.”
애덤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맨더빌 박사가 ‘사적인 악덕은 공공의 이익’이라는 그가 좋아하는 결론을 확립한 것은 바로 이런 궤변에 의해서다. …맨더빌의 철학 체계는 한때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그러나 이 철학 체계가 제아무리 파괴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만약 그것이 진리와 어떤 점에서 경계를 접하고 있지 않았다면, 결코 그처럼 많은 사람들을 속일 수는 없었을 것이고, 또한 더욱 훌륭한 원리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그처럼 일반적인 경종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스미스는 “맨더빌의 철학 견해는 거의 모든 관점에서 틀린 것들이지만 인간 본성에 있는 몇 가지 현상들은… 조야하고 거칠기는 하지만 생명력 있고 해학적인 맨더빌의 수사법에 의해 묘사되고 있는 현상들은 진리의 분위기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말하는 ‘진리의 분위기’란 무엇일까. 경제적 행동에서 사람들의 ‘이기심’인 것일까?
맨더빌은 말한다. “탐욕과 사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부와 보물이 우습게 보고 다가오지 않는다. 지식이 많아지고 예절이 다듬어지면 사람은 욕망이 더욱 커지고 취향이 세련되며 악덕이 많아진다. 미덕과 절약 덕분에 잘살게 되었다고 떠들어대는 것은 ‘저들 좋을 대로 말하는 것뿐’이다.” 맨더빌은 <꿀벌의 우화> 주석에서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사람들은 사치가 나라 전체의 부를 망친다고  생각한다. 사치 부리는 사람이 저를 망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또한 사치를 덜 부리는 사람이 재산을 불리듯이, 거국적인 절약은 나라를 부유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세상을 좀 살펴본 뒤로는 사치가 나라에 가져다줄 결과가 예전처럼 그렇게 무섭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사람이 가진 욕구가 그대로인 한, 악덕도 그대로 남을 것이다.“
맨더빌의 이 책이 경제학 역사에 미친 또 다른 영향은, 그 후 경제 분석과 설명의 방법론에서 ‘우화’(Fables)를 동원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경제학에서는 특히 ‘시장 실패’ 문제를 우화를 통해 설명한다. 외부 경제 효과를 설명할 때 흔히 등장하는 꿀벌과 사과재배업자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즈가 유명한 ‘경제학에서의 등대’(1974)라는 논문에서 우화를 언급했고,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펠프스 교수는 ‘축적의 황금률’(1961)이라는 논문의 부제를 ‘성장인간의 우화’라고 붙였다.
옮긴이는 긴 해제를 통해 경제학자 및 도덕철학자로서 맨더빌이 경제학 역사에서 차지하는 자리와 그 유산, 나아가 맨더빌에 대한 오해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했다. 해제는 또, 이 짧은 풍자시 한 편이 루소와 흄에게도 영향을 미치면서 ‘근대’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한번쯤 생각하게 한다. 두 권으로 된 <꿀벌의 우화> 중 옮긴이가 옮긴 건 제1권의 절반가량이다.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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