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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도 공공재’ 주장에 힘 실려
[CULTURE & BIZ] 코로나19와 문화산업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문동열 rabike0412@gmail.com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용자가 급증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앞으로 온라인을 통한 접촉이 뉴노멀이 될 전망이다. REUTERS

사상 세 번째 팬데믹(세계적 감염병 대유행)이라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외출을 자제하고 많은 회사가 재택근무를 하는 등 일상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팬데믹으로 과거의 생활이 다시 돌아오지 않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뉴노멀이 새로운 삶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비포 코로나’ ‘애프터 코로나’를 지칭하는 ‘BC’ ‘AC’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졌다.
대부분 산업이 직간접으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았다. 콘텐츠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직접 관람하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영역이다. 연극, 공연 등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았다. 올림픽을 비롯해 세계적 이벤트나 축제 등이 잇달아 연기, 취소됐다. 많은 행사가 온라인으로 옮겨갔다.
국내 업계와 영화관도 마찬가지다. 4월 국내 영화관을 찾은 이는 97만 명 정도다. 2019년에 견줘 1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4년 영화관 통합전산망이 구축된 뒤 월별 관객으로 가장 낮은 수치다. 관객이 100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도 처음이다.
반면 디지털 기반 콘텐츠는 전화위복이었다. ‘집콕의 필수품’이 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대표적이다. 세계 1위 OTT 업체 넷플릭스는 4월21일 2020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OTT 서비스를 많이 이용한다고 알려졌기에 넷플릭스 분기 실적은 관심을 끌었다. 예상대로 1분기에만 세계적으로 새 가입자 1600만 명을 유치했다. 넷플릭스에서 애초 예상한 720만 명의 2배를 넘는 실적이다. 매출도 예상치의 2배 이상 성장했다. 넷플릭스 13년 역사상 최고 분기 실적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최고경영자 리드 헤이스팅스는 이 실적이 뉴노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에 따르면, 새 콘텐츠의 공급 중단으로 콘텐츠 수급 상황 악화가 하반기에 조금씩 나타날 것이다. 팬데믹으로 경기가 더 나빠져 수입이 줄어들면 사람들은 제일 먼저 엔터테인먼트 비용을 줄인다. 시장에서도 이 전망에 동의했는지 깜짝 놀랄 만한 실적 발표에도 넷플릭스 주가는 신통치 못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위기 상황에서 사람들은 늘 새로운 가치를 찾아냈다. 콘텐츠업계도 그것을 보여주었다. 가장 타격이 컸던 연극, 공연 등의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깨달음을 얻었다. 라이브란 장점에 새 무기를 장착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연결’이라는 새로운 무대를 시험해본 것이다.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 같은 큰 공연장은 공연 전체를 유튜브로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외국에서도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무료로 디지털 콘서트를 열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공연 영상을 모두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온택트 시대
‘방구석 1열’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많은 가수나 공연자가 디지털 라이브 콘텐츠에 눈뜨고 있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한 이벤트 성격이었지만 방송 예능프로그램, 세계적인 팝가수, 유명 성악가까지 앞다투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방구석 콘서트를 선보였다.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아티스트도 크게 늘었다.
현장 모객이 곧 수익성이던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자구책이다. 일시적 유행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이 움직임은 오프라인 기반 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그동안은 자기 정체성을 부정한다며 디지털과 일부러 거리를 뒀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와 대중은 온라인 연결로 새로운 경험에 빠져들었다. 특히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살 미만 청소년) 반응이 뜨겁다. 한번 경험하면 다시 경험하기 쉽다.
이른바 온택트(온라인 연결을 통한 접촉)가 콘텐츠업계의 뉴노멀이 될 것이다. 최근 콘텐츠산업을 둘러싼 자본 흐름도 심상치 않다. 투자자들이 제일 우려하는 것은 리스크(위험요인)다. 팬데믹이 주기적으로 일어날 위험이 있어 대면 방식 영화나 공연을 놓고 투자자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도 급격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달라지겠지만 그 기간은 이전처럼 길지 않을 듯하다. 이번 일로 뼈저리게 학습한 투자자가 어떻게 나올지 2021년 초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오프라인 쪽이 둔화되고 비대면 기반 온라인 투자가 확대되리라고 전망한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광고업계는 이미 온라인이 주전장이 될 것으로 못박고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디지털 콘서트 홀. 베를린 필은 196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공연 영상을 모두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베를린 필 누리집 갈무리

4차 산업혁명 예고편
이 움직임을 두고 콘텐츠산업 관계자는 그동안 개념으로만 생각했던 4차 산업혁명 예고편을 본 듯했다고 한다. 뉴노멀을 이야기하지만, 이번 팬데믹은 이미 진행된 변화를 짧은 시간에 학습한 계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너무 천천히 진행돼, 다들 피부로 느끼지 못했을 뿐이라는 의미다.
사실 ‘포스트 코로나’가 말하는 뉴노멀 개념은 4차 산업혁명 핵심 콘셉트와 맞닿아 있다. 비대면 등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선택하리라 예상한 많은 것이 4차 산업혁명에서 이야기됐던 변화다. 4차 산업혁명은 연결성이 극대화된 세계다. 온라인으로 모든 게 연결되는 ‘하이퍼 커넥티드’(초연결) 세계를 우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조금이나마 맛보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4차 산업혁명 도래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생각보다 이른 4차 산업혁명 도래와 맞물려 ‘콘텐츠 공공재’ 의견이 조금씩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달로 노동 수요가 줄고 실업자가 늘어나는 데 따른 사회 붕괴를 막기 위해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동안 적지 않았다.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니 하는 정치 논쟁으로 제대로 토론조차 하지 못한 기본소득제도가 ‘재난지원금’ 형태로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시험 중이다.
콘텐츠 공공재 주장도 같은 맥락이다. 콘텐츠는 과거와 같이 사치나 여가 활용이 아니라 생활 필수재 범주에 해당한다. 대중의 문화 기본권을 보장하려면 어느 정도 콘텐츠를 사회 공공재로 생각해 기본소득처럼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 코로나19로 모두가 겪은 것처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여가 시간은 늘어나지만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뉴노멀이 된다면 지금과는 다른 사고가 필요하다. 국가가 지급하는 기본소득과 같이 국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도록 기본 문화비용을 보편복지에 포함해야 한다.
더 구체적으로 모태펀드(벤처투자조합이나 창업투자조합 등에 투자하는 펀드)의 문화 계정을 확대해 국가가 문화산업에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생산된 콘텐츠를 소득 감소로 문화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종의 기초 공공재로 제공하자는 의견이다. 콘텐츠 공공재 정책의 수혜자는 대기업이 아닌 중소 규모의 콘텐츠 제작자와 국민이 될 것이다.

보편적 문화복지
실제 이번에 국립국악원이나 국립극장 등 공공 문화기관이 시행한 콘텐츠 공개나 공공 도서관의 무료 전자책 등 문화복지가 좋은 선례다. 업계 일부에선 선례를 바탕으로 ‘공공 OTT’나 ‘공공 앱스토어’ 같은 개념도 제기한다. 현재 진행하는 무료 와이파이 같은 공공 인프라 확대 논의와 더불어 이로써 누릴 수 있는 무료 콘텐츠도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료 콘텐츠로는 정부 재원이 들어가는 지상파 방송이나 문화 계정에 투자되는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다.
물론 오랜 세월 민간 영역에 있던 엔터테인먼트를 공공 차원에서 거론하는 건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문화 바우처 등 취약계층을 위한 문화복지 제도가 있는데 콘텐츠 시장 질서를 침범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콘텐츠 분야는 워낙 넓고 많은 고민이 필요한 영역이다. 과연 콘텐츠를 공공 관점에서 볼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과 함께 정부가 문화에 개입하면 과거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그런데도 논의할 가치는 충분히 있다. 지금까지 이름만 다를 뿐, 우리는 이미 많은 뉴노멀을 겪었다. 인터넷은 과거의 모든 미디어 환경을 변화시켰다. 유튜브 플랫폼이 게임 체인저로 성장한 것도 콘텐츠산업에서는 뉴노멀이었다. 정보통신 발달이 견인한 많은 뉴노멀이 콘텐츠업계를 태풍처럼 휩쓸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사업과 미디어 생태계가 나타났다. 업계는 진화했고, 새 시대 새 스타가 탄생했다. 이번 뉴노멀에는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포스트 코로나’ 모습이 사뭇 궁금해진다.

* 문동열은 영상콘텐츠 스타트업 레드브로스 대표로 저비용·고효율의 한국형 영상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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