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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느슨한 방역, 발빠른 경제 대응
[하수정의 오로라를 따라서]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하수정 stokholm@naver.com

 

   
▲ 2020년 4월26일(현지시각)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야외 카페에서 시민들이 봄 날씨를 즐기고 있다. 여러 유럽 나라가 코로나19 차단을 위해 강력하게 봉쇄 조처를 펼치고 있지만 스웨덴은 초등학교와 카페, 식당 등의 문을 계속 열어두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대상으로 한 미친 실험.” “스웨덴 집단면역, 코로나19 방역이 러시안룰렛이냐.” “자가격리에 지쳤다면 스웨덴으로 가라.”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처를 두고 세계 언론이 쏟아낸 말이다. 도시 봉쇄나 전 국민 자가격리 명령을 내린 다른 국가와 달리. 스웨덴은 경제활동을 포함해 일상생활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했다. 이웃 나라 노르웨이, 덴마크와 달리 휴교도 하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둔 것 아니냐? 그게 집단면역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물을 법도 하다. 하지만 스웨덴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집단면역 전략은 스웨덴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도 인정한 적도 없다.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찾아보았다. 영국에서 코로나19 대처안을 검토할 무렵 집단면역 방식이 언급됐다. 이후 영국은 여론 반대로 돌아섰지만, 스웨덴과 네덜란드가 강력 통제 대신 감염 속도 완화 전략을 채택하면서 스웨덴이 집단면역 방식을 따르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영국 언론에서 먼저 나왔다. 한국 언론이 자주 참고하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이런 기사를 실은 뒤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 이 뉴스는 영국에서 다시 스웨덴으로 들어와 논란이 됐다. 스웨덴의 한 교수는 스웨덴 일간지 <다겐스뉘헤테르> 칼럼에서 불쾌함을 표현하며 <가디언>을 ‘가짜뉴스’라고까지 했다. 안팎에서 부정 여론이 퍼지자 최근 스웨덴 외무부 장관까지 나서 다른 나라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집단면역은 스웨덴의 공식 전략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감염자·사망자 현저하게 많은 스웨덴
나라의 실제 상황을 보여주는 것은 해명보다 통계다. 한국 인구의 25%에 불과한 스웨덴에 코로나19 사망자는 3500명이 넘는다. 치사율을 보면 한국은 2%인데 스웨덴은 12%다. 노인 요양원과 스톡홀름 외곽 이민자 거주지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사망자 대다수는 70대 이상, 특히 80~90살에 집중돼 있다. 인명피해를 보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유럽연합(EU)의 국가별 코로나19 통계를 살펴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코로나19가 유럽에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3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유럽 사망자는 과거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네덜란드는 7600명이 더 늘었다. 그런데 네덜란드 정부에서 발표한 해당 기간 코로나19 사망자는 3700명이다. 한 달 동안 76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코로나19 사망자는 그중 48%에 불과한 3700명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900명의 사인은 무엇일까?
크게 보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나머지 52%에 해당하는 초과 사망자가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왔거나, 검사받지 못한 채 사망했거나다. 하지만 한 달 사이 별 이유 없이 3900명의 초과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는 희박하니, 아마 확진을 받지 못했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3월 중순부터 한 달간 과거 동기 대비 초과 사망자 중 해당 국가의 공식 발표에 따른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을 나라별로 보면 영국(잉글랜드와 웨일스만 포함)이 71%, 프랑스 86%, 스페인 67%, 오스트리아 57%다. 벨기에가 93%로 가장 높은데 벨기에는 검사받지 않았더라도 코로나19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 경우 모두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 포함했다.
스웨덴의 초과 사망자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비율은 90%다. 스웨덴은 사망 전 확진을 받은 경우만 코로나19 사망자 공식 통계에 포함했다. 스웨덴에서는 코로나19에 걸려 세상을 떠난 사람 중 적어도 90%는 사망 전 검사와 치료를 받았다는 뜻이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스웨덴 공식 입장은 감염병을 100% 차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니 의료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확산을 늦추고 고위험군을 집중 치료해 사회 전체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다. 현재 스웨덴은 덴마크나 노르웨이와 비교해도 감염자와 사망자가 현저하게 많다. 안데르스 텡넬 스웨덴 질병관리본부장에 따르면 지금 시점으로 코로나 대처 결과를 판단하는 것은 이르고, 1~2년이 지나면 나라별로 전체 피해 상황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한다.

느슨한 방역 통제와 빠른 경제 대응
방역 통제는 느슨한데 경제위기 대응은 빨랐다. 스웨덴은 초기부터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칠 타격에 대해 다양한 분석과 대책을 내놨다. 대부분 나라는 약국이나 슈퍼같이 필수적인 업종 이외에는 문을 닫도록 했는데, 스웨덴은 식당·미용실 등 모든 시설을 그대로 유지했다. 재택근무가 크게 늘었지만 부모에게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휴교도 하지 않았다. 대신 학교에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수업을 진행했다. 병원에 간호 인력이 부족하자 휴업 중인 스칸디나비아 에어라인 승무원을 재교육해 환자 대응에 투입하기도 했다. 코로나19 대응과는 별개로 스웨덴은 유럽에서도 가장 먼저 경제회복 지원책을 발표한 나라로 고용 유지 지원금이나 세금 감면 등의 지원책도 발 빠르게 발표했다.
최근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 마스크를 생산하는 팝업 공장이 생겼다. 유럽, 특히 스웨덴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3차, 4차 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돼 제조업 생산시설을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에서 초기에 마스크 효용을 말하지 않은 데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마스크가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순간 마스크 쟁탈전이 벌어지면 정작 의료진에게 돌아갈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영국의 한 보건의학자는 영국 공영방송 <BBC>와 한 인터뷰에서 더 큰 사회적 혼란과 위기를 초래할 수 있어 마스크를 쓰라는 말을 못하는 것이 괴로웠다고 했다.
세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산업 재편을 고민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제조 기업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은 물론 코로나19 같은 혹시 모를 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확보해야 하는 산업과 그 규모, 식량주권 시뮬레이션 등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이 1라운드였다면 2라운드는 위기 탄성력을 확보하는 경제회복이다.

* 북유럽연구소 소장. 경쟁보다 협업을, 투쟁보다 합의를 우선으로 하는 북유럽은 어떻게 높은 경제성장률과 사회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을까? 오로라의 나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지는 머나먼 겨울왕국으로 알려진 북유럽은 복지제도뿐 아니라 혁신산업과 창업에서도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오로라를 따라서’는 시대에 발맞춰 진화하는 북유럽 비즈니스는 물론 이를 가능케 한 북유럽 문화와 가치관을 따라가본다. 동시에 북유럽이 당면한 과제를 살펴보며 우리나라 미래를 내다보는 기회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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