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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만나 친절해진 보험, 인슈어테크의 세계
[핀테크 탐색기]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이재운 damoyer@daum.net

 이재운 <삼성전자의 빅픽처> 저자

   
▲ 2019년 7월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인슈어테크: 보험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4차 산업혁명과 생명보험 산업의 역할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과 기술이 만난 핀테크는 다양한 금융 분야만큼이나 여러 분야로 세분화됐다. 그중에서도 절실하게 나서는 분야가 바로 ‘보험’이다. 어렵고 복잡해 보이지만 실생활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특성에 기반해 새로운 고객 접점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보험(Insurance)과 기술(Tech)을 합친 말인 ‘인슈어테크’(InsureTech·‘인슈테크’라고도 함)는 이런 움직임의 결과다.
보험의 디지털 혁신은 어떻게 흘러왔을까. 그 시작은 ‘데이터’에 있다. 정보기술(IT) 발전을 보험산업이 흡수하며 새 시장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데이터 활용 보험에 접목한 스타트업의 반란
데이터 활용은 인슈어테크 영역을 개척하다시피 한 스타트업에서 유래했다. 처음에는 이용자가 원하는 기준에 맞춘 상품 비교·분석 서비스로 시작했다. 이후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AI) 체계를 만들고, 개인 맞춤형 보험을 추천해주는 사업이 나왔다. 나아가 대기업 보험사와 손잡고 보험료 할인까지 해주는 형태로 진화했다.
대표 스타트업 서비스(괄호 안은 업체명)로는 △레몬브릿지·레몬클립(디레몬) △굿리치(리치앤코) △보닥(마이리얼플랜) △보맵(보맵) △인슈로보 등이 있다. 이들은 데이터를 분석해 보험상품을 비교해준다. 나이나 직업 같은 주요 정보를 입력하면 최적 상품을 제시한다. 나아가 보험금 청구, 가입 뒤 잊고 있던 보험상품을 조회할 수 있고, 가입 상품의 보장 영역을 분석해 중복되고 부족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까지 추천한다. 이들 업체는 외부 투자 유치와 업무 제휴 등으로 빠르게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개발자와 설계사 등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이 뜨겁다. 특히 ‘절대 손해 보지 않는다’는 보험업계 특성에 정보기술 발전은 매혹적이다.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는 것도 강점이다. 인슈어테크 업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빅데이터 활용 사업인 ‘마이데이터’에도 관심이 많다.
이 흐름 속에 보험사는 대기업과 손잡고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만들었다. 2019년 10월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은 한화손해보험-에스케이(SK)텔레콤-현대자동차가 합작해 탄생했다. 한화손해보험의 보험사업 역량에 SK텔레콤의 실시간 운행정보 분석 기술, 현대자동차의 운전습관 분석 기술이 더해졌다. 급가속·급제동·급출발 같은 위험한 운전 습관이 적은 운전자에게 기존 보험상품보다 할인 폭을 더 크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최근에는 빅데이터 분석으로 운행 거리만큼만 보험료를 부과하며 ‘쓴 만큼만 보험료를 내라’는 메시지를 강조한다.
카카오와 삼성화재 역시 손잡고 ‘카카오보험’(가칭)을 출범할 예정이다. 2020년 상반기 안에 보험업 예비인가를 금융위원회에 신청하고 4월부터 채용에 나섰다. 특이한 점은 다루는 상품이다. 자동차보험은 물론이고 펫(Pet·반려동물) 보험, 모빌리티 보험상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니카 다이렉트로 비대면 자동차보험을 판매한 삼성화재의 역량에, 카카오톡 서비스와 정보기술 역량을 가진 카카오의 핀테크 역량이 더해져 시너지효과가 주목된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뒤 온라인 영업 중심 조직을 꾀하고 있다.

대자본의 행보: 디지털 보험사 등장
이보다 앞서 교보생명이 선보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중도해지 때 납입액을 100% 환급해주는 상품을 선보이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보험 분야에 긴장감을 던져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 당국 역시 바쁘게 움직인다. 혁신을 불러올 마중물 구실을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한국핀테크지원센터를 비롯해 금융과 정보기술 분야에서 미래 산업 육성이라는 기치를 내건다.
2020년 4월 금융위원회에서 지정한 ‘금융 분야 혁신금융서비스’ 9건 가운데 보험 과제로 2건의 이름을 올렸다. 스코리인슈어런스 한국지점에서 제출한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지원 플랫폼’은 보험회사가 건강 증진 관련 상품을 독자적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서비스업체와 개별 계약을 하지 않고도, 건강 증진에 노력한 가입자에게 보험료 할인이나 보장 범위 확대 같은 혜택을 준다.

투명성 높여 신뢰 얻기에 나선 보험업계
신기술 도입에서도 인슈어테크는 앞장서고 있다. 이미 빅데이터와 사물인터넷(IoT) 같은 신개념을 바탕으로 했고, 블록체인이라는 분산형 저장 기술을 활용해 편리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높인다는 계획이다. 스타트업 직토는 교보생명을 비롯해 악사(AXA)손해보험, 리치플래닛 등 관련 업체와 함께 보험 데이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전달하는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오렌지라이프 역시 자체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개인정보 분리 보관을 시도했다. 세계적 기업 IBM 역시 블록체인 사업의 보험 분야 영업에 지속해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은 기존 보험사가 다루지 못한 틈새시장 공략에 주력한다. 무엇보다 정보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소액으로 가입이 가능한 상품에 우선 집중하고 있다. 아무래도 보험 분야 특성상 신뢰와 신중함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상품이니만큼 높은 금액은 온전한 판매가 어렵다는 점도 작용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혁신보다 기존 설계사 플랫폼의 발전’ 수준으로 이해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보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인슈어테크 길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잠재력으로 보험에 ‘억지로 가입시키고, 보험금은 제대로 주지 않는다’는 부정적 인식을 조금씩 개선해 ‘신뢰받는 보험’으로 진화하기를 바라본다.

* 금융이 파격적으로 변화하는 시대, 핀테크라는 새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 아성이던 금융권과 새롭게 부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시장의 빈틈을 찾아 파고들며 사람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뛰는 핀테크의 진화를 살펴본다. 글쓴이는 경영학 전공 뒤 산업과 기술 분야 전문기자로 (뜻하지 않게) 일해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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