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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웰페어노믹스인가
[이창곤의 웰페어노믹스]
[122호] 2020년 06월 01일 (월) 이창곤 goni@hani.co.kr
   
▲ 국가의 존재 이유는 시민 누구나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다. 공공운수노조 소속 노동자가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하나의 세계질서가 붕괴하면 그때부터 그 질서에 대한 고찰이 시작된다.”(울리히 벡)
2020년 5월의 오늘, 우리가 사는 이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많은 지성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논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점으로 이후는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과연 얼마나 달라질까?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를 돌이켜보자. 숱한 지성이 신자유주의 종언을 들먹였다. 새로운 자본주의가 도래하리라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외침이 호들갑이었다는 걸 확인하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수개월 만에 세계경제를 급격히 침체로 몰아넣는 현재의 팬데믹과 2008년 혹은 1929년 대공황의 역사적 경험을 섣불리 등치·비교하는 건 판단 오류를 낳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질문이다.
“세계질서는 어디로 향하는가? 후퇴인가 전환인가?” “앞으로 5년, 10년, 20년 뒤 우리는 어떤 상황에 놓일까?”

신 불확실성의 시대: 후퇴인가 전환인가
여러 분석을 보면, 코로나19 이후 세계경제는 한동안 역성장할 것이다. 국제 교역량은 전년보다 최대 32%까지 떨어질 것이며, 세계 각국에서 기업 파산과 대량 실업이 예측된다. 미국과 유럽연합 회원국의 움직임은 세계화와 함께 떠오른 ‘국민국가 몰락’이 그야말로 허황한 신화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이 모든 현상은 ‘거대한 후퇴’의 징후인가.
다른 한편에선 지금이야말로 ‘거대한 전환’ 시기로 본다. 코로나19에 따른 사회 변화는 더 공정한 사회를 위한 기회가 되고, 인류의 치유나 각성의 계기가 되리라는 낙관적 기대도 나온다. 이른바 ‘코로나19 역설’이다. ‘그린뉴딜’ 같은 정책을 본격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울려퍼진다.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에 대한 현실 직시와 이에 기반을 둔 우리의 선택 또는 결정이다. 명확한 건 하나뿐이다. 불확실성이 더 깊고 어두워졌다는 사실이다. 전대미문의 ‘스텔스급’ 감염병이 불러온 위험과 혼돈은 인류를 이른바 ‘신 불확실성’의 늪으로 침몰케 하고 있다. 세계 시민을 고통 속에 밀어넣는 경기침체의 위험은 얼마나 어디까지 갈 것인지 알 수 없다. 낙관과 각성, 전환의 흐름이 없는 건 아니나 아직은 말의 성찬이며 구호다. 팬데믹과 이에 따른 경기침체는 전환의 계기일지언정 동력은 될 수 없다. 누가, 어떻게 ‘거대한 전환’을 이룰 것인가? 더욱이 어떤 전환이어야 하는지, 나아가 전환 이후 세상의 모습도 분명치 않다.

‘전환 역량’으로 시민 안전 시스템 구축을
문제는 대응이다. 무엇을 위한 대응인가? 바로 ‘시민의 안전한 삶’이다. 불확실성과 바이러스 등의 위험은 인류 역사에 상존할 것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불확실성과 위험을 안고 살면서도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하는 경제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불확실성과 위험을 더 생산적인, 더 공정한, 궁극에는 더 안전한 사회로 전환하는 역량”이다. 국내외 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비롯한 경제시스템과 시민의 삶을 보장하려는 사회시스템을 융합해 변형해내는 국가 능력을 비롯한 공동체의 역량이다.
우리는 당장 감염병이 초래한 충격에 대응하느라 고군분투하지만 기실 여러 난제에 직면해 있었다. △불안정한 세계경제 △기후위기 △극우 포퓰리즘 득세 등 어두운 외부 환경에다, △저성장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와 이중 노동시장 구조 △분단 체제 지속, 무엇보다 △시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 못하는 복지시스템 등이다.
이런 불확실성과 위험에 맞서려면 우리 사회 주체의 창의적이고 유연한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 케이(K)-방역은 세계에 한국의 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지만 우리 역량은 방역 밖에서도 발휘한다고 자신할 수 없다. K-방역에서 보여준 대응력을 우리 사회의 경제·사회 정책에서도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과 안전한 삶을 보장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건설을 위해 ‘전환 역량’이 발휘돼야 한다.
이 대응력의 다른 이름은 위험과 불확실성을 전환의 기회로 만들 ‘정책 혁신’이다. 그 핵심이 바로 ‘웰페어노믹스’다. 이를 통해 우리는 “불확실성과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더라도 이를 안전하게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궁극에는 시민 모두의 삶을 지속해서 안전하게 하는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전환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 지속가능한 복지국가’일 것이다.

경제사회 정책의 융합, 웰페어노믹스
웰페어노믹스는 복지를 뜻한 영어 ‘웰페어’(Welfare)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믹스’(Economics)를 결합한 조어다. “복지와 경제의 호혜적 융합”을 말한다. 여기서 복지는 광의의 뜻을 지닌다. “사회 전체의 공공 이익을 목적으로 국가의 정치·경제·사회적 질서를 조절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반 사회정책”을 가리킨다.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그리고 장기요양보험을 포함한 5대 사회보험과 기초생활보장제도 같은 공공부조제도, 사회수당 그리고 각종 사회서비스를 포함하는 것은 물론 노동, 교육, 보건의료, 여성, 주거, 환경, 조세정책까지 포괄한다.
웰페어노믹스는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이 상호보완 관계를 강조한 기존 인식과 궤를 같이한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 “호혜적인 융합”에 강조점이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하는 다양한 난제에 대응하려면 “경제정책의 사회적 성격을 강화하고, 사회정책의 경제친화적 성격을 강조하는 것과 함께, 정책 형성 초기 단계부터 경제와 사회정책의 꾸러미 안을 모색하는 패러다임이다. 국회 입법 과정도 이런 맥락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관점”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시티 등 속도성 높은 기술 발전과 이에 따른 디지털 자본주의의 현란한 변화는 과거처럼 경제와 사회, 각각의 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복합적 상황이다.
이 연재는 신 불확실성 시대의 정책 혁신 패러다임, 웰페어노믹스에 대한 시론적 탐구다. 어떻게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호혜적 융합을 가능케 할 것인지는 물론,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정책 현안을 톺아볼 계획이다. 역량 있는 독자 여러분의 참여와 제언을 함께 기대한다.

* 복지를 다년간 살피고 책도 펴냈다. 그러다 ‘복지와 경제의 호혜적 융합’의 중요성을 뒤늦게 깨닫고 늦깎이 경제 공부에 매달리는 언론인이자 사회과학도다.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개혁, 그 수단으로서 좋은 정책과 복지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쏟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2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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